헬로티 서재창 기자 |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차세대 이차전지인 수계아연 이차전지의 배터리 수명 저하 문제를 해결했다고 15일 밝혔다.
ESS는 생산된 전기를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내보내는 장치다. 밤이나 바람이 없는 날 등 태양광과 풍력이 전기를 생산할 수 없을 때도 전력을 공급할 수 있어 신재생에너지 기술에 필수적인 설비다.
최근 리튬이온 이차전지 기반 ESS 장치에서 잇따라 불이 나면서 물을 전해질로 사용해 폭발 위험이 없는 수계아연 이차전지가 차세대 이차전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아연 금속을 음극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물 기반 전해질 속에서 부식이 일어나게 되고, 아연 이온이 음극 표면에 나뭇가지 형태의 결정체로 쌓이기 쉽다는 문제가 있다. 이 결정체가 분리막을 뚫고 양극에 맞닿을 경우 단락을 일으켜 수명을 단축하게 된다.
생기원 제주본부 김찬훈 박사 연구팀은 아연 음극 표면의 화학적 성질에 따라 결정체 형성이 억제되고 형태도 달라지는 것을 전자현미경을 통해 최초로 관찰해냈다.
아연 음극 표면이 물 분자와 쉽게 결합하는 친수성 상태일수록 배터리를 충전할 때 아연 이온이 음극 표면에 더 균일하게 흡착돼 결정체 형성이 억제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반면 소수성(疎水性·물을 배척하는 성질) 상태의 음극 표면에는 아연 이온 분포가 일부에 집중되면서 수십 ㎛ 크기 결정체가 곳곳에 만들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딥 코팅 공정(음극 재료를 코팅 용액에 담가 층을 만든 후 가열해 보호막을 만드는 방법)을 통해 500㎚ 두께의 얇은 친수성 보호막을 균일하게 코팅하는 방법으로 결정체 형성과 부식 반응을 억제하는 데 성공했다. 실험실 수준을 뛰어넘는 176㎠의 대면적 아연 음극에서 구현해 내 양산 가능성을 증명했다.
김찬훈 박사는 "제주도는 재생에너지 과잉 발전으로 인한 출력 제어 문제로 화재 위험 없는 차세대 ESS 도입이 시급한 실정"이라며, "수계아연 전지의 기술적 난제를 해결해 제주형 ESS 개발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추가로 수계아연 전지의 에너지밀도 향상과 운용 온도 범위 확장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미국화학회 에너지 레터스'(ACS Energy Letters) 지난 10일 자 온라인판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