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티]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중국의 행보를 우려하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가 미국 백악관 산하 자문위원회를 통해 공개됐다.
중국의 반도체 공세는 미국 업체들을 입지를 약화시키는 것은 물론 국가 안보에도 위협이 될 수 있어 정부 차원에서 적극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보고서에 담긴 핵심 내용이다.
중국 정부는 2015년 1500억달러 규모를 투입해 2025년까지 반도체 구매의 70%를 국산화하려는 야심만만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런 가운데 공개된 이번 보고서는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의 경쟁력 강화를 우려하는 미국 산업계 및 정부 당국자들의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미국 업체들의 눈에 중국 정부는 해외 업체들이 자국 시장에 진출하는 조건으로 기술 이전을 요구하거나 태양광 시장에서 그랬던 것처럼 공격적인 가격 파괴 전략으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뒤흔들 가능성이 있다. 중국 기업들의 글로벌 확장에 정부가 보조금을 주는 것도 것도 위협 요인으로 꼽혔다.
이에 보고서는 "중국 정부 정책은 혁신을 훼손하고 미국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을 빼앗고 있다"면서 "미국도 정부 차원에서 퀀텀 컴퓨팅이나 생체칩 같은 문샷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법인세 및 행정 절차를 간소화해줘야 한다"는 의견을 전하고 있다.
이번 보고서를 작성한 반도체 워킹 그룹에는 폴 오텔리니 전 인텔 CEO, 폴 제이콥스 퀄컴 회장, 아지트 마노차 전 글로벌 파운드리 CEO 등이 참여했다.
이번 보고서는 미국이 반도체 시장에서 지배력을 보호하기 위해 10여년만에 정부 차원에서 내놓은 결과물이다. 80년대 일본이 반도체 매출에서 미국을 추월했을 때도 미국 의회는 반도체 워킹 그룹과 유사한 자문단을 구성했다. 그만큼 중국의 부상을 위협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얘기다.
컨설팅 업체 바인&코에 따르면 중국은 매년 1천억달러 이상을 반도체 소비에 쏟아붓고 있다. 글로벌 출하량의 3분의 1이다. 이중 중국이 자체 생산한 반도체 비중은 6~7% 정도다.
이를 감안해 중국 정부는 반도체 국산화를 꾸준히 시도해왔지만 아직까지 해외 업체들과의 겹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SMIC는 고성능 장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면서 글로벌 톱 수준 제조 업체로의 도약을 노렸지만 진입 장벽을 뛰어넘지 못했다는 평가다. 공격적인 투자에 따른 손실만 커졌다는 지적이다.
이에 SMIC는 설비 및 R&D 투자 비용을 줄이면서 내실을 다지는 추격자 전략을 들고 나왔다.
이같은 전략은 나름 먹혀들었다는 평가. 시장 조사 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SMIC는 2015년 매출 기준으로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 5위에 랭크됐다. SMIC용 커뮤니케이션 및 컨슈머 기기용 반도체 웨이퍼 생산에 주력하며 절반 이상의 매출을 해외에서 거둬들이고 있다.
중국 반도체 업체인 칭화유니그룹의 행보도 주목된다. 칭화유니그룹은 지난해 7월 메모리칩 공장을 국영 XMC와 통합하고 규모의 경제를 위한 발판을 강화했다.
최근 칭화유니그룹의 행보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 인수를 통해 기술 격차를 단순에 좁히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만만치 않은 견제구에 고전하는 모습이다.
칭화유니그룹은 230억달러를 투입해 미국 업체 마이크론 인수에 나섰지만 미국 정부 허가를 받지 못한 상태다. 페어차일드 반도체도 정부가 불허할 수 있다는 이유로 26억달러 규모의 회사 매각에 중국 회사들이 참여하는 것을 거부했다. 페어차일드는 결국 온세미컨덕터에게 팔렸다.
미국 반도체 업체를 인수하는 것은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체 역량만으로 고성능 반도체를 생산하기가 역부족인 만큼, 중국 회사들은 M&A를 통한 격차 좁히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황치규 기자(delight@hell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