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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텍스 2025, ‘원팀’ 대만-엔비디아 AI 생태계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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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타이베이 난강 전시관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5’가 지난 5월 20일부터 23일(금)을 끝으로 4일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AI를 중심으로 진화한 이번 전시회는 막강해진 대만 AI 산업 생태계를 경험하는 자리였다. 이번 전시회에는 ‘AI Next’라는 주제로 그에 걸맞은 볼거리를 제공했다. 전시회 주최기관인 타이트라(TAITRA)와 타이베이컴퓨터협회(TCA)는 34개국 1400여 기업이 참가해 4800여 개의 부스를 꾸린 것으로 밝혔다.

 

 

아시아 최대 AI 기술의 장 열렸다

 

주최측은 152개국에서 총 8만6521명의 참관객이 방문했으며, 명실상부한 아시아 최대 AI 기술 교류의 장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밝혔다. 올해 컴퓨텍스에도 쟁쟁한 이름들이 즐비했다. 엔비디아를 비롯해 퀄컴, 인텔 등 주요 기업과 더불어 폭스콘, 미디어텍 등 다수의 자국 기업이 참석하며, 그들은 이곳에서 자사 기술·산업의 강점과 청사진을 유감없이 발표했다. 이를 통해 대만은 자국 산업 생태계를 중심으로 글로벌 AI·반도체 주도권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컴퓨텍스는 지난 1981년 대만의 컴퓨터 부품 전시회로 시작됐다. 최근 몇 년간 AI와 반도체 중심의 글로벌 산업 흐름 속에서 그 위상을 키워왔으며, 특히 대만 정부의 ‘AI 스마트 섬’ 비전과 함께, TSMC, 미디어텍, 폭스콘 등 자국 기업과 글로벌 기업의 연대가 강화하며 전략적 행사로 변모하고 있다. 여기에 국가 간 역학 관계와 지정학적 위기론이 대두되면서, 컴퓨텍스 행사와 내포하는 기술에 대한 중요성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폭발적으로 성장 중인 AI 시장에서 대만은 반도체와 AI 기술의 융합을 통해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이다. 컴퓨텍스 2025는 이러한 대만의 전략을 대내외에 선명하게 보여주는 무대였다.

 

5월 20일 열린 개막식에는 지난해와 같이 대만 라이칭더 총통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라이칭더 총통은 개막 축사에서 “AI 세계에서 대만이 중심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라이칭더 총통은 “대만은 반도체, 통신, AI 등 핵심 산업에서 완성도 높은 공급망을 갖췄다. 정부는 세제 혜택과 금융 지원을 통해 글로벌 기업이 대만을 전략적 운영 거점으로 선택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대만에 투자한 기업으로 구글,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등을 언급하며, “엔비디아가 최근 타이베이에 글로벌 운영 센터 설립을 발표한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5월 19일,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컴퓨텍스 기조연설에서 타이베이 베이터우 스린에 ‘엔비디아 대만 신사옥’을 건립할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라이칭더 총통은 글로벌 기업 및 산업계에 세 가지 협력 방향도 제시했다. 그는 대만을 미래 기술의 중심지로 삼는 투자 확대, 공급망 협력 강화, AI 및 소프트웨어 산업 전반의 경쟁력 제고를 주문했다. 또한 “우리 산업계가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고, 대만이 세계와 연결될 수 있도록 협력해달라”고 당부했다.

 

라이칭더 총통은 AI 산업의 중요성을 수치로도 설명했다. 지난해 대만의 AI 관련 제품 수출은 1000억 달러를 돌파하며 전년 대비 59% 증가했고, 전 세계 반도체 첨단 기술의 90% 이상이 대만에서 생산된다는 점을 들어 “AI는 대만의 역사”라고 표현했다. 전시회 현장에서도 총통은 에이서, MSI 등 주요 대만 기업 부스를 직접 방문하며 기술 혁신 현장을 둘러봤다. 이날 행사장은 수많은 국내외 취재진이 몰려 대만의 산업 전략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방증했다.

 

 

일거수일투족 화제였던 젠슨 황의 행보

 

전시 일정 전반에 걸쳐 대만은 기술 혁신의 실험장이자 중심지로서의 존재감을 강화하며, 글로벌 기술 트렌드를 주도할 만한 역량을 보여줬다. 이 과정에서 가장 눈에 띈 주인공은 단연 엔비디아 그리고 젠슨 황 CEO였다. 엔비디아를 필두로 한 대만 AI 생태계는 그야말로 ‘원팀’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그림이었다. 특히 젠슨 황은 전시회 개막 전 열린 키노트를 시작으로 전시회 부스투어, 미디어 Q&A 등 주요일정을 소화하며 화제몰이에 나섰다.

 

전시 기간 동안, 젠슨 황 CEO의 일거수일투족은 연일 화제였다. 5월 19일 타이베이 뮤직센터에서 열린 기조연설에서 젠슨 황은 대만에 슈퍼컴퓨터 구축과 함께 엔비디아 대만 신사옥 설립을 공식 발표했다. 그는 대만 정부, TSMC, 폭스콘 등 주요 파트너와 손잡고 대만 최초의 AI 슈퍼컴퓨터를 구축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베이터우 지역에 설립될 신사옥 ‘엔비디아 콘스텔레이션’을 발표하며, AI 중심지가 될 대만에 대한 기대감을 표현했다.

 

다음날 젠슨 황은 컴퓨텍스에 참가한 주요 파트너사 부스를 방문하며 응원 메시지를 남겼다. 특히 SK하이닉스 부스에 방문한 젠슨 황은 SK하이닉스 임직원의 노고를 인정하며, HBM4에 대한 지원을 부탁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10분 남짓 부스에 머물며 HBM4가 전시된 곳에 자신의 사인을 남기기도 했다.

 

21일 열린 미디어 세션에서도 젠슨 황의 깜짝 발언은 계속됐다. 젠슨 황 CEO는 취재진과 질의응답하면서 엔비디아가 생각하는 AI 컴퓨팅의 방향성과 로드맵을 설명했다. 특히 중국시장과 그들의 기술을 여러 차례 언급함으로써 우호적인 입장을 드러낸 반면, 미국의 수출 통제 정책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남겼다. 그는 AI 확산 규칙(AI Diffusion Rule)을 언급하며, 미국은 자국 기술을 빠르게 확산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소문난 잔치에 모여든 기술기업들

 

이번 행사에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을 비롯해 퀄컴의 크리스티아누 아몬 CEO, 슈퍼마이크로의 찰스 리앙 CEO, 폭스콘과 미디어텍 등 반도체·IT 기업의 대표들도 기조연설에 나섰다.

 

인텔에서는 올해 3월 취임한 립부 탄 CEO가 처음 컴퓨텍스를 찾았다. 그는 대만 진출 40주년을 기념하는 사전 행사에 참석한 후 전시장을 둘러봤으며, 주요 협력사와의 미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AMD에서는 잭 후인 수석 부사장이 참석해 자사의 고성능 컴퓨팅과 AI 제품 전략을 소개했다.

 

이 외에도 생성형 AI, 로보틱스, 엣지 AI 등을 주제로 한 포럼과 기술 세션이 다양하게 마련됐다. 여기에는 엔비디아, 구글 딥마인드, Arm, 인텔,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어드밴텍 등 주요 관계자가 참석해 각 분야에 걸맞은 인사이트를 제공했다.

 

 

컴퓨텍스의 주요 볼거리인 전시회에는 대만을 비롯해 세계 AI 공급망을 책임지는 기업들이 다수 참가했다. 인텔, 기가바이트, 폭스콘, 페가트론, 미디어텍, MSI, 델타, 슈나이더 일렉트릭, 에이수스, 에이서, 애즈락 등 칩과 모듈, 서버 등을 구축하는 주요 기업 부스를 확인할 수 있었다.

 

국내 기업들도 일부 참가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에 이어 참가해 GTC 2025에서 공개한 HBM4를 전시하면서, TSMC 및 엔비디아와의 협력 관계를 공고히 드러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처음 컴퓨텍스에 참여했으며, AI 기반 고성능 노트북과 태블릿용 OLED 패널을 프라이빗 부스에서 소개했다.

 

이번 전시의 핵심 키워드는 AI와 로보틱스, 차세대 컴퓨팅, 스마트 모빌리티였다. 이는 가트너가 발표한 ‘2025년 10대 전략 기술 트렌드’와도 맥을 같이한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자율형 AI, 휴머노이드 로봇, 고성능 컴퓨팅이 산업 변화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 바 있다. 페가트론은 인터랙티브 바이오미메틱 로봇 개와 몰입형 VR 기기를 활용해 인간과 기계의 자연스러운 상호작용 가능성을 제시했다. 벤큐는 시각 추적과 동작 감지, 스마트 분석 기술을 결합한 AI 골프 시뮬레이터를 선보여 스포츠와 AI의 융합 가능성을 실감케 했다.

 

어드밴텍과 솔로몬은 자율이동로봇(AMR), 협업형 로봇 팔, AIoT 플랫폼 등 스마트 제조 관련 기술을 통해 대만 제조업 경쟁력을 강조했다. 지능형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대만첨단차량기술발전협회(TADA)가 스마트 모빌리티 전시관을 운영하며 페가트론, 시스템 일렉트로닉스 등 19개 브랜드와 함께 자율주행과 전기차 중심의 기술을 소개했다. 이를 통해 대만이 차세대 교통 인프라 혁신의 중심지로 도약하고자 하는 전략이 엿보였다.

 

컴퓨텍스와 동시 개최된 InnoVEX는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했다. 올해는 전년 대비 12.5% 성장한 규모로 열렸으며 총 450개 스타트업이 참가했다. 태국과 필리핀은 국가관을 처음 선보이며, 각국에서 파견된 22개 스타트업이 기술 잠재력을 선보였다. InnoVEX 포럼에는 AWS, 구글 클라우드, 엔비디아, 퀄컴, 솔로몬, 어드밴텍 등 주요기업과 산업 전문가들이 참여해 AI를 활용한 혁신 사례와 디지털 전환 전략을 공유했다.

 

한편, 컴퓨텍스 2026은 대만 타이베이 난강 전시관에서 내년 6월 2일부터 5일까지 총 4일간 열린다.

 

오토메이션월드 서재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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