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로봇연맹(IFR)이 발간한 ‘World Robotics 2023’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공장에서 운영 중인 산업용 로봇 수가 4,281,585대에 이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10% 증가한 수치로, 연간 설치 대수는 3년 연속 50만 대를 초과했다. 전 세계적으로 산업용 로봇의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아시아가 설치 대수를 주도하면서 유럽과 미주가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아시아 시장, 중국 독주·한국은 정체
세계 최대의 산업용 로봇 시장인 중국은 2023년 276,288대의 로봇을 설치해 전 세계 설치 대수의 절반을 차지하며 독보적인 1위 자리를 유지했다. 특히 자국 로봇 제조업체의 점유율이 2022년 28%에서 2023년 47%로 크게 상승하며 내수 시장에서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반면 한국은 31,444대를 설치하여 세계 4위에 그쳤으며, 전년 대비 1% 감소한 수치를 보였다. 일본은 46,106대를 설치해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을 유지했으나, 전년 대비 9% 감소한 수치를 기록하며 정체 상태에 머물렀다.
특히, 인도가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인도는 8,510대를 설치해 전년 대비 59% 증가하며 아시아에서 가장 빠른 성장률을 기록했다. 자동차 산업에서의 로봇 수요가 3,551대로 139% 급증하며 전체 성장세를 견인했다.
유럽은 독일이 주도, 영국의 급성장
유럽의 산업용 로봇 시장은 2023년 92,393대가 설치되며 전년 대비 9% 증가했다. 독일이 28,355대를 설치해 유럽 최대의 시장 자리를 공고히 한 가운데, 영국이 3,830대의 설치로 51%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두드러진 성과를 보였다. 그러나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각각 9%, 13% 감소해 정체된 모습을 보였다. 이와 대조적으로 스페인(31% 증가), 슬로바키아(48% 증가), 헝가리(31% 증가) 등 일부 시장은 눈에 띄는 성장률을 보였다. 이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투자 증가와 니어쇼어링(가까운 지역으로의 생산 이전) 트렌드가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 결과다.
미주 지역, 미국은 주춤하고 캐나다·맥시코는 선전
미주 지역은 55,389대의 로봇을 설치해 3년 연속 50,000대를 초과했으나, 전년 대비 1% 감소했다. 미국이 37,587대로 전체 설치 대수의 68%를 차지했으며, 이는 자동차 산업 수요가 15% 하락한 것과 맞물려 전년 대비 5% 감소한 수치이다.
반면, 캐나다는 4,311대의 설치로 37% 증가하며 자동차 산업의 투자 확대에 힘입어 강한 성장세를 보였다. 멕시코의 경우, 자동차 산업이 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설치 대수는 5% 감소한 4,087대를 기록했지만 전체 시장은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글로벌 성장 전망과 지정학적 리스크
OECD는 글로벌 경제 성장이 2024년에 안정될 것으로 전망했으나, 지정학적 리스크는 여전히 주요 불확실성 요소로 남아 있다. 최근 위기 상황을 계기로 각국의 전략 산업에서 국내 생산 역량 확보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이에 따라 자동화 기술은 비용 효율성을 유지하면서도 선진국 내에서 생산을 유치하는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
국제로봇연맹은 2024년에 전 세계 로봇 설치 대수가 541,000대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하며, 2025년부터 성장세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6년과 2027년에도 이러한 장기 성장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전반적인 성장세가 중단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서비스 로봇, 2023년 30% 증가…아시아가 성장 주도
한편, 2023년 전 세계 서비스 로봇 판매는 전년 대비 30% 증가했으며,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 이 성장세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로봇연맹(IFR)이 발표한 ‘2024년 세계 서비스 로봇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205,000대 이상의 서비스 로봇이 판매됐다. 이 중 약 80%에 해당하는 162,284대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판매되며 해당 시장의 압도적인 수요를 증명했다.
의료·환대 산업 로봇 시장의 급성장
서비스 로봇 중 운송·물류 분야가 전체 판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2023년에만 35% 증가한 113,000대가 판매됐다. 농업용 로봇 시장은 21% 성장하며 20,000대가 판매됐으며, 의료 로봇의 판매도 36% 증가한 6,100대를 기록했다. 환대(hospitality) 산업에서는 로봇 수요가 급증하며 54,000대로 31% 증가했다. 이러한 성장세는 기술 발전과 인력 부족이 결합하여 서비스 로봇 시장의 성장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향후에도 지속적인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서비스 및 의료 로봇 제조업체 수에서는 미국이 199개 기업으로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이 중 66%가 전문 서비스 로봇을, 27%가 소비자용 서비스 로봇을, 12%가 의료 로봇을 생산하고 있다. 중국은 107개 기업을 보유하며 그 뒤를 따르고 있으며, 독일은 83개 기업으로 3위에 자리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서비스 및 의료 로봇 제조업체의 44%가 유럽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아시아가 29%, 미주가 25%를 차지하고 있다.
서비스 로봇 시장, 지속적 성장 예상
국제로봇연맹의 보고서는 기술 발전과 인력 부족이 결합하여 서비스 로봇 시장의 성장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각 산업군에서 로봇 도입이 필수적인 요소가 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향후 몇 년간 더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제조업 및 서비스업의 생산 자동화가 더욱 가속화되면서 로봇 산업은 글로벌 경제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오토메이션월드 임근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