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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마의 7나노 경쟁 개막…삼성전자, 인텔과 다른 길 간다

  • 등록 2016.09.22 07:4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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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분야에서 초기술전략을 펼치고 있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세계 1등 기업인 '인텔'과는 다른 전법을 쓰기로 했다.
 
반도체 미세화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이 목표지만, 인텔처럼 고가의 장비를 한꺼번에 10대 이상 구매하는 대신, 장비 품질이 더욱 개선될때까지 기다리기로 작전을 짰다. 장비 자체가 1대에 2000억원에 달하는 데다, 장비 품질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지금 대거 샀다가는 고생" 더 나은 설비 기다리기로 한 삼성전자 
 
정은승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장(부사장)은 최근 네덜란드 ASML 본사를 찾아 직접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1대 구입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만남에서 정 부사장은 ASML 측에 EUV 품질이 개선될때까지 추가 구입은 미루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EUV는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핵심장비다. EUV 노광장비는 네덜란드 반도체장비업체인 ASML이 세계에서 독점 생산한다. 웨이퍼에 회로를 찍어내는 포토공정에 쓰이며, 우주선보다 더 회로가 복잡하다고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연구소에서 EUV 노광장비(모델명 NXE 3300B)를 1대 보유하고 이를 기반으로 차세대 공정을 연구해왔다. 이번에 새로 산 장비는 차세대 모델인 NXE3350B로 한대 가격이 2000억원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EUV를 7나노 공정에 활용하기로 했다. 인텔과 TSMC, 글로벌파운드리 등 반도체 주요업체들도 7나노에서 EUV를 사용할 계획이다. 특히 인텔은 EUV를 10대 이상 구매해 7나노 등 차세대 반도체 선점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EUV 도입 계획을 고민했지만, 일단 EUV 1대를 구입하고 추후 ASML과 다시 협상을 통해 추가 구입하기로 결론냈다. 정 부사장은 ASML 대표를 만나 고가의 장비를 한꺼번에 구매하지 않고, EUV의 성능이 더 개선될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뜻을 공식 전달했다. 지난 12일 삼성전자가 보유 중인 ASML 지분의 절반(1.5%)를 매각한 것도 이같은 ASML과의 전략 변화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고위관계자는 "EUV의 완성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우리의 전략은 EUV가 기대수준에 도달할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것으로 다른 회사처럼 몇대씩 한꺼번에 사지는 않겠다"며 "인텔의 경우 EUV 도입으로 수많은 엔지니어들이 고생하고 있고 우리는 그같은 길을 가지 않을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미세화 경쟁 치열…EUV노광장비의 딜레마 
 
반도체 칩 제작 공정 중 반도체 회로가 미세화 될수록 노광(사진기와 같은 원리로 반도체 회로를 웨이퍼에 프린팅하는 과정) 기술이 중요하다. 미세한 반도체 회로를 패터닝할 때는 미세한 파장의 빛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불화아르곤 광원(ArF, 193nm)을 사용해 노광하되, 파장을 더 짧게 하기 위해 이머전 리소그라피(Immersion Lithography)라는 기술을 사용해왔다.
 
차세대 장비로 꼽히는 EUV는 빛의 파장이 13.5nm로 기존 ArF (193nm)보다 작아 더 미세한 반도체 회로를 만들수 있다. 다만 장비 가격이 비싸고 생산성이 낮아 경제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어 삼성전자가 도입을 고심해왔다.
 
사실 EUV 도입 필요성이 거론된 것은 십수년전부터다. 반도체를 만들려면 웨이퍼 위에 얇고 강력한 레이저 빛으로 초미세 회로를 그리는 포토 공정을 거쳐야 한다. 웨이퍼 위에 전자 회로를 사진 찍어내듯 그린다고 해 '포토'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10나노급 반도체는 기존 노광기술(ArF)로는 넘기 어려울 것으로 여겨져 왔지만, 삼성은 그동안 다양한 방식의 멀티플 패터닝기술을 적용해 '마의 벽'을 넘어왔다.
 
그러나 7나노부터는  EUV를 쓰지 않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일부 주요 패턴에 EUV를 쓰기로 했다. 그런데 EUV가 생산성면에서 단점이 있어 고민이 생겼다. 이에 삼성전자는 기존 멀티패터닝 공정과 EUV 공정을 패턴의 미세화 정도에 따라 선택적으로 적용하는 '투트랙 전략' 을 쓰기로 했다. 수많은 반도체 회로 패턴 중 EUV 를 꼭 적용해야할 필요가 있는 극미세 패턴이 있는 레이어를 전략적으로 잘 선택하는 것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장은지 기자 (seei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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