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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3억 중국차 시장 잡아라"…中 공략 선봉장 현대모비스

  • 등록 2016.09.12 16:3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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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 북경공장. 뉴스1 © News1

 

중국의 심장 베이징은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의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우리에겐 낯선 현지 로컬 브랜드부터 독일, 일본, 미국, 스웨덴, 이태리 등 글로벌 주요 브랜드의 수많은 차종이 도로를 누빈다. 물론 그중에는 우리나라 대표 브랜드인 현대기아차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시장으로 급부상한 중국은 자동차업체라면 놓칠 수 없는 블루오션이다. 현대기아차를 든든히 뒷받침하며 중국 시장 공략의 선봉에 선 현대모비스의 베이징과 텐진 공장을 둘러봤다.
 
주요모듈 37초마다 하나씩 뚝딱…"올해 불량률 제로"
 
모듈은 쉽게 설명하면 부품 덩어리를 의미한다. 운전석 모듈에는 클러스터와 오디오, 에어백과 공조시스템 등이 장착되고, 프런트엔드모듈(FEM)에는 헤드램프와 범퍼 레일, 쿨링시스템 등 수십 개의 하위 부품들이 탑재된다. 샤시 모듈은 차량 하부 뼈대를 구성하는 조향과 제동, 완충 작용을 하는 관련 부품들이 들어간다.
 
이렇게 부품을 덩어리화하면 공정수를 줄여 생산성을 높이고 품질 확보에도 효과적이다. 현대모비스 베이징 3공장은 위에둥(중국형 아반테HD), 랑동(중국형 아반테MD), 싼타페DM, 밍투(중국현지 전략모델) 등 4개 차종에 들어가는 핵심 모듈의 생산을 책임지고 있다.
 
베이징 3공장은 △프론트엔드 △운전석 △범퍼 △샤시 △의장 등 5가지 모듈을 생산한다. 대부분의 공정이 자동화돼있는 베이징 3공장은 완성 모듈을 시간당 97대, 37초당 한대 꼴로 토해낸다.

 
 

현대모비스 북경법인장 윤여성 전무가 베이징 3공장에서 완성된 모듈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완성된 모듈은 터널컨베이어를 통해 북경현대 공장으로 곧바로 이동된다. 뉴스1 © News1


생산된 모듈은 바로 옆 현대자동차 베이징공장으로 이어진 77m 길이의 터널컨베이어를 통해 운반된다. 현대차 베이징3공장 의장라인으로 이동된 모듈은 그대로 차체에 통째로 달라붙어 조립만 마치면 된다. 현대모비스 베이징3공장에서 만드는 운전석, 샤시, 프런트엔드 등 모듈은 전체 차량 조립의 50%에 해당된다. 현대차의 생산성이 좋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대모비스는 최첨단 자동화 공정을 통해 생산력 향상은 물론 비용도 줄이는 일석이조 효과를 달성했다. 터널컨베이어를 통해 절감한 물류비용만 지난해 42억원이다. 국내 공장에 비해 생산량은 두 배 이상 높지만, 인건비 등은 절반 이하다. 저가 로컬브랜드와 경쟁하기 위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고민의 산물이다.
 
그럼에도 고품질 제품 생산에 따른 비용은 저가 로컬업체들과 가격으로만 경쟁하긴 힘들게 하고 있다. 때문에 최상의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특히 베이징 3공장은 4개 차종의 모듈을 혼류 생산하기 때문에 한치의 오차도 발생해선 안된다.
 
현대모비스 북경법인장 윤여성 전무는 "최상의 품질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2중, 3중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지난해 2건의 불량품이 발견됐지만 올해 들어선 한 건의 불량제품도 없다"며 "철저한 제품 검수 절차를 통해 불량률 제로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모비스 천진공장 내부 전경. 정전기에 민감한 전장제품을 생산하는 천진공장에 들어가기 위해선 제전복 등을 착용하고 에어샤워를 거쳐야 한다. 뉴스1 © News1


"정전기 잡아라"…최첨단 전장제품 생산기지 텐진공장
 
현대모비스 텐진공장을 들어가기 위해선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정전기를 잡기 위해 제전복과 제전모자에 제전 슬리퍼를 신고 에어샤워장을 통과해야 한다. 외부와 완벽하게 격리된 텐진공장 바닥에는 정전기 방지 특수처리도 돼있다.
 
지난 1994년 설립된 텐진공장은 2005년 경제기술개발구(TEDA)에 6만4000m²(약 1만9000평) 부지로 확대이전했다. 지난해에는 부지 내 2공장을 완공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현재 1만4000m²규모(약 4300평)의 1공장에는 오디오와 AVN, ICS 등 멀티미디어 제품을 생산하는 33개 라인이, 1만m²규모(약 3000평)의 2공장에는 BCM, MEB ECU, ACU 등 메카트로닉스 제품들을 생산하는 19개 라인이 구축돼 있다.
 
특히 1공장은 스마트폰과 연동돼 화면을 공유,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정보를 출력할 수 있는 최첨단 D-오디오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천진공장에서 생산된 D-오디오는 북경현대에서 생산하는 중국형 아반떼인 링동, 중국 전략 차종인 밍투, 싼타페, IX25, 신형 투싼은 물론, 동풍열달기아차의 신형스포티지와 니로에도 적용되고 있다. 1공장에서 생산된 물량 일부는 해외 완성차 업체 및 해외 현대기아차 법인으로도 수출되고 있다.
 
2공장에서는 기계장치와 전자장치가 융합된 메카트로닉스 장치들을 생산하고 있다. ECU(Electronic Control Unit)와 차체제어모듈인 BCM, 에어백 전개 여부를 결정하는 ACU, 주차보조장치인 PAS, 운전 중 사각지대를 화면에 보여주는 BVM 등 첨단 장치들이다. 대부분의 장치들이 전자제품이다보니 정전기에 지나치게(?) 예민한 이유도 납득이 간다.
 
텐진 1공장과 2공장에는 190개가 넘는 기능검사 장비가 쉴 새 없이 생산도중 발생하는 불량품들을 검출해내고 있었다. 불량품이 검출되면 즉시 표시등을 통해 경보를 울려 작업자들이 문제를 확인하도록 한다. 불량품은 28개의 설비가 갖춰진 2개의 분석실에서 불량의 원인과 개선방안을 찾는데 이용된다.
 
다만, 텐진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 대부분이 현대기아차에 납품되고 글로벌 자동차업체로 팔리는 물량은 미미하다는 점이 현대모비스의 고민이다. 로컬업체들과 기술 격차는 분명하지만, 중국 소비자들이 품질 보다 가격에 예민하다는 점이 판로확대를 가로막고 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우리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중국 로컬업체들과 3~4년 정도 격차가 있다"며 "품질과 내구성이 떨어지더라도 값싼 제품을 선호하고 있지만, 점차 입소문이 나면서 판매량이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 텐진법인장 문경호 이사는 "텐진공장은 현대기아차는 물론 미국 GM, 프랑스 PSA(푸조시트로엥) 등에 ICS와 AOS를 공급하거나 공급할 예정"이라며 "생산성 및 품질경쟁력을 확보한 만큼 중국 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로컬업체들을 대상으로 영업활동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모비스 천진공장 전경. 뉴스1 © News1

 

현대모비스, 현대기아차와 '바늘과 실'…판로 확대는 과제
 
중국은 지난해 승용차 판매량 총 2114만대로 미국 1738만대와 큰 격차를 보이며 세계 판매량 수위를 기록했다. 지난 2009년 미국을 제친 이후 부동의 1위다. 올해 들어서도 상반기 1104만대가 팔려 전년 대비 9.2% 증가세를 보이는 등 중국 자동차 시장은 폭발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 중국 내 자동차 등록대수는 1억7000만대로 집계됐다. 운전면허증 보유자 3억3000만명, 100가구당 자동차 보유량 31가구인 점을 고려하면 향후 중국 시장의 성장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당연히 중국 시장을 잡기위한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경쟁도 치열하다. 폭스바겐은 2018년까지 182억 유로(23조원)를 투자해 연간 500만대 생산체제로 확대할 예정이며, GM도 내년까지 120억달러(13조5000억원)를 투자해 생산규모를 290만대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이에 맞서 현대기아차도 중국 내륙시장 공략을 위해 창저우와 충칭에 각각 30만대 규모의 공장을 짓고 있다. 두 공장이 증설되는 내후년에는 270만대 생산체제를 갖추게 된다. 그러나 중국 로컬업체도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수성에 나서고 있다. 올 상반기 중국 토종브랜드의 승용차 판매량은 473만5000대로 전체 승용차 판매 점유율 42.9%를 나타냈다.
 
현대모비스는 현대기아차의 생산을 뒷받침하는 동시에 중국 로컬 및 글로벌 완성차 업체까지 판로를 확대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로컬업체가 강점을 가진 AS/영업망을 대폭 확대해야 치열하게 경쟁중인 중국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처음 중국시장을 뚫을 때는 차가 고장나면 부품을 구하지 못하는거 아니냐는 우려 때문에 현대기아차 판매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꾸준한 투자와 영업망 확대로 실적은 꾸준히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 북경법인장 윤여성 전무는 "영업이익은 대외비이지만, 올해는 확실하게 증가할 것"이라며 "전년비 마이너스 성장한게 작년이 처음이었는데, 올해는 제가 보기에 10% 이상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심언기 기자 (eonk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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