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모달 AI, 초개인화 에이전트, 자율 제조 플랫폼이 융합되며 제조 산업에 거대한 전환이 시작됐다. 네이버의 김필수 본부장은 “AI 에이전트는 공정 판단과 생산성 향상뿐 아니라, 초개인화된 제안까지 수행하는 주체가 될 것”이라며 자율 제조의 미래를 제시했다.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 상황 인식·판단·제안을 수행하는 ‘지능형 AI’의 시대가 도래하며, 제조 산업은 PoC 단계를 지나 본격 적용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이 흐름에서 한국은 GPU·클라우드·데이터 인프라 강점을 기반으로 글로벌 제조 AI 플랫폼 수출 기회를 맞고 있다.

AI 기술 진화와 제조 산업의 접점
제조 산업은 지금까지의 자동화 수준을 넘어서,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지능형 전환’을 겪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의 급속한 진보는 제조 공정 전반에 본질적인 변화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김필수 네이버 본부장은 “AI 기술의 가장 큰 진화는 멀티모달 기술로, 비전·보이스·텍스트가 융합되어 산업 전체의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단순한 로봇 자동화를 넘어, 현장을 인식하고 학습하며 대응하는 AI가 도입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에 내장된 카메라로 공정을 비추기만 해도 AI가 즉시 상황을 분석하고 불량 가능성이나 이상 징후를 제시할 수 있다. 기존에는 사람이 청각과 시각을 통해 판단해야 했던 복잡한 신호들도 AI는 더 넓은 범위에서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다. “사람은 피곤하거나 환경에 따라 판단력이 흐려질 수 있지만, AI는 24시간 지치지 않고 정밀하게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고 김 본부장은 강조한다. 이런 변화는 제조업뿐 아니라 바이오, 신약, 물류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예컨대, 기존에 수백만 개의 화합물 조합을 실험에 의존해 선별하던 신약 개발 분야에서, AI가 선제적으로 가능성이 높은 구조를 제안하고, 실험 횟수를 수백 개 수준으로 줄여 소요 시간과 비용을 대폭 절감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이제 AI는 단순한 보조도구를 넘어 ‘판단하는 파트너’로서 산업 현장의 의사결정 과정에 깊숙이 들어서고 있다. 특히 2023년과 2024년은 PoC(개념 검증) 단계로 평가되고 있으며, 2025년은 본격적인 현장 적용의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제조 현장에서의 AI 도입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필수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생성형 AI와 퍼스널 에이전트의 확산
AI 기술의 진보는 단순한 공정 자동화에서 더 나아가, 초개인화된 ‘AI 에이전트’의 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김필수 본부장은 이를 “AI가 제품과 공정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제안을 수행하는 초개인화 시대”라고 표현했다. 예컨대, 공장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어떤 부품을 교체할지, 어떤 기술을 적용할지 판단할 때, 기존에는 담당자가 시장조사와 내부 데이터를 수집해 판단해야 했다. 이제는 각 제품과 공정에 특화된 AI 에이전트가 스스로 분석해 내 공정에 최적화된 개선안을 선제적으로 제안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퍼스널 AI는 단지 자동 응답을 넘어 실제 상담, 판단,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까지 수행한다. “제품의 방수 기능이 우수하다”, “이 소재는 생산 효율을 높인다”는 식의 제안이 각 공정 담당자에게 자동으로 전달된다. 이는 전통적인 일방향 공급 방식에서 벗어나, 각기 다른 AI 에이전트 간에 상호 협력하는 복합적 에이전트 생태계를 의미한다.
특히 음성 기반 인터페이스는 인간과 AI의 상호작용을 자연스럽게 만든다. 김 본부장은 “사람이 묻고, AI가 공장의 상태를 설명하는 구조가 이미 가능하다”며, 실제 네이버의 로봇 사례를 소개했다. 네이버 1784 건물 내에서 운영 중인 AI 로봇은 사람과 부딪히지 않도록 스스로 움직이며, 사용자의 존재를 인식하고 반응한다. 그는 “로봇이 무심히 지나가 상처받은 적도 있지만, 앞으로는 로봇이 대화까지 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기술은 자율주행, 신약 개발, 물류 예측, 유지보수 판단 등 다양한 산업에 파고들고 있다. 특히, 로봇이 단순 명령 수행을 넘어 복합적인 판단과 제안을 수행함으로써, AI가 인간의 협업 파트너로 완전히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퍼스널 AI는 이제 산업 AI의 새로운 표준으로 부상하고 있다.
자율 제조의 실현과 GPU 인프라
자율 제조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고 분석할 수 있는 강력한 연산 인프라가 필수적이다. GPU, NPU 등 AI 가속기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이유다. 김필수 본부장은 “한국은 전력망, 컴퓨팅 인프라, 데이터 센터, 클라우드 역량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모든 제조 공장이 슈퍼카 수준의 AI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는 없다”며, 상황에 맞는 경량화와 최적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네이버는 AI 로봇과 클라우드 기반 자율 시스템을 결합해, 대규모 인력을 투입하지 않고도 로봇이 실시간으로 공정을 인식하고 작업하는 구조를 구현 중이다. 이는 완전 무인화보다는 ‘소인화(少人化)’에 가까운 접근이다. 김 본부장은 “사람 구하기가 어려운 현실에서 AI가 일부 업무를 대체하고,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구조가 현실적으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AI 가속기 생태계는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분야다. 미국,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은 이미 AI와 관련된 GPU 및 반도체 기술 확보를 위한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AI 기반 자율 제조를 가능케 할 핵심 자산으로서 GPU 인프라를 전략 자산화할 필요가 있다.
단, 모든 공장이 고성능 GPU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김 본부장은 “슈퍼마켓 갈 때 페라리를 탈 필요 없다”며, 공정의 난이도와 AI 적용의 범위에 따라 맞춤형으로 접근해야 함을 거듭 강조했다. 핵심은 ‘유연한 AI 인프라’다. 고난이도 고정밀 가공에는 고성능 AI가 필요하지만, 단순 조립이나 검수 공정에는 경량화된 AI 시스템이 효율적일 수 있다. 이처럼 선택과 집중을 통해, 비용 대비 최대 효과를 끌어낼 수 있는 전략이 자율 제조 실현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제조 AI 에이전트 아키텍처와 실제 적용
제조 현장에 도입되는 AI 에이전트는 단순히 챗봇이나 정보 제공 툴이 아니다. 이들은 생산 공정 데이터, 품질 관리, 설비 상태, 에너지 소비, 물류 흐름, 경영 지표 등 다양한 실시간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복합적인 판단을 내리는 ‘제조 AI 플랫폼’의 중심축 역할을 한다. 김 본부장은 이를 “각 공정마다 특화된 모델이 존재하고, 이들이 협업하는 구조로 구성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설비 유지보수 에이전트는 과거 데이터와 실시간 진동·소음 데이터를 분석해 고장 가능성을 사전에 예측하고, 필요한 부품과 작업자를 추천한다. 품질 에이전트는 불량률 통계를 기반으로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안을 제시한다. 공급망 에이전트는 수급 불균형을 감지하고, 대체 자재를 제안하는 구조다. 이 모든 에이전트는 사용자와 음성 또는 텍스트 인터페이스로 소통하며, 현장의 다양한 변수에 빠르게 대응한다.
특히 AI 에이전트는 팩토리의 규모와 고도화 수준에 따라 ‘단순형’, ‘지능형’, ‘자율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단순형은 비교적 정형화된 반복 작업에 적합하며, 지능형은 복합 데이터 해석과 제안을 수행한다. 자율형은 제조 공정 전반을 통합 관리하며, 현대차처럼 완성차 수준의 고정밀 작업에 적용된다. 이처럼 단계별 에이전트 구성은 제조 AI의 유연한 확산을 가능하게 한다.
김 본부장은 “공장에서 시스템을 일일이 들어가서 데이터를 보는 방식이 아니라, 에이전트가 상황을 보고 먼저 사용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팩토리 안에서의 모든 데이터와 지식을 끌어와 통합적으로 상담할 수 있는 중앙 에이전트의 필요성도 크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자동화가 아니라, 실시간 인사이트 기반의 ‘자율 협업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는 AI 제조의 핵심 구조를 보여준다.
제조 AI 허브와 수출 전략의 전환점
자율 제조 기술이 단지 특정 대기업만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김필수 본부장은 “많은 중소 제조 기업이 자사 공장이 AI를 도입할 수 있을지조차 모르는 현실”을 지적하며, 이를 해결할 ‘제조 AI 허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허브는 AI 기술 기업, 도메인 전문가, 산업 파트너들이 함께 참여해, 개별 공장의 데이터 분석, 컨설팅, 시스템 설계까지 포괄적으로 지원하는 공간이다.
이러한 허브는 단순 기술이전의 개념을 넘어, 산업 현장에 맞는 AI 솔루션을 ‘공정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다. 네이버는 기술력은 있지만 제조 도메인 지식이 부족한 기업으로서, 현대차와 같은 파트너들과 협력해 이 허브를 구체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소 제조사는 물론, 교육기관과 스타트업이 참여해 AI 생태계 전반을 풍성하게 만들 수 있다.
더 나아가, 김 본부장은 이 허브 모델이 ‘수출 전략’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고 본다. 독일, 일본, 캐나다 등 제조 강국의 경우에도 AI 도입에 대한 니즈는 크지만, 도입 컨설팅과 커스터마이징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은 제조 노하우와 AI 기술을 결합한 ‘모듈형 제조 AI 모델’을 수출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는 “우리가 잘하는 제조와 AI를 결합하면, 이것 자체가 수출 가능한 플랫폼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 개념은 최근 주목받고 있는 ‘소버린 AI’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특정 국가나 산업 환경에 최적화된 AI 시스템을 설계하고, 이를 데이터 주권에 기반해 현지화함으로써 새로운 산업 수출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는 의미다. AI 허브는 단지 국내 제조업 경쟁력을 높이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한국형 제조 AI 모델을 세계로 수출할 수 있는 ‘산업 전환의 거점’이 될 수 있다.
AI와 제조의 융합은 이제 선택이 아니다
미래 제조 현장은 더 이상 공정 단위에서의 자동화가 아니라, 전 공정을 AI가 이해하고 협력하는 ‘AI-네이티브 팩토리’로 나아가고 있다. 네이버가 추구하는 비전은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사람과 기계가 협업하고, 데이터를 중심으로 의사결정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새로운 산업 운영 체계다.
AI 기술은 지속 진화 중이며, 제조업은 그 핵심 적용 무대가 되고 있다. 국내 제조 기업은 ‘초개인화 에이전트’와 ‘자율 제조 시스템’을 바탕으로 산업 경쟁력을 재정의 할 기회 앞에 서 있다. 그 흐름을 주도할 플랫폼과 생태계 구축이 향후 국가 AI 전략의 핵심 축이 될 것이다.
오토메이션월드 임근난 기자 |
* 이 글은 지난 6월 25일 ‘피지컬 AI와 SDx가 창조하는 제조와 자동화산업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포럼에서 네이버의 김필수 본부장이 발표한 내용을 재구성하여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