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트윈은 제조업의 혁신을 이끄는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현대오토에버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디지털 트윈 기술을 통해 제조 공정의 변화를 선도하며, ‘버추얼 팩토리’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 기술은 가상 환경에서 설계와 시뮬레이션을 통해 공장 운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특히, 디지털 에셋을 기반으로 한 데이터 표준화와 사용자 친화적 설계가 돋보인다. 현대오토에버의 디지털 트윈 기술이 어떻게 자율 제조의 초석이 될 수 있는지, 그 내용을 살펴본다
소프트웨어 정의 공장(Software Defined Factory, SDF)은 제조 영역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시스템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 방법론은 소프트웨어 정의 기술(Software Defined Everything, SDx)에서 파생된 개념이다. SDx는 소프트웨어가 대상 기술의 중심이 되어 수많은 요소에 가치를 더하는 차세대 인프라를 의미하며, 디지털 전환(DX)을 도모하는 모든 영역에 적용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기기 교체 없이 업데이트만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스마트폰 사례를 떠올리면 SDx를 이해하기 쉽다. 이러한 SDx는 각종 데이터를 기반으로 모든 요소를 접목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SDF, ‘연결성’ 중심 자율제조 체제 확립의 ‘키’
SDF 역시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모든 체계가 가동되는 방식을 차용하며, 제조 시스템의 최종 진화형으로 전망되는 자율제조(Autonomous Manufacturing)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시스템 간 연결성(Connectivity)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자율 제조 체제에서도 SDF의 역할이 크게 기대된다.
이는 기존에 장비와 도구 등 하드웨어가 공장의 중심이었던 시스템에서 소프트웨어의 영향력을 극대화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이 시스템은 시간과 비용 등 자원이 소모되는 하드웨어 교체 작업 없이도, 소프트웨어 개선만으로 공장 시스템을 고도화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이다. 또한, 인공지능(AI), 로봇, 머신 비전 등 제조 인프라에 도입되는 차세대 기술을 더욱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SDF는 자동화, 지능화, 자율화로 이어지는 제조 혁신 트렌드를 선도하는 기술로 인식되고 있다.
제조 이상향은 결국 자율화…노른자로 자리 잡는 ‘디지털 트윈’
SDF가 실현되더라도 제조 시스템 본연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인력(Man)·체계(Method)·자재(Material)·기계 장비(Machine)를 뜻하는 이른바 ‘4M’과 환경(Environment)·자원(Energy)을 일컫는 ‘2E’를 효율적으로 관리하여 ‘품질·비용·납기(Quality·Cost·Delivery, QCD)’를 최적화하고 극대화하겠다는 제조 비전을 그대로 계승한다.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은 공장 설계부터 운영·관리까지 공장 구축 전 사전 검증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방안을 제시한다. 이는 제조 자율화의 선행 과정을 다루는 데 의의를 두며, 현실에서는 여러 제약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다양한 제조 모델을 가상 환경에서 모의실험(Simulation)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업계에 따르면, 디지털 트윈 성숙도 모델은 모사(Mirroring)·관제(Monitoring)·모의(Simulation)·연합(Federation)·자율(Autonomous)의 단계로 구성되어 있으며, 현재 글로벌적으로 모의 단계에 진입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관제 단계에 안착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AI를 기반으로 공장·설비 내 문제점을 자율적으로 인지하고 이를 최적화하는 것이 제조 측면에서 디지털 트윈의 완성”이라고 정의했다.
소프트웨어 업체 현대오토에버는 ‘버추얼 팩토리(Virtual Factory)’를 비전으로 삼아 디지털 트윈 기술을 고도화하고, 국내 제조 혁신을 이루겠다는 목표로 시장에 진출했다. 최근 5년간 디지털 트윈 기술 개발의 레퍼런스를 확장해왔으며, 가상 환경에서 공장 내 다양한 요소(Layout)를 구성하고 시뮬레이션하는 것이 현대오토에버 디지털 트윈 솔루션의 기본 구조이다.
현대오토에버는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로서 전 세계 현대차 공장에서 디지털 트윈 기술을 연구·도입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싱가포르에 위치한 주롱 혁신단지 내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 센터(HMGICS)’에서 핵심적인 레퍼런스를 구축했다. 이곳에서는 설계·물류·생산에 이르는 라인에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적용해 성숙도 3단계를 완성했다.
이 설비에서는 물류 라인 자동창고에서 도출된 부품을 피킹한 후, 무인 운반차(AGV)와 자율주행 로봇(AMR)을 이용해 생산 라인으로 옮겨 차량을 조립하는 공정을 디지털 트윈으로 설계하고 운영하고 있다.
또한 현대오토에버는 경기도 광명에 위치한 그룹 최초의 전기자동차(EV) 전용 공장 ‘기아 광명 EVO Plant’에도 디지털 트윈 성숙도 2단계 수준의 기술을 적용했다. 현대오토에버의 디지털 트윈 기술은 실제 공장 자산을 가상에 표현하는 ‘디지털 에셋(Digital Asset)’을 기반으로 하며, 설비·장비·로봇·부품을 비롯해 시스템·솔루션·알고리즘 등이 이에 포함된다. 이 가상 데이터를 공식화하고 표준화하기 위해 독일의 ‘인더스트리 4.0(Industry 4.0)’ 자산 데이터 통합 관리 인터페이스인 AAS(Asset Administration Shell)를 따르고 있다.
현대오토에버는 AAS와 디지털 트윈 구축 도구를 통합하기 위해 자산 핵심 정보를 아이디·URL 형태로 기록하고, 자산 세부 정보는 서브 모델로 그룹화하여 기록한다. 서브 모델은 목적에 따라 정의할 수 있으며, 자산 식별 정보, 기술 정보, 운영 정보, 문서 정보 등으로 세분화하여 관리한다. 현대오토에버는 기아 광명 EVO Plant에 디지털 트윈에 적합한 체계를 구축했다.
AGV 행동 모델 구축 과정을 예로 들면, AGV의 형상·속성·행동·결과 등을 정의한다. 이렇게 정의된 정보를 통해 가상공간에서 AGV가 배치되고, 이동 시 속성 정보를 기반으로 관련 데이터를 제공한다.
현대오토에버가 꿈꾸는 ‘사용자 지향적’ 디지털 트윈 세상
현대오토에버는 실무자가 직접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디지털 트윈 개발자가 아닌 사용자가 직관적으로 디지털 트윈을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출발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디지털 트윈은 실시간 연동을 기반으로 시스템과 동기화된 통합 모니터링 기능과 자유로운 요소 변경 기능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현대오토에버의 버추얼 팩토리 솔루션은 이러한 철학이 반영된 사용자 화면(UI)으로 구성되어 있다. 디지털 자산을 정의하는 ‘에셋(Asset)’, 가상 환경을 구성하는 ‘신(Scene)’, 구축 시나리오를 작성·실행하는 ‘워크플로(Workflow)’,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대시보드(Dashboard)’ 등으로 세분화되어 있다.
‘에셋’ 탭에서는 디지털 자산을 정의하고 생성할 수 있다. 형상, 속성, 행동, 결과 등을 에셋 탭에서 정의할 수 있으며, 이렇게 생성된 디지털 자산은 ASS 모델로 변환하거나 기존 ASS 모델을 디지털 자산으로 생성할 수도 있다. 생성된 모델은 ‘신’ 탭에서 가상 환경에 배치된다. 신 탭은 사용자 친화적인 UI의 핵심으로, 원하는 공장 설계와 라인 레이아웃을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다.
‘워크플로’ 탭에서는 에셋의 행동을 서로 연결해 시나리오를 구축하고 실행할 수 있다. 단일 워크플로는 하나의 시나리오로 생성되며, 이러한 시나리오가 모여 시뮬레이션을 구현한다. 이는 설비나 라인 등 공장의 핵심 요소를 시운전하는 과정이다.
마지막으로, ‘대시보드’ 탭에서는 워크플로 탭에서 시뮬레이션 중 발생하는 데이터를 사용자 친화적으로 시각화한다. 사용자는 대시보드에서 제공하는 지표를 직접 배치해 시뮬레이션 결과 데이터를 편리하게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다.
현대오토에버는 2025년 론칭을 목표로 앞선 디지털 트윈 솔루션인 ‘버추얼 트윈 빌더(Virtual Twin Builder, 가칭)’를 개발하고 있다. 이 솔루션은 설비 데이터를 수집하는 IoT 플랫폼과 AI 알고리즘을 관리·배포하는 플랫폼을 적용한 아키텍처를 통해 완성도를 높일 예정이다.
오토메이션월드 최재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