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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AI 자율제조-②] 알람보다 먼저 움직이는 공장…AI 팩토리가 바꾸는 제조 업타임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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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팩토리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제조업의 핵심 경쟁력은 더 이상 생산 자동화가 아니라 설비 보전의 지능화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PLC 제어 프로그램을 자동 해석하고 전체 공정 시퀀스를 AI로 학습하는 기술은 설비 고장의 원인 규명부터 사전 예측까지 이어지는 새로운 제조 혁신의 기반이 되고 있다. 유디엠텍 김남기 팀장은 설비 데이터를 통합 분석하고 알람의 근본 원인을 자동 추적하며, 1~3일 뒤 이상 징후를 예측하는 기술을 공개했다. 이 기술은 자동차·반도체 산업처럼 공정 연계성이 높은 제조 현장에서 기존의 경험 기반 보전 방식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생산 안정성·품질 향상·비가동 손실 최소화라는 제조 혁신의 핵심 목표에 직접적으로 기여한다. AI 기반 지능형 보전은 지금 제조업이 직면한 전문 인력 감소와 복잡한 자동화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차세대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자동화의 심장, 보전의 재발견

 

AI 팩토리 시대라는 거대한 수식이 등장하면서 제조업은 더 빠르고 정교한 자동화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하지만 이 화려한 진보의 그림자에는 우리가 외면해온 진실이 존재한다. 공장 자동화의 중심에는 언제나 ‘설비 보전’이 있다. 공정이 아무리 복잡해져도 결국 설비 한 대의 작은 이상이 전체 라인을 흔들고, 단 몇 분의 오류가 자동차·반도체 같은 초정밀 산업에서는 막대한 손실로 이어진다.

 

그런데도 현장은 설비 고장을 ‘불청객’처럼 다뤄왔다. 문제가 생기면 일단 리셋하고 다시 돌리는 방식, 즉 ‘임시 정상화’에 익숙해져 있다. 생산을 멈출 수 없는 구조에서 당연한 선택처럼 보이지만, 이것이 누적될수록 설비 내부에는 보이지 않는 균열이 쌓인다. 어느 날 갑자기 예고 없이 찾아오는 무한정지의 순간, 공장은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른다.

 

여기에 전문 엔지니어 부족이라는 현실이 겹친다. 자동화는 더 복잡해졌는데, 그 복잡성을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는 인력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경험이라는 자산은 더 이상 다음 세대로 전승되지 않고, 새로운 고장은 과거에 없던 방식으로 나타난다.

 

김남기 팀장은 발표에서 “설비의 컨디션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제조업의 가장 큰 과제”라고 강조했다. 자동화 시대의 진짜 경쟁력은 생산성이 아니라 안정성, 그중에서도 설비의 상태를 읽고 예측하는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기계의 언어를 해독하는 기술, MLP

 

유디엠텍이 제조업계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데이터를 모으고 보여주는 수준에서 벗어나, 설비가 실제로 어떻게 생각하고 움직이는지 ‘기계의 언어로’ 이해하려는 접근 때문이다. 그 핵심이 바로 MLP(Machine Language Processing) 기술이다.

 

MLP는 설비가 사용하는 제어 언어—주로 PLC에 기반한 로직—을 기계어 수준에서 해석하는 기술이다. 이는 일반적인 모니터링 솔루션과 완전히 다르다. 대부분의 솔루션이 온도, 전류, 압력 같은 숫자 데이터를 기준으로 이상을 판단한다면, MLP는 그 숫자가 왜 그렇게 움직였는지, 그 뒤에서 어떤 조건이 충족되거나 깨졌는지를 로직 단위에서 분석한다.

 

이 기술은 설비·생산·품질 데이터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통합 관리할 수 있게 만들었다. 설비의 건강도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생산 가동률과 KPI를 확인하며, 불량 가능성을 사전에 예측하는 기능까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특히 품질 영역에서 MLP의 효과는 두드러진다. 제품이 양품인지 불량인지 예측하는 수준을 넘어, “왜 불량이 발생했는가”라는 근본 원인까지 추적해 세팅값 조정 방향을 제안할 수 있다. 이는 품질 엔지니어가 오랜 시간 반복해온 ‘가설 테스트’의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결과를 낳는다.

 

결국 MLP는 설비가 움직이는 기준과 논리를 해석함으로써 제조업의 근본적 난제였던 ‘원인을 모르는 고장’을 데이터 기반으로 설명 가능한 영역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경험으로는 막을 수 없는 문제들

 

제조업의 오래된 신화 중 하나는 “숙련자는 설비의 마음을 읽는다”는 믿음이었다. 실제로 많은 베테랑 엔지니어들은 공정의 소리, 진동, 동작 패턴만으로도 설비 상태를 판단해 왔다. 그러나 이 신화는 자동화가 고도화되며 무너지고 있다.

 

설비는 이제 수십 개의 센서, 수백 개의 신호, 수천 줄에 이르는 PLC 로직으로 움직인다. 공정도 단일 장비가 아니라 수많은 장비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순식간에 데이터를 주고받는다. 이 복잡성은 경험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고장의 시대를 불러왔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전문 엔지니어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공정은 더 복잡해지고, 새로운 고장은 과거 경험과 무관하게 등장한다.

 

현장에서 생산을 멈출 수 없는 압박은 상황을 악화시킨다. 빠른 납기와 높은 생산량을 유지해야 하는 라인에서는 ‘일단 돌리고 보자’는 선택이 반복되고, 설비 내부의 미세한 균열은 방치되며 더 큰 고장을 향해 누적된다.

 

데이터는 이미 충분히 존재한다. 문제는 그 데이터를 하나의 이야기로 읽을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신호는 흩어져 있고, 공정 간 연계성을 반영하지 못한 분석은 불완전하다. 자동화의 핵심인 PLC 로직은 전문가의 전유물로 남아 있고, 그 전문가조차 매번 새롭게 등장하는 문제의 논리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런 현실에서 MLP 기반의 지능형 보전 기술은 단순한 효율화 도구가 아니라 필연적인 전환 장치로 자리 잡고 있다.

 

설비의 ‘뿌리’를 추적하는 자동 해석 기술

 

유디엠텍 기술의 중심에는 설비의 신호와 로직을 자동으로 추적하는 기능이 있다. PLC 레더 프로그램은 제조업의 심장부를 관통하는 핵심 코드지만, 동시에 대부분의 엔지니어에게는 난독문서에 가깝다. 수천~만 줄의 코드로 구성된 로직 속에서 단 하나의 조건 오류를 찾는 일은 숙련자에게도 몇 시간, 많게는 며칠이 필요한 작업이다.

 

유디엠텍의 솔루션은 이 난제를 기술로 해결한다. PLC 로직을 자동으로 분석하고, 알람이 떴던 시점의 모든 신호를 시간순으로 정렬해 타임차트로 보여준다. 여기에 설비 동작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재구성한 레더 차트, 트리맵 구조까지 더해져, 설비의 움직임을 ‘읽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으로 바꾼다.

 

가장 진화된 기능은 자동 추적이다. 알람이 발생하는 순간 시스템이 모든 신호의 흐름을 역방향으로 따라가며, 결국 문제를 결정짓는 ‘최초의 신호’를 찾아낸다. 이는 과거 보전 부서의 숙련자만 할 수 있던 작업이었으며, 심지어 그들조차 모든 공정에서 완벽한 근본 원인을 추적하기 어려웠던 영역이다.

 

유디엠텍 기술을 적용하면 생산 엔지니어, 품질 엔지니어도 설비 내부 로직을 전문가 수준으로 이해하지 않아도 된다. 트리맵 화면을 따라가다 보면 설비가 왜 멈췄는지, 어떤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는지 자연스럽게 도달할 수 있다.

 

이 기술은 제조업을 오랫동안 괴롭혀온 ‘불명확한 고장’을 ‘증거 기반의 고장’으로 바꾸는 결정적 순간을 만들어낸다. 설비 문제는 더 이상 경험과 직감으로 해결하는 영역이 아니다. 데이터와 로직을 기반으로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 영역이 된다.

 

AI 시퀀스 학습과 미래 예측이 완성하는 선제 보전

 

유디엠텍의 기술은 단일 고장의 원인을 분석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AI가 공정 전체의 시퀀스를 학습해 ‘정상 흐름’을 정의하고, 실시간으로 그 흐름과 다른 지점을 탐지한다.

 

제조 공정은 하나의 긴 흐름이다. 시작부터 종료까지 모든 신호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자연스러운 리듬을 유지한다. 이 리듬이 깨지는 순간 설비 이상은 시작된다. AI는 이 리듬을 수백·수천 사이클 동안 학습하고, 정상적인 공정의 시간적·논리적 패턴을 기억한다.

 

이후 실시간 공정에서 AI가 학습한 정상 패턴과 조금이라도 달라지는 지점이 생기면 즉시 감지해 사용자에게 알려준다. 심지어 알람이 뜨지 않은 상태에서도 나타나는 ‘미세한 차이’까지 탐지할 수 있다. 이는 기존의 센서 중심 분석으로는 결코 불가능한 일이다.

 

마지막 단계는 미래 예측이다. 유디엠텍의 추이 분석 기능은 과거의 패턴과 현재의 움직임을 비교해 24~72시간 뒤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계산한다. 어떤 신호가 점차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면, 그 신호가 언제 위험 수준에 도달할지를 예측한다.

 

이 과정은 제조업의 보전을 완전히 새 시대로 이끈다. 고장 발생 → 대응이라는 사후 보전, 알람 발생 → 조치라는 예방 보전에서 벗어나, 고장이 발생하기 전 그 가능성을 예측하고 대응하는 선제 보전(Predictive & Preemptive Maintenance) 시대로 넘어가는 것이다.

 

김남기 팀장이 언급한 ‘AI 팩토리의 본질은 설비의 안정성’이라는 말이 이 기술로 구체적으로 증명된다.

 

제조업을 다시 쓰는 기술, 그리고 그 이후

 

AI 기반 지능형 설비 보전 기술은 인간을 대체하려는 기술이 아니다. 오히려 엔지니어들이 그동안 반복해야 했던 탐색·조사·추정의 노동을 줄여, 더 중요한 의사결정에 집중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설비의 언어를 이해하고, 공정의 흐름을 학습하며, 미래의 이상을 예측하는 시스템은 제조업이 수십 년간 해결하지 못했던 난제들을 정면 돌파하는 방식이다.

 

김남기 팀장은 “스마트 보전 기술은 한국 제조업이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한 필수 기술”이라고 강조한다. 이는 단순한 기술의 발전을 넘어, 제조업 전체가 새로운 구조로 재편된다는 선언에 가깝다.

 

자동화와 디지털 전환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설비의 안정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설비가 흔들리는 순간 자동화는 오히려 더 큰 리스크가 된다. 반대로 보전 기술이 지능화되면 공장은 멈추지 않는 생산성을 기반으로 새로운 경쟁력을 얻는다.

 

AI 팩토리는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니다. 제조업의 엔진은 지금 다시 조립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설비를 읽고, 이해하고, 예측하는 기술이 자리하고 있다. 유디엠텍이 제시한 지능형 설비 보전 기술은 그 변화의 첫 단추이며, 제조업의 내일을 다시 쓰는 본격적인 혁신의 신호탄이다.

 

오토메이션월드 임근난 기자 |


* 이 글은 ‘2025 AI 자율제조혁신 포럼’에서 유디엠텍 김남기 팀장이 발표한 내용을 재구성하여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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