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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물류산업 빅 리셋-②] ‘숨쉬는’ 물류 혁명, 인프라 DX에 포워더 생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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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물류 시장이 디지털 전환(DX)의 거센 물결에 휩싸이고 있다. 이커머스 성장과 공급망 불확실성이 맞물리며 포워더(Forwarder)들의 생존 전략이 시험대에 올랐다. 대형 포워더와 IT 기업은 앞다투어 가시성과 자동화로 무장한 반면, 중소 포워더는 여전히 수작업의 벽에 갇혀 있다. 디지털 혁신 없이는 도태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은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그 뒤편에는 예측 불가능한 운임 변동성과 불안정한 정시성이 자리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5배 이상 치솟았던 운임은 여전히 불안 요소로 남아 있으며, 화주들은 단순히 저렴한 운송비가 아닌 실시간 추적, 투명한 정보, 그리고 예측 가능한 신뢰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자본과 기술력을 갖춘 글로벌 대형 포워더와 IT 서비스 기업에게는 기회가 되지만, 시장의 90%를 차지하는 중소형 포워더에게는 생존의 위협으로 다가온다.

 

이제 물류는 단순한 운송을 넘어 데이터를 기반으로 연결과 예측을 구현하는 ‘살아있는 물류’로 진화하고 있다. 이 흐름에 올라타지 못하는 기업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불확실성의 시대, 물류의 숨겨진 위기를 직시하다

 

앞선 흐름처럼 현재 글로벌 물류 시장은 거대한 패러다임 변화를 겪고 있다. 올해 약 31조 달러(약 4경24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은 오는 2030년 70조 달러(약 9경7600조 원)를 돌파하며 급성장을 앞두고 있다. 특히 약 20%의 성장률을 보이는 기업 간 거래(B2B) 부문은 소량, 다빈도 화물 운송의 급증을 견인하고 있다.

 

이로 인해 대량 운송 위주의 기존 포워딩 방식은 인력과 시간 부담이라는 거대한 한계에 부딪혔다. 사용자는 이미 이커머스 환경에서 배송 추적에 익숙해져 있고, 과거 운임이 최우선 가치였다면 이제는 ‘정보의 투명성’과 ‘신속성’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공급망의 불확실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팬데믹 당시 폭등했던 운임 변동성은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고, 선박의 정시율은 팬데믹 이전 80%대에서 최근 60% 선에 머물며 끊임없는 지연을 낳고 있다. 이러한 운송 지연은 화물 도착이 늦어지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이를 넘어, 채선료·채화료·보관료 등 부수적인 비용을 낳는다. 이는 고객 신뢰 상실과 매출 하락이라는 막대한 손실로 이어진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글로벌 물류 가시성 솔루션 업체 ‘타이브(Type)’가 500명의 물류 전문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단 20%만이 현재 물류 서비스 제공업체의 가시성 서비스에 만족한다고 응답했으며, 90%의 화주가 위치 추적을 하고 있지만 실시간 추적은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물류 시장이 가진 근본적인 문제, 즉 사용자가 원하는 확실성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개의 축으로 나뉜 물류 생태계, 중소 포워더의 ‘소외’

 

현재 글로벌 물류 시장은 세 개의 축으로 재편되고 있다. 첫 번째 축은 글로벌 대형 포워더들, 쉽게 말해 물류 공룡들이다. 이들은 자체적인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화주 중심의 원스톱 고객 포털을 운영한다. 여기에 1년 365일 멈추지 않는 서비스와 프로세스 자동화를 통해 사용자에게 끊임없는 디지털 경험을 제공한다. 이들은 현재 인공지능(AI) 기반의 리스크 예측 및 고부가가치 컨설팅 서비스에 집중하며 시장의 디지털 리더십을 확보하는 중이다.

 

두 번째 축은 각종 IT 컨설팅 및 스타트업들이다. 이 주체는 자체적인 운송망이나 운송장 발행 권한은 없다. 하지만 공급망 플랫폼을 통해 가시성, 비용 최적화, 데이터 분석, 심지어 ESG 모니터링까지 제공하며 대형 포워더와 유사한 디지털 경험을 구현한다. 이들의 등장은 포워더가 아닌 주체가 사용자에게 직접 가시성을 제공함으로써, 전통적인 중소 포워더들을 생태계에서 소외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축은 전 세계 포워딩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 포워더들이다. 해당 공동체는 지역 기반의 틈새시장에서 강점을 가지고, 포워더가 화주에게 발행하는 선하증권인 ‘하우스 비엘(House B/L)’을 발행한다. 실제 운송 책임을 담당하는 핵심 주체인 셈이다.

 

하지만 아직도 전화, 이메일, 심지어 팩스에 의존하는 수작업 관행이 만연해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들은 화물 처리 경험은 풍부하지만, 그 노력이 고객의 눈에는 보이지 않아 서비스 품질을 평가할 기준이 가격밖에 남지 않는 상황이다. 투자 여력 부족과 디지털 저항이라는 내부적 문제에 직면한 이들은 인프라 디지털 전환(DX)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한 위기에 놓여 있다.

 

‘디지털화’를 무기로…포워더의 역할은 다시 정의된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중소 포워더가 나아가야 할 명확한 로드맵이 제시됐다. 이는 단순한 시스템 도입이 아닌, ‘디지털을 통한 새로운 가치 창출’로 요약된다. 대표적으로, 콜드체인 모니터링 기반 기후테크 스타트업 위앨리스가 선보인 위카고(Wi-Cago)가 있다.

 

이 기술은 저비용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방법론을 활용하는 디지털 물류 플랫폼이다. 사용자가 가장 갈망하는 가시성·투명성·신뢰성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당 플랫폼은 하우스 비엘을 토대로, ‘마스터 비엘(Master B/L)’의 상태를 자동으로 통합 대시보드에 연동한다. 이때 마스터 비엘은 운송사가 포워더에게 발행하는 선하증권으로, 운송사·포워더 간 운송 계약을 증명하는 핵심 서류다.

 

포워더는 플랫폼을 활용해, 여러 화주의 화물을 통합해 하나의 큰 화물로 만든다. 이후 운송사로부터 이 전체 화물에 대한 마스터 비엘을 받는다. 화주와 파트너에게 개별 계정을 발급해 실시간 추적 및 문서 공유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즉각적인 디지털 경험을 선사하고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효과를 창출한다. 나아가 파편화된 데이터를 통합하고, 화주·포워더·파트너 간 협업 체계를 구축하는 데 기여한다. 이를 통해 공급망 전체를 아우르는 디지털 협업 환경을 구현한다.

 

위카고는 국내 4대 항만의 운영 데이터까지 연동해 해상뿐 아니라 항만에서의 가시성까지 확보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이 전략을 기반으로, 국적 선사 이용 시 혜택을 제공하는 등 중소 포워더의 지역적 강점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위카고는 이러한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대형 포워더들이 제공하는 것과 같은 고도화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물류 현장의 데이터를 분석해 리스크를 예측하고, 비용을 최적화하며, 궁극적으로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해주는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고객의 경쟁력 확보를 지원한다.

 

이처럼 포워더의 미래는 인프라 DX 실현 여부에 달려있다. 업계는 전 세계적인 트렌드가 규모의 법칙이라면, 우리나라는 ‘작지만 기민한’ 중소 포워더의 디지털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강조점이다. 이러한 접근법이야말로 중소 포워더가 대형 포워더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미래 물류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오토메이션월드 최재규 기자 |


* 이 글은 9월 10일 열린 SCM SUMMIT 2025에서 위앨리스 이석무 대표가 발표한 내용을 재구성하여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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