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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화물차 상하차, 이제는 5분이면 충분”…스피드플로우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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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차가 대기하는 시간은 평균 5.5시간, 배송 기사는 하루 2회전이 한계’. 이런 통념을 깨뜨리는 기술이 등장했다. 스피드플로우의 ‘프리스테킹 상하차 시스템’은 배송 효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동시에 기사들의 노동 강도를 낮추는 하드웨어 기반 솔루션이다. 물류의 자동화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논의되는 가운데, 이 회사는 오히려 바닥이 움직이는 ‘컨베이어 시스템’이라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구조로 물류의 마지막 5미터를 혁신 중이다. 컬리, 국방부, LG 등과의 실증 프로젝트를 통해 이 기술은 ‘주 3회전 배송’, ‘완전 무인화 상하차’, ‘드라이브스루 물류센터’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물류 혁신의 실마리, 상하차의 새로운 정의

 

물류업계가 효율성과 자동화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한 가지 본질적인 문제는 오랫동안 간과 되어 왔다. 바로 ‘상하차’ 과정이다. 지금까지의 자동화 솔루션은 대부분 물류센터 내부의 분류 시스템이나 재고관리에 집중되어 있었고, 화물차량과의 인터페이스, 즉 실제 물류가 차량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상하차 과정은 여전히 수작업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화물 기사들에게 높은 육체적 부담을 안기고, 차량 회전율 저하, 물류센터 공간 비효율, 상하차 대기 시간 증가 등 여러 병목 현상을 초래해왔다.

 

스피드플로우는 이 오래된 문제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민다. 이들이 개발한 ‘스피드플로어 시스템’은 화물차 바닥에 컨베이어를 설치해 화물이 스스로 이동하게 만드는 구조다. 즉, 사람이 화물 적재함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도 바닥이 움직이며 상하차 작업이 이뤄진다. 기존처럼 인력이 화물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무거운 박스를 옮기는 방식이 아니라, 화물이 밖으로 나와 사람을 ‘마중 나오는’ 개념인 셈이다.

 

이 간단해 보이는 발상의 전환은 현장에서 획기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실제 연구원 2명을 동원해 스피드플로우를 장착한 차량과 그렇지 않은 차량에서 동일하게 300박스를 상하차하는 실험을 진행한 결과, 기존 방식으로는 약 90분이 걸리던 작업이 스피드플로우 적용 시 26분으로 단축됐다. 이는 시간 효율만의 문제가 아니다. 실험에 참여한 연구원은 기존 방식이 다리가 후들거릴 만큼 힘들었고, 다시는 같은 작업을 하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고 회상하며, 스피드플로우 도입 이후 노동 강도가 체감할 수 없을 만큼 크게 줄었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스피드플로우는 ‘단순한 기술’이지만 ‘복잡한 문제’를 해결한다. 이들의 전략은 단순히 자동화라는 트렌드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물류의 본질적 흐름 속에서 놓치고 있던 ‘화물차 상하차’라는 미싱링크를 하드웨어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점에서 주목할 가치가 있다.

 

 

효율화에서 자동화로…3단계 성장 전략 가동

 

스피드플로우의 상하차 시스템은 단순한 장치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 이 기술이 지향하는 방향은 명확하다. ‘효율화 → 자동화 → 무인화’라는 3단계 성장 전략이다. 2024년까지는 효율화에 집중했다. 이 시기는 시스템이 실제 물류 현장에서 얼마나 시간과 노동을 줄일 수 있는 지를 입증하는 단계였다. 2025년부터는 효율화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자동화로의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효율화 단계에서의 핵심 성과는 ‘배송 사이클 단축’이다. 일반적으로 라스트마일 배송을 맡은 기사는 하루 2회전이 한계다. 예컨대 쿠팡 캠프에 입차해 상차하고 배송을 마친 뒤 다시 복귀해 상차, 배송을 반복한다. 그러나 스피드플로우를 적용한 컬리 프로젝트에서는 3회전이 가능하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상하차 시간이 평균 60분에서 20분으로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요인이며, 차량 내에서 짐을 정리할 필요가 없어져 도로 위 갓길에 차를 세우는 비효율도 없앴다.

 

이런 효율화 경험을 바탕으로 스피드플로우는 자동화로 진입하고 있다. 자동화 단계에서는 단순히 시간을 줄이는 것을 넘어서, 적재 공간을 디지털화하고, 상하차 시나리오를 알고리즘으로 예측해 최적의 순서로 화물을 적재하는 수준까지 기술을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즉, ‘사람이 쉽게 할 수 있는 작업’을 넘어서 ‘사람보다 정교하게 계획하는 시스템’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3단계 전략은 물류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를 정조준한다. 물류 효율화를 넘어, 완전한 자동화와 무인화 시대를 견인할 기술로 스피드플로우가 주목받는 이유다.

 

 

대기 시간을 제로로, ‘프리스테킹’이 여는 상하차 혁명

 

기존 물류센터는 차량이 도착해야만 화물을 싣는 상차작업을 시작할 수 있다. 로봇팔이나 AGV(무인운반차)가 상하차를 돕는다고 해도, 그 전제는 차량이 도크에 대기 중이라는 조건이다. 하지만 화물차 입장에서 보면 이는 매우 비효율적이다. 한 통계에 따르면, 화물차 기사의 하루 평균 노동 시간 12시간 중 약 5.5시간이 상하차 대기로 소비된다. 이는 전체 시간의 약 45%에 달한다.

 

스피드플로우는 이 문제를 ‘프리스테킹’이라는 방식으로 해결하고자 한다. 프리스테킹은 차량이 오기 전에 화물을 미리 쌓아두고, 차량이 도착하면 바닥 컨베이어를 통해 곧바로 밀어 넣는 방식이다. 이 시스템이 가능하려면, 차량 적재함 내부의 빈 공간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어떤 화물을 어디에 배치할지 판단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스피드플로우는 고가의 비전센서 대신 격벽판의 위치를 인식해 앞쪽은 100%, 뒤쪽은 0%로 간주해 간단한 방식으로 빈 공간을 파악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선입후출 전략에 따라 가장 마지막 배송지의 화물을 먼저 쌓는 알고리즘이 작동하며, 화물은 정해진 순서대로 컨베이어를 따라 차량에 밀어 넣어진다. 이는 상차 시간을 20분에서 5분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프리스테킹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물류센터 운영 방식 자체를 바꾸는 개념이다. 기존에는 특정 시간에 집중되어 있던 상하차 작업을 차량이 없는 시간대에 선작업으로 분산할 수 있어, 공간과 인력 활용 측면 모두에서 획기적인 전환점을 제시한다.

 

냉동차량부터 군수 물류까지…다양한 현장 적용

 

스피드플로우의 가장 큰 강점은 적용 유연성이다. 저상 배송차량뿐 아니라 냉동 차량, 대형 트레일러, 벌크화물 운반 차량 등 다양한 유형의 화물차에 설치가 가능하다. 이 같은 범용성은 물류의 다양한 영역에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국방부다. 인력 부족 문제로 부식 운반 등 군수물자 상하차에 어려움을 겪던 국방부는 스피드플로우 장치를 시범 도입한 뒤 즉각적인 효과를 확인하고 수십 대를 구매했다. 장병의 노동 강도를 줄이고 민간 인력을 줄이면서도 물류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평가다.

 

컬리와의 협력은 상용 라스트마일 배송 부문에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직접 운송 계약을 통해 테스트한 결과, 3회전이 가능한 만큼 배송 효율은 물론 기사 만족도도 함께 올라갔다. 기존보다 더 많은 배송을 하면서도 집에 빨리 귀가하거나 수익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LG 프로젝트는 기술의 고도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무인지게차를 도입한 LG 공장에서, 해당 지게차가 화물차 적재함 안으로 진입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스피드플로우 장치를 적용해 무인지게차가 인식하면 화물을 자동으로 밀어 넣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이는 자동화 공장의 마지막 병목 구간인 ‘상하차’의 무인화를 가능하게 만든 혁신적 사례로 평가받는다. 이처럼 스피드플로우는 배송차·간선차·물류센터 자동화를 아우르며, 물류 현장의 다양한 니즈에 직접 대응하는 기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드라이브스루형 물류센터, 물류 인프라 새로운 상상 스피드플로우가 궁극적으로 그리고 있는 미래는 ‘드라이브스루형 물류센터’다. 이는 상하차 시간을 최소화해 화물차가 도크에 정차하자마자 5분 이내에 상차 또는 하차를 완료하고 곧바로 이탈하는 구조다. 단순히 속도 향상이 아닌, 물류 인프라 운영 방식 자체를 혁신하는 접근이다.

 

기존에는 1톤 차량 50대가 1시간 동안 물류센터에 머물며 상하차를 진행해야 했기에, 넓은 공간과 대규모 설비가 필수였다. 하지만 스피드플로우 도입으로 차량당 체류 시간이 5분으로 줄어들 경우, 같은 공간에서 150대까지도 처리 가능하다. 이는 물류센터의 물리적 규모를 줄이면서도 처리량은 오히려 증가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이러한 구조가 정착되면 물류센터 3개를 1개로 통합하는 수준의 공간 절약이 가능하며, 정체 없는 물류 흐름을 실현할 수 있다. 이는 곧 차량 회전율 향상, 배송 커버리지 확대, 물류센터 인건비 절감, 인프라 투자비용 감소로 이어진다.

 

궁극적으로는 TC(Terminal Center) 기능을 수행하는 모든 물류센터가 드라이브스루 기반으로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 상차와 하차 모두를 자동화하고, 분류는 프리스테킹 알고리즘으로 처리하며, 각 프로세스를 단일 솔루션으로 연결하는 구조다. 스피드플로우는 이를 통해 저부가가치 산업으로 여겨졌던 TC 영역을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상하차 자동화의 미싱링크를 연결하다

 

스피드플로우는 지금껏 간과되던 물류 현장의 핵심 병목인 상하차 구간을 정면으로 타깃 삼아 혁신을 이끌고 있다. 물류센터 자동화는 로봇팔, AGV, AI 기반 분류 시스템 등으로 급속히 진화하고 있지만, 차량과의 연결지점에서 발생하는 대기와 비효율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스피드플로우는 이 미싱링크(missing link)를 바닥 이동 기반의 컨베이어 기술과 프리스테킹 알고리즘으로 메우며, 차량 회전율과 공간 효율을 동시에 높이고 있다.

 

컬리, 국방부, LG 등과의 실증을 통해 배송차, 간선차, 무인화 공정에 각각 대응 가능한 확장성을 입증했으며, 궁극적으로는 TC 전체 프로세스를 하나의 통합 시스템으로 자동화하는 미래를 지향한다. 2026년까지 ‘드라이브스루 물류센터’의 실증을 통해 기술적 효과를 입증하고, 물류 자동화의 완성형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 이들의 다음 목표다

 

오토메이션월드 임근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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