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 세계 에너지 소비량 중 데이터센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1~2% 수준입니다. 이 중 약 50%가량이 데이터센터의 열을 식히는 과정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는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약 5000년 전 인류가 탄생한 후, 2000년대 초까지 발생한 데이터양이 약 2000 엑사바이트(EB)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를 일반적인 단위인 기가바이트(GB)로 치환하면 200경 GB가량이다.
이어 기관에 따르면, 2000년대 초부터 2020년대 초까지 생성된 데이터양은 50 제타바이트(ZB)로, 500해 GB에 해당하는 데이터가 불과 20년 만에 축적된 것이다. 최근 20년 동안 발생한 데이터양이 이전 5000년 동안 축적된 규모의 25배가 넘는다는 뜻이다. 이처럼 우리는 상상을 초월한 데이터 시대에 살고 있다.
이는 인공지능(AI) 트렌드가 가속화됨에 따른 것으로, 지금 이 시간에도 유례 없는 데이터 폭발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빅데이터 기반 생성형 AI(Generative AI)는 이 같은 양상을 급격히 가속화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렇게 방대한 데이터를 다루는 인프라는 데이터센터(Data Center)가 대표적이다. AI가 등장한 후 하이퍼 스케일 데이터센터(Hyperscale Data Center), 에지 데이터센터(Edge Data Center) 등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센터가 등장하고 있다. 이 배경에서 데이터센터 규모가 커지고, 집적화된 기술이 이식될수록 데이터센터에서는 많은 열이 발생한다.
그 이유는 서버·스토리지·네트워크 장비 등 IT 장비로 구성된 ‘랙(Rack)’의 소모 전력이 점차 확대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과거 랙당 소모 전력은 10~20킬로와트(kW)였다. AI를 다루는 데이터센터가 등장하면서 랙당 100kW 이상의 전력이 필요한 시대가 열렸다.
이에 업계는 데이터센터를 냉각하기 위해 여러 자원을 쏟아붓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에 배치된 데이터센터는 상당량의 전력을 끌어다 쓰고 있다. 이는 2022년 기준 전 세계 전력 소비량의 1.2%로, 이 중 50%에 달하는 전력이 냉각 공정에서 사용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IEA는 오는 2030년 전 세계 전력 소비량 최대 8%를 데이터센서가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데이터센터 에너지 효율을 나타내는 척도인 ‘에너지사용효율(Power Usage Effectiveness, PUE)’이 부각되는 이유다. 아울러 데이터센터 쿨링 프로세스에는 전력뿐만 아니라 수자원도 활용되기 때문에 ‘수자원사용효율(Water Usage Effectiveness, WUE)’도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다.

일상 속 깊숙이 침투한 ‘데이터’...데이터센터 수호하는 ‘쿨링’ 기술
지난 2022년 성남시 판교동 소재 데이터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국내 주요 모바일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이 5시간 동안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다. 이를 통해 데이터센터가 국민적인 관심을 받았다. 이처럼 여러 이유로 나타나는 데이터센터 내 발열은 치명적인 결과를 낳기도 한다.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열 중 대부분은 데이터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다. 특히 AI 관련 데이터가 처리될 때 중앙처리장치(CPU)·그래픽처리장치(GPU)·메모리 등 핵심 부품에서 상당한 발열이 나타난다. 이러한 열은 365일 24시간 안정적으로 가동돼야 하는 데이터센터에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발열로 인해 각종 장비 성능 저하, 오류 발생, 설비 고장, 데이터센터 가동 중단 등이 초래된다.
이에 팬(Fan)으로 공기를 순환시켜 내부 온도를 저감하는 ‘공랭(Air Cooling)’ 방식부터 ‘액체 냉각(Luquid Cooling)’ 시스템까지 다양한 쿨링 기술이 데이터센터에 도입된다. 이 중 액체 냉각은 전통 냉각 방식인 공랭 대비 안정성·효율성이 높은 것으로 인식된다. 이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특수 비전도성 유체에 서버·설비 등을 담궈 직접적으로 열을 흡수·배출하는 ‘액침냉각(Immersion Cooling)’, 열이 발생하는 칩에 부착되는 냉각판을 액체가 순환하는 호스에 연결해 냉각하는 ‘직접칩냉각(Direct to Chip Cooling)’, 서버·설비에 액체 기반 라디에이터를 설치한 후 공기를 순환시키는 공랭·수랭 하이브리드 방식의 ‘공기보조냉각(Air Assisted Liquid Cooling)’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액체 냉각은 글로벌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트렌드와 맞물려 물 사용량을 최소화하면서도, 냉각 성능은 극대화해야 하는 미션에 봉착했다. 앞서 언급한 WUE와 연계돼 이 미션에 도달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이창호 슈나이더 일렉트릭 코리아 시큐어파워 사업부 매니저는 “각종 글로벌 수자원 사용 규제는 더욱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액체 냉각 기술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워터 포지티브(Water Positive)’ 캠페인을 예로 들었다. 이는 2030년까지 소비하는 수자원보다 많은 수자원을 자연으로 되돌리자는 지속가능성 비전이다.
이창호 매니저는 “이에 따라 냉각 기술은 법령·규제·캠페인 등 트렌드에 따라 유연하게 변경 가능하도록 다양한 옵션이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속가능성과 기술 발전 속 딜레마...슈나이더일렉트릭 “데이터센터를 지켜라”
슈나이더일렉트릭(이하 슈나이더)은 데이터센터, IT 인프라, 상업용 건물 등을 위한 다양한 콘셉트의 냉각 솔루션을 보유했다. 여기에는 공랭, 액체 냉각 등 쿨링 시스템과 더불어, 이 시스템을 더욱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통합 에너지 관리 솔루션이 포함된다.
이창호 매니저는 “냉각 기술은 열 관리뿐만 아니라 장비 보호, 에너지 효율성 증대, 지속가능성 최적화 등 다양한 이점을 제공한다”며 “슈나이더는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 극대화와 안전한 운용을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슈나이더는 ‘프리쿨링 냉동기(Free Cooling Chiller)’, ‘팬월(Fanwall)’, ‘인로우쿨링(InRow Cooling)’, ‘무정전전원장치(UPS)’, ‘항온·항습기’ 등 데이터센터 관련 솔루션을 갖추고 있다.
이 중 프리쿨링 냉동기는 슈나이더 쿨링 기술을 대표하는 솔루션으로, 공랭 방식을 차용한 점이 특징이다. 차가운 외부 공기를 활용해 냉각하는 프리쿨링(Free Cooling) 시스템을 도입해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도 줄인다.
이창호 매니저는 “액체 냉각 기술이 주목받고 있지만, 여전히 중앙처리장치(CPU)·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을 제외한 부수적인 부품을 냉각하기 위해서는 공랭 기반 기술이 필요하다”며 “프리쿨링 냉동기는 300~2200kW 범위의 발열량을 냉각하며, 냉동기 특성상 고온에서 운영되기 때문에 해당 환경에서 운용 가능한 냉동기를 개발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팬월은 다수의 팬과 냉수 코일로 구성된 냉각 솔루션이다. 설비 내 벽 전체에 설치하는 붙박이(Built-In) 설계를 채택해, IT 전산실과 기계실을 분리할 수 있다. 아울러 모듈형 방식으로, 필요에 따라 형태를 다변화할 수 있다. 해당 제품은 200~500kW의 발열량을 다뤄 대규모 데이터센터에 적합하다.
단일 랙과 함께 설치되는 인로우쿨링은 각 랙의 열원을 직접 냉각하는 쿨링 제품이다. 랙 단위 정밀한 온도 제어를 지원하는 고밀도 서버 특화 솔루션이다. 각 랙의 특성에 따라 냉각 용량을 조절할 수도 있다. 이 제품 또한 모듈형 설계를 차용해 설치 유연성을 높였다.
슈나이더는 이 같은 냉각 솔루션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쿨링 옵티마이저(Cooling Optimizer)’ 기술을 지원한다. 이는 각 냉각 솔루션과 에너지 관리 소프트웨어를 통합해 데이터센터의 안정성을 극대화하는 데 기여한다. 더불어 쿨링 솔루션과 디지털 소프트웨어 플랫폼 ‘에코스트럭처(EcoStruxure)’를 연동하면 에너지 효율 관리에 최적화된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 있다.
다른 한편, 슈나이더는 액체 냉각 역량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 일환으로, 미국 소재 냉체 냉각 및 열 관리 솔루션 업체 ‘모티브에어(Motivair Corporation)’과 경영권 지분 인수를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직접칩냉각’ 및 고용량 열 관리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창호 매니저에 따르면, 그리드(Grid)에서 칩(Chip)으로, 칩에서 냉각기(Chiller)로 이어지는 최적화된 데이터센터 구축 라이프사이클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이창호 매니저는 “전력 및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기 위한 데이터센터·IT 인프라 전용 쿨링 솔루션을 지속 개발할 계획”이라며 “이 밖에 데이터센터 설계 초기 단계 컨설팅부터 맞춤형 솔루션을 제안해 지속가능성 목표 달성을 지원할 것”이라고 포부를 다졌다.
오토메이션월드 최재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