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로봇 업계의 ‘점유율 잠식’ 양상이 심상치 않습니다. 우리 생각보다 중국 로봇 기술은 선진화되었고, 업계 시스템 자체도 상상 이상으로 체계적입니다. 우리끼리 경쟁할 것이 아니라, 조화롭게 협력하고 상생할 때입니다. ‘한국식 개방형 로봇 에코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로봇 토털 솔루션 업체 ‘브릴스’의 수장 전진 대표이사가 국내 로봇 업계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다. 그는 우리나라만의 색깔을 입힌 로봇 커뮤니티를 조성하고, 원팀(One Team)으로 경쟁력을 제고하는 방법론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미국·독일·일본·중국 등 로봇계 선도국 중 그가 가장 경계하는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은 독자적인 산업용 로봇 기술로 글로벌 로봇 시장에 뛰어든 이후, 업계에서 수십 년간 입지를 다진 ‘전통 강호’로 평가받는다. 이 기반에는 국가 차원의 투자·성장 정책, 가격 경쟁력, 생산 인프라, 로봇 수요 등이 성장 동력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지난 2011년 ‘국민경제와 사회발전 제12차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다양한 외부 위험 요인에 대응하고, 신성장 방향성을 모색하기 위해 ‘내수 성장’을 주요 전략으로 채택했다. 해당 정책은 당시 약 4조 위안 규모의 계획 사업으로, 다양한 먹거리 산업이 포함됐다. 그중 가장 주목받은 분야가 바로 ‘산업용 로봇’이다. 중국은 그동안 축적한 기술과 향후 투자를 기반으로 글로벌 로봇 산업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었다.
이후 로봇을 10대 전략적 육성 산업으로 구분한 ‘중국 제조 2025’를 시행했다. 여기에 포함된 로봇 혁신 전략 ‘로봇 산업 발전 계획’, ‘14.5 로봇 산업 발전 계획’ 등을 통해 첨단 로봇 시대를 열었다. 지난 2022년에는 ‘14차 5개년 국가 핵심 R&D 계획’에 지능형 로봇 산업 육성을 특별 프로젝트로 배치해, 인공지능(AI)·딥러닝 등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추고 있다.
‘전략적 접근’·‘선택과 집중’·‘지속적 소통’…우리 로봇 업계가 지향해야 할 생태계 혁신
이 같은 형국에서 우리나라도 2008년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을 제정해 로봇 산업 성장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초 이에 의거한 ‘제4차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을 통해 핵심 부품, 소프트웨어, 연구개발(R&D) 등에 대한 로봇 역량 극대화 로드맵을 내놓았다.
전진 대표이사는 “국내 로봇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로봇 하드웨어 단품보다 솔루션 역량이 확보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로봇의 각 요소별 기술이 아닌 로봇 전체를 관장하는 능력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한 업계 관계자도 로봇 하드웨어 제조만으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기 힘들다며 전 대표의 의견에 힘을 실었다.
전진 대표는 이어 “로봇 관련 국책 과제를 수행하는 공급 기업에 동기부여가 되는 혜택을 강화한다면 발전적인 생태계 조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는 수요 기업 중심의 정책보다, 수요·공급 기업 간 균형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이러한 정책적 뒷받침에 이어, 국내 로봇 생태계 간 연계·화합·소통이 뒤따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는 비즈니스·투자·교육 등 어느 한 영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현시점 우리 로봇 업계는 다양한 로봇 하드웨어·시스템 통합(SI) 업체가 시장을 구성하고 있다.
그는 “현재 국내 로봇계가 성장과 정체의 기로에 직면한 만큼 이러한 가격 경쟁적 시각을 재고하고 함께 협력하는 것, 그리고 각자의 원천·응용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선행 과제”라며 “특히 파트너십을 통한 공동의 고도화 전략 마련이 시급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로봇 시스템 전문가’ 브릴스, 로봇 업계 구성원에서 에코시스템 중심으로
브릴스는 로봇 SI로 비즈니스를 시작해 하드웨어, 솔루션까지 로봇 시스템 전반으로 역량을 확장했다. 다양한 로봇 기체부터 현장 인프라와 로봇의 통합까지, 턴키로 솔루션을 제공하는 로봇 프로페셔널로 진화했다. 이러한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국내외 로봇 하드웨어 업체부터 로봇 수요 업체까지 다양한 채널을 기반으로 한 협력 이해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전진 대표이사는 “브릴스는 프로그래밍, 설계, PLC 통합 제어 등 로봇 SI에 강점을 가졌다”며 “이에 안주하지 않고 다양한 형태로 솔루션을 제시하기 위해 지속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전진 대표는 이 과정에서 사물인터넷(IoT)과 로보틱스를 접목한 ‘SIoRT(System Integrator + Internet of Robotic Things)’를 핵심 역량으로 삼았다. SIoRT는 하드웨어에 의존한 기존 로봇 시스템에 소프트웨어적 요소를 확대 적용한 형태로, 사용자 맞춤형 로봇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이것이 고도화되면 지능형 로봇 개발 및 활성화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브릴스는 그동안 축적한 로봇 SI 레퍼런스를 통해 약 300여 종의 표준화를 구축했다. 이 과정에서 자동차·반도체·디스플레이·전기전자·이차전지·식음료(F&B)·의료 등 현장에서 검증 데이터를 획득했다. 특히 이 같은 로봇 표준화 구축 방안을 공유·공개해 로봇 업계 간 동반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브릴스는 표준화와 사용자 맞춤형 솔루션을 적절히 조합해 각 현장에 최적화된 로봇 시스템 구축을 지원할 계획이다.
한편 브릴스의 로봇 하드웨어 라인업 ‘브릴스 로봇 시리즈(BRS Series)’는 산업용 로봇, 협동로봇, 자율주행로봇(AMR), 방폭·용접 로봇 등으로 세분화된 로봇 제품군이다. 2024년 처음 공개된 이 시리즈는 앞선 브릴스의 기술적 강점과 융합돼 다양한 산업에서의 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현재 인천 연수구 송도 소재 사옥에 로봇 제조 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이 시설에는 검사·검증·생산 등에 관여하는 브릴스의 원천기술이 이식될 예정이다. 향후 ‘로봇을 만드는 로봇’의 시연 장면을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전진 대표이사는 “BRS Series에도 브릴스의 협력 기조가 녹아있다. 향후 BRS Series의 내부 부품 정보를 공개해 로봇 하드웨어 제조 업계가 더욱 활성화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브릴스의 이 같은 전략은 중소기업 성장에 초점을 맞춰 전개되고 있다. ‘중소기업을 위한 중소기업’이 브릴스가 바라보는 미래 청사진이자 생태계 혁신이다.
“관건은 전방위적 ‘지속가능성’ 확보…성역 없는 활동에 매진한다”
브릴스는 사내 조직을 로봇 생태계의 축소판으로 보고, 실무에 강한 인력 배양에도 힘 쏟고 있다. 과감하게 신입사원 채용하고, 이들을 교육한 후 로봇 업계에 신성장동력으로 배치하는 것이 브릴스의 인재 양성 전략이다. 이는 브릴스가 채택한 지속 가능한 경영의 핵심요소다.
전진 대표이사는 “‘브릴스인’은 브릴스의 자산이며, 국내 로봇 업계의 미래이기도 하다”며 “기본적으로 성장 활로가 확보된 환경에서 편하게 근무하도록 전략적으로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복지·의사결정체계 등을 다각화해 유연한 조직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외부적으로는 ESG 경영의 일환으로, 한국로봇사용자협회와 협력관계를 구축해 ‘로봇 리퍼비시(Robot Refurbish)’를 지원하고 있다. 중고 로봇 하드웨어를 수거해 개선하거나, 다시 제조해 새로운 가치를 생산하는 활동을 시작했다. 이를 통해 중고 로봇 신뢰도 증가, 자원·비용 절감, 로봇 활성화, 비즈니스 모델 확장, 중고 로봇 유통 생태계 구축 등을 노리고 있다.
다른 한편, 브릴스는 2025년 코스닥 상장 심사 청구를 시작으로, 코스닥 입성에 신호탄을 쏜다. 전진 대표이사에 따르면 브릴스의 2023년 매출액은 157억 원으로,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160%가량 성장한 수치다. 2024년에는 10월 기준 매출 수주액 약 240억 원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진 대표는 “표준화 기반 로봇 솔루션을 내세워 산업 내 인지도를 제고해나갈 계획”이라며 “코스닥 상장을 기점으로, 로봇 영역을 지속 개척하겠다는 의지를 펴낼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오토메이션월드 최재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