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제조업에서 용접 품질 검사는 안전성과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기존 비파괴 검사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박영도 동의대학교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3D 스캐닝 기술을 기반으로 한 혁신적 품질 검사 솔루션을 제시했다. 이 기술은 용접부의 외관뿐 아니라 내부 품질까지 정밀하게 확인할 수 있어 더욱 신뢰성 있는 검사 결과를 제공한다. 또한 머신러닝을 통해 데이터 분석을 고도화하고, 검사 속도를 혁신적으로 개선함으로써 제조 공정의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박영도 교수가 점치는 용접 품질검사의 미래상을 들어봤다.
용접(Welding)은 서로 다른 두 개의 금속 및 비금속을 접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공정이다. 별도의 용가재를 열로 녹여 소재를 잇는 ‘경납땜(Brazing)’이 용접의 기원으로 알려져 있다. 이어 방전 현상을 이용해 아크열을 발생시켜 용가재를 용융해 소재를 용접하는 공법인 이른바 ‘아크 용접(Arc Welding)’이 등장했고, 아크 용접에서 소모성 용가재를 활용한 가스메탈아크용접(Gas Metal Arc Welding) 등이 근현대를 대표하는 용접 방식이다.
이때 기본적으로 금속 소재가 용접 공정에 주로 활용되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플라스틱, 세라믹 등 다양한 뿌리기술 소재를 접합하는 용접 공법들도 꾸준히 개발되고 있다. 이러한 용접 공정은 전 세계 산업의 근간으로, 별도의 부자재를 활용해 물체를 잇는 타 공정에 비해 견고하면서도 흔적이 남지 않는 등 효율적인 접합 방식으로 지금까지 널리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뿌리산업 진흥과 첨단화에 관한 법률’ 제1조에 따라 용접을 6대 뿌리기술 중 하나로 선정하여 주요 기술로 인정하고 있다. 용접 기술은 현재 자동차, 전기전자, 조선, 건설, 기계, 항공우주, 로봇, 원자력, 중공업 등 국내 전통 산업과 유망 산업을 잇는 기반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자동차 업계는 전기자동차(EV)를 미래 먹거리로 구상하며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으며, 품질의 종착지로 평가받는 용접 기술의 고도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EV는 경량화, 효율성, 친환경성을 중점으로 지속 성장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차세대 용접 기술이 요구된다.
기존 자동차 용접 공정은 ‘저항 점 용접(Resistance Spot Welding, 이하 RSW)’을 주요 공법으로 채택하고 있다. RSW는 압력과 열을 동시에 이용하여 금속 기반 판재를 서로 가압하여 접촉한 후 전류를 통전시켜 금속 판재 계면을 용융 후 접합한다.
이때 용접 품질을 확인하는 방식은 파괴 검사(Destructive Testing)와 비파괴 검사(Non-Destructive Testing)로 구분된다. 이 중 파괴 검사는 접합부의 계면을 파괴하여 검사를 수행하기 때문에 신뢰성은 확보되지만,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일부 용접부를 파괴해 대략적인 품질을 검사하는 샘플링 방식도 있지만, 이는 역시 용접 부위를 해체해야 하므로 한계가 명확하다.
반면 비파괴 검사는 용접부를 분해하지 않고 검사를 수행하는 형태로, 지금까지는 초음파 기반 기술이 주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작업자가 수작업으로 저항 점 용접 구간을 수동 접촉 방식으로 검사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초음파 스캔으로 얻은 데이터는 용접부의 표면 특성 및 측정 엔지니어의 숙련도에 따라 정확도와 신뢰성이 떨어질 수 있다. 최근 자동화 요소를 적용해 작업자를 로봇으로 대체하려는 시도가 늘어났지만, 여전히 측정 속도와 용접점 위치의 정확도 측면에서 완벽히 충족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여 자동차 접합 품질 검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어떤 기술이 필요할까?
용접 품질의 신기원을 제시하다…3D 스캐닝 품질관리 시스템이 차세대 스타
박영도 동의대학교 신소재공학과 교수 겸 대한용접·접합학회 국제 부회장은 머신비전 카메라와 3D 스캐닝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박 교수는 품질 검사 자동화를 가능하게 할 핵심 요소로 이 두 가지 기술을 꼽았다.
머신비전 카메라 기술은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용접 표면을 검사하는 데 활용되며, 대상물 내부 접합 상태 파악은 3D 스캐닝 기술이 담당한다. 이는 기존 초음파 기술에서 한 차원 진화된 형태로 주목받고 있다. 박 교수는 RSW 공정 중 접합부에 발생하는 ‘너겟(Nugget)’과 용접 과정에서 표면에 찍히는 ‘압흔 포인트’에 주목한다.
박 교수는 “3D 스캐닝 방식 기반 용접 품질 검사는 내부 너겟 직경 파악이 핵심”이라며 “표면 압흔 크기와 형태가 내부 너겟 크기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이기 때문에 압흔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기술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세밀한 표면 압흔 형상 데이터를 얻기 위해서는 높은 해상도의 점군 데이터가 필요하다.
압흔 모양이 용접 외부 퀄리티를 결정하고, 내부 너겟 품질 파악까지 이어진다
국내 자동차 OEM과 협력하여 연구를 진행한 박영도 교수팀은 레이저 기반 3D 스캐닝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이 과정에서 모재 강도, 두께, 패널 겹 수 및 적층 순서, 압흔부 내부 결함 및 오염 정도 등 압흔 데이터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했다. 압흔 크기와 너겟 간 상관관계를 명확히 하는 것이 연구의 핵심이었다.
교수팀은 압흔 데이터의 변수를 차단하기 위해 ‘그래프 합성곱 신경망(Graph Convolutional Neural Network, GCNN)’ 기반 머신러닝 기법을 활용했다. GCNN은 객체 간 관계를 명확히 정립하는 기술로, 이를 머신러닝에 활용함으로써 각종 압흔 데이터를 분석·정립하는 룰 베이스 알고리즘(Rule-Based Algorithm) 개발이 가능했다.
박영도 교수팀은 이를 고도화해 용접 품질검사를 통합한 최적화 알고리즘을 결과물로 내놓았다. 이 기술은 점용접부 외관 결함 분류 검사와 너겟 직경 예측이라는 두 가지 프로세스를 수행한다. 외관 결함 분류 검사 과정에서는 앞서 개발한 GCNN 기반 머신러닝 기법을 활용해 획득한 압흔 데이터를 통해 용접부 표면 결함을 확인한다.
이 과정에서 3차원 좌표 데이터인 ‘포인트 클라우드(Point Cloud)’와 메쉬 폴리곤(Polygon) 형태의 ‘STL(Stereo Lithography)’ 파일 등을 활용해 외부 용접점의 품질을 검사한다. 박 교수는 차체(Body In White) 한 대를 측정할 경우 사용되는 스폿 용접 데이터가 총 4,000개 이상이라고 강조했다.
교수팀은 이를 통해 ‘정상’, ‘가장자리 용접(Edge Welding)’, ‘틸팅(Tilting)’, 표면 날림, 이른바 ‘쇠가시’, 내부 기공이 표면으로 돌출된 ‘핀 홀(Pin Hole)’, ‘전극 마모’ 등으로 구성된 압흔 형상 결함 데이터를 도출했다.
이렇게 표면 압흔 모양을 확인했으니, 궁극적인 목적은 너겟 성장을 확인하는 것이다. 박 교수팀은 직경·면적 등 총 16개 항목으로 구성된 압흔 데이터를 활용해 너겟 직경을 예측했다. 압흔 데이터를 추출한 후 인공신경망(Artificial Neural Network) 모델 기반 딥러닝 기법과 룰 베이스 알고리즘을 적용했다. 이때 20,000개 이상의 판재 조합과 시편 겹 수 등 다양한 표본이 활용됐다.
기술 융합 시대, 로봇도 시스템에 참전한다
앞선 연구를 통해 개발된 3D 스캔 저항 점 용접 품질검사 시스템 ‘TESCar-RSW’는 해당 연구 프로세스 내 모든 과정을 구현하는 차세대 용접 품질검사 솔루션이다. 박영도 교수는 TESCar-RSW를 실제 자동차 생산 공정에 적용하기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했다.
함께 연구를 진행한 자동차 OEM과 논의 끝에 전체 검사 프로세스 사이클 타임이 100초 이내, 개별 점용접 당 검사 속도가 1초 내외, 한 품목 사이클 타임 내 보고서 출력 및 불량 용접점 산출 등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박 교수는 먼저 용접부 검사 속도를 충족하기 위해 차체 양쪽에 3D 스캐닝 로봇을 각각 배치한 레일 설치 방식을 제안했다. 동시에 3D 스캐닝 측정 영역을 그룹별로 세분화해 차체 하나당 검사와 데이터 수집 등 프로세스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서 로봇 스캐너는 국소적인 스캐닝 방식이 아닌, 방대한 스폿 용접점 영역을 훑는 방식을 채택했다.
또한 이를 통해 생성되는 리포트는 텍스트 및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 기반으로 구성된다. 불량 포인트가 발생하면 디스플레이를 통해 해당 지점이 빨간색으로 표시되어 작업자가 가시적으로 쉽게 분류할 수 있다.
박영도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비파괴 기반 용접 품질검사 프로세스에 한 획을 그을 차별화된 시스템의 탄생을 알리는 것”이라며, “검사 및 판정 신뢰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FDS(Flow Drill Screw), SPR(Self Piercing Rivet), REW(Resistance Element Welding) 등 기계적 접합 공정에도 도입 가능성을 타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용접 품질 영역의 완전한 스마트 팩토리 가능해...나아가 자율제조 실현에도 키 쥔다”
박영도 교수팀은 현재 3D 측정 솔루션 업체 ‘크레아폼’과 협력해 자동차 OEM 생산공장에 시스템을 도입하여 개념 증명(PoC)을 진행 중이다. 박영도 교수가 예상하는 용접 품질 검사의 미래는 어떨까? 이하 박영도 교수님과의 일문일답이다.
Q. 기존 자동차 용접 품질 검사는 어떻게 진행되었나.
A. 기존의 비파괴 검사는 초음파로 내부 상태를 추정하고, 외부는 카메라 비전 시스템을 기반으로 시행되는 방식이었다. 파괴 검사는 한 달 주기로 시제품 전체를 분해해 육안으로 확인하고 일일이 분석하는 표본 검사 방식이 주를 이뤘다. 이 두 방식은 스마트 팩토리 체제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더 고도화된 방식을 고민하게 되었다.
Q. 검수 검사는 ‘품질 검사의 꽃’으로 평가받는다. 해당 기술은 전수 검사에도 적용 가능한가.
A.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자동차에 사용되는 용접점은 약 4,000~5,000개 정도다. 이를 기존 방식으로 검사하면, 보고서 도출까지 많게는 3일 이상 소요되며, 그에 따른 비용도 상당하다. 대부분의 자동차 OEM은 품질 검사 과정보다 정확하고 신속하게 결과를 도출하는 것을 선호한다. 또한 비파괴 검사나 자체적인 용접점 데이터 확보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하는 경향이 강하다. 우리 연구팀의 기술은 사이클 타임 내에서 실시간으로 검사 결과를 도출할 수 있으며, 데이터 관리도 수시로 가능하기 때문에 자동차 OEM 업계의 요구 사항을 충족할 수 있다. 품질 검사에 적용되는 3D 스캐닝 기술이 더욱 강력해지려면, 생태계 전반에 걸친 협력이 필요하다.
Q. 현재는 자동차 산업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나.
A. 현재 PoC 단계에 진입했기 때문에 자동차 업계를 중심으로 도입 가능성을 추진 중이다. 이 기술이 실제 자동차 생산 현장에서 검증되면, 자체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또한 연구 규모를 확장하여 이 기술이 적용될 산업 영역을 한층 더 넓힐 생각이다. 이차전지, 조선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토메이션월드 최재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