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경영표준은 ‘고객 지향적 가치 창출’을 실행에 옮겨야 할 근거를 제시해주고 구체적인 방법론과 사례 공유를 용이하게 해줍니다.”
매그너스 칼슨 박사는 혁신경영에서 국제표준이 왜 중요한지와 그것을 도입하면 기업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이와 같이 밝혔다. 그는 기업들이 혁신의 필요성을 잘 느끼고 있음에도 결과물이 잘 나오지 않는 이유는 ‘가치 있는 것’이 잉태되기까지 전략, 자원 및 환경 제공과 더불어 시스테믹하게 관리하는 경영자와 경영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라며 혁신경영표준은 지식과 실행의 갭(knowing-doing gap)을 극복하게 하고 ‘고객 지향적 가치 창출’을 실행에 옮겨야 할 근거와 방법론을 제시해 준다고 강조했다.
매그너스 칼슨 박사는 현재 스웨덴국립표준청에서 ISO TC 279 혁신 관리 부문 의장을 맡고 있으며, 스웨덴 왕립공과대학교 겸임교수와 국제혁신경영정보학회 공동대표 자격으로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는 또 표준청에서 본격적으로 일하기에 앞서 스웨덴 통신장비 제조사인 에릭슨에서 혁신 담당 임원으로서 혁신경영 관련된 일을 이십년 넘게 해왔다.
지난 11월 4일,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혁신경영표준화 포럼의 기조 강연을 위해 서울에 온 매그너스 칼슨 의장을 만나 혁신경영과 표준화에 대해 한 발 더 들어가봤다. 이번 인터뷰를 위해 한국인더스트리4.0협회 명예회장인 임채성 교수(건국대학교)도 함께 자리해 도움말을 주었다.
Q. 혁신 경영 관련된 일을 20년 넘게 해오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기업에 혁신 경영이 왜 중요하다고 보십니까.
A. 혁신 관련 연구 결과를 보면 글로벌 경영진의 대부분은 혁신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특히, 사업 관리 측면에서는 혁신의 중요성을 잘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이중 90% 이상은 자사의 혁신 성과에 만족하지 못했으며, 혁신을 통해서 더 많은 비즈니스 성과를 거둘 수도 있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또 다른 연구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 상위 1000개 R&D 투자사를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에서 R&D 투자와 기업 성과 사이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정말 놀라운 결과가 아닐 수 없죠. 그러면 기업 성과를 잘 내는 기업들은 도대체 무엇을 잘하기 때문이었을까요.
여기에는 두 가지 요소가 있었다고 봅니다. 하나는 혁신전략이었고 다른 하나는 혁신 문화였습니다. 이 두 가지가 잘 맞아떨어진 기업들이 다른 기업에 비해서 좋은 성과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R&D 투자도 중요하지만 이것들이 기업 성과로 이어지게 하려면 전략과 문화, 리더십 그리고 총체적으로 잘 정돈된 혁신경영이 필요합니다.
Q. 그러면 기업이 혁신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죠.
A. 이것은 답을 하기 매우 어려운 질문입니다. 저 역시 한때 몸담았던 에릭슨사의 이사회에서 혁신역량을 어떻게 측정하고 이해해야 하는지 질문을 던졌었고 우리는 답을 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국제표준에 대해서 공부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국제표준을 연구하면서 혁신역량을 좀 더 잘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었죠. 저는 혁신경영 관점에서 두 가지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는데요, 하나는 혁신 성과를 높이기 위해 혁신 노력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이며, 다른 하나는 전사적 혁신 능력을 개발하고 평가하기 위한 시스템 접근 방식입니다. 이러한 체계적인 방식을 적용하면 기업의 혁신역량을 평가할 수 있습니다.
Q. 혁신이란 기존 조직이나 방법 따위를 완전히 새롭게 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어떻게 혁신에 표준화를 사용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A. 표준은 우리가 더 혁신적이고 국제적인 방법으로 속도를 낼 수 있도록 더 나은 조건을 마련하고 또 그 뒤에 있을지 모를 장벽들을 제거하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전략과 문화, 리더십이 정돈되지 않아 기업 입장에서는 개념 및 방법론적인 정리가 필요했고, 그래서 만들어진 게 ISO 56000, ISO 56002, SIS IMCA 2019 이 3가지 표준입니다. 이들의 주요 목적은 고객을 위한 가치, 사용자를 위한 가치, 투자자를 위한 가치를 창출하는 것입니다. 혁신경영표준은 우리에게 공동의 프레임워크, 공동의 언어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서로 쉽게 소통할 수 있는 도구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Q. 혁신경영표준이 좀 생소한 용어로 들립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A. 혁신경영표준은 혁신 아이디어가 잉태되어 ‘가치 있는’, ‘새로운 것’이 출산되기까지 과정(프로세스) 관리가 이와 관련된 리더십, 전략, 조직 및 자원 환경 관리와 더불어 시스테믹하게 관리되도록 하는 경영표준을 의미합니다.
Q. 한국 기업의 현실은 어떤가요? 왜 혁신이 필요하다고 보시는지요.
A. 대부분 한국 기업은 현장에서 혁신의 필요성을 잘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혁신적 아이디어를 가지고 무언가 대박을 노리는 결과를 가지고자 달려듭니다. 그러나 대박이 되는 결과물이 나오도록 하는 ‘대박’ 창출 전략을 짜고, 산모와 같이 태아(아이디어)가 잘 자라도록 ‘음식 관리, 운동 관리, 태교에 해당하는’ 조직 및 자원 환경을 제공하고 매일 배를 만져보고 태아(아이디어)가 잘 자라는지 점검하고 이상 신호가 있을 때 즉각 반응하는 기업이 드뭅니다. ‘태아(아이디어)-아기(대박) 탄생’ 과정을 전략, 자원 및 환경 제공과 더불어 시스테믹하게 관리하는 경영자와 경영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죠. 바로 이 점이 한국 기업이 혁신 경영을 하는 기업이 드문 이유입니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자신이 근무하는 조직에 이로운 아이디어(태아)를 가진 젊은이들이 ‘건강한 아이’를 출산하고 싶어 하는데 이를 가능하도록 하는 전략과 조직 및 자원 환경이 주어지지 않는 직장 현실에 좌절하여 이직하는 일이 허다하게 발생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는 ‘젊은이’의 ‘일하고 싶은 일터’ 마련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을 뿐아니라 한국 산업이 튼튼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는데 부정적인 효과를 줍니다. 특히, 인더스트리4.0, 디지털 전환으로 세계적으로 혁신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혁신적 아이디어를 가지고 대박을 향해 달려드는 ‘젊은이’가 더욱 더 많이 나와야 하는 현실에서 혁신경영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하겠습니다. 바로 이 점이 미국, 유럽, 일본 및 중국이 ‘혁신경영’을 중시하고, 이들 국가 중에는 범국가적으로 ‘혁신경영’을 육성하는 국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Q. 그렇다면, 미국과 같은 선도기업의 혁신경영에 대한 베스트 프렉티스를 배우면 되는데, 왜 굳이 표준이 필요한가요.
A. ‘혁신경영’에 대해 세계적으로 수요가 높아지다 보니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등 세계 선도적인 비즈니스 스쿨과 컨설팅 회사에서 혁신경영에 대한 베스트 프렉티스, 개념 및 방법론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문제는 기업 내부 인력이 서로 다른 소스의 베스트 프렉티스, 개념 및 방법론으로 ‘혁신경영’을 이해하다 보니 상호 소통이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은 물론 세계의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혁신적 사업 담당 임원인 동료의 경우 훌륭한 베스트 프랙티스, 개념 및 방법론을 가지고 혁신 사업을 진행하나, 해당 혁신 사업을 도와줘야할 다른 부서가 나름의 혁신에 대한 ‘전혀 다른 부류의 지식’을 가지고 반대를 하고 협조를 하지 않은 경우를 흔히 경험합니다.
그러나 혁신경영표준이 보급되면 이와 같은 일은 줄어들 수 있습니다. 공통된 표준을 바탕으로 혁신 경영에 대해 공감이 이뤄지는 지식 및 사례 공유가 보다 넓게 이뤄질 수 있게 됩니다. 중소기업의 경우는 세계 혁신경영에 대한 베스트 프랙티스, 개념 및 방법론을 학습할 시간과 인력이 부족한 상황인바 혁신경영표준의 보급은 빠른 시간 내에 이를 학습할 수 있게 합니다. 혁신경영표준은 세계 베스트 프랙티스, 개념 및 방법론을 반영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는 고객 지향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 되는데 있어 한국기업에 존재하는 ‘knowing-doing gap(지식과 실행의 격차)’을 극복할 수 있게 해줍니다. 한국 기업에는 선도적인 베스트 프랙티스가 고객 지향적인 가치창출을 지향한다는 점을 많은 분들이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분들이 고객 지향적인 가치 창출을 위해 구체적인 실천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의 추진에 걸림돌이 되는 상위 경영자나 주변 경영자에게 설득력 있는 문건을 제시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표준이 없었기 때문이죠. 혁신경영표준은 ‘고객 지향적 가치 창출’을 실행에 옮겨야 할 그 근거를 제시해주고 표준에 바탕을 둔 구체적인 방법론과 사례 공유를 용이하게 해줍니다.
Q. 혁신 성과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표준 외에 또 뭐가 중요하다고 보십니까.
A. 혁신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국제표준 못지않게 전문인력도 중요합니다. 우리는 이 사람들을 혁신경영 전문가라고 부릅니다. 혁신경영 전문가는 혁신 노력을 주도하고 조직하고, 또 조직의 혁신역량을 구축하는 일을 담당합니다. 실제로 이 전문가들은 국제표준에서 제공하는 방법론을 준수하면서 혁신을 창출하기 위해 많은 활동들을 직접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혁신경영 전문가를 채용하거나 양성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전문가 양성하기 위해, 현재 다양한 훈련들이 스웨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전문가 과정을 수료한 개인들에게는 인증서를 발행함으로써 이 사람들이 전문가 자격을 갖출만한 지식이나 기술들이 있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제도화하는 거죠.
오토메이션월드 임근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