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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차세대 전지] 유동성, 응답 속도, 안전성 면에서 각광받고 있는 레독스 흐름 전지

  • 등록 2014.03.27 13:2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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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독스 흐름 전지 기술 동향
유동성, 응답 속도, 안전성 면에서 각광받고 있는 레독스 흐름 전지
대용량 에너지 저장장치 중 10kW∼10MW 전력 범위에서 가장 경제적


양정훈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에너지저장연구단 선임연구원


최근 들어 블랙아웃이라는 용어가 자주 보인다. 블랙아웃이란, 각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자제품의 최저 작동 주파수로부터 공급되는 전기의 주파수가 이탈함으로써 전기가 전혀 흐르지 않게 되는 현상이다. 여름철 또는 겨울철만 되면, 전력예비율이 몇 퍼센트에 불과하여 블랙아웃의 위험에 노출되었다는 긴급 뉴스를 자주 접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전력 수요 피크에 대비하여 대용량 화력발전소를 추가적으로 건설하는 것은 경제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부정적이다.
이와 함께, 최근 태양전지 및 풍력발전기와 같은 신재생 에너지원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에너지원들은 특정 조건에서만 작동하며, 에너지 생산 주기가 불규칙하다. 예를 들어 풍력발전기의 경우, 바람의 흐름이 강한 시간대와 장소에서 한정적으로 전기가 생산된다. 때문에 신재생 에너지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직접 연결하여 사용하는 설비 및 장치에는 불안정성이라는 문제점이 동반된다.
위와 같은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대용량 에너지 저장장치가 제시되고 있다. 대용량 에너지 저장장치는 스마트 그리드와 연계하여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유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으며, 신재생 에너지원과 연동하여 에너지를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한다.
대용량 에너지 저장장치는 전력 저장 파워와 용량에 따라 CAES, 플라이휠, 납축전지, 리튬이온전지, 레독스 흐름 전지(Redox Flow Battery)와 같이 종류가 다양하다. 특히, 10kW∼10MW의 전력 범위와 수시간∼수일의 충전 기간 용도로는 레독스 흐름 전지가 가장 경제적이며 유동성, 응답 속도 및 안전성 측면에서도 여러 가지 장점을 갖고 있다.
레독스 플로우 전지는 물질의 산화/환원반응을 바탕으로 충전 및 방전이 이루어진다. 다만, 대부분의 이차전지에서는 전극물질이 산화/환원반응에 참여하는 반면, 레독스 흐름 전지에서는 전극 표면을 흐르는 전해액이 위와 같은 반응을 담당하게 된다. 따라서 전극 면적을 일정하게 하고 전해액의 부피를 조절함으로써 충방전 용량을 독립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특성을 갖는다. 레독스 흐름 전지의 구동 원리는 그림 1과 같다. 전지 시스템으로는 전해액이 전극과 상호 작용하면서 충방전되는 단전지, 전해액이 보관되는 전해조, 전해액을 순환시키는 펌프로 구성된다. 단전지 내부에 분리막을 설치함으로써 양극 전해액과 음극 전해액이 혼합되는 것을 방지한다. 충전 시 양극 전해액은 산화되고 음극 전해액은 환원되며, 이렇게 산화/환원된 전해액들은 각각의 양극/음극 전해조에 저장된다. 방전 시에는 반대로 양극 전해액이 환원, 음극 전해액이 산화되면서 외부로 전기에너지를 공급한다.
레독스 흐름 전지의 전해액은 크게 산화/환원 매체인 활물질, 전해액의 전기전도도를 높이는 데 활용되는 지지전해액, 활물질과 지지전해액을 용해시키는 용매로 구성된다. 이 때, 활물질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레독스 흐름 전지가 구성된다.
예를 들어, 양극 활물질로 VO2+/VO2+를, 음극 활물질로 V2+/V3+를 사용하는 바나듐 레독스 흐름 전지와 양극 활물질로 Br-/Br2를, 음극 활물질로 Zn2+/Zn를 사용하는 Zn/Br 레독스 흐름 전지가 대표적인 레독스 흐름 전지이다. 활물질에 따른 주요 레독스 흐름 전지의 종류는 표 1과 같다.
레독스 흐름 전지에 대한 초기 연구는 1970년대 미국의 NASA(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Admi-nistration)에 의해 주도적으로 이루어졌다. 이후, 1980년대 초반에 호주의 Skyllas-Kazacos 그룹에서 바나듐 레독스 흐름 전지에 대해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하면서 상용화에 대한 전환점이 만들어졌다. 2000년대 이후로는 다양한 레독스 활물질에 대한 연구가 시도되고 있으며, 기존의 레독스 흐름 전지에 대한 상용화/실증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레독스 흐름 전지의 개발 타임라인은 그림 2와 같다.
바나듐 레독스 흐름 전지는, 1980∼1990년대 사이에 Skyllas-Kazacos 그룹과 일본의 Sumitomo社를 중심으로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이 흐름 전지는 음극과 양극 모두 바나듐 이온을 포함한 전해액을 사용한다. 따라서, 전해액 사이의 교차오염이 발생하여 전지 용량이 감소하더라도 혼액을 통해 용량을 회복할 수 있다.
그러나, 고농도 바나듐 용액에서는 온도가 너무 낮을 경우 음극에서 V2+ 침전이 생기고, 너무 높을 경우 양극에서 VO2+가 석출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때문에 바나듐 레독스 흐름 전지는 10∼35℃의 온도범위에서 운전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위와 같은 침전 문제가 발생하므로, 활물질인 바나듐 이온을 2M 이상 고농도로 사용하는 것은 힘들다고 할 수 있다. 활물질 농도는 전지의 에너지 밀도와 밀접하게 연관되는 변수이며, 바나듐 레독스 흐름 전지의 에너지 밀도는 약 15∼30Wh/kg으로 리튬 이온 전지에 비해 다소 낮은 상황이다.
바나듐 레독스 흐름 전지의 핵심 소재는 전극, 바이폴라플레이트, 분리막 및 전해액으로 구성된다. 전극의 경우, 활물질의 전기화학적인 반응이 이루어지는 장소로서 전기화학반응의 가역성, 높은 전기전도도, 안정적인 3차원 구조 및 우수한 화학적/기계적 안정성을 필요로 한다.




전극 소재로는 Au, Sn, Ti, Pt-Ti, IrO-Ti와 같은 금속물질과 카본 페이퍼, 카본 나노튜브, 카본 펠트와 같은 카본 소재가 주로 사용된다. 바이폴라플레이트는 양극과 음극 전해액을 분리함과 동시에 단위셀들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따라서 높은 전기전도도와 낮은 전해액 투과성 및 뛰어난 내화학성이 요구된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소재로는 고순도 비다공성 그라파이트를 들 수 있다. 분리막은 양극/음극 전해액 사이에 활물질의 이동은 차단하면서 지지전해 이온의 이동은 원할하게 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주로 이온교환막을 사용하며, 전지의 구성요소 중 가장 높은 가격비중을 차지한다. 이온교환막 중에는 과불소계 분리막의 하나인 Nafion 계열을 많이 사용한다. 바나듐 레독스 흐름 전지의 실증 프로젝트는 2012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57건이 수행되었으며 누적 전기용량은 82MWh에 이른다. 최근 미국의 PNNL(Pacific Northwest National Laboratory)에서는 황산/염산 전해액을 적용하여 바나듐 활물질의 농도를 2.5M까지 높이는 연구성과를 보였다.



일본의 Sumitomo社에서는 25kW의 단위스택을 제작하여 12,000회 이상의 충방전 사이클과 8년 이상의 전지수명을 확보하는 등 내구성 향상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는 모듈화를 위한 단위 스택 중 최대 출력인 45kW급 스택 제작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4MW(6MWh)급 바나듐 레독스 흐름 전지를 개발, 홋카이도 풍력발전기와 연계하여 전력을 저장하고 전력 품질을 향상시키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중국의 Prudent社는 50W∼50kW 출력의 스택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중국에 산재한 바나듐 광산에서 전해액을 추출하는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다른 중국 기업인 GEFC社는 2003년에 설립되었으며, 바나듐 레독스 흐름 전지의 핵심 소재 및 시스템 공급 업체이다. 이 기업은 단일 스택으로서 2.5kW∼10kW급을 제작하고 있으며, 회사 내부에서 50kW/250kWh급의 시스템을 실증하고 있다. 독일의 a+f社는 태양전지와 연계한 바나듐 레독스 흐름 전지를 개발한 오스트리아의 Cellstrom社를 인수했다. 이를 통해 200kW 출력에 400kWh의 용량을 구현했다. 또한 FB10/100(10kW/100kWh) 상품을 태양광 발전과 연계하여 제품화했으며, 현재 FB200/400 모델에 대한 개발을 완료했다. 독일의 Fraunhofer ICT는 2MW/20MWh 규모의 바나듐 레독스 흐름 전지를 개발하여 풍력에 연계할 예정이다. 그러면 2,000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9년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국내 최초로 5kW급 바나듐 레독스 흐름 전지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으며, 현재 40kW의 흐름 전지를 개발 중이다.



향후 레독스 흐름 전지를 포함한 대용량 에너지 저장장치에 대한 수요는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시장 조사기관인 Pike research의 보고에 따르면, 그 시장 규모는 2022년까지 약 300억 달러로 성장할 것이라고 한다(그림 4). 이 가운데 납축전지 시장은 비OECD 국가 및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데 반해, 레독스 흐름 전지와 NAS 전지의 경우 초기 투자비용에 대한 진입장벽으로 인해 미국 및 유럽을 중심으로 하는 OECD 국가에서 점진적인 성장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 전반적인 레독스 흐름 전지에 대한 연구 동향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긍정적인 시장 전망을 바탕으로 한, 기존 레독스 흐름 전지에 대한 상용화이다. 바나듐 레독스 흐름 전지와 Zn/Br 레독스 흐름 전지에 대한 실증 및 상용화 연구는 세계적으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다음으로 차세대 레독스 흐름 전지에 대한 연구가 대학 및 정부 연구소를 중심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것을 들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유기 활물질을 적용한 비수계 레독스 흐름 전지가 있다. 기존 수계 레독스 흐름 전지의 경우 물분해로 인해 인가할 수 있는 전압에 제한이 있다. 그러나 비수계를 적용하면 물분해 문제에서 자유로워지는 반면, 낮은 전도도 및 용해도 문제와 같은 새로운 극복 과제가 발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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