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패러다임의 전환에 따라 국내외 정부 기관을 비롯한 다양한 기관에서 ESG 생태계 구축을 위한 규제와 정보 공시 기준이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법·규제, 글로벌 공시 가이드라인 및 사회·문화 트렌드 변화 속에서 ESG의 핵심 이슈 또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탄소중립’, ‘사회공헌’, ‘윤리경영’이 ESG의 주요 키워드였다면, 최근 국내외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는 ‘생물다양성’, ‘Scope 3’, ‘생활임금’, ‘AI’ 등으로 초점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이제 ESG는 단순한 선언이나 투자 목적의 사회적 책임 이행 수단을 넘어, 투명한 데이터 공시와 실행 중심의 경영 체계로 진화하고 있다.
본 칼럼에서는 이러한 공시 트렌드 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한 주요 ESG 이슈의 전환 방향을 살펴보기 위해, 2025년 발간된 국내외 ESG 선도기업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분석하고 현재 주목받고 있는 핵심 ESG 트렌드를 확인하고자 한다.
공시 기준과 ESG 보고의 새 흐름
최근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작성 기준은 새로운 공시 제도와 규제의 등장에 따라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EU의 유럽 지속가능성 보고 기준(ESRS),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의 국제지속가능성기준(IFRS S1, S2), 한국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 의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서 제1호, 제2호 등 다양한 글로벌 공시 체계가 잇따라 등장하며, 기업들은 이를 반영해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2025년 기준 국내 시가총액 상위 50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51%의 기업이 ISSB의 ‘거버넌스–전략–리스크 관리–지표 및 목표’ 프레임워크에 따라 핵심 ESG 주제를 보고하고 있었다. 또한 19%의 기업이 ESRS Index를 공개했고, 12%의 기업이 ISSB Index를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들은 파트별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 관련 콘텐츠와 성과를 체계적으로 발굴 및 공시하며, 국제 공시 수준에 부합하는 투명한 정보 공개 체계로 진화하고 있다.
생물다양성으로 확장되는 ESG
기후변화에 이어 자연자본 손실이 기업의 새로운 리스크로 떠오르면서, 기업들은 사업 활동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 생태계 서비스를 지속 가능하게 관리하는 전략을 수립해 보고서에 포함하기 시작했다.
대다수 기업이 TNFD의 LEAP(Locate, Evaluate, Assess, Prepare) 접근법을 기반으로 생물다양성 영향을 검토하고 있으며, ENCORE Tool과 WWF의 Biodiversity Risk Filter 등을 함께 활용해 의존도와 영향도를 정량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생물다양성 관련 안건을 심의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해 공시하고 있으며, 기업 및 산업 맞춤형 생물다양성 관리 지표를 수립해 리스크와 기회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Walmart는 2024년 TNFD를 기반으로 자체 생물다양성 평가를 업데이트하여 위험 및 기회의 범위, 기간, 재무적 영향을 구체화했고, Aramco는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고원 지대에서 토착 동물 서식지 복원 및 보호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한 보고를 넘어, 생물다양성 경영의 고도화와 실질적 자연자본 보전 활동으로 이어지는 변화를 보여준다.
공급망 전면의 탄소 배출 관리
과거에는 사업장 내 직접 배출(Scope 1)과 전력 사용에 따른 간접 배출(Scope 2)이 관리의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원재료 구매, 운송, 제품 사용 및 폐기 등 가치사슬 전반의 간접 배출(Scope 3) 이 ESG의 핵심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외 기업들은 공급망 탄소 관리 체계를 고도화하며 협력사와 함께 탄소중립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공급망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단계별 로드맵을 수립하고 협력사 감축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협력사가 자체적으로 탄소중립 이행 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HMM은 화물 운송 과정의 배출량을 실시간 산정할 수 있는 ‘공급망 탄소 계산기’ 를 개발해 공개함으로써 산업 전반의 투명한 탄소 데이터 관리 문화를 확산시키고 있다.
해외의 Amazon은 ‘Amazon Sustainability Exchange’ 시스템을 통해 기후 목표 및 매뉴얼을 공유하며 협력사의 탄소 감축 성과를 추적하고, Meta Platforms는 주요 협력사와 함께 과학 기반 감축 목표를 설정해 로드맵 수립과 재생에너지 조달 전략을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기업들은 단순히 자사 배출량 감축을 넘어, 공급망 전체를 포괄하는 탄소중립 이행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생활임금으로 보는 노동의 가치
ESG의 사회(Social) 부문이 구체화되면서, 생활임금(Living Wage) 이 노동인권의 핵심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생활임금은 단순한 임금 보장을 넘어 아동노동·강제노동 등 인권침해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며, 기업인권벤치마크(CHRB), EcoVadis 등 글로벌 지표에서도 생활임금 관련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Anker Research Institute 의 생활임금·생활소득 추정 방법론을 기반으로 임직원 및 협력사 임금 수준을 평가하고 있다.
Amazon은 이를 활용해 생산 지역의 생활임금 정보를 확인하고, 공급망 전반의 소득 향상에 기여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특히 공정임금 벤치마킹 프로그램을 의류 산업으로 확대해, 노동인권 리스크가 높은 지역의 1차, 2차 협력공장에서 근로자 임금 수준을 평가·개선하고 있다.
Visa 역시 지역별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하며, 미국에서는 모든 정규 직원에게 시간당 최소 20달러를 지급하고, 유럽에서는 영국 생활임금 기준을 준수하는 등 지역별 생활수준에 맞춘 임금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처럼 생활임금은 기업 내부의 보상 수준을 넘어, 공급망 전반의 노동권 보호와 리스크 관리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AI가 만든 ESG의 새로운 과제
AI 기술의 가속화는 ESG를 기술·시스템 중심의 새로운 단계로 전환시키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AI와 클라우드 컴퓨팅 수요가 폭증하면서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급증하고, 이에 따른 에너지 전환 지연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동시에 AI의 확산은 데이터 윤리·인권 문제를 동반하며, AI 시대의 에너지 소비 구조와 윤리·안전 책임이 글로벌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기업들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AI 활용의 효율성과 책임을 동시에 강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NVIDIA는 고성능 AI 학습 과정에서 필요한 막대한 에너지를 절감하기 위해 가속 컴퓨팅(Accelerated Computing) 기술을 채택, 동일한 작업을 더 효율적으로 처리하며 에너지 효율성과 성능을 동시에 향상시키고 있다.
Microsoft는 AI 기반 강화 학습 시스템(Reinforcement Learning(RL)-powered system)을 데이터센터 난방·환기·공조 관리에 적용해 30% 이상의 전력 절감 효과를 달성했으며, AI 시스템을 통해 물 효율성도 혁신하고 있다.
한편, 생성형 AI의 확산으로 인권·프라이버시·안전 등 기본권 침해 문제가 부각되면서 AI 윤리와 안전이 ESG의 주요 이슈로 자리 잡았다.
카카오는 AI 서비스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자체 AI 가드레일 모델과 리스크 체크리스트를 개발하여 사전 점검 체계를 마련했으며, NVIDIA는 AI 윤리위원회 및 법률·윤리 책임자를 지정해 글로벌 표준을 모니터링하며 규정 준수를 강화하고 있다.
이처럼 AI 시대의 ESG는 기술 효율성, 에너지 관리, 데이터 윤리와 안전을 포괄하는 새로운 과제로 확장되고 있으며, 기업들은 책임 있는 AI 운영 체계 구축을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
마치며
국내외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분석을 통해 살펴본 ESG 변화는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기업 경영 패러다임의 전환을 보여준다.
ESG는 이제 기후변화를 넘어 생물다양성, 공급망 관리, 생활임금, AI, 그리고 공시 기준 강화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이슈들은 기업이 단순히 대응해야 할 과제를 넘어, 투명한 정보 공개와 실행 중심의 경영 체계를 요구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결국 ESG는 기업에 새로운 리스크 관리의 틀을 제공함과 동시에, 향후 시장에서 경쟁력과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회를 열어 주고 있다.
* 더와이 주식회사는 청년실업해소 목적의 소셜벤처로 시작하여 현재 ESG 컨설팅 및 교육 전문기관으로써 ESG 전략 및 운영체계 구축, ESG 보고서 및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개발, 공급망 ESG 컨설팅 및 실사 운영, MSCI, RBA 및 Ecovadis 등 ESG 평가 대응, 교육운영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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