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티 임근난 기자 |
코로나로 인해서 많은 기업들이 자재 수급과 생산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공급망이 얼마나 복잡한지 그리고 그 안에서 물류의 역할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 것 같다. 요즘 공급망의 화두는 기존의 비용과 재고 물량을 최소화하는데 집중했던 린(Lean)공급망 관리에서 고객의 반응과 수요의 변화에 대한 대처를 중요시하는 어질리티(Agility) 공급망으로의 이동이다. 그리고 어질리티 공급망이 가능하려면 애자일 로지스틱스(Agile Logistics)가 기반이 돼야 하는데, 이 애자일 로지스틱스의 실행 열쇠가 바로 사람이다. 지난 5월, ‘애자일 로지스틱스를 앞당기는 미들마일 혁신’에 대해 로지스팟 이한샘 이사가 강연한 내용을 정리했다.
애자일 로지스틱스이란 고객의 주문을 받아서 원자재를 조달 및 제조하고, 제조된 제품들을 배포하는 물류 전반의 모든 이동 과정, 그리고 물류프로세스 전반에 끊임없이 변하는 시장과 고객의 요구에 민첩하게 반응하는 물류라고 정의할 수 있다.
애자일이란 말은 사실 낯설지는 않다. 많은 기업들이 조직 구성이나 업무하는 방식에 있어서 애자일워킹 정책을 이미 도입하고 있다. 물류에도 이 애자일이 필요하다. 물류가 애자일하지 않으면 속도가 느려지게 된다. 제품이 시장에 침투하는 속도, 고객 요구에 반응하는 속도가 느려지고, 결국 매출 하락과 시장의 후퇴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물류가 애자일해지면 그 기업은 단기적으로 성과를 달성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면 애자일 로지스틱스는 물류, 특히 운송 영역에서 어떻게 도입할 수 있을까? 대부분이 운송 이야기를 하게 되면 라스트마일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최종 소비자의 평가와 반응이 제품이나 기업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미들마일이 기업의 비즈니스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미들마일은 원자재를 소싱하고 부품을 운송하며 완제품을 유통 채널까지 전달하는 영역이다. 이 미들마일이 제대로 작동할 때, 라스트마일도 성공할 수 있다.
현장에서 물류 담당자들은 미들마일이 라스트마일보다 상당히 낙후되었고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대부분 미들마일을 담당하고 있는 운송사들은 규모가 작다.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디지털화에 대한 관심과 투자할 역량이 크지 않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대부분 수기로 관리하면서 전화로 업무를 처리한다. 여기서 단절이 일어나게 된다. 정보가 단절되고, 담당자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단절되고, 업무의 프로세스가 단절된다. 결국 비용과 리소스가 낭비되고 성장은 정체된다.
애자일 로지스틱스의 핵심은 이 단절들을 연결하는 것이다. 연결될 때 불필요한 비용의 낭비와 리소스의 낭비가 줄어들게 된다. 또 업무의 효율은 올라가게 되고, 고객에게 좀 더 빠르게 다가갈 수 있다.
애자일 로지스틱스 실현 조건
그러면 기업에서는 애자일 로지스틱스를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까? 첫째는 가시성을 확보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배차한 차량이 어디에 있는지, 언제 도착하는지를 기사나 운송회사에 전화하지 않고 알 수 있는 경우가 얼마나 될지 생각해보자. 운송 과정에 가시성이 없으면, 이벤트가 발생되었을 때 시간이 지연되고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모르기 때문에 비용도 투명하게 관리되지 못한다.
반대로, 미들마일의 가시성을 확보하게 되면, 기업은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이 가능하고 시간과 비용의 낭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미들마일 운송에 가시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자체적으로 물류 솔루션을 구축하는 기업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특정 내부 사용자를 위해서 화물의 위치를 추적하는 정도이기 때문에 충분한 가시성을 제공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요즘에 부각되고 있는 대부분의 디지털 물류 플랫폼들은 접근성 개선을 해서 이를 보완하고자, 보통은 클라우드 기반으로 설계해서 기업 담당자뿐만이 아닌 협력사, 공급처, 최종 소비자 정보가 필요한 모든 이해 관계자들이 필요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가시성이 확보되면 커뮤니케이션도 빨라진다. 앞에서 미들마일 영역의 단절을 얘기했는데, 단절이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가 물류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통합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화물 운송 과정에서 발생한 이벤트를 놓고 서로 다른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용이한 통합 관리 플랫폼이 있다면 가시성이 확보되고 프로세스에 있는 이해 관계자들이 정보를 공유하면서 실시간으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제조부터 소비까지, 이 여정에 관련된 이해 관계자들은 정말로 다양하고 많다. 이들이 동일한 플랫폼에서 동일한 정보를 기반으로 커뮤니케이션하게 된다면 자기가 어떤 시점에 어떤 액션을 해야 되는지를 명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접근성이 확보된 단일한 플랫폼은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의 낭비를 줄이고 기업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플랫폼 도입만이 애자일 로지스틱스의 전부라고 말할 수는 없다. 미국의 디지털 물류기업인 코요테로지스틱스에 따르면,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업무에서 기술보다는 사람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크다고 한다. 즉, 기술이 뒷받침 되더라도 실제로 이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은 사람이라는 얘기이다.
결국, 애자일 로지스틱스에서도 사람이 중요하다는 건데, 실무자와 관리자, 경영진 그리고 물류파트너, 전략적인 파트너가 어떤 역할을 해야 되는지도 살펴보겠다. 일단 실무자는 기업의 전반적인 물류 프로세스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해를 기반으로 애자일로 지스틱스를 실현하기 위해서 도입할 플랫폼이 물류 프로세스 전반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관리자는 이 플랫폼의 활용에 대해서 명확한 목표와 기준을 가지고 실무 레벨에서 발생하는 정보와 퍼포먼스를 모니터링 해야 한다. 경영진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실무 레벨에서 아무리 플랫폼을 기반으로 물류의 변화를 추구하더라도, 의사결정권자가 그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눈앞에 보이는 비용만을 강조하게 된다면, 플랫폼의 도입이나 애자일 로지스틱스의 실현은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파트너의 역할이다. 물류 전반을 기업에서 다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때문에 애자일 로지스틱스가 뭔지, 이를 잘 이해하고 있는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파트너가 필요하다. 물류의 디지털화를 위한 파트너는 단순히 기존의 프로세스를 설계하고 최적화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최적화된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플랫폼을 구성하고 그 과정과 결과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파트너가 애자일 로지스틱스를 실현할 수 있는 파트너라고 본다.
애자일 로지스틱스는 아직 생소하고 경험해보지 못한 영역이다. 이것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전략적 파트너를 선택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전략 파트너 선정 기준
물류 파트너들의 50% 이상은 대부분 2, 3년 이상 관계를 유지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렇다면 파트너 선정을 위해 어떤 기준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까?
첫째는 디지털 역량이다. 물건이 이동하게 되면 정보도 이동한다. 이 프로세스에 연관된 모든 담당자는 정확한 정보를 제때에 주고받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디지털 역량을 갖춰서 정보의 이동을 가시성 있게 제공하는 파트너를 선정해야 한다.
둘째는 운영 역량이다. 예를 들어, 고객이 디지털 플랫폼 도입의 필요성을 느껴서 음성 중계 플랫폼을 사용했는데, 이슈가 발생되었을 때 플랫폼 업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콜센터에서는 대응이 원활하지 않아서, 직접 기사나 거래처와 지속적으로 통화를 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자신의 업무 변화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만큼, 파트너사에게 뛰어난 운영 역량이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배차 오류나 파손, 또는 얘기치 못한 이슈가 발생했을 때 고객서비스를 담당하는 전담운영 인원이 없거나 그 운영 역량이 부족하면 결국에는 기업에 더 큰 리소스 낭비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는 물류네트워크와 확장성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고객사 중에 방역용품을 생산하는 작은 업체가 하나 있었는데, 지난해 코로나 확산을 기점으로 물동량이 예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몇 배나 급격하게 성장을 했다 .
코로나를 아무도 예측 못 했듯이, 누구도 시장의 변화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갑자기 늘어난 물동량을 감당할 수 있는지, 그리고 기업이 새로운 시장으로 진출하더라도 지원할 수 있는지, 예측하기 어려운 변동성 또한 감당할 수 있는지 역량을 따져봐야 한다.
그리고 같은 맥락에서 지역별로 충분한 거점과 협력사를 갖추고 있는지도 중요하다. 물류는 24시간 돌아가고, 지역과 지역을 이동한다. 길 위에선 어떤 일이 있을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충분한 거점을 가지고 급격한 물동의 변화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해당 지역에서 이슈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파트너를 고려해야 될 것이다.
넷째는 가격이다. 가격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너무 낮은 가격만을 제시한다면 숨겨진 비용은 없는지 체크해봐야 한다. 비록 가격이 조금 높더라도, 가격을 만들기까지의 과정이 투명하다하면 오히려 전체 비용, 그리고 중장기적인 방향에서는 절감이 될 수도 있다. 가격은 투명한 가격 정책, 중장기적인 방향성, 서비스 퀄리티, 이 세 가지를 고려해서 가장 최적의 지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디지털 플랫폼 도입을 위한 핵심 체크리스트
물류 혁신을 위한 디지털 플랫폼을 도입할 때 고려해야 될 몇 가지 사항들을 짚어보겠다. 첫째는 접근성이다. 다양한 사용자가 용이한 접근을 위해서는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이 유리하다고 본다. 업무는 사무실에 있는 내 PC 앞에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현장이든 어디서든 각 업무 프로세스의 담당자가 휴대폰이나 태블릿을 통해 자유롭고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되고, 갑작스런 트래픽 증가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시스템 연동 범위와 비용이다. 쉽게 말해서 다른 플랫폼이나 시스템과 쉽게 연동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제조사 같은 경우는 공급망 단계에 따라 ERP, OMS, WMS 등 다양한 시스템을 사용하는데, 이런 시스템들과 플랫폼이 원활하게 연결되는지를 고려하는 것은 정보의 연결 측면에서 상당히 중요하다. 물론 연동 때문에 큰 비용이나 시간이 소모되어서는 안 된다.
세 번째는 외부와의 정보 공유가 가능해야 한다. 물류 프로세스 전반을 연결해 정보의 단절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부뿐만이 아니라 외부 협력사, 공급처와 정보 공유가 가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관계자들이 동일한 플랫폼에서 정보를 확인하고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에 참여할 수 있는 기능이 있어야 한다. 물론 화주는 모든 이해 관계자들이 확보할 수 있는 정보의 범위를 설정할 수 있어야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데이터의 수집과 활용범위 또한 중요하게 체크해야 한다. 플랫폼의 장점은 데이터가 쌓인다는 거다. 데이터는 의사결정을 빠르게 내릴 수 있게 도와준다. 또한, 플랫폼이 어떤 데이터를 수집하고 어떻게 활용하도록 지원하는지도 중요하게 고려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