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그린 청사진, 발목잡는 불안요소는 무엇?

2021.06.17 09:16:30

헬로티 서재창 기자 |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 등 미래 기술 확보에 총력을 다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반도체 부족 사태와 노사 문제 등 당면한 과제부터 해결하지 않으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차가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이라는 장기적인 계획뿐 아니라 현 상황에 맞는 단기적인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6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미국 출장 중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과 로봇 개발 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 본사를 방문하며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표출했다. 

 

현대차그룹은 2023년 미국에서 자율주행전기차인 로보택시를 상용화하고, 2026년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화물용 무인 항공 시스템(UAS)을, 2028년에는 완전 전동화된 유인 UAM(도심항공모빌리티)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현대차의 미래 사업 강화에는 속도가 붙었지만, 현재 상황은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현대차그룹은 반도체 부족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잇따라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 

   

현대차는 반도체 수급 차질로 이날 충남 아산공장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했다. 지난 4월 12~13일과 19~20일, 5월 24~26일에 이어 4번째 공장 휴업이다. 미국 앨라배마 공장도 지난 14일부터 가동을 중단했다. 

   

기아도 지난달 17~18일 반도체 부족 사태 이후 처음으로 광명 2공장을 휴업했고, 지난달 27~28일 미국 조지아 공장도 생산을 중단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달 들어 반도체 수급 상황이 나아진 만큼 이후 공장 가동 중단 기간이 점점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지만, 여전히 차량 출고가 지연되며 고객 불편은 커지고 있다.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의 경우 출고까지 최소 7개월을 대기해야 하고, 다른 차종 역시 출고까지 4~5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의 현대모비스가 반도체 핵심기술 내재화를 추진하며 반도체 개발을 계획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진척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시작한 노사 임단협 교섭도 정년 연장과 미래차 생산 등을 두고 대립이 이어지며 난항을 겪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사측에 기본급을 9만9천 원 인상하고, 현재 만 60세인 정년을 최대 만 64세로 연장해달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지난 14일 기아·한국GM 노조와 함께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는 국회 국민동의 청원도 올렸다.

 

아울러 친환경차 주요 부품 개발과 생산 때 국내 공장에 물량을 우선 배치해달라고도 제시했다. 노조는 앞서 현대차그룹의 미국 투자에 대해서도 반대하며 국내 공장 투자를 통한 고용 안정 방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사측은 단체협약 유효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노동법 개정안에 따라 단협 주기를 현재 2년에서 3년으로 늘려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미래 신사업 발굴을 위해서는 인력 재배치가 필수적이고, 고용 인원도 조정해야 하기에 현대차는 노조가 요구하는 정년 연장과 국내 공장 우선 생산 등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의 미래차 전환이 시작된 시점에서 노사 갈등이 불거지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며, "인력 조정을 원하는 사측과 고용 안정을 요구하는 노조의 입장이 극명히 갈리면서 임단협이 길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고질병'으로 지적되는 품질 이슈도 발목을 잡고 있다. 특히 야심차게 출시한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 품질 이슈까지 제기되면서 정 회장이 강조한 품질 개선 주문이 무색해진 상황이다.

 

최근 아이오닉 5 일부 차량에서 냉각수가 누수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현대차는 승온(온도 상승) 히터 조립 불량으로 인해 누수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유효성 검증을 거치는 대로 조치할 예정이다. 승온 히터는 혹한기 배터리 온도를 높여 충전 시간을 줄이는 시스템을 뜻한다. 

 

4월 판매를 시작한 스타리아의 경우 투어러 모델의 일부 차량에서 창문(2열 파노라믹 윈도우)을 비스듬히 열어 둔 상태에서 문(후석 슬라이딩 도어)을 닫을 경우 충격으로 창문이 깨지는 사례도 발생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말부터 개선된 접착식 잠금장치가 달린 창문으로 교체 작업을 하고 있다. 

서재창 기자 eled@hell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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