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61년, ‘경제사회발전 5개년 계획’에 따른 「수출산업공업단지개발 조성법」과 함께 태동한 산업단지는 국내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활약해왔다. 계획 당시의 정부는 수출 주도형 경제 성장을 목표로 한 산업 기반 시설 조성 기조로 해당 프로젝트를 전개했다. 1964년 서울 구로구 구로동에 출범한 ‘한국수출산업공업단지(구로공단)’는 이 같은 정책적 색깔을 입힌 산업단지의 시초로 평가된다.
이러한 산업단지는 국가산업단지·일반산업단지·도시첨단산업단지·농공단지·스마트그린산업단지·국가첨단산업단지 등으로 세분화돼 그 활약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국내 제조업 전체의 생산액 60.6%, 수출액 65.1%, 고용 47.9%를 기록해 여전한 경제 성장 엔진의 위용을 드러냈다. 특히 국가산업단지는 지난 2022년 사상 최초로 수출액 2000억 달러(약 285조 원)를 돌파하며 산업단지 내 첨병 역할을 했다.
지금까지 1327개 산업단지가 전국에 배치됐고, 이 안에는 12만 개 입주기업과 200만 명의 근로자가 활동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캠퍼스형’ 산업단지 구축을 위한 ‘캠퍼스 혁신파크’ 사업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는 노후한 산업단지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청년 인력 유치를 위한 혁신 방안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디지털 전환(DX)에 따른 지식 기반 산업 육성과 근로 환경 개선 및 지역 경제 발전이 해당 프로젝트의 탄생 배경이다.
현재 산업단지는 디지털 전환(DX), ESG 트렌드 기반 친환경·저탄소, 융복합 기술 등 트렌드에 발맞추기 위한 변화에 직면해 있다. 이 가운데 (사)한국산업단지경영자연합회(Korea Industrial Business Association 이하 KIBA)는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 산업단지 생태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 연합회로 평가받는다. 지난 2009년 사단법인으로 재출범한 후 산업단지 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국 산업단지 입주 기업의 권익 보호와 공동 이익 증진을 중심으로, 산업단지 발전 및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 현재 전국 27개 지역 본부를 두고, 촘촘한 네트워크망을 갖춰 영향력을 확장하는 중이다.
지난해 3월 제7대 회장으로 취임한 이계우 KIBA 회장은 “KIBA는 회원사 간 교류 및 협력 증진, 정부·유관기관과의 협력, 정보 제공·교육, 지역 경제 활성화 기여, 이미지 개선 등을 핵심 가치로 두고 국내 산업단지 혁신과 함께하고 있다”며 “이를 더욱 가속화하고 극대화하기 위해 범국가 차원에서의 공신력을 강화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다음 스탭은 ‘경제 N단체’ 합류...“산업단지 목소리 대변해야”
KIBA는 산업단지 입주 기업인, 관련 단체와 함께 공공성을 띤 산업단지 국가 행사를 기획·강조해왔다. 그 결과로 지난 2022년 11월 ‘산업단지의 날’이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국회에서 법정 기념일로 지정됐다.
산업단지의 날은 산업단지의 역할·당위성을 국민에게 전파하고, 산업단지 이해관계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KIBA와 한국산업단지공단(이하 산단공)과 함께 기획해 개최했다. 지난 2023년부터는 「수출산업공업단지개발 조성법」 제정일인 9월 14일에 맞춰, 매년 정부·KIBA·산단공이 주관해 개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산업단지 탄생 60주년을 기념해 진행됐다.
이계우 회장은 “산업단지의 날은 산업단지를 위해 정부와 함께 주도적으로 개최하는 국가 행사인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정부 포상을 통한 동기부여 고취의 목적 이외에도, 정부 관계자에게 1년 동안 축적된 산업단지의 애로·건의사항을 전달하는 정례화된 창구 역할을 한다는 데 공공성을 확보한 대표적 사례”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를 더욱 확장해 산업단지를 대표하는 경제 단체로서 KIBA의 영향력을 제고할 방침이다. 민간 경제 단체인 이른바 ‘경제 6단체’에 합류해 경제 7단체 체제를 구축한 후, 국내 산업단지의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높일 계획이다.
이 자리에서 지방 산업단지 핵심 인력인 외국인 근로자 비자 문제 해결, 환경법 위반 시 제재 기준 정립, 탄소국경조정제(CBAM)·핵심원자재법(CRMA)·공급망실사지침(CSDDD)·에코디자인규정안(ESPR) 등 글로벌 환경규제 대응책 마련 등을 당면 과제 관련 사안을 건의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우리나라는 명실상부 수출에 특화된 경제 체제” KIBA의 수출 극대화 전략 ‘시동’
이계우 회장은 경제 7단체 구축 이외에도, 산업단지가 실질적으로 우리 경제 성장에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 경제 체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며 수출 고도화 전략을 내세웠다.
실제로 우리 경제에서 수출로 벌어들이는 이익은 약 4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수출이 우리 경제 성장에 기여한 수치는 1.17%로, 같은 해 기록한 경제성장률인 1.36%의 86.1%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당해 국내총생산(GDP)의 35.7%가 수출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장은 여기에 주목해 국내 수출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을 피력했다. 바로 ‘오프라인 수출 산업 전시 플랫폼’과 ‘온라인 플랫폼 구축망’이다.
이계우 회장은 “산업단지 입주기업 중 대다수가 수출에 집중하는 업체인 만큼, 장기적 관점의 수출 특화 방안이 필요하다”며 “특히 ‘기업 간 거래(B2B)’ 수출 측면에서 외국인 바이어로 가득한 오프라인 수출 산업 플랫폼은 필수로 열려야 한다”고 중점으로 언급했다.
그는 지난 1968년에 열린 우리나라 최초의 수출 전시회 ‘제1회 무역박람회’에 영감을 얻어 새로운 형태의 오프라인 수출 산업 전시 플랫폼을 구상했다. 해당 박람회는 면적 200,000㎡ 부지에 한국상품관·국제관·미국원자력에너지관 등 테마를 구성해 10개국 100여 개 업체가 전시장을 꾸렸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42일간 참관객 약 200만 명과 외국인 바이어 1800여 명을 불러모은 바 있다.
이 회장이 특히 주목한 부분은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개막 테이프 커팅식에 참여하고, 참가업체에 직접 시상할 만큼 국가 주도로 진행된 전시회라는 것이다. 지금 시점에는 이 같이 정부와 함께하는 수출향 전시회가 없을 뿐더러, 외국산 제품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플랫폼이 꼭 필요하다는 의견을 분명히 했다.
그는 중국 광저우에서 매년 세 차례 행사로 열리는 종합 무역 박람회 ‘중국 수출입 상품 교역회(China Import and Export Fair 이하 캔톤페어)’를 뛰어넘는 영향력과 규모의 전시회가 구축돼야 경쟁력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캔톤페어는 2만4000개 이상의 전시부스를 참관하기 위해 한 해에 200개국 20만 명 이상의 참관객이 찾는 박람회다.
그는 “이를 위해 향후 우리 정부가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에 전시장을 구축해 외국인 참관객·바이어가 쉽게 방문 가능한 공간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박람회 방문뿐만 아니라 전시장 주변의 지역 경제까지 살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KIBA는 이 로드맵의 첫발을 뗀다. 오는 9월 10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제1회 대한민국 수출 산업 박람회(Korea Industrial Complex Export Fair, KICEF 2025)’를 열고, 산업단지의 활로 개척을 지원한다. 이 회장은 “대한민국 수출 산업 박람회는 수출 경쟁력 확보를 지원하는 동시에 산업단지 입주기업 간 협력을 강화하는 구심점 역할까지 수행할 플랫폼”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한정된 공간에 다양한 제품·솔루션을 선보이기 위해 다양한 업체에게 고루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다른 한편, 이 회장이 강조한 온라인 구축망은 국내외 고객이 제품·솔루션을 손쉽게 찾을 수 있는 ‘디지털 쇼룸’이다. 여기에 공급자·소비자 간 소통 및 비즈니스를 연결하는 채널로도 활용 가능하다. 이계우 회장은 “이 온라인 구축망은 특정 카테고리 내 업체·제품·솔루션의 키워드를 입력하는 것만으로도 다양한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전국 산업단지 내 입주기업부터 제품·솔루션까지 시스템적으로 모든 데이터를 한데 모아 플랫폼에 구축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라고 역설했다.
마지막으로, 이 회장은 “이 같은 여정은 산업단지 이해관계와 국민의 관심 그리고 정부의 지원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앞으로도 산업단지 혁신을 위한 미래 비전을 지속적으로 선명하게 제시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다졌다.
오토메이션월드 최재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