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노동력 문제가 여러 산업 내 주요 의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수많은 국가가 저출산·고령화·숙련공 부족 등으로 인한 인력난에 봉착했고, 이는 국가 규모를 떠나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러한 노동력 문제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국가가 ‘중진국 함정(Middle income trap)’을 극복하지 못하는 양상을 낳고 있다. 중진국 함정은 개발도상국이 중간소득국가(MICs)로 성장한 후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성장세가 침체되거나, 성장이 뒷걸음질 치는 현상을 말한다. 이 같은 흐름은 글로벌 산업 전반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지적된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에도 산업군을 막론한 노동력 이슈가 만연해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4명으로, 지난 2002년 초저출산 국가로 진입한 이후 지속적으로 저출산 흐름에 빠져있다. 여기에 1950년대부터 약 20년 동안 태어난 이른바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나이에 접어들면서 인력 시장은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직면했다.
이 국면에서 로보틱스(Robotics)가 게임 체인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산업은 각종 노동력 이슈를 로봇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기대로 고무된 모습이다. 사람이 수행하던 프로세스를 로봇이 대체하겠다는 것이 요점이다. 이는 기존 로봇의 주요 활동 영역이었던 산업 현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서비스 로봇, 드론 등이 등장함에 따라 일상 영역에서의 활약상 또한 기대케 한다.
로봇은 인력난뿐만 아니라 인적 오류·실수(Human Error) 최소화, 생산 효율 극대화, 수율 최적화, 비용 절감, 품질 및 다양성 향상 등 다양한 이점을 도출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미국·독일·일본·중국·덴마크 등 다양한 국가에서 이미 로보틱스 고도화 수순을 밟고 있다.
국제로봇연맹(International Federation of Robotics, 이하 IFR)은 최근 글로벌 로봇 시장이 전반적인 우상향 추세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연맹은 지난해 산업용 로봇 시장을 213억 달러(약 30조 원)로 평가했다. 서비스 로봇은 327억 달러(약 47조 원) 규모로 책정했다. 이 상승세는 줄곧 이어져 2030년까지 연평균 성장률(CAGR) 10~20%가량을 지속할 전망이다.
로봇 강국으로 인식되는 우리나라도 로봇 산업이 순항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IFR이 발표한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로봇 판매는 세계 4위, 로봇 산업 경쟁력은 6위로 측정된다. 1만 명당 로봇 활용도를 평가하는 지표인 ‘로봇 밀도(Robot Density)’는 162대로, 우리나라는 이 부문에서는 전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반면, 업계는 감속기·드라이브·모터 등 로봇 핵심 부품 원천기술 부족, 연구개발(R&D) 및 투자 부재 등이 버틀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방안으로 인재 양성, 정부 정책, 시스템통합(SI) 및 소프트웨어 기술 확보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제언한다.

외부 위협으로 잠식된 국내 로봇 시장…“공정한 시장 환경 조성이 선결 과제”
한편에서는 산업 대내외적으로 국내 로봇 업계에 다양한 허들이 존재한다고 우려한다. 정영근 HD현대로보틱스 로봇영업본부 상무는 많은 중소기업이 로봇 자동화 구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황을 주목했다.
정영근 상무는 “현재 많은 기업이 자동화 도입의 사각지대에 높여있으며, 특히 비자동화로 인해 발생하는 높은 인건비와 초기 자동화 도입 비용 사이에서 어려움을 격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러한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자동화 설비 도입을 위한 대출 지원 및 컨설팅과 같은 정부 차원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로봇은 과거부터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한 혁신 기술 모델”이라며 “그만큼 제조 산업의 자동화가 지속 이어져 왔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은 높은 비용이 수반되는 로봇 자동화 도입에 주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력난으로 인한 로봇 자동화 도입이 필연적이라는 뜻을 분명히 하고, 생산성·효율성·안전성 확보 측면에서의 로봇 활용 이점을 강조했다.
그리고 정영근 상무는 시장 외적인 위협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그는 “외산 로봇이 자국 내 유통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한국 시장에 공급되면서, 국내 산업용 로봇 기업 다수가 피해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최근 HD현대로보틱스는 저가 덤핑 수입으로 인한 산업 위기를 극복하고,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을 위해 반덤핑 제소를 진행하고 있다. 무분별한 저가 입찰로 국내 로봇 기업들이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공정한 시장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다수의 로봇 기업이 공동으로 이 과정에 참여했다.
아울러 정 상무는 “국내 로봇 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술력과 더불어 공정한 시장 질서 확립이 병행돼야 한다”며 “이를 통해 국내 로봇 업계의 성장 기반 마련이 될 것이며, 나아가 국내 제조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확장되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차세대 로보틱스 혁신에 ‘노크’
정영근 상무는 “국내 로봇 생태계는 로봇 자동화 도입 사례가 지속 확장됨에 따른 높은 성장 가능성을 갖추고 있다”며 “이러한 로봇 자동화 수요는 제조업뿐만 아니라, 물류·의료·서비스 등 다양한 산업에서 점차 확산되는 추세며, 이를 통해 로봇을 활용한 애플리케이션 다각화가 추진되는 중”이라고 높은 국내 로봇 산업 발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HD현대로보틱스는 지난 1984년 현대중공업 로봇사업팀으로 로봇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1986년 점용접(Spot Welding) 로봇을 출시하며, 대한민국 1호 산업용 로봇 업체로 거듭났다. 이는 당시 로봇 원천기술이 부족한 국내 산업에 기술적 계기를 제시함과 동시에, 당시 대당 1억 원을 호가한 외산 산업용 로봇을 대체하는 혁신으로 평가됐다.
로봇 제조부터 시작한 HD현대로보틱스는 로봇 기술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 지속적으로 로보틱스 외길을 걸어왔다. 현재 공장 자동화, 엔지니어링, 로봇 시스템통합(SI), 소프트웨어 지원, 컨설팅, 사후서비스 등 높은 로봇 이해도 기반 로봇 턴키 솔루션 업체로 성장했다. 이는 그동안 자동차·전기전자·중장비·조선·태양광 등 분야에서 축적한 로봇 자동화 구축 레퍼런스가 토대가 됐다.
지난해 12월 울산 남구 소재 HD현대미포 용연공장에 공급된 자동 용접 로봇이 대표적이다. 이 로봇은 ‘3D 용접선 추종 시스템’이 탑재돼 단일 선박 부재(部材)를 용접으로 결합하는 소조립 공정에 도입됐다.
컴퓨터지원설계(CAD) 도면을 기반으로, 용접 시 3D 구조광 센서를 활용해 용접 결과 값과의 오차를 보정하고, 용접 불량을 최소화하는 데 기여했다. 또한, 3D 구조광 센서를 활용해 입고된 부재의 위치·자세를 확인한 후, 로봇 베이스의 위치와 로봇 팔 끝의 모션을 자동으로 최적화 및 보정한다.
HD현대로보틱스는 이러한 경험을 기틀로, 지난해 12월 기준 총 누적 8만6000대의 로봇을 산업에 전파했다. 이러한 역량·노하우를 바탕으로, 현재 국내 산업용 로봇 시장점유율 1위로 올라섰고, 세계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어 정영근 상무는 수차례 비즈니스 전환점을 겪은 그동안의 비즈니스 여정을 회상했다. 그는 제조·응용·적용 관련 로봇 원천기술 내재화, 용접·배관·철골·물류·가공 등에 특화된 각종 로봇 포트폴리오 확대 등을 비즈니스 터닝포인트로 내세웠다.
특히 로봇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를 차세대 변혁점으로 삼았다. 이를 위해 3D 비전 ‘HRVision’, 로봇 상태 원격 점검 ‘HRMS’, 로봇 시뮬레이터 ‘HRSpace’ 등 각종 소프트웨어 기술을 보유했다. 여기에 지능형 로봇을 위한 소프트웨어 경쟁력 확보에도 주력하는 중이다. 해당 전략은 HD현대로보틱스가 갖춘 로봇 일상화 비전과 맞물려 가속화되고 있다.
정 상무는 “HD현대로보틱스 산업용 로봇은 사용자가 직접 동작 순서, 위치, 속도 등을 입력하는 직접교시(Direct Teaching) 방식으로 구동된다”며 “여기에 인공지능(AI)·센서 등 기술을 접목한 모방학습(Imitation Learning)·자동교시(Automatic Teaching) 등 AI 알고리즘 및 딥러닝(Deep Learning) 기반 신기술 구현을 단기적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서 모방학습은 작업자의 업무 데이터를 AI가 학습해, 로봇이 이를 구현하는 차세대 로봇 기술이다. 이어 자동교시는 주위 환경을 고려해 스스로 프로세스를 수행하는 방식이다. HD현대로보틱스는 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완전 자율화 시스템을 탑재한 로봇을 꿈꾸고 있다. HD현대로보틱스는 앞선 로보틱스 역량을 총동원해 글로벌 시장 진출도 적극적으로 꾀할 방침이다.

산업용 로봇 원툴? 차별화된 로봇 기체 ‘출격 준비 완료’
HD현대로보틱스는 2025년 2월 기준 37종의 산업용 로봇 양산 모델을 보유했다. 가반하중(Payload)은 4kg부터 600kg까지 폭넓은 범위를 자랑한다. 또 작업 거리 최대 3.4m의 롱리치 모델도 구축했다. 여기에 한정되지 않고, 사용자 및 현장 상황에 따라 맞춤형(Customized) 로봇 도입도 지원한다.
이에 더해, 올해 상반기 HD현대로보틱스가 신규 출시하는 산업용 로봇은 7종에 이른다. 이는 기존 모델의 외관 및 기능을 개선한 중소형 로봇 신제품이다. 해당 출시 라인업에는 그동안 다양한 고객사가 요청한 중공형 아크용접 타입도 포함된다. 이러한 모델 개발은 솔루션에 적합한 로봇 라인업 구축을 목표로 한 HD현대로보틱스의 강력한 의지 표명이다.
이 밖에 가반하중 1톤의 고가반하중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며, 고객 요구사항이 반영된 상품기획을 통해 토털 로봇 라이너로서 자리매김할 방침이다.
이 산업용 로봇 라인업은 용접(Welding)·도장(Painting)·적재(Palletizing)·핸들링(Handling) 등 다양한 공정에 투입된다. 이 과정에서 로봇 축 자유도(Degrees of Freedom, DoF), 로봇팔 종단장치(EOAT)를 가변화해 로봇 구축에 유연성을 더했다.
HD현대로보틱스는 이 같은 산업용 로봇 역량을 확장한다는 로드맵을 세웠다. 이른바 코봇(Cobot)으로 불리는 협동로봇(Collaborative Robot) 시장이 HD현대로보틱스의 다음 타깃이다. 당사는 느린 작업 속도, 한정된 효율성, 낮은 가반하중 등 기존 협동로봇이 가진 한계를 개선하기 위해 차세대 협동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HD현대로보틱스는 이를 하이브리드 협동로봇(Hybrid Collaborative Robot)으로 정의한다. 해당 기체는 고가반하중·신속성·견고성 등을 대표하는 산업용 로봇의 강점을 계승하면서도, 협동로봇의 안정성·유연성 특징을 접목한 차세대 로봇 모델이다.
향후 25·35·50kg의 가반하중으로 세분화된 하이브리드 협동로봇 기체 세 종을 출시할 계획이다. 정영근 상무는 “협동로봇 시장 후발주자인 만큼, 차별화된 가치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새롭게 진출했다”며 “내년 하반기에 해당 모델을 출시해 강력한 경쟁력을 증명할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끝으로 정 상무는 “HD현대로보틱스는 궁극적으로 고객 가치를 극대화하는 로봇 자동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가 제공하는 자동화 솔루션을 통해 고객이 성장하고, 나아가 대한민국 산업 생태계의 한 축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업계를 선도하는 공장 자동화 솔루션 프로바이더로서 더욱 발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HD현대로보틱스는 다양한 비즈니스 전략을 구체적으로 세분화해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지속 끌어올릴 계획이다. 여기에는 품질·가격 경쟁력 강화. 다양한 공정에 특화된 로봇 솔루션 제공,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한 유통망 및 서비스 네트워크 강화, AI·딥러닝·클라우드 기반 스마트 로봇 구현 등 네 개 축이 중점이 된다.
한편, HD현대로보틱스는 이달 12일 ‘2025 스마트공장·자동화산업전(Smart Factory+Automation World 2025, 이하 AW 2025)’에 참가해 로봇 자동화 스토리라인을 전한다. 빈 피킹(Bin Picking), 픽앤플레이스(Pick&Place), 배터리 셀 조립, 용접선 추종 자동화 설비 등 3D 비전을 기반으로 한 솔루션이 전시된다. 여기에 이종 접합 기술 기반 전기차 프레임 접합 솔루션 비롯해, 내년 출시 예정인 하이브리드 협동로봇 시제품을 전시장에 펼칠 예정이다.
오토메이션월드 최재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