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10곳 중 8곳이 경영 활동에 AI 기술 적용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실제 활용률은 30%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제조업 분야의 활용률은 20%를 겨우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산업연구원과 공동으로 최근 국내 기업 500개사 IT 및 전략기획 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국내 기업 AI 기술 활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생산성 향상, 비용 절감 등 성과 향상을 위해 AI 기술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기업은 전체의 78.4%를 차지했다. 반면, ‘불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21.6%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산업통상자원부, 한국공학한림원, 산업연구원이 공동으로 진행 중인 ‘AI 시대의 신산업정책’ 수립을 계기로 이루어졌다.

 

 

‘실제 AI 기술 활용 여부’에 대해서는 ‘그렇다’고 답한 기업이 30.6%를 차지한 반면, ‘아니다’라고 답한 기업은 69.4%에 달했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의 활용률은 23.8%로, 서비스업 분야 활용률(53%)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서비스업 분야에서는 금융(57.1%)과 IT 서비스(55.1%)의 활용률이 높았다.

 

 

기업 규모별 활용률은 대기업이 48.8%, 중견기업이 30.1%, 중소기업이 28.7%로, 기업 규모가 클수록 AI 기술 활용률이 높았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기업의 활용률이 40.4%, 비수도권 기업은 17.9%로, 지역 간 격차도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3년 전(2021.6)에 실시한 조사에서는 제조업 분야의 AI 도입률이 9.3%였다. 대한상의는 “AI 기술에 대한 인식 확산과 기술 상용화로 AI 활용 기업이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도입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많다”며 “기업들의 적용 노력과 더불어 다양한 활용 촉진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I 가장 많이 적용한 분야는 ‘R&D’

 

AI 기술을 가장 많이 활용하는 분야는 ‘제품 개발(R&D)’이며, AI 기술 활용을 통해 얻은 가장 큰 효과는 ‘시간 단축’인 것으로 나타났다.

 

AI 기술을 활용 중이라고 응답한 153개 기업을 대상으로 ‘활용 분야’를 묻자, ‘제품 개발(R&D)’(66.7%), ‘보안·데이터 분석 등 IT 업무’(33.3%), ‘품질 및 생산 관리’(22.2%), ‘고객 서비스 관리’(13.7%), ‘영업 및 마케팅’(13.1%), ‘물류 및 공급망 관리’(9.8%) 순으로 응답했다. 이어 재무 및 회계는 4.6%, 기타는 4.6%로 조사됐다.

 

 

AI 기술 활용을 통해 얻게 된 효과에 대해서는 가장 많은 기업이 ‘시간 단축’(45.8%)을 꼽았으며, 그다음으로 ‘비용 절감’(22.2%), ‘생산량 증가’(11.8%), ‘판매량 증가’(8.5%) 순으로 응답했다. 이 외에도 불량률 감소(5.2%), 클레임 감소(3.9%), 기타(2.6%)로 조사됐다.

 

주목할 점은 AI 기술을 이미 도입하여 활용 중인 기업들이 향후 AI 기술 투자에 대해 더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점이다. AI 기술을 활용 중인 기업 중 ‘추가로 AI 기술을 도입할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기업이 86.3%에 달했으며, ‘추가 도입 계획이 없다’고 응답한 기업은 13.7%에 그쳤다.

 

 

AI 도입 관련 기존 투자 규모 대비 향후 투자 계획에 대해서도 ‘확대하겠다’는 응답이 69%였으며, 이 중 ‘크게 확대’하겠다는 비율이 20.5%, ‘다소 확대’하겠다는 비율이 48.5%에 달했다. 반면, ‘축소하겠다’는 응답은 2.3%에 불과했고, ‘예년 수준’이라는 응답은 28.7%로 나타났다.

 

대한상의는 “제품 마케팅에서 흔히 쓰이는 문구인 ‘한 번도 안 써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써본 사람은 없다’는 말이 기업의 AI 활용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며 “AI 활용 효과에 대한 만족도와 추가 활용에 대한 기대감이 향후 도입 계획과 투자 규모에 대한 적극적인 응답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AI 활용하지 않는 이유…“기술·IT 인프라 부족과 비용 부담 때문”

 

반면, AI 기술을 활용하지 않는 기업 중 절반은 향후 AI 도입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AI 기술을 도입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로는 ‘기술·IT 인프라 부족’이 꼽혔다.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지 않다고 응답한 347개 기업에 ‘향후 AI 기술 도입 계획’을 묻자, 절반에 가까운 49%가 ‘계획 없다’고 답했다. 그다음으로는 ‘3년 이후 도입’(21.6%), ‘3년 내 도입’(13.5%), ‘2년 내 도입’(9.3%), ‘1년 내 도입’(6.6%) 순으로 응답해 AI 도입을 당장의 과제로 여기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AI 기술을 활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기술 및 IT 인프라 부족’(34.6%), ‘비용 부담’(23.1%), ‘AI 필요성 못 느낌’(21.9%), ‘AI 신뢰성에 대한 의문’(10.1%), ‘인력 부족’(6.1%) 순으로 조사됐다. 이 외에도 ‘데이터 보안 문제’(1.7%), ‘AI 관련 규제’(0.6%), 기타(1.9%) 등의 응답이 있었다.

 

정부 정책 과제 1·2순위는 ‘투자·R&D 지원’·‘AI 인프라 구축’

 

AI 기술의 활용과 능동적인 확대를 위해 정부에 바라는 정책 과제로는 ‘AI 분야 투자 및 R&D 지원’(51.4%), ‘AI 인프라 구축’(25%), ‘AI 인재 양성’(10.2%), ‘보안 및 개인정보 보호 관련 법 개선’(7.8%) 순으로 조사됐다. 이어 ‘데이터 규제 완화’(3.6%), ‘노동 규제 완화’(1%), 기타(1%) 등의 응답이 이어졌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최근 단순 업무부터 제조 공정까지 기업 내 AI 기술의 활용도가 증가하고 있으나, 활용 기업의 수나 활용 범위 측면에서 여전히 초기 단계라고 볼 수 있다”며 “기업의 적극적인 활용 및 도입을 촉진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전방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토메이션월드 임담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