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AI, 도대체 너는 누구니?-④] 제조데이터 거래와 AI

2024.08.02 17:26:25

제조 데이터의 상호운용성이라는 말이 요즘 데이터 전문가들 사이에서 화두가 되고 있다. 업종별 다양한 기업들 간에 생산 데이터를 서로 공유하게 됨으로써 원가 절감, 유연 생산, 글로벌 규제 대응이라는 효과를 보게 되는데, 이를 디지털 전환을 통해 상호 간에 제조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전략이다.

 

독일은 일찌감치 Industry 4.0을 선포하고 그 하위 기관인 Platform Industry 4.0을 설립하여 실행을 총괄하게 했다. 이 기관의 핵심 사업은 GAIA-X라는 위원회를 운영하는 것인데, 이 위원회는 산업군별로 다양한 데이터 상호운용(Interoperability) 전략 그룹을 만들었다. 예를 들어 자동차 산업 분야 전략 그룹으로 CATENA-X가 있다. 벤츠, BMW, 보쉬, ZF, SAP, 지멘스 등 굴지의 기업들이 이곳에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으며, 범 유럽 업체 및 미국, 아시아의 다양한 업체들과 이들의 하위 1차, 2차 협력 업체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목적하는 바는 이 그룹에 들어와 있는 기업들 간 제조 데이터의 상호운용성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어떤 회원사의 공개 데이터만 보고도 같이 협력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으며, 이미 전략 그룹에서 만들어왔던 데이터의 상호운용성을 활용해 더 확장된 비즈니스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 제조 데이터의 표준을 정의하는 것으로 시작한 전략 그룹 활동들은 3년 이상 지나면서 좀 더 결속된 주제인 상호운용성을 이야기하고, 궁극적으로는 비즈니스의 지속 가능성과 확장성을 도모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징~~~징~~~” 핸드폰이 울린다. 044로 시작되는 전화번호가 내 핸드폰 화면에 뜬다. “누구지? 사무실인가?” 혼잣말을 하면서 조심스럽게 받는다. “안녕하세요 안광현님! 저희는…” 여성의 데시벨 높은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다. “저희는 OO생명보험사로부터 위탁받은 마케팅 회사입니다. 저희가 이번에 프로모션하는 상품이 있어서 소개드리고자 전화 드렸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아~제가 지금 전화 받을 수 없습니다. 끊겠습니다.” 한참을 물끄러미 핸드폰을 바라보다가 문득 드는 생각이 ‘어떻게 내 연락처를 알았을까?’ 그렇다. 이 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이런 상황이 전혀 낯설지 않다.

 

내면을 들여다보면 내 개인 정보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떤 곳에 전달되고, 그 정보를 활용해 버젓이 영업 활동을 하고 있다. 아마도 내 정보뿐만 아니라 엄청난 데이터가 넘어갔을 것이고 지금 이 시간도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들려왔던 여성 텔레마케터의 목소리를 듣고 있을 것이다. 바야흐로 데이터 자체를 사고파는 시대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이렇게 와 있다.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많은 온라인 사이트에서 데이터를 올려놓고 가격을 매기고 다운로드받을 수 있는 게 현실이다. 바로 데이터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제조 데이터를 들여다보자. 앞서 일부 언급했지만 데이터 중에서 제조 데이터 분야의 거래는 상당한 제약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 이유는 첫째, 수요자가 특정되지 않는다는 점, 둘째, 중소기업에서 데이터 공유에 대한 거부감을 들 수 있다. 그 외에 데이터 가격을 책정하는 것, 거래를 할 수 있는 플랫폼, 거래된 데이터의 품질을 인증해주는 행위, 구매한 데이터가 사용 가능한 표준으로 만들어져 있는지 등 여러 어려운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조 데이터의 상품 가치는 계속 이야기가 되고 있으며 그 어려운 준비사항을 하나둘씩 해결하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데이터의 호환성을 가능하게 하는 장치들이다. 우선 각 제조사별로 만들어지는 거래용 제조 데이터가 같은 표준으로 구성되어야 하는데 이 부분은 모든 제조사의 이해관계에 따라 제각각인 만큼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통신 및 반도체 등의 데이터 표준은 상당 부분 만들어져 있는 게 사실이다. 다만 모든 산업에 걸친 표준화, 게다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표준화는 그 길이 요원하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한두 군데의 제조 데이터 거래 플랫폼이 생겨나고 있고 공공부문에서는 중소벤처기업부가 2023년 말에 ‘제조 데이터 거래 플랫폼’을 오픈하여 거래 중에 있다.

 

데이터를 판매하려는 중소 제조업에게는 데이터 전처리 및 거래소 등록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공공에서 지원해주고 있다. 마찬가지로 구매하고자 하는 수요자에게는 구매비를 지원해주고,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컨설팅도 지원한다. 한마디로 모든 거래 과정에서 공공 자금을 투입하여 이러한 거래 행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만들어간다. 시범 사업으로 진행되는 만큼 초기에는 정부의 지원으로 생태계를 만들고 이후 민간으로 이양하여 지속적인 사업화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KAMP의 하나의 콘텐츠로 운영되고 있으며, 제조 데이터뿐만 아니라 표준 계약서를 구비하고 데이터의 품질 관리 및 가격 책정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주고 있다.

 

현재 올라와 있는 데이터는 업종별로 금형, 소성가공, 열처리, 용접 접합, 주조, 표면처리, 식품가공, 정밀가공, 화장품 등이 있으며 이들 데이터를 AI 알고리즘으로 활용하기 위한 목적별로는 예지 보전, 품질 보증, 생산 공정 최적화로 구분된다. 가격 분류로는 50만 원부터 500만 원, 700만 원, 1000만 원으로 분포되어 있다. 이 거래 플랫폼을 운영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키는 데이터 품질 관리이다. 사용 목적 및 사용자를 고려하여 제조 데이터 분석, AI 솔루션 등의 개발 목적으로 용이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표준 공정 및 데이터 수집, 전처리 과정 정보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나는 제조 데이터 거래가 거래 자체의 의미도 있겠지만, 그보다도 많은 중소기업에서 ‘데이터’도 상품이 되는 사업 영역의 확대를 알게 되는 것이 더 큰 의미라고 생각한다. 제품 생산 및 판매라는 고유의 비즈니스 모델에 더하여 다른 부가가치를 데이터 거래로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양질의 데이터를 만들어 거래소에 등록하면 더 높은 가격으로 판매가 되고, 동일한 데이터를 10회, 100회 거래가 가능하게 된다.

 

여기에 더하여 제조 데이터의 품질 수준을 올리기 위한 작업은 다분히 AI를 활용하여 목적 기반의 데이터셋이 될 텐데, 이를 데이터 거래 플랫폼에 올리는 용도만이 아니라 그 중소기업 자체적으로 AI를 활용하여 자체적으로 적용할 수 있기에 내 공장의 생산성 향상도 동시에 가져올 수 있다. 이를 지속적으로 시행하다 보면 그 실력이 높아질 것이 분명하고 종단에는 그 기업의 핵심 공정과 핵심 기술이 담겨있는 데이터를 거래가 아닌 자체 활용하는 단계까지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제조 데이터 거래 플랫폼’은 단순히 거래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큰 비중으로 그 기업의 스마트 팩토리 고도화를 유도하는 것이다.

 

맺으며...

 

초등학교 다닐 때 신기한 과목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음악과 미술이었다. 음악과 미술이 초등교육과정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는 나중에 커가면서 알게 되었지만, 당시에는 그림 그리기에 재주가 없었던 나에게 미술 시간은 참으로 힘들고 지루한 과목이었음은 분명했다. 그런데 왜 모든 어린이는 미술 과목을 배우게 했을까? 내 나름의 결론에 도달한 것은, 미술에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를 어릴 때 알게 하고 그 자질을 계발시키려는 의도였을 것이라는 것이다.

 

요즘 초등학교에서는 ‘코딩’ 수업을 한다. 그것의 중요성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이지만, 공업계 고등학교가 아닌 초등학교 수준에서 컴퓨터 코딩을 배운다는 것은 그야말로 엄청난 일이다. 그러면 왜 모든 어린이에게 코딩을 배우게 했을까? 확실한 결론은, 코딩을 통해 나타나는 현상이 우리 생활, 즉 삶에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미술이 저마다의 소질을 계발하는 데 머물렀다면, 코딩은 삶의 방식의 혁신에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코딩만 배운다고 해서 삶의 방식까지 연결시킬 수 있을까? 나는 ‘아니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코딩은 기술적 개념에서의 접근일 수밖에 없다. 삶이란 인문학적인 개념이기에, 코딩을 배운다고 인문학적인 소양을 넓혀갈 수 있다고 볼 수 없다. 앞의 문단에서 코딩이 미술과 다른 점이 ‘삶’을 다루기 때문이라고 했기에, 나는 확신하건대 지금의 코딩 수업은 반쪽짜리 수업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그러면 거기에 무엇을 더해야 할까? 나머지 반쪽은 어떤 내용으로 채워야 할까? 답은 AI이다. 모든 삶의 영역에서 목적을 가진 AI를 개발해 낼 수 있는 능력! 그것을 더했을 때 우리의 코딩 교육은 삶을 이야기할 수 있다. 단순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넘어, 삶의 목적과 생활의 방편을 먼저 고민하고 계발하는 능력을 더한다면 진정한 코딩 교육이 꽃을 피울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스마트 팩토리는 제조 AI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스마트 팩토리의 목적은 생산성 향상이다. 따라서 제조 AI의 발전 방향은 오롯이 생산성 향상에 있기에, 명실상부한 종합 예술인 것이다. 코딩의 기술적 영역에서 기업의 지속 가능한 길을 만들어 가기 위한 성장, 그러니까 생명의 영역까지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 현장에서 많은 아이들이 스마트 팩토리를 AI를 통해 경험하고 배울 수 있는 그날까지...

안광현,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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