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건국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벤저민 프랭클린이 한 말이 있다. ‘인생에서 확실한 것은 두 가지가 있는데 죽음과 세금이 그것이다.’ 죽음은 이해가 되지만 거기에 세금을 붙이는 솜씨는 천상 사업가의 면모를 보여주는 듯하다. 나는 여기에 하나를 더 추가하고 싶다. 그것은 바로 ‘스마트 제조 혁신’이다. 그 확실한 것을 위해 지금 나는 여기 세종에 와 있다.
기업의 성장은 늘 있어야만 한다. 기업은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생명의 속성은 성장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성장하지 않는 생명은 이미 없는 것이다. 그것은 죽음인 것이다. 기업의 성장을, 생명의 연속성을 기대할 수 있는 가장 근원적인 지점에 스마트 팩토리가 있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어떤 사물을 정의할 때 일반적으로 두 가지 관점으로 바라본다. 하나는 속성(물성)이 무엇이냐는 것이고, 또 하나는 목적성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장작의 속성은 나무이고 - 더 깊이 들어가면 화학적인 내용이 나오겠지만 - 목적은 불멍이다 - 이것도 마찬가지로 더 깊이 들어가면 불 때는 목적이긴 하지만. AI도 같은 시각으로 표현해보면 속성은 데이터이고 목적은 알고리즘이다.
서론에서 다루었지만, 제조업의 생산성 향상, 품질 확보, 원가 경쟁력, OTD(Order to Delivery) 개선 등의 활동을 위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체계 요구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를 기술적으로 뒷받침해주는 것이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들이다. 이것을 제조 DX라고 정의한 바 있다. 제조 DX와 AI는 동일하게 데이터를 속성값으로 하고 있는 바, 목적도 같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속성과 목적성이 같으므로 두 가지는 하나이다. 다시 강조하자면 스마트 팩토리에서 제조 DX란 단순한 ICT 솔루션들을 제조현장에 적용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AI를 적용하는 단계까지 가야만 온전한 스마트 팩토리라고 정의할 수 있다.
제조업에서 AI 기술을 적용한 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이 예상되며, 국내 제조업과 산업 AI 솔루션 공급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준비와 지원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시장 규모를 보면, 글로벌 AI 시장은 2023년 23억 달러에서 2027년 163억 달러로 연평균 47.9%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ICT 기술적 측면의 성장뿐만 아니라 시계열 예측, 컴퓨터 비전, 이상 탐지, LLM, 상황 인지 컴퓨팅, 공정 최적화 등 분야로 확대 성장하고 있다.
AI 시장은 어느 분야에서 가장 성장할 것인가? 일반적으로 AI가 익숙한 분야부터 순서대로 교통 분야, 의료 분야, 주거 복지, 외식 분야 등이 될 것이다. 제조 분야는 순서가 한참 뒤에 있을 것이라고 많이들 생각하지만, 성장 잠재력 측면에서 보면 아마도 제일 앞에 위치할 것으로 생각된다. AI 기반 스마트 제조 기술의 주요 영역으로는 생산 설비의 고장 및 생산 조건의 산포로 불량품이 나올 것을 예측하여 그 조건들을 정상값으로 조정하거나 하는 예지 보전의 영역, 생산품이 양품인지 불량품인지 구분하는 품질 검증 영역,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공정 최적화 영역, 생산 라인의 혼잡도를 예측하여 공정별 최적 투입량을 도출하는 생산 계획 영역, 이외에 협동 로봇, 보안, 에너지 절감 등의 영역이 있을 텐데 이런 응용 분야에서 AI 제조 기술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구체적으로 수치를 살펴보면 그림 1와 같다.]
제조 AI 기술을 적용하려면 가장 기본적인 요소로 제조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어야 한다. 공정 설비의 제어 장치로부터 제조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별도의 센서를 추가해 데이터를 수집하게 되는데, 제조 설비는 일반적으로 PLC(Programmable Logic Controller)라는 ‘프로그램 가능한 논리 제어 장치·를 통해 모터, 펌프, 실린더 등과 같은 설비의 동작을 제어하고 온도, 압력, 속도, 전압 등과 같은 상태 정보를 입력받음으로써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게 된다. 석유화학, 철강, 시멘트와 같은 대규모 연속 공정의 경우 DCS(Distributed Control System)라 불리는 분산 제어 시스템을 통해 제어와 설비 상태 정보를 입력받게 된다.
이러한 제조 설비의 동작 데이터 외에 설계, 구매, 생산, 판매 등의 다양한 정보를 관리하는 시스템 데이터와도 연계하게 되면 스마트 팩토리 최종 단계라 할 수 있는 자율 공장(Autonomous Factory)을 구현하는 토대가 된다. 상당수의 제조업은 다품종의 제품을 생산하므로 공정에서 나오는 설비 운전에 관한 데이터와 작업 조건 데이터(상태 데이터)는 해당 시점의 제품 정보와 원료 조건 등을 비교 및 구분되도록 수집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동안 제조업의 데이터는 해당 공장의 서버에 차곡차곡 쌓여 왔다. 내가 이곳에 있다 보니 생산 현장에 방문할 일이 많이 있는데 갈 때마다 경영진의 입에서는 “우리는 데이터를 완벽하게 모아 놓고 있습니다. 과거 3년 치가 있으며, 지금 이 순간도 설비 데이터와 상태 데이터가 쌓이고 있습니다.”라고 이야기를 한다. 약간의 자랑 비슷한 어투와 표정으로 말을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공허한 느낌이 든다. 어떤 목적으로 어떤 형태로 데이터를 수집하는지에는 관심이 없고 단지 수집 행위 자체만 목적을 두고 있는 게 현실이다.
반면에 다른 어떤 곳에서는 “지난번 스마트 솔루션 설치한 IT 업체가 망해서 새로운 업체에 사후 관리를 요청했는데 데이터 형태가 달라서 발주한 업체의 솔루션으로 새로 구축해야 합니다”라고 한다. 불만이 가득한 어투와 표정을 보면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은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 경우는 어느 정도 약속된 데이터 표준이 없이 솔루션 업체별로 각각의 방식으로 만들어 설치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 하겠다.
제조 AI로 가는 길은 기술적으로나 경영자의 인식 정도로나 험난한 길이다. 제대로 구현하려면 단계별로 꼭 필요한 시스템을 구비해야만 하고 서로 상호호환성을 가질 수 있는 데이터 체계가 필요하다. 이 둘을 동시에 만족시켜줄 수 있는 형태가 바로 플랫폼이다. 이런 플랫폼은 정부의 주도로 만들어가는 방법도 있지만 솔직한 마음은 민간 기업들의 혹독한 경쟁을 통해 확대 재생산되는 방식이 효용성과 완성도 측면에서 훨씬 강력하다고 본다. 향후 제조 데이터와 AI 산업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비즈니스적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 있게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