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AI, 도대체 너는 누구니?-①] 제조업의 DX

2024.07.29 11:30:03

지난 2월, 나는 여느 때처럼 아침나절에 탄천변을 걷기 위해 나왔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새벽을 뚫고 걷고 있었다. 한참을 걸었을 때, 낯선 기분이 들며 어디선가 상냥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좋은 아침입니다 주인님! 오늘은 2월 20일 월요일입니다.”

“날씨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영하 3도까지 내려가는 추운 하루가 될 것입니다.”

 

깜짝 놀라 사방을 둘러봐도 이런 말을 할 만한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다시 한 번 그 목소리가 들려왔다. ‘좋은 아침입니다 주인님. 오늘은 2월 20일 월요일입니다. 날씨는….’ 그 순간 웃음이 나왔다. 매일 5시에 맞춰놓은 핸드폰 알람이 이제야 울린 것이었다.

 

어제 핸드폰에 AI 알람 기능을 신문에서 보고 설정해 놓았던 것이 떠올랐다. 설정할 때 여러 번 들어본 소리였지만, 실제로 알람이 울릴 때는 그게 무슨 소리인지 몰라 웃음이 나왔다. 주머니 속 핸드폰에서 나는 알람 소리가 두꺼운 겨울바지를 뚫고 들려오니 소리가 변형되어 들렸던 것이다. 어제 들었던 익숙한 그 소리를 다시 들어본다. 무한 반복으로 똑같은 내용이 들려온다.

 

“영하 3도…. 오늘 약속 장소인 세종시는 현재 영하 2도로 이곳보다 조금 덜 춥겠습니다.”

 

허걱! AI 알람의 진가를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처음 들었을 때와 두 번째 알람 소리가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렸다. 이왕 듣는 김에 세 번째 알람 소리도 들어보기로 했다. 아주 신기하고 즐거웠다.

 

“10시에 예매하신 KTX 열차는 정시에 출발할 예정입니다. 세종시 도착은 10시 45분이며 이 시각 현지 날씨는 영상으로 올라가서 지금보다는 조금 따뜻해질 것입니다.”

 

아침에 들려오는 상냥한 여성의 알람 소리에 기분이 한껏 좋아졌다. 더 이상 들으면 안 되겠다 싶어 알람을 중지시키고 한참을 그렇게 폰을 쳐다보았다. AI의 등장은 이렇게 내 생활로 들어왔다.

 

오늘 나는 일상 속에 가까이 와 있는 AI와 제조업과의 연관성을 주제로 글을 쓰려고 한다. 아마도 서너 챕터로 쓰여질 것 같고 오늘은 서문에 가깝다. 몇몇 관심 있는 사람들에 의해 거론되었던 DX라는 용어는 오늘날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으로 공감대를 얻고 있다. ‘디지털 전환’이라는 우리말로 번역해도 그 뜻을 이해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Bain & Company는 DX를 ‘디지털 엔터프라이즈 산업을 디지털 기반으로 재정의하고 게임의 법칙을 근본적으로 뒤집음으로써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여전히 그 뜻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다른 회사의 정의도 찾아보았다. PWC는 ‘기업경영에서 디지털 소비자 및 그 생태계가 기대하는 것들을 비즈니스 모델 및 운영에 적용하는 일련의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더 헷갈리기만 했다. Microsoft는 ‘고객을 위한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해 지능형 시스템을 통해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새롭게 구상하고 사람과 데이터 그리고 프로세스를 결합하는 새로운 방안을 수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역시 일반인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회사라서 그런지 더 쉽게 설명하고 있었다. 그중에서 ‘수용하는 것’이라는 단어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수용은 ‘받아들인다’는 의미인데, 사실은 수용하지 않아도 되는데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1990년 초 내가 회사에 입사했을 때만 해도 개인용 PC도 없었고, 인터넷도 없었으며, 이메일도 없었다. 오로지 전화와 팩스로만 업무를 처리했는데도 전 세계를 상대로 수출도 하고 돈도 벌었다. DX는 어찌 보면 액세서리일 수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Microsoft 사가 ‘수용하는 것’이라고 정의한 것은 매우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삶과 기업들이 디지털을 수용하고 있는지를 보면 DX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것’인지 아니면 ‘있어야만 하는 것’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일하는 방식의 변화’는 최근 십수 년간 Cloud, Mobile, IoT, 인공지능 등의 디지털 기술이 지속해서 발전하면서 나타났다. 이러한 기술을 이용하여 고객 응대, 사업관리, 운영업무, 사업모델 등의 영역에서 기존 방식과는 다른 새로운 개선의 시도가 증가하고 있다. 크게 일하는 방식의 변화는 개선의 관점에서 지속되어 왔으며, 앞서 언급한 ‘수용’은 개선을 하려는 방향으로 활발히 확산되고 있다. DX의 수용은 개선을 통해 효율성과 효과성을 가져다주며, 잘 수용된 기업 또는 사람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진다. 이를 더 일반적인 용어로 표현하자면 ‘경쟁력 강화’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경제·정치적 글로벌 환경의 변화는 더 세밀한 비즈니스 능력을 요구하게 되었고 이를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수단으로 디지털을 수용한다.

 

 

제조업의 환경 변화를 보면, 최근 10여 년간 지속돼 오던 주요 산업별 생산 동향은 전반적으로 ‘생산 감소’ 상태이며, 이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 제조업 생산 환경에 대한 개선 압박이 높아지고 있으며, 글로벌 통상 환경의 변화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서 그 속도가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의 선택권이 강화되면서 다품종 소량 생산체제와 환경에 대한 이슈가 부각되고 있으며,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이 단축되었다. 인구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인한 인력 부족 문제가 심화되고, 이로 인한 노동원가도 상승하였다.

 

이러한 양상을 볼 때 DX의 수용도는 최고조에 이르게 되었다. 시대적 흐름은 DX가 ‘있으면 좋은 것’에서 ‘꼭 있어야 하는 것’으로 매우 높은 수용도를 보여주고 있으며, 특히 제조업의 DX는 기업의 사활을 건 개선과 수용의 반복 속에서 점점 첨단화되고 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한 산업혁명을 일컬어 ‘Industry 4.0’이라 하며, 제조 분야에서는 ‘스마트 제조 혁신’과 ‘스마트 팩토리’가 제조 DX의 추진 방향과 이를 구현할 스마트 기술의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이는 공정을 디지털화하는 MES, 전사 자원관리 프로그램인 ERP와 같은 레거시 솔루션에 더하여 제조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는 AI 기반의 스마트 제조 기술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한국 제조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수출액의 85%, GDP의 30%에 육박하여 중국의 27.5%보다도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어 한국에서 중요한 산업 부문에 위치하고 있음을 볼 때 이에 대한 경쟁력을 ‘스마트 팩토리’ 구현으로 확실하게 가져가는 것은 매우 의미 있다. 이미 국제적으로도 스마트 팩토리 ‘수용도’가 증가되고 있다.

 

제조 및 서비스 기업이 메타버스 환경에서 다양한 솔루션을 쉽게 설치하여 활용할 수 있도록 하거나, 가치 사슬 간에 또는 산업 단지처럼 공간적으로 모여 있는 기업들 간에 상호 연결을 통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다. 한국 제조업도 이러한 글로벌 제조 DX의 ‘수용’에 발맞추어 스마트 팩토리 무브먼트를 통해 경쟁력을 갖추어 가고 있다.

 

제조 DX, 즉 ‘스마트 팩토리’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인력 측면에서는 숙련공이 부족하고 노동 인구의 고령화에 따른 생산 환경의 변화가 있으며, 경제 측면에서는 제조 산업의 위상이 매우 높아지고 있고, Industry 4.0의 진원지도 제조이다. 생산 측면에서는 다품종(맞춤형) 소량생산 시대이며, 환경적 요구사항이 많아지고 있다. 제품 측면에서는 제품의 수명 주기가 감소하고, 요소 기술이나 용도가 다양하게 변화한다. 시장 측면에서는 시장이 과열되고 있고 원가 절감의 압박이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 및 시장의 변화로 새로운 방식의 제조 기술이 필수적이며, 이를 개발하기 위한 끊임없는 투자와 노력이 뒷받침되고, 더욱 많은 제조 기업에서 이를 ‘수용’하여 전반적인 제조 산업의 스케일업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안광현,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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