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로의 유량 계측은 공업을 지탱하는 기반 기술의 하나이다. 가정의 경우, 수도꼭지의 수돗물이나 온수기의 온수 등은 친숙한 유량의 대표적인 예이다. 공업에서는 연료, 천연가스에서부터 수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체가 관로를 통해 공급되고 있다. 유체의 수송량 관리, 제어 및 거래에 있어 유량을 정도 있게 계측하는 것이 요구되고 있으며, 정도 향상에 대한 높은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유량은 단위 시간당 유체의 체적 유량 혹은 질량 유량으로 나타내는데, 모두 체적 혹은 질량의 시간 미분으로 유량의 단위는 체적 혹은 질량과 시간으로 이루어지는 조립 단위이다(즉, 체적 유량 m3/s 혹은 질량 유량 kg/s). 유량 계측에는 온도의 변화나 유량계수 등 불확실한 파라미터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정도’가 아니라 ‘불확실함’을 이용해 측정값의 신뢰성을 나타내고 있다.
관로의 유량 측정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용적 유량계인 오벌 유량계나 조임기구에 의한 유량 측정법인 오리피스 유량계, 물체와 흐름의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한 면적식 유량계, 터빈 유량계, 와류식 유량계, 열을 이용한 열식 질량 유량계, 속도 측정을 바탕으로 한 유량 측정법인 전자 유량계, 초음파 유량계, 질량 유량을 측정하는 코리올리 유량계가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원리로 유량을 측정하는 방법이 있다.
이 글에서는 관로 유량 계측의 연구 사례로서 물이나 기름 등의 비압축성 유체를 대상으로 카르만 필터를 이용한 관로 내의 비정상 유량 계측에 대해 필자의 연구 예를 소개한다. 이 연구에서 대상으로 하는 것은 관로의 비정상 유량으로, 유체 관로로서는 비교적 높은 주파수 대역(수백 Hz)의 비정상 유량 측정을 흐름의 저항 없이 혹은 아주 적은 저항으로 억제해 계측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글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우선 연구의 배경이 되는 관로의 동특성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선행연구로서 2압력 센서법과 3압력 센서법에 대해 설명한다. 여기서 3압력 센서법은 유압펌프의 맥동 압력 계측의 ISO 규격에도 채용된 실적이 있으며, 압력센서의 배치는 동 연구에서도 참고로 했다.
그 다음으로는 이 글의 주제인 선형 카르만 필터를 이용한 관로의 비정상 유량 계측법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이 선형 카르만 필터법을 층류 유량계에 적용한 사례를 소개한다. 마지막으로는 정리를 한다.
이 글의 집필 의뢰 취지에 따라 이론식의 사용은 최대한 피하고 가급적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했으나, 부족한 점은 이해해 주기 바란다. 이론적인 세부 사항은 참고문헌을 참고하기 바란다.
관로의 동특성에 대해서
관로의 흐름에 의해 발생하는 압력 손실은 유량 혹은 유속과 관계가 있다. 흐름이 층류일 경우 압력 손실은 유량·유속에 비례하고, 흐름이 난류일 경우 관내 벽의 거칠기도 관계가 있다. 흐름이 정상 상태라면 측정 구간의 두 점 사이의 압력 차이로부터 정상 유량을 구할 수도 있다.
이 글에서 대상으로 하는 비정상 유량은 펌프의 맥동이나 밸브의 개폐 조작에 의해 관로에 발생하는 시간과 함께 변화하는 유량으로, 관로의 동적인 거동을 고려한 계측법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유압펌프의 수백 Hz의 맥동 유량 계측을 동 기법의 응용 사례로 들 수 있다. 유압펌프는 베인 펌프나 피스톤 펌프 등 이른바 용적식 펌프로, 펌프가 회전함에 따라 맥동 유량이 발생한다. 이 맥동 유량이 토출 관로를 타고 공진현상을 일으켜 진동이나 소음의 원인이 된다.
유압펌프의 토출 관로에 생기는 압력 맥동의 이미지는 그림 1과 같다. 용적식 유압펌프의 토출 관로에서는 펌핑(토출 용량의 시간 변화)에 따른 맥동 유량이 생기고 관로의 유체 임피던스에 대응해 압력 맥동이 발생, 소음이나 진동의 요인이 된다. 압력 맥동은 관로의 동특성(주파수특성)에 따라 특정 주파수, 특정 장소에서 피크를 일으키기도 한다. 공진특성은 관로의 동특성을 나타내는 수학 모델에 의해 해석되며 주파수특성의 실험에 의해 검증된다. 맥동의 주파수는 유압펌프의 회전 속도에 비례하고, 기본 주파수는 수백 Hz에 달하기 때문에 관로의 동특성을 고려한 비정상 유량 계측법이 필요하다.
또한 그림 1에 나타냈듯이 관로의 A점이나 B점에 압력센서를 접속하면 과도적인 압력의 계측은 가능하지만, 관로의 압력 손실이나 동특성의 영향으로 A점과 B점의 압력 파형은 다르다. 하류의 조임기구를 강하게 조이면 압력 레벨과 압력 맥동의 진폭 ΔpA와 ΔpB는 증가한다. 이와 같이 압력 맥동 자체는 조임기구나 펌프 등의 경계 조건과 관로 동특성의 영향을 받는다.
한편 유압펌프의 토출 유량의 맥동은 기본적으로 유압펌프의 구조·형상·치수와 회전수로 결정되는 것으로, 관로의 맥동현상은 유압펌프의 유량 맥동이 발생원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따라서 비정상 유량(이 경우는 맥동 유량)을 계측할 수 있다면, 그 정보는 본질적인 대책을 검토하기 위한 귀중한 자료가 된다.
한편, 관로의 동특성을 나타내는 수학 모델에는 관로를 집중정수계로 간주하느냐, 혹은 분포정수계로 간주하느냐에 따라 두 종류로 크게 나뉜다. 앞에서 말한 압력 차이로부터 유량을 구할 때의 개념(관로 모델)은 관 마찰만을 고려한 집중정수계 모델 중 하나이다. 또한 유체의 관성력과 관 마찰을 고려한 유체의 운동방정식을 관로 모델로 생각할 수도 있다. 조임기구의 일종인 원통형 조리개 유체 관성력을 주로 고려한 원통형 조리개 순간 유량계에서는 내경 2.55mm, 길이 20mm의 원통형 조리개를 이용해 400Hz가 넘는 응답성을 갖는다는 것이 보고되어 있다.
물이나 작동유에는 약간이지만 압축성이 있어 측정 구간의 관로에 유입되는 유량과 유출되는 유량의 수지에 따라 압축·팽창하고 압력이 시간과 함께 변화한다. 작동유의 체적 탄성계수를 1.6GPa로 하면, 압력이 10MPa 증가하면 부피는 약 0.6%(=10MPa/1.6GPa)만큼 감소한다. 체적의 변화율은 약간이지만 스프링과 등가의 역학적 작용을 하기 때문에 시스템의 안정성을 논의할 때에 압축성을 고려한 관로 모델을 이용하기도 한다.
한편, 분포정수계 모델에서는 파동전파 현상을 고려한다. 예로서 강관 내에 작동유가 흐르고 있는 경우, 파동전파 속도 c를 1200m/s로 하고, 관로의 길이 L을 1m로 하면, 기본 고유진동수는 c/(4L)=1200/4=300Hz이다. 이 식은 압력파가 파동전파 속도 c로 길이 L의 관로를 2왕복(거리 4L)하는데 걸리는 시간(4L/c)의 역수, 즉 주파수(Hz)를 구하고 있다. 압력 손실이나 관로 양쪽 끝에 접속되는 밸브나 펌프와 같은 경계 조건이 공진특성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관로에 발생하는 공진 주파수가 이 식으로 구한 주파수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식은 공진 주파수의 대략적인 파악에 유용하다.
관로의 두 점 사이의 압력과 유량의 미세 변동 관계는 전달함수 행렬로 나타낼 수 있다. 전달함수 행렬의 각 요소는 관로의 파동전파 속도나 특성 임피던스 등의 분포정수계 모델로 구성되어 있는데, 자세한 내용은 참고문헌 ‘유공압편람’을 참고하기 바라며 이 글에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관로의 두 점의 압력(p1과 p2)으로부터 전달함수 행렬을 이용함으로써 압력센서 위치의 유량(Q1과 Q2)을 계측할 수 있다. 이 전달함수 행렬은 압력과 유량의 미소 변동의 관계식이며, 전제조건으로 관내 흐름이 1차원 흐름이면서 층류(비정상 층류 포함)이고 유속이 파동전파 속도에 비해 충분히 작다고 가정하고 있다. 이 조건이 성립될 경우, 관내 흐름의 기초식은 선형 시스템으로 가정해 다룰 수 있다.
2압력과 3압력 센서법
앞에서 말한 전달함수 행렬을 이용하면 관로의 두 점의 압력(p1과 p2)으로부터 비정상 유량(Q1과 Q2)을 구할 수 있다. 이 원리를 적용한 것이 2압력 센서법으로, 개략도를 그림 2에 나타냈다.
관로를 따라 L1의 간격을 두고 두 개의 압력센서를 관로에 접속, 압력 p1과 p2를 검출해 추정기에 입력하고 추정기의 계산 결과로서 유량 Q1 혹은 Q2를 구한다. 추정기에서 실행되는 계산 방법으로는 전달함수 행렬의 역라플라스 변환을 이용하는 방법이나 특성곡선법을 이용한 방법이 보고되어 있다. 2압력 센서법에서는 압력센서의 간격 L1이 파동전파에 의한 진동모드의 반파장과 일치하는 경우, 두 개의 압력센서가 모두 진동모드의 ‘마디'에 위치하기 때문에 진폭을 검출할 수 없는 과제가 있다는 것이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과제를 극복하기 위한 고안이 3압력 센서법이다.
3압력 센서법에서는 그림 3에 나타냈듯이 제3의 압력센서를 이용한다. 제2와 제3의 압력센서 간격 L2가 제1과 제2의 압력센서 간격 L1과 다르도록 배치함으로써 앞에서 말한 반파장 과제를 피할 수 있다. 제1과 제2의 압력센서 신호를 추정기 1에 입력해 유량을 구하고, 제2와 제3의 압력센서 신호를 추정기 2에 입력해 유량을 구한다. 파라미터를 정확하게 구할 수 있는 이상적인 조건에서는 추정기 1의 유량 Q21과 추정기 2의 유량 Q22는 일치한다. 만약 압력센서의 교정에 오차가 있을 경우, 양자의 유량은 일치하지 않고 그 오차는 무시할 수 없을 정도가 된다. 따라서 압력센서 p2의 신호에 추정기 1과 2의 유량 차이 Q21-Q22에 게인 g(가상 유체 임피던스)를 곱해 더한 피드백 신호를 추정기 2에 입력하는 압력 신호로 하는 방법이 제안되고 있다. 3압력 센서법은 게인 g가 계측의 확실함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형 카르만 필터의 이용
앞에서 말한 3압력 센서법은 반파장 문제를 피하는 효과가 있지만, 두 대의 추정기와 보정용 게인이 이용되고 있다. 필자 등은 반파장 문제를 피하기 위해 세 개의 압력센서를 이용하는 한편, 두 대의 추정기 대신에 관로 동특성 모델을 바탕으로 한 선형 카르만 필터를 적용해 비정상 유량을 계측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했다.
관로의 동특성 모델로서 상태방정식에 의한 표현이 가능한 최적화 유한요소 모델을 채용했다. 최적화 유한요소 모델은 관로를 따라 교대 격자계를 설정하고 격자점에 압력과 유량의 변수를 교대로 설정한다. 흐름의 운동방정식과 연속의 식에, 구분된 요소마다 유한요소 근사를 실시해 격자점의 유량과 압력을 상태변수로 하는 연립 상미분방정식(상태방정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을 얻는다. 이 상태방정식의 고윳값 이론값에 대한 오차가 최소가 되도록 격자점 배치를 조정해 최적화한 모델이 최적화 유한요소 모델이다. 관로 동특성의 최적화 유한요소 모델은 분포정수계 모델 중 하나로, 격자점의 압력과 유량을 상태변수로 하고 양쪽 끝의 압력을 입력으로 하는 상태방정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최적화 유한요소 모델은 시불변 선형 시스템의 상태방정식으로 표현되므로 이것을 대상 관로의 수학 모델로서 이용하고 선형 카르만 필터를 적용했다.
선형 카르만 필터를 이용한 유량 추정의 개략도를 그림 4에 나타냈다.
제1 압력 p1과 제3 압력 p3을 관로 동특성 모델의 상태방정식에 입력한다. 관로 동특성 모델의 상태방정식은 퍼스널컴퓨터에서 시뮬레이션 되고 있으며, 압력센서 p2 위치의 압력 계산값과 계측값 차이에 카르만 게인을 곱해 모델에 피드백한다. 선형 카르만 필터를 통해 상태변수 벡터가 추정되고 격자점 유량변수로부터 관로의 비정상 유량 추정값을 얻을 수 있다. 필자 등의 연구 예에서는 이 방법을 이용해 유압펌프 215Hz의 맥동 유량을 검출할 수 있었다.
층류 유량계에 의한 비정상 유량 계측
흐름이 층류를 넘어 천이 영역, 나아가 난류가 되는 경우에는 선형성이 성립되지 않기 때문에 선형 카르만 필터를 적용할 수 없다. 그래서 세관을 묶은 층류 유량계를 이용해 흐름을 분기시킴으로써 세관 내의 흐름을 층류로 만들고 난 후에 선형 카르만 필터를 이용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했다.
층류 유량계의 개략도는 그림 5와 같다. 세관 중 하나의 세관에 세 개의 압력센서를 접속해 그 세관의 비정상 유량을 계측한다. 세관의 유량과 전체 유량의 관계를 사전에 교정해 두면, 세관의 유량으로부터 전체 유량을 계측할 수 있다.
과제로는 본관과 층류 유량계 사이의 분기․합류부 흐름의 영향을 들 수 있다. 흐름이 천이 영역 혹은 난류인 경우, 유체역학적으로 보다 복잡한 비선형성이 생긴다. 확장 카르만 필터(EKF)나 unscented 카르만 필터(UKF)의 이용에 대해서는 앞으로의 과제로 남겨 두기로 한다.
맺음말
관로의 비압축성 유체의 비정상 유량 계측법으로 선형 카르만 필터를 이용한 연구 사례에 대해 소개했다. 관로의 압력과 유량을 전달함수 행렬로 관계지을 수 있는 점, 2압력 센서법에서 3압력 센서법으로 발전한 경위와 필자 등이 연구한 선형 카르만 필터를 이용한 비정상 유량 계측법에 대해 설명했다.
동 기법은 아직 연구 단계이며, 어느 정도 길이의 관로(1~2m)가 필요하다는 점, 점도의 온도 의존성, 실시간 계측을 위한 연산의 효율화 등의 과제가 있다. 역류도 동일한 시스템 구성으로 계측할 수 있다는 장점 등이 있으므로 이러한 장점과 과제에 입각한 연구가 기대된다.
또한 카르만 필터에 의한 관로의 비정상 유량 계측 연구는 과학연구비 보조금(기반 연구(C), 17K06226)을 지원받아 실시한 연구 성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