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티 서재창 기자 |
올해 전 세계 산업군을 강타한 사건 중 하나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었다. 특히 자동차 및 반도체 업계에 고달픈 과제처럼 주어진 이 현상은 안타깝게도 아직 유효하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한 자동차 생산량 감소는 실로 막대하다. 한국자동차연구원 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말부터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세계 완성차 생산 차질 규모는 1015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대략 248조 원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진 주된 이유로 '반도체 수요 예측 실패'를 꼽는다. 지난 2019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기업의 예상과는 다르게 시장에서의 자동차 수요는 급격히 늘어났다. 비대면 상황을 고려해 대부분의 반도체 수주는 PC와 모바일 분야로 쏠렸고,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할 여력은 사라졌다.
설상가상으로 전 세계 차량용 반도체 생산 공장은 홍수, 한파 등의 악재로 인해 가동을 중단하는 사태를 겪었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공장 폐쇄, 가뭄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TSMC, 르네사스 공장 화재, 오스틴 공장에 몰아친 한파 등이 그 예다. 앞서 언급된 공장 가동 중단은 반도체 생산량 감소로 이어졌다.
반도체 생산이 줄어듦에 따라, 자동차 생산도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차량용 반도체가 어떤 역할을 하기에 자동차 생산을 멈출 정도로 중요한 부품이 된 것일까.
자동차와 반도체. 자칫 무관해보일 수 있는 영역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아직까지 주류인 내연기관 차량에도 반도체는 매우 중요하다. 내연기관차 부품 구성비는 약 40%가 전기전자장치 부품이며, 여기에는 전체적으로 약 300개의 반도체가 활용된다. 이 반도체들은 각종 안전 장치 및 편의 장치에 쓰인다.
차량용 반도체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외부 환경을 인지해 명령을 내리는 '센서용 반도체', 엔진·변속기·제동장치 등을 제어하는 '전자제어장치용', 차량 내 각종 장치를 구동하는 '구동장치용 반도체'가 그것이다. 물론 이 유형 안에도 수많은 반도체가 존재한다.
한 예로, 거리 감지 센서가 있다. 이 센서는 운전자가 저속으로 주행하거나 주차할 때 사각지대에 있는 장애물을 감지하고 경고 메시지를 보내준다. 제동 시 미끄러짐을 방지하기 위해 적용되는 ABS 시스템도 휠 센서, PTS 센서가 보내는 신호를 통해 작동된다. 이때 모두 반도체가 쓰이는 것이다.
이외에도 차량용 반도체는 다양한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지속 개발되고 있다. 최근 개발을 거쳐 시장에 출시된 차량용 반도체를 몇 가지 알아보자.
차량용 반도체를 제작하는 기업 중 하나인 인피니언은 차량용 보안 컨트롤러 SLI37을 출시했다. 이 컨트롤러는 5G 지원 eUICC, V2X 통신, 자동차 엑세스나 SOTA 업데이트와 같이 보안이 중요한 자동차 애플리케이션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전동화와 커넥티비티가 증가한 만큼, 자동차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 사이버 공격의 위험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텔레매틱스 데이터 보안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 컨트롤러는 차량용 반도체의 조건 중 하나인 내구성에 있어 17년의 수명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포드와 협력 의사를 밝힌 NXP는 포드 차량군에 향상된 운전자 경험, 편의성, 서비스를 제공한다. NXP i.MX 8 시리즈 프로세서는 클라우드 서비스, 향상된 음성 인식, 위치 기반 애플리케이션을 가능하게 하는 생생한 그래픽으로 포드 싱크 4가 고급 멀티미디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도록 지원한다.
NXP의 차량 네트워크 프로세서는 차량 내 보안 네트워킹을 제공하고 게이트웨이가 OTA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및 새로운 서비스를 신속하게 실행하도록 돕는다. 동시에 심층 차량 데이터를 처리하고 클라우드로 전송해 지속적으로 제품을 개선하고 차량 상태 관리와 같은 데이터 기반 서비스를 지원한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이하 ST)는 첨단 주행 시스템에 필요한 고품질 위치 데이터를 제공하는 자동차용 위성 항법칩을 선보였다. ST의 테세오 V 제품군에 추가된 STA8135GA는 최초의 자동차 등급 GNSS 수신기로, 표준 다중 대역 PVT와 추측 항법 외에도 3중대역 위치 확인 측정 엔진을 단일칩에 통합한다.
이처럼 차량 내 반도체의 활용 범위는 점차 넓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기차의 경우 평균 600개 이상의 반도체, 레벨 3 수준의 자율주행차는 3000개 이상이 쓰일 것으로 예측한다.
차량용 반도체는 차량 안에 각 영역별로 쓰임새가 다양하고 다르기에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를 지향한다. 더욱이 앞으로는 친환경차 비율이 높아짐에 따라, 차량용 반도체 수요 및 시장은 빠른 속도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IHS마킷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차량용 반도체 수요는 1325억 개에 이르며, 2027년에는 2083억 개로 연평균 8%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차량용 반도체 수요는 가파르게 늘 것이다. 이 시장의 플레이어들이 어떤 솔루션과 비즈니스 전략으로 이 위기를 극복할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