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자율주행, 도대체 언제 되냐고요?” 국내 탑티어 회사에 물었습니다

2021.11.19 19:42:51

자율주행 스타트업 '라이드플럭스'의 정하욱 부대표 인터뷰

헬로티 이동재 기자 |

 

 

자율주행 이야기를 할 때마다 항상 도돌이표처럼 돌아가게 되는 그 말, ‘아 그래서 완전자율주행, 언제쯤 된다는 거야?’ 과학기술의 발전... 4차 산업혁명... 넘치는 예찬들에 떠밀려 잔뜩 부풀어버린 기대감에 영화에서만 봤던 자율주행 시대가 이미 코앞에 와 있는 양 설레발을 치다가도, 뉴스에서 들려오는 자율주행 차량 사고 소식에 화들짝 단꿈에서 깨기를 여러 번이다.

 

지금의 운전면허가 쓸모없어지고, 자동차가 소유가 아닌 공유의 대상이 된다는 ‘완전 자율주행 시대’. 말은 그럴 듯한데 정말 그대로 이뤄질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도심에서 이뤄지는 자율주행 자동차 테스트에 대한 뉴스들이 꽤 자주 들려오고 있지만, 대부분의 평범한 일반인들이 그것을 실제로 경험해 볼 일은 별로 없다.

 

손꼽히는 국내 대표 여행지 제주도에는 일반인들에게 열려 있는 자율주행 시범 서비스가 있다. 시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회사는 ‘라이드플럭스’, 자율주행이라는 꿈에 진심인 사람들이 모여 분투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제주도 지역 유상 자율주행 운송 서비스 론칭을 시작으로 전국 각지에 회사 로고가 새겨진 자율주행 차량을 다니게 하는 것이 목표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에서 자율주행을 연구했던 박중희 박사는 2016년 국내에 자율주행 기술을 도입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귀국길에 올랐다. 학위 과정 당시 지도교수였던 칼 이아그넴마(Karl Iagnemma)의 연구그룹 소속으로 자율주행 회사 모셔널(Motional)의 전신인 누토노미(Nutonomy)의 시작을 함께한 그는 스타트업에서 가능성을 보고 창업을 결심했다. 2018년 5월 창업 이후, 6개월만에 10여명의 초기 팀이 구성됐고 기자와 인터뷰를 진행한 정하욱 부대표도 이때 팀에 합류했다.

 

“제주도를 찾은 관광객들이 제주공항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뭘까요? 바로 렌터카 대여에요. 라이드플럭스는 제주공항과 쏘카스테이션 제주 사이, 왕복으로 약 5km 구간에 자율주행 셔틀 시범 서비스를 10개월간 운영했어요. 편도 기준으로 약 6000여회의 운행을 통해 자동 차선변경 1만6000회, 유턴 2600회, 신호 교차로 통과 1만9000회 등 실증 데이터를 쌓았죠.”

 

지난 7월부터는 훨씬 늘어난 거리인 제주공항과 제주중문관광단지 사이의 약 38km 구간에서 베타 서비스가 진행되고 있다. 라이드플럭스는 현재 해당 구간의 자율주행 운행이 안정화됐다고 판단, 유상 서비스 전환을 위해 지자체, 중앙 정부와 행정 절차를 진행 중이다. 행정 절차가 마무리되면, 자율주행 차량이 실제로 돈을 지불한 승객을 태우고 38km의 도로를 달리게 된다.

 

 

최근에는 자유노선형 시범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1.5㎢ 반경의 제주도혁신도시 내에서 진행되는 자유노선형 시범 서비스는 정류장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그동안의 서비스보다 기술적으로 훨씬 어려운 도전이다.

 

“그동안은 정류장이 고정돼있는 셔틀 형태의 자율주행 서비스를 했지만, 지금은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정해진 반경 안의 지역에서 출발지와 목적지를 자유롭게 선정하고 이동할 수 있는 자유노선형 실증 서비스를 테스트하고 있어요. 스마트폰을 통해 차량을 호출하고, 반경 안에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목적지로 설정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서비스죠.

 

이를 위해서는 경로를 실시간으로 빠르게 생성하는 기술이 중요해요. 네비게이션이랑 비슷하지만 큰 틀의 경로뿐 아니라 차선을 어떻게 바꾸고 움직여야 하는지에 이르기까지, 더욱 세밀하고 유기적인 주행 경로를 생성해야 하기 때문에 훨씬 복잡하죠.”

 

“정말 대단하군요. 그런데 그런 복잡한 길을 자율주행차로 이동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조금 무서울 것 같아요.”

 

“음... 자율주행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처음 접하는 장소를 탐험하는 ‘화성 탐사’ 방식이 아니에요. 그보다는 우리가 자주 이용하는 친숙한 도로를 안전하고 숙련된 운전으로 이동하는 기술이죠.

 

기본적으로 자율주행 시스템은 측위, 인지, 예측, 계획, 제어의 단계를 거쳐요. 측위는 자율주행 차량의 위치, 자세, 속력을 인식하고, 인지 기술은 여러 센서를 통해 주변 차량이나 보행자의 상태와 영역을 인식해요. 예측 기술은 인지한 물체를 분석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상황을 미리 예측하고요, 계획 단계에선 예측한 상황을 토대로 가장 안전한 경로와 속도를 계획해요. 그리고 제어 단계에서 앞선 계획대로 차를 제어하게 되죠.

 

이 단계들이 완벽하게 이뤄지면 좋겠지만 뭔가 오차도 생길 것 같고 불안하죠? 여기서 더욱 안전한 자율주행을 위해 지역적 정보를 담은 데이터를 보완적으로 사용하는데 바로 고정밀 지도에요. 고정밀지도를 통해 다양한 날씨 상황 혹은 장애물/경사에 의해 가려진 센서 음영 구역에서도 항상 신뢰성 높은 정보를 얻을 수 있죠. 눈이 많이 내려 차선이나 과속방지턱이 가려진 상태에서도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는 거예요.

 

고정밀 지도 외에도 보다 정확한 인지와 예측을 위한 인공지능 데이터 솔루션, 안전하고 효율적인 운행을 위한 시뮬레이터와 원격관제 솔루션 등 다양한 소프트웨어 인프라 기술이 자율주행을 보조하고 있답니다.”

 

 

정하욱 부대표의 말처럼 ‘화성 탐사’가 아닌 이상, 사람이나 화물을 운송하는 자율주행 서비스는 좁은 지역에서 넓은 지역으로 점차 확대될 수밖에 없다. 라이플럭스의 목표는 제주 지역의 주요도로에서 시작해 제주 이외의 도시들로 자율주행 구역을 확장하는 것이다.

 

“자율주행 서비스 지역 확장은 단계적으로 이뤄질 거예요. 지역을 확장하고 기술을 검증하고 실제로 서비스를 진행하고 또 지역을 확장하고...

 

욕심만 가지고 자율주행 구역을 대책 없이 확장하면 비용도 많이 들 뿐더러 기술적인 실익도 많지 않아요. 효율적인 접근이 필요하죠. 조 단위 자본이 있는 해외 회사들도 우선 지역 기반으로 실증을 해요. 지역 확장에 있어서 사업적으로, 기술적으로 의미가 있는 지역을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거죠.”

 

“그렇다면 제주도 다음 라이드플럭스의 서비스 지역은 어디가 될까요?”

 

“많은 승객을 태울 수 있고 기술적으로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곳. 구체적인 지역은 사업적인 기회와 상황에 따라서 전략적으로, 유연하게 확장해 가려고 해요. 지금은 서울시나 세종시를 생각하고 있어요.”

 

한국은 자율주행에 꽤나 진심인 나라다. 해외에선 관련 기술 개발이 거의 민간 단위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비해, 한국은 정부가 자율주행 산업을 신성장 산업으로 선정하고, 제도적으로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등 국가가 나서서 주도하는 성격이 강하다.

 

“많은 분들이 국내에선 각종 규제 때문에 자율주행 사업이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시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정부로부터 많은 지원과 발빠른 제도적 보완이 이뤄지고 있어요.

 

 

‘자율주행 임시 운행 허가제도’가 맨 처음 시행될 때는 정해진 지역에서만 자율주행 자동차 시험 운행을 할 수 있었어요. 규제가 풀리면서 허가 받은 차량에 한해서 보행자, 어린이 보호구역 등을 제외한 모든 도로에서 자율주행 테스트를 할 수 있게 됐죠. 이렇게 규제가 완화되면서 더 많은 회사, 대학 연구기관들이 활발하게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할 수 있게 됐어요.

 

자율주행 기술을 이용한 운송을 상용화하기 위한 특례법으로 작년 초 나온 ‘자율주행 시범운행지구’ 제도도 있어요. 원래 택시나 버스를 하려면 라이센스가 있어야 하고 영업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시범운행지구 내에서는 자율주행차에 한해서 상용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특례를 준 거예요. 저희의 제주공항-제주중문관광단지 운송 서비스도 그래서 준비하게 된 거고요. 새롭게 시행되는 제도인 만큼 잘 정착될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와 지자체에서 많은 행정적 도움을 주고 계세요.

 

‘자율주행 기술개발 혁신사업’이라는 정부 프로젝트가 1조974억 규모로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기도 했고, 또 중앙부처에서 간담회 등을 열어서 기업의 애로사항을 듣고 제도를 개선하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해 주고 계세요. 정부에서도 자율주행은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가져야 하는 분야라고 인식하고 있는 거예요.”

 

라이드플럭스는 정부 지원사업뿐 아니라 활발한 민간투자 유치를 병행해 기술개발 자금을 마련하고, 궁극적으로는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시장으로부터 선택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민의 소중한 세금인 지원금에만 매달리고 안주하기보다 이를 마중물 삼아 더 큰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의지다.

 

 

이쯤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엔지니어라면 수백번도 맞닥뜨렸을 질문을 던졌다. ‘완전자율주행 서비스, 언제쯤 상용화될까요?’

 

“‘언제까지 상용화하겠다’, ‘자율주행 레벨을 어느까지 올리겠다’ 하는 기술적인 목표가 회사의 성장에 필요한 것이긴 하지만, 목표를 맹렬히 쫓다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안전’은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있어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가치에요. 안전의 측면에서 자율주행 기술의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죠.

 

단순히 어려운 상황에서 몇 번 성공하는 기술을 개발하거나, 운전자 개입을 일정 수준 이하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으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기술이 개발될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 일반 회사에서 연간 목표를 설정하듯 ‘100km당 운전자 개입비율 몇 % 이하’라는 식으로 목표를 삼을 경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도로에서 위험한 기술이 개발될 수도 있고, 또 안전요원이 무리한 자율주행 운행을 개입 없이 지켜보다가 본연의 임무를 하지 못할 수 있죠.

 

자율주행 서비스가 빠르게 확대되길 기대하는 분들도 많이 계시겠지만, 속도에 신경쓰기보다는 자율주행 산업이 안전하게, 또 관련 산업 종사자와의 이해 관계에서 갈등을 최소화해 국내에 연착륙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안전한 도로를 최우선 목표로 삼고 연구개발을 진행하면서 자율주행 차량 운행 중 생길 수 있는 위험 상황을 막으면서도,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신뢰성을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해요.”

 

정하욱 부대표는 도로의 안전을 위해서는 자율주행 시험 운행 중 세이프티 드라이버의 운전 개입 횟수에 주목하기보다는 운전자가 개입하게 된 상황에 집중하고, 기술 개발을 통해 그와 같은 상황을 해결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스타트업으로서 여기저기로부터 계속 등을 떠밀릴 텐데도, 넘어지지 않기 위해, 본질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애쓰고 다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국내에서 자율주행 산업을 개척하고 있는 회사가 기술 자체보다도 서비스의 대상인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회사라는 게 고맙게 느껴졌다. 10년 후 라이드플럭스가 어떤 모습이면 좋겠냐는 기자의 질문에 ‘국내외 주요 도시에서 라이드플럭스의 자율주행차가 ‘안전’하게 운행되는 것’이라는 지극히 평범한 답변을 내놓은 그들이 진심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홈페이지에 채용 관련 공고가 있는 것을 보고 어떤 인재상을 가지고 있는지 물었다.

 

“다양한 기술 분야의 융합이 필요한 만큼, 함께 일하는 엔지니어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팀워크가 필요해요. 최신 기술을 다루기 때문에 빠른 학습 능력과 성장 잠재력이 필요하기도 하고요. 엔지니어가 마음껏 커리어를 개발할 수 있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회사 문화를 갖추고 있다고 자신해요. 참고로 현재까지 저희 회사의 엔지니어 퇴사율은 0%입니다. 더 많은 우수한 인재 분들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이동재 기자 eltred@hell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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