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티 김진희 기자 |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슈퍼사이클이 조기에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반도체 코리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당장 D램 가격이 올해 4분기를 시작으로 내년에 본격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관측에 세계 D램 시장을 이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와 달리 업계 일각에서는 최근 커지는 우려는 과도하다는 엇갈린 주장도 나온다.
17일 증권가와 시장조사기관 등에 따르면 D램 가격에 대해서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대만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초 시작된 D램 가격 상승세가 4분기에 끝나면서 가격이 전 분기보다 3∼8%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내년에는 본격적인 하락 국면에 진입해 올해보다 15∼20% 하락할 것으로 트렌드포스는 예상했다.
증권가에서도 올해 들어 시작된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4분기에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이미 7월부터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보합세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과거 추이를 보면 메모리 반도체 시장 슈퍼사이클은 5∼7년 주기로 찾아와 2년간 이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올해 초만 해도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IT 수요 증가 등에 힘입어 다시 찾아온 슈퍼사이클이 내년 이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시장에서는 반도체 업체들의 잇따른 증설로 인해 공급 과잉을 우려하는 목소리고 커지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가 내년에 D램 공급량을 19.6%, SK하이닉스는 17.7% 각각 늘릴 것으로 전망했다.
트렌드포스는 "D램 주요 수요처인 스마트폰, 서버, PC 시장은 큰 성장이 기대되지 않는다"며 "D램 공급업체들이 증설 계획을 보수적으로 잡고 있더라도 공급 증가율이 수요 증가율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급과잉 우려와 별개로 최근 중국의 전력난과 세계 공급망 충격도 메모리 업황에 단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4분기부터 D램 가격 하락세가 시작될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가 선반영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3분기 호실적이 예고됨에도 최근 약세를 보이고 있다.
김운호 IBK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현재 D램 가격 우려로 삼성전자 실적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된 국면이며 당분간 주가는 약세를 보일 전망"이라며 "내년 1분기 D램 가격 동향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반도체 업계에선 증권가와 시장조사업체의 우려 섞인 전망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반적으로 D램 수요는 확대 추세에 있고, 제조사와 고객사의 계약은 장기로 맺기 때문에 가격 변동에 따른 실제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최근 한 행사에서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5세대 이동통신(5G) 확대와 서버용 수요 증가, 신규 중앙처리장치(CPU) 출시 등으로 내년까지 메모리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공급 과잉론에 선을 그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조정이 있더라도 가격이 급락하거나 업황이 침체하는 국면으로 가지는 않고 일시 조정에 그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실제로 지난 14일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가 시장 예상을 상회하는 3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반도체 주식 투자 지표인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상승한 것이 호재로 작용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의 주가도 긍정적 영향을 받았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코리아'가 현재 D램 가격 하락론에 갇히기보다는 차세대 D램과 파운드리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최근 업계 최초로 극자외선(EUV) 공정을 적용한 최첨단 D램 DDR5 양산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DDR5 모멘텀이 부각되면 DDR4 가격 하락 우려를 잠재울 것"이라며 "이미 (주가에) 반영된 가격 하락 우려보다는 파운드리 경쟁력과 DDR5에 집중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