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티 이동재 기자 |

미국 거대 반도체 기업들이 미래차 시장을 지배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내 업계도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미래차 전환, 플래포머의 부각과 시사점’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자동차 업계에서는 전장 아키텍처 고도화와 자율주행 기술 발전에 따라 소프트웨어와 고성능 반도체 역량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미국 거대 반도체 기업들은 글로벌 플래포머(Platformer)로서 기존의 MCU 중심의 차량용 반도체 기업들보다 높은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시장 지배력 강화 전략을 모색 중이다.

거대 반도체 기업들이 높은 수준의 기술력과 많은 자본이 필요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및 컴퓨팅 플랫폼을 개발하고, 이를 필요로 하는 업체에 라이센싱한다면 기존의 시장 판세를 뒤집고 시장을 지배하는 구조가 실현될 수도 있다.

플래포머들은 반도체부터 자율주행 소프트웨어까지 전 분야를 패키지화해 자율주행이 필요한 자동차 업체에 턴키 방식으로 공급해 시장 지배력 강화와 수익 극대화를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빅테크 기업들은 생태계 종속 탈피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자체 칩 개발 확대 중이며, 주요 완성차 기업들은 협력만이 아닌 독자 개발을 통한 기술내재화를 준비 중이다.

빅테크 기업들은 특정 반도체 기업의 의존도를 낮추면서 자사 요구사항을 충족시키는 맞춤형 칩·플랫폼 개발을 확대하고 있으며, 최적의 성능 구현을 통해 미래차 경쟁우위 확보 및 시장 선점을 추구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은 대부분 협력을 통해 대응하고 있으며, 일부 기업들은 독자 개발을 위한 준비 및 투자도 병행하고 있지만, 국내 업계의 경우, 미래차에 요구되는 반도체·SW 기술경쟁력 부족으로 해외 솔루션 의존도가 높아 위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높은 수준의 신뢰성이 필요한 차량용 반도체는 대부분 해외제품에 의존해 왔으며, 글로벌 반도체 공급부족을 계기로 시작된 공급망 다변화와 국산화를 위한 국내 생태계 형성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는 분석이다.

소프트웨어의 경우, 국내 업계는 운영체제, 인공지능 추론엔진, 병렬컴퓨팅 등 미래차 SW 기술에 대한 기술 역량이 매우 취약한 상황이며, 대부분 해외 솔루션을 적용 중이다. 차량용 가속도센서 등을 해외에 의존하면서 국내 산업경쟁력이 약화된 것과 같이 미래차 시스템 소프트웨어에 필요한 모듈(OTA, 보안, AI 등)을 지속 수입할 경우 관련 산업 육성 기회를 상실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의 조민욱 연구원은 “글로벌 플래포머의 미래차 시장 지배력 확대를 대비해, 국내 업계의 해외 기술 종속을 피하고 경쟁력 확보를 위한 개발·협력 생태계 구축 및 확대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조 연구원은 “국내 중소·중견 자동차 부품사 및 소프트웨어 전문사들이 기술경쟁력을 확보하는 데에는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에, 완성차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플랫폼 개방을 통한 개발 협력 생태계 조기 구축 및 확대를 지원해, 국내 중소·중견기업 사업전환 및 글로벌 소프트웨어 Tier-1 육성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