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티 서재창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돼 자유의 몸이 되지만 '취업제한'이라는 꼬리표는 여전히 달린 상황이어서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경영에서 어느 정도 역할을 할 수 있을 지에 관심이 쏠린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13일 출소 후 당분간 각종 사업 현안을 보고받으며 파악하고 건강을 추스르며 외부 복귀 시점을 고심할 것으로 전해졌다. 출소 직후에는 가족들과 고(故) 이건희 회장의 경기도 수원 선영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대국민 신뢰 회복 의지를 드러내는 차원에서 17일 예정된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정기회의에 방문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는다. 이 부회장의 사업장 방문 후보지로는 평택 반도체 사업장,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현장 등이 우선 거론된다.
이 부회장은 명절 연휴에 해외 사업장을 찾는 행보를 자주 했었기에 다음 달 추석 연휴를 활용해 해외 출장을 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가석방 상태에서 해외 출국은 정부 허가가 필요한 데다, 경영권 승계와 프로포폴 관련 2건의 재판 일정이 있어 해외 출장 일정을 이른 시일 내에 잡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 측은 이 부회장 경영 복귀와 관련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이다. 이 부회장은 2018년 3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됐을 때는 한 달 넘게 정중동 행보를 하다 45일 만에 첫 공식 일정으로 유럽 출장을 떠났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13일 출소 이후 머지않은 시점에 경영에 복귀해 삼성이 총수 공백을 해소하고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위한 20조 원대 투자 프로젝트 확정을 앞두고 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모바일, AI, 5G 등 주력 및 신사업을 비롯해 삼성SDI의 첫 미국 배터리 공장 신설, 코로나19 백신 확보 등 여러 현안에서 이 부회장이 역할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그러나 취업제한 때문에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어 재계나 삼성 측의 바람처럼 이 부회장이 거리낌없는 경영 활동을 하기엔 부담스런 측면이 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은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형 집행 종료 후 5년, 집행유예 기간이 끝난 후 2년 동안은 취업할 수 없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이 확정된 후 법무부로부터 취업제한 통보를 받았다. 가석방되더라도 향후 5년 동안 삼성전자에 취업할 수 없는 것이다.
법무부가 이 부회장에 대해 가석방을 허용했으나 취업제한을 풀어주는 별도 승인을 내려주진 않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에 취업할 수 없다는 해석이 있다.
이와 달리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태 이후 보수를 받지 않아 취업 상태가 아니므로 취업제한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 부회장이 2019년 등기 임원에서 제외돼 미등기 임원으로서 '삼성전자 부회장'을 맡고 있기 때문에 취업제한을 적용할 수 없으며, 미등기임원으로서 경영에는 참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부회장이 취업제한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경영활동에 제약이 따를 수 밖에 없다. 가석방 상태여서 외국 출장시에는 정부의 허가를 일일이 받아야 하는 번거로운 과정이 있다.
재계는 이런 이유에서 이 부회장의 사면을 건의해왔으며, 가석방 결정 이후에는 이 부회장이 경영에 전념할 수 있도록 최대한 유연한 행정적 배려를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정부가 이 부회장 가석방에 대해 특혜 시비를 감수하면서까지 허가한 것은 이 부회장이 삼성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는 활동을 하라는 취지라고 보고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전날 이 부회장 가석방을 허가한 이유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상황'을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취업제한에는 선을 그었다.
박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가석방 요건에 사회 감정이란 요소가 들어가기 때문에 글로벌 경제 환경, 대외적 신인도 등을 고려한 것이지 취업제한은 별개의 문제"라며 취업제한 해제는 "고려한 바 없다"고 밝혔다.
경제단체들은 이 부회장이 이같은 취업제한 이슈 걸림돌 없이 경영에 온전히 몰두하도록 별도 승인, 나아가 사면이 필요하다고 보고 정부 측에 계속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삼성 측은 이 부회장 가석방과 관련한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가석방 비판 여론도 있지만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역할을 하라는 취지에 부합하려면 이 부회장이 적극적으로 활동을 해야 한다"며, "이 부회장의 출소 후 정중동 행보 시일이 길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