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티 서재창 기자 |
미국과 중국 간 기술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대만이 첨단기술의 본토 유출을 막기 위한 법 개정작업에 나서는 등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고 대만 언론이 3일 보도했다.
미국과의 기술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이 고연봉과 임금 인상 등을 내세워 고급 인력이나 핵심 기밀을 빼내가는 움직임이 한층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대만 당국이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는 관측이다.
자유시보 등에 따르면, 대만의 중국 본토 담당 기구인 대륙위원회(MAC)는 지난달 21일부터 내달 22일까지 핵심기술 보호 등을 위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교류에 관한 근거 법령인 '대만지구와 대륙지구 인민관계조례(양안 인민관계조례)' 개정안을 공개했다.
개정안에는 국방외교, 과학기술, 안보 관련자와 관련 업무를 위탁받은 개인 및 단체, 정부 기관의 지원 등을 받는 핵심기술 관련 종사자 및 단체, 정부의 위탁 및 지원이 끝났거나 이직 후 3년 미만인 자의 중국 방문 시에는 반드시 심사위원회의 심사와 허가를 받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 명시됐다.
심사위원회는 내정부와 국가안전국(NSB), 법무부, 대륙위원회 및 관련 기관의 구성원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만약 허가 없이 중국을 방문하면 최고 1000만 대만달러(약 4억100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개정안에는 특히 중국 방문 제한 규정이 적용되는 대상에 정무직 공직자 및 각 지자체장 등 주요 인사 외에 과학 기술자가 포함됐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인적 이동 통제를 통해 핵심 기술의 본토 유출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업계는 북부 신주(新竹) 과학단지 R&D 인력 등의 스카우트에 나서는 등 대만 첨단산업의 기밀 확보에 열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만 과학기술부 린민충(林敏聰) 정무차장(차관)은 첨단 연구개발 성과나 자료의 부당한 유출로 인한 안보 및 기술 경쟁력 등의 피해를 막기 위해 행정원 등과 함께 과학기술 보안통제체계 구축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앞서 중국 정부는 지난 3월 초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연례 전체회의 개막 당시 14차 5개년 계획(14·5계획)에서 기술자립을 위한 외국인 기술인력 영입 확대 계획을 공개했다.
특히 시진핑 국가 주석은 지난 5월 말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과학기술 자립과 자강을 통한 과학강국 건설을 천명하고 나서 중국의 외국 기술인력 확보에 한층 힘이 실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파운드리 기업인 SMIC는 기술 인력을 확보 및 유지하기 위해 대대적인 주식 인센티브 정책을 마련, 시행에 들어갔다.
미국의 제재 속에 기술 인력 확보에 발벗고 나선 SMIC는 반도체 기술 자립을 목표로 대만 TSMC 출신 고급 인력을 주요 스카우트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