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20조 전망 배터리 리사이클링 시장 뛰어든 국내 기업들(포스코, 에코프로, 영풍, 영화테크)

2021.07.22 10:10:51

배터리 리사이클링 시장 규모, 2030년에 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

헬로티 이동재 기자 |

 

 

친환경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면서 전기차 시장은 팽창했다. 운행 과정에서 탄소가 배출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친환경 모빌리티로 인식됐던 전기차지만, 뜻밖에 사용 후 배터리를 처리하는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제조부터 폐기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전 과정 탄소중립’ 개념이 부각됐다.

 

이차전지 리사이클링(재활용) 사업은 사용 후 배터리나 제조 과정에서 나온 배터리 스크랩에서 니켈, 리튬 등 이차전지 핵심소재를 추출·재생산하는 사업이다. 리사이클링을 통해 코발트, 니켈 등을 생산할 때 배출되는 CO2의 양이 광산에서 같은 제품을 생산할 때 배출되는 CO2의 30% 수준인 것이 알려지면서, 전기차·이차전지 관련 기업들은 리사이클링 사업을 배터리 순환 생태계의 필수 과정으로 인식하게 됐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시장의 규모가 2030년에 약 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만큼, 국내의 많은 기업들이 배터리 리사이클링을 차세대 사업로 삼고 연구·개발 및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포스코

 

포스코그룹은 이차전지 재활용 분야를 차세대 사업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12월, 이사회에서 리튬이온배터리 스크랩 리사이클링 사업 투자를 승인받고 올해 5월, 광물 제련 기술을 보유한 중국 화유코발트사와 포스코HY클린메탈을 설립했다.

 

포스코HY클린메탈은 유럽 배터리 공장에서 나오는 폐배터리 스크랩을 현지에서 블랙파우더(리튬이온배터리 스크랩을 파쇄·선별해 채취한 검은색 분말)로 가공한 후, 거기서 다시 양극재 핵심소재인 니켈, 리튬, 코발트, 망간 등을 추출할 계획이다.

 

 

포스코 측은 “광양 경제자유구역 율촌산업단지에 1200억원을 투자해 블랙파우더를 연간 1만톤 처리할 수 있는 생산라인을 올해 착공할 예정”이라며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추가 증설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창화 포스코 신성장부문장은 "전남도, 화유코발트사와 협력해 친환경 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의 기술 리더십과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며 "최근 착공한 포스코리튬솔루션과 함께 이차전지산업의 핵심소재 공급자로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포스코그룹은 이외에도 이차전지 리사이클링 사업에 추가 투자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제조의 대세가 하이니켈 배터리인 만큼, 니켈 추출에 관심 커 관계사가 운영 중인 광양 페로니켈 공장에 추가적으로 투자를 진행, 양극재용 황산 니켈을 확보하는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양극재를 생산하는 포스코의 계열사 포스코케미칼은 지난 8일 6000억원을 투자해 경북 포항에 연산 6만톤 규모 양극재 공장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포스코가 이차전지 소재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재활용 사업을 통해 원료를 확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포스코그룹은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가 광양시에 설립키로한 리튬이차전지 재활용 테스트베드에 수요기업으로 참여키로 했다. 산업부는 해당 테스트베드에 1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에코프로

 

에코프로는 에코프로비엠(양극재), 에코프로씨엔지(리사이클), 에코프로에이피(고순도 산소·질소), 에코프로이노베이션(수산화리튬), 에코프로지이엠(전구체) 등의 자회사를 두고 있는 에너지 소재 기업으로 양극재 소재부터 리사이클링 사업까지 배터리 밸류체인의 수직계열화를 목표로 관련 사업들을 영위하고 있다.

 

에코프로는 2018년 4월 포항시와 협약을 체결, 포항시 영일만4산업단지와 1산업단지에 1조7000억원을 투자해 ‘에코배터리 캠퍼스’를 구축하고 있다. 2024년 완공 예정인 에코배터리 캠퍼스는 이차전지 소재 사업을 하고 있는 에코프로의 자회사들을 집적화한 제조 거점이다.

 

리튬 공장, 양극재 원료 공장, 양극재 부원료 공장, 양극재 공장, 배터리 재활용 공장 등으로 구성돼, 배터리 소재 일괄 제조·순환 시스템을 통한 생산성 향상·비용 절감 등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에코프로씨엔지는 에코프로그룹 내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맡고 있다. 지난달 시운전에 돌입한 에코프로씨엔지의 리사이클링 공장은 연간 2만톤 규모의 폐배터리를 리사이클링할 수 있는 공장으로서, 국내외에서 발생하는 폐배터리를 수집하고, 이를 분쇄해 전처리한 후 분말 형태로 만든다. 후처리 공장에서는 코발트·니켈·망간 등 주요 광물을 추출해 배터리 주원료인 전구체와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를 생산한다.

 

에코프로씨엔지는 LG에너지솔루션과 먼저 손을 잡았다. 올해부터 시작되는 4년 간의 폐배터리 장기공급계약을 맺었는데, 규모가 약 2000억~3000억원으로 추정된다.

 

계약에 따라 막 가동을 앞둔 에코프로씨엔지 리사이클링 공장은 연간 생산능력이 100GWh에 달하는 LG에너지솔루션의 폴란드 공장과 오창 공장에서 나오는 스크랩을 공급받아 배터리 핵심 소재를 추출하게 된다. 초도 공급 물량은 1만5000톤이다.

 

에코프로씨엔지는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과도 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공급 계약을 맺기 위한 협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은 에코프로비엠(양극재 계열사)의 국내 최대 배터리 고객사로 포항에는 양사에 공급하는 전기차용 양극재의 생산시설도 있다. 회사는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면 배터리 소재 원료 수급이 원활해져, 수익성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영풍

 

경북 봉화 영풍석포제련소를 운영하는 비철금속기업 영풍도 이차전지 재활용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영풍은 지난 5월 사용 후 전기차 배터리에서 자사 건식용융기술을 통해 니켈, 코발트, 구리 등 주요 배터리 원료 소재 95% 이상을 회수했으며, 더스트 집진 설비를 이용해 리튬을 90% 이상 회수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영풍은 최근 이 같은 재활용 건식용융기술 특허출원을 완료하는 한편 한국자원리사이클링학회 상반기 심포지움에서 해당 내용을 발표했다.

 

일반적인 폐배터리 금속 회수 기술은 습식침출기술이다. 습식침출기술은 2차전지를 셀 단계까지 분해해야 하지만 영풍이 이번에 개발한 건식용융기술은 모듈 단계까지만 해체해 용융로에 넣으면 될 뿐 아니라 400㎏ 이상 대형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에도 적합하다.

 

영풍은 사용 후 배터리 전처리 기간과 비용도 대폭 줄였다고 밝혔다. 습식침출공정이 배터리 해체를 통해 가루형태 '블랙파우더'를 만드는데 10일에서 15일이 걸리는 반면, 건식용융기술은 '메탈파우더'를 이틀 만에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건식용융로에서는 메탈파우더와 슬래그만 나오기 때문에 매립 폐기물이 발생하지 않아 친환경적이기도 하다.

 

영풍은 내년까지 건식용융기술을 기반으로 연간 전기차 8000대 분량에 해당하는 배터리 2000톤 처리 규모의 파일럿 공장을 완공하고, 2023년까지 대형 플랜트를 건설해 연간 5만에서 10만대 수준의 전기차 배터리 처리 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영풍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성일하이텍과 지난 3월 대전 지자연에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 재활용 연구개발 및 사업기반 조성에 협력하기로 했다.

 

이들은 ▲이차전지 재활용 국가 연구개발 사업 발굴 ▲전기차용 전지 재활용을 위한 건식 및 습식 회수 기술 개발 협력 ▲인적자원 교류 및 학술정보 공유 ▲연구시설 활용 지원 등에 협력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세 기업·기관의 협력이 대형 폐배터리 처리 간소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영화테크

 

자동차부품 제조 전문기업 영화테크는 신규 사업으로서 전기차의 고전압 폐배터리를 산업용 ESS로 재사용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영화테크는 컨버터 등 자동차에 사용되는 전력변환 관련 부품들을 개발해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던 부품업체로, 기존에 확보하고 있던 배터리 제어장치(BMS, Battery Management System) 기술을 바탕으로 폐배터리 재사용 사업에 뛰어들었다.

 

영화테크는 작년 충남도와 전기차에서 나오는 사용 후 배터리를 재사용해 개발한 ESS의 성능 실증에 나섰다. 충남도가 ‘전기차 폐배터리 재사용 기술개발 사업’을 통해 18억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영화테크가 기술 개발을 주관해, 지난해 폐배터리 분석 알고리즘을 구현하고 재사용 배터리를 활용한 ESS·배터리 상태 제어장치 등의 개발을 완료했다.

 

 

해당 사업을 통해 만든 10kW 규모 ESS의 성능은 대체로 만족스러웠다는 평이다. 충남도는 전기차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폐배터리 재사용 ESS를 상용화하면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새로운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영화테크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전기차 배터리 재사용에 관한 자체기술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이제는 성능 검증 단계만 남았다”며 “실증에 성공해 전기차 폐배터리를 활용한 에너지저장장치 상용화 사업을 본격화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동재 기자 eltred@hell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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