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는 ‘청신호’, 기업들이 설정한 전략 방향과 속도는?

2021.07.20 17:42:02

헬로티 서재창 기자 |

 

 

반도체 산업에 파란 불이 들어왔다. 7월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의 2021년 2분기 매출 및 영업이익 실적이 공개되면서 반도체 업계 호황이 증명됐다. 기업들은 얼마간 지속될 반도체 수요를 면밀히 예측하며 생산 공정 및 기술에 대한 투자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경제 성장의 핵심이 된 반도체


산업부가 올해 상반기 정보통신기술 수출입 동향을 발표했다. 산업부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ICT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5% 증가한 1030.4억 달러(약 119조 원)를 기록하며 역대 상반기 2위 수출액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참고로 수출 최고액은 지난 2018년도 상반기에 달성한 1069.5억 달러(약 123조 원)다. ICT 수출입 동향에 비춰봤을 때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여파는 어느 정도 씻어낸 것으로 보인다. 세계 경기가 차츰 회복세로 접어들며, 디지털 전환 가속화에 따른 ICT 기기 수요 확대 등으로 증가세가 확대된 셈이다. 


이 같은 결과를 이끌어낸 주된 품목은 반도체였다. 반도체는 상반기에 575.1억 달러(약 66조 원)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1.3%가 상승했다. 이는 메모리 반도체 단가 상승과 스마트폰·PC 등 기기 수요 확대, 시스템 반도체 역대 최고 수출 기록 등의 호재가 이끌어낸 결과였다.

 

이외에도 휴대폰이 64.7억 달러(약 7조5000억 원)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33.3% 상승했고, 컴퓨터 및 주변기기 역시 73.1억 달러(약 8조 원)로 6.2% 상승한 수치를 기록했다. 


반도체는 하반기 전망 또한 밝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9개 주력 제조업의 최근 2년간 경영실적 대비 하반기 전망을 발표했는데, 반도체 산업에 대해 2019년 대비 20% 이상의 매출 성장을 예상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요 증가, 단가 상승, 대형 데이터센터용 서버 수요 증가 등을 이유로 들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 역시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에 대해 낙관했다.

 

가트너는 반도체 시장이 지난해보다 16.9% 증가한 5451억 달러(약 62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내년은 올해보다 10%의 성장세를 보일 것이며, 2023년부터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 ‘연료는 충분, 기어는 저단’

 

삼성전자의 고민이 깊어지는 중이다. 지난 5월, 삼성전자는 미국 측에 반도체 공장 증설을 약속하며 투자 의사를 밝혔으나 부지 선정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170억 달러(약 20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 금액이 묶인 채로 두 달여가 흘러온 셈이다. 현재 삼성전자와 미국 주 정부가 논의 중인 주된 안건은 세금 혜택 여부다. 이외에도 투자에 따른 인센티브 반도체 기반 시설 등이 부지 선정 요인으로 손꼽힌다. 


거론 중인 후보지로는 텍사스 오스틴과 테일러, 뉴욕 제네시카운티 등이 있다. 이중 오스틴이 가장 유력한 후보지인 이유는 오스틴 공장 인근에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을 돕는 국내외 협력업체가 집결돼 있기 때문이다.

 

반면, 뉴욕 주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유력 반도체 기업의 공장 유치에 열중하고 있으며, 애리조나 주는 최근 투자계획을 밝힌 TSMC, 인텔 등의 반도체 기업이 부지를 결정한 만큼 반도체 산업 기반이 확충돼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편, 업계에서는 지연되는 투자 일정이 삼성전자의 경쟁력 약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전자가 더디 움직이는 만큼, 경쟁 상대인 TSMC와 인텔은 공장 증설과 인수 합병 등을 통해 경쟁력을 한층 높이고 있어서다.

 

그나마 삼성이 현재 추진 중인 평택캠퍼스 3라인에 대규모 파운드리 라인 확보는 긍정적인 요인이다. 업계에서는 평택 P3라인이 내년 하반기에 완공돼 2023년이면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안은 과제는 더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반도체에서 메모리 호황을 틈타 높은 매출과 영업이익을 거뒀으나, 파운드리와 시스템 반도체 등 비메모리 부문에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에서도 지난해 4분기 18%에서 올해 1분기 17%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5나노 파운드리 수율 문제로 대형 신규 고객사 확보가 지연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종합반도체회사나 팹리스 경쟁사가 기술유출 등을 우려해 고사양의 차세대 반도체 생산을 맡기길 꺼려하는 경향도 부정적 요인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부문에서 내년 3나노미터 공정부터 차세대 ‘GAA FET’ 공정으로 기술 격차를 좁힌다는 계획이다. 이 공정은 기존 ‘핀펫’에서 개선된 공정으로, TSMC는 3나노 공정에 GAA를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美, ‘견제를 동반한 고속 주행’


미국은 반도체 굴기를 외친 중국을 계속해서 견제하기에 나섰다. 지난 7월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네덜란드 정부는 미국의 압력으로 자국 기업 ASML이 만든 첨단 노광장비의 대 중국 수출 허가를 계속 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SML이 생산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는 실리콘 웨이퍼에 EUV를 이용해 5나노미터 이하의 극도로 미세한 회로를 새겨 넣을 수 있는 유일한 반도체 생산 장비다. 


중국은 자국 반도체 제조사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한 대에 1억5000만 달러(약 1712억 원)에 달하는 ASML EUV 노광장비 수입을 추진 중이나, 미국이 이를 쉽게 허락하지 않는 모양새다. 미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가 네덜란드 정부에 국가안보 우려를 구실로 대중 수출을 제한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3월에 파운드리 진출을 밝힌 인텔은 최근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를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파운드리는 TSMC와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3위 파운드리 기업이다. 만약 인텔이 글로벌파운드리를 인수하게 될 경우, 파운드리 업계의 판도는 달라질 수 있다.

 

인수 금액은 300억 달러(약 34조26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TSMC나 삼성전자와의 기술 격차는 존재하나, 글로벌파운드리가 보유한 고객군은 방대하다. 글로벌파운드리의 고객으로는 AMD, 퀄컴, 미디어텍, 브로드컴 등을 포함해 150여 개 이상이다. 

 

中, ‘갈 길은 멀고, 장애물은 많다’


중국은 칭화유니그룹 파산 신청으로 인해 반도체 굴기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칭화유니그룹은 20조 원에 이르는 부채로 인해 파산 구조조정 절차를 밟게 됐다. 칭화유니그룹은 일찍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뛰어든 중국 대표 반도체 기업이다.

 

칭화유니그룹은 그동안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으나 유의미한 성과를 내는 데 실패하면서 막대한 빚을 안았다. 차이신(財新)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 시 중급인민법원은 채권자인 후이상(徽商)은행이 낸 칭화유니그룹 파산 구조조정 신청을 받아들였다.

 

업계에서는 칭화유니그룹이 이번 파산 절차 과정에서 핵심 계열사 매각으로 재원을 마련하기보다 전략적 투자자를 찾아 위기를 넘길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칭화유니그룹의 메모리반도체 사업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칭화유니그룹의 자회사 YMTC는 64단 3D 낸드 기반 256기가바이트급 낸드 플래시 등 제품을 양산 중이지만 아직 투자 규모 대비 실적은 미진한 편이다.

 

차이신은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YMTC의 생산 확대 계획이 칭화유니그룹의 채무 문제로 지연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칭화유니그룹의 자금난은 메모리 반도체의 다른 한 축인 D램 사업 추진도 가로막을 가능성이 있다. 칭화유니그룹은 수조 원대 자금을 투입해 충칭 양장(兩江)신구에 D램 반도체 생산 공장을 짓고 2021년부터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후 진전 소식이 전해지지 않았다. 

 

 

TSMC, ‘Highway to No.1’


TSMC는 공장 증설 계획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TSMC는 중국 난징 공장 등의 생산 능력 확대로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늘리고, 120억 달러(약 13조7040억 원)가 투자될 미국 애리조나 주 반도체 공장 건설도 시작됐음을 알렸다. 


여기에 최근 일본에도 공장을 신설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7월 16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웨이저자(魏哲家) TSMC CEO는 일본에 반도체 생산 공장을 건설할 가능성에 관해 투자 위험을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아사히신문은 TSMC가 일본에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을 공개된 자리에서 인정한 것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대만의 한 금융 관계자는 TSMC 측이 일본이 부담할 투자 금액, 투자액 회수를 가능하게 할 반도체 수요 등을 두고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일본 정부는 미중 반도체 기술 패권 경쟁을 비롯해 전 세계적인 반도체 수요 증가를 고려해 자국 내 반도체 생산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TSMC가 이바라키 현 쓰쿠바시에 연구개발 거점을 설치하기로 하자, 투자액 약 370억 엔(약 3839억 원) 중 190억 엔(약 1972억 원)을 일 정부가 부담한다는 지원책을 지난 5월에 발표한 바 있다.


한편, TSMC는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20% 늘어난 133억 달러(약 15조3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순이익도 48억 달러(약 5조50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다.

 

이는 4분기 연속 역대 최대 실적에 해당한다. TSMC는 2분기에 가뭄 등으로 일부 생산 차질이 우려됐으나 애플과 인텔, AMD, 엔비디아 등 대형 반도체 기업을 상대로 최대 실적을 올릴 수 있었다. 


이 같은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TSMC는 최근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이 몇 달 안에 완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WSJ에 따르면, TSMC는 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자동차에 사용되는 마이크로컨트롤러 생산을 올해 전년 대비 60% 늘리기 위한 작업이 원만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밝히며, 이 같이 예상했다.

 

그러나 TSMC는 반도체 부족 현상이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2분기에 차량용 반도체 매출이 12% 증가했으며, 전기차 보급 확대로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지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서재창 기자 eled@hell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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