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티 서재창 기자 |
2021년 상반기에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 구조가 기초부터 뒤흔들렸다. 코로나19, 반도체 슈퍼사이클,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선도기업의 공격적인 투자와 국가 지원 정책 등의 굵직한 이슈가 지금도 유효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요인으로 반도체 시장 점유율과 반도체 수요 및 공급망이 지속해서 변화하고 있다.
[아무튼 반도체]에서는 반도체 분야별 시장 동향과 하반기 전망을 간략히 알아본다. 그에 따른 주요 플레이어의 반도체 기술 개발과 시장 전략, 국가별 정책 등을 확인하고자 한다. 두 번째는 파운드리다.
천문학적 규모 투자 이어지는 파운드리
트렌드포스 조사에 따르면, 올해 파운드리 시장은 매출 946억 달러로 전년 대비 11%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0년에는 파운드리 시장이 전년 대비 24.5% 성장한 851억 달러를 기록한 바 있다.
파운드리 업계는 2022년 상반기까지 공급난이 지속될 전망이다. 코로나19 발생은 IT 제품 및 서버 수요 대량 증가 등의 이유로 파운드리 공급 부족이라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코로나19가 아이러니하게도 IT 업계에 호황을 가져온 셈이다.
반면 파운드리 기업들은 수요처가 확대됐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로 인한 변수를 고려해 투자 계획을 미뤄왔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백신 개발 등 회복세로 들어서면서, 파운드리 업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더욱이 미국과 중국, 한국 등 파운드리 기업을 보유한 국가들은 반도체를 국가 경제 안보에 핵심으로 설정하며 그에 따른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기에 나섰다.
미국은 지난 5월 주요 반도체 기업 대표들과의 회의 등을 통해 자국 내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자 했다. 이후에도 반도체 기업의 투자를 끌어내기 위해 25%의 세액 공제를 부여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중국 역시 반도체 자립을 외치며, 차세대 반도체 기술 확보를 위해 국가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기존에 실리콘 웨이퍼 기반 기술을 벗어나 신소재로 만들어진 3세대 반도체 산업으로 직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러한 이유로, 전 세계 파운드리 투자 규모는 2019년 222억 달러에서 2022년 557억 달러까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파운드리 강자들, 이제는 ‘속도전’과 ‘물량전’이다
그렇다면, 주요 기업들의 동향을 알아보자.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은 파운드리 업계 1위인 TSMC다. TSMC는 대만과 미국, 일본 등에서의 투자를 늘려가는 중이다. 3년간 1000억 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힌 TSMC는 최근 미국과의 기술 동맹을 공고히 하며 선두 자리를 굳건히 할 것으로 보인다.
그에 비해 삼성전자는 TSMC와의 격차가 점차 벌어지고 있다. 트렌드포스 조사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파운드리 매출은 41억800만 달러로, 직전 분기보다 2%(약 765억 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한파로 인해 미국 오스틴 공장이 가동 중단되면서 악재를 경험했다. 업계에 따르면, 당시 삼성전자는 약 4000억 원 규모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지금 이후부터다. 삼성전자는 TSMC와의 차이를 좁히기 위해 미국 투자 계획을 밝혔으나, 최근까지 부지 선정이 완료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지연되는 투자 계획으로 인해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기도 한다.
DB하이텍은 2018년부터 지속적으로 성장 중이다. 특히 8인치 웨이퍼 생산 증설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매출이 증가하는 것은 웨이퍼 단가가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가동률이 100% 육박하고 있어 향후 실적 성장은 웨이퍼 단가 상승이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오랫동안 맥북과 아이패드를 하나로 묶고, 프로세서를 ARM 계열인 M1으로 통일시키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초고사양 PC까지 ARM 계열로 바꾸기에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보이나, 기성 PC 제조사들이 이와 같은 생태계를 갖추려면 최소 3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의 전략 변화로 인해 인텔의 CPU 시장 지배력은 약화되고, 타 PC 제조기업의 탈 인텔 전략 가속화로 인해 파운드리 수요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ARM은 10여년 만에 ‘ARM v9’를 발표했는데, 새로운 SBE2 기술 탑재로 더욱 향상된 머신러닝, DSP 기능 구현 가능해졌다. 이로써 AI 반도체뿐 아니라 슈퍼컴퓨터 시장까지 넘볼 수 있게 됐다.
엔비디아는 지난 4월 ARM 기반 서버 칩 ‘그레이스’를 공개했다. 그레이스는 파라미터가 1조 개가 넘는 차세대 자연어 처리에 대응 가능한 고성능 프로세서다. 그레이스 기반 시스템은 x86 CPU에서 실행되는 DGX 기반 시스템보다 10배 빠른 성능을 제공한다.
인텔은 지난 3월 파운드리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대형 고객사인 애플의 이탈이 시작되고 경쟁사인 AMD의 시장 점유율이 확대되고 있으며, ARM과 엔비디아 등이 서버용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어 기존 자체 칩 판매 사업만으로는 한계에 노출됐다.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Synopsys와 같은 IP 기업과의 협력, 다양한 디자인 하우스 확보, OSAT 업체와의 전략적 제휴 등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