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연구원, 차세대 액정 ‘블루 페이즈’ 초고속 응답 원리 밝혀내

2020.04.02 14:26:25

[첨단 헬로티]


‘블루 페이즈(blue phase)’ 액정은 초고속으로 응답을 하는 특성을 지니며, 상용화된 네마틱(Nematic) 액정보다 공정이 단순해 생산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차세대 액정 재료로 주목받는다.


블루페이즈는 온도를 변화시키면 순간적으로 상(phase)이 변하는데, 이 현상(상전이)의 원리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었다. 그러나 최근 국제 공동연구팀이 블루페이즈 액정의 상전이 현상의 비밀을 규명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양자빔물질과학연구부 진형민 박사와 미국 시카고대학교 폴 닐리(Paul Nealey) 교수, 후안 드 파블로(Juan de Pablo) 교수, 리샤오(Xiao Li) 박사 등으로 구성된 국제 공동연구팀은 블루페이즈 액정에서 나타나는 상전이가 ‘마르텐사이트(martensite) 상전이’ 현상과 유사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블루페이즈 연성결정(고체의 결정성(규칙성)과 액체의 불안정한 상태를 함께 가지고 있는 하이브리드 상태)의 온도를 43°에서 40.7°로 낮출 때 ‘순간적인’ 상전이가 일어난다는 것에 주목했고, 이 현상이 일반적인 원자결정에서 나타나는 마르텐사이트 상전이와 유사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흔히 대장장이들이 불에 달군 철을 망치로 두드리고 찬물에 식히는 과정을 거치며 철제 무기를 단련한다. 이때 달궈진 철을 물에 넣어 급속도로 냉각시키면 ‘마르텐사이트’라고 불리는 매우 단단한 조직으로 변하는데 이 현상을 ‘마르텐사이트 상전이’라 부른다.



▲블루페이즈 두 상인 BPII(왼쪽)와 BPI(오른쪽)의 결정구조 모식도. 온도를 조절하면 파란색 BPII에서 초록색 BPI으로 순간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광학 현미경으로는 상전이 과정 중 내부결정구조의 변화를 알아낼 수 없으며, 특히 상전이 과정에서 관찰되는 초록색 BPI의 격자무늬가 생기는 이유는 미스테리로 남아있었다. 


마르텐사이트 상전이는 금속원자 결정이 급랭되는 과정에서 관찰되며, 현재에도 첨단 철강이나 형상기억합금 소재 등을 연구 및 개발하는 데 매우 중요한 현상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전까지는 원자결정에서만 마르텐사이트 상전이 현상이 보고되었지만, 이번 연구로 일반적인 원자결정 대비 1000배가 넘는 크기의 연성결정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해냈다.


이번 발견은‘산란(scattering)’ 기술을 활용해 액정의 상전이를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연구진은 공명 연 엑스선 산란 기술(resonant soft x-ray scattering, RSoXS)을 통해 온도를 변화시키며 발생하는 블루페이즈 액정의 상전이를 실시간으로 관찰했다.


▲공명연 엑스선 산란을 이용한 블루페이즈 연성격자 관찰 모식도(왼쪽) 및 이를 이용해 관찰한 블루페이즈 상전이 중의 산란 패턴(오른쪽). 관찰한 산란 패턴을 이용하면 상전이 중의 내부결정구조의 변화를 재구성할 수 있다.


▲산란 패턴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블루페이즈의 마르텐사이트 상전이 과정(왼쪽). 상전이 후 광학현미경을 통해 관찰할 수 있는 격자무늬는 마르텐사이트 상전이에서 발생하는 ‘쌍전’인 라멜라 층상 구조(lamella structure)와 같다는 것을 이번 연구를 통해 밝혀냈다. (오른쪽)


산란은 중성자 혹은 엑스선과 같은 입자빔을 물질 내에 조사할 경우 물질 내부의 원자핵 또는 전자와 반응하면서 그 궤적이 휘거나 흩어지는 현상을 의미하는데, 이를 정밀하게 관찰하면 물질의 내부구조를 알 수 있다.


특히 연성결정과 같이 액체와 유사한 특성을 가지는 물질은 흔히 쓰이는 전자 현미경을 이용해 내부구조를 관찰하기 어렵다. 하지만 산란 기술을 이용하면 액체의 특성을 가지더라도 실시간으로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러한 물질 구조의 변화 과정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상전이 이후 블루페이즈 액정에서 관찰되는 격자무늬는 지금까지 그 발생 원인이 미스테리로 남아있었으나, 이는 마르텐사이트 상전이에서 발생하는 ‘쌍정(twin)’인 층상 구조(lamella structure)와 같다는 것을 이번 연구를 통해 밝혀냈다.


쌍정은 금속소재에서 변형이나 마르텐사이트 상전이 시 잘 관찰되는 조직 중 하나로, 특정 결정면을 기준으로 대칭 위치에 원자가 재배열되는 현상을 말한다.


블루페이즈 액정은 전기장에 대한 매우 빠른 반응속도를 가지고 있어, 차세대 디스플레이나 액정 레이저, 스마트 센서 등의 원천 기술 개발에 활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사형 컬러 디스플레이나 자유자재로 색변환이 가능한 스마트 피부 등 차세대 광학 소재 산업 고도화의 실마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양자빔물질과학연구부 진형민 박사는 “이번 연구 성과는 연구원에 축적된 산란 기술을 통해 연성결정과 원자결정 간의 유사 연결고리를 찾아낼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앞으로도 연구원의 첨단 중성자 및 엑스선 산란시설을 활용해 관련 연구를 계속해나갈 것이며, 이를 기반으로 차세대 분자기반 소자들을 개발해 나갈 계획”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조상록 기자 mandt@hell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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