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결산] 특허 소송에서 무역 갈등으로 번진 반도체 시장

2018.12.04 09:56:27

[첨단 헬로티]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으로 반도체 기업 수출 적신호 


반도체 시장에서 특허 소송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다. 반도체는 최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칩을 만들고, 라이센스 수익으로 매출을 올리는 산업이기 때문에 수익은 특허 보유에 따라 좌지우지 된다. 특히 최근 AI(인공지능), 클라우드, 자율주행차, 스마트공장 등 4차 산업혁명은 반도체로 인해 기술 진보가 이뤄지기 때문에 반도체가 가지는 산업적 가치는 매우 높다. 올해 반도체 업체간의 기술 특허 전쟁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으로 고조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 마이크론 VS 중국 푸젠진화·대만 UMC 


2017년 12월 초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대만 반도체 기업 UMC와 중국 반도체 기업 푸젠진화반도체(JHICC)가 D램(DRAM) 반도체 특허와 영업 비밀을 복제해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다고 미국 노스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마이크론은 전직 직원 두 명이 영업비밀인 D램 기술을 USB 드라이브에 무단 복제해 대만 UMC 측 관계자에 건넨 것으로 주장했다. UMC는 협업이 예정된 중국 JHICC와 관련 기술을 공유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UMC는 2016년 1월 중국 기업인 푸젠진화반도체가 메모리 제조 사업 진출을 위해 D램 공정 기술을 제공하는 것에 협력하기로 동의한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1월엔 UMC가 마이크론이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다며 푸젠성 푸저우 중급인민법원에 맞소송을 제기했다. 


이어 지난 7월 중국 법원은 마이크론이 대만 UMC의 기술 특허를 베꼈다는 이유로 마이크론의 메모리반도체 제품 26종의 판매를 금지하는 예비판정을 내리면서 양국 간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 이번 명령은 공식 판결 전에 마이크론의 중국 내 반도체 판매를 금지하는 일종의 가처분 명령이었다. 


근본적으로 중국의 이 같은 대응은 미국의 중국 반도체 압박에 대한 반격으로 풀이된다. 당시 업계에서는 중국이 8월에 진행되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미국 마이크론에 대한 제재 강도를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었다. 


또 다른 이유로 중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 육성을 위해 마이크론을 공격했다는 분석도 있다. 앞서 설명했듯이 UMC는 대만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중국 반도체 기업인 푸젠진화반도체·칭화유니그룹 등에 메모리 반도체 기술을 전수해주고 있다. 2018년 하반기부터 푸젠진화반도체는 D램 양산에 돌입하고, 칭화유니그룹도 올해 말부터 낸드플래시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만약 UMC가 마이크론의 기술을 침해했다는 판결이 나오면 중국 메모리 반도체 양산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중국 정부는 '마이크론이 UMC의 기술을 침해했다'고 선제공격을 한 셈이다. 


이 외에도 중국과 미국의 견제는 올해만 해도 여러 건이 있었다. 미국 정부는 지난 4월 중국 통신 장비 업체인 ZTE가 대북 제재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7년간 미국 기업과 거래 금지 제재를 내려 폐업 위기로 내몰았다. 또 지난 7월에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 최대의 통신업체 차이나모바일의 미국 시장 진출을 불허했다. 앞서 3월에는 미국이 500억 달러 규모의중국 수입품에 25% 관세 부과를 발포했었고, 중국도 덩달아 미국산 돼지고기와 철강에 30억 달러 규모 보복 관세를 발표했었다. 양국의 무역 전쟁은 반도체, IT 산업에 이어 전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미·중 갈등의 희생양 ‘퀄컴과 NXP’ 


전세계 반도체 업계 사상 최고 금액의 인수합병 체결이었던 퀄컴의 NXP 반도체 인수가 지난 7월 물거품이 됐다. 이는 미국, 중국의 무역 갈등으로 인해 최종적으로 퀄컴이 중국 정부로부터 승인을 받지 못하게 된 결과다. 


퀄컴은 2016년 10월 NXP반도체를 440억 달러(약 40조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으며, 인수합병을 위해 승인이 필요한 9개 시장 중에서 중국의 제외하고 승인을 모두 받은 상태였다. 그러나 미국, 중국의 무역 갈등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갈등으로 고조되면서 중국은 퀄컴의 인수합병을 거부해 오다 결국 승인 기한을 넘겼다. 


결국 퀄컴은 NXP 인수 승인 기한을 갱신하지 않고 포기했고, NXP 측에게 20억 달러의 계약 중도해지금을 지급하게 됐다. 또 퀄컴은 주주 보상안으로 최대 300억 달러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퀄컴은 훗날 역사에서 미-중 무역갈등의 최대 희생자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미국·중국 무역 갈등이 지속된다면, 향후 IT 업계가 추진하는 인수합병에도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에게 불똥 튈까?

 

중국은 연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3개 메모리 반도체 업체에 대해 가격 담합 의혹을 제기했었다. 3개 업체의 전세계 낸드플래시(NAND Flash) 시장점유율은 90%, D램(DRAM)은 50%다. 


이와 관련해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측은 “중국의 초기 기술 수준은 당장 3개 업체와 경쟁할 수준은 아니지만 자국 업체 편들기로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것”이라며 “중국이 억지를 부려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하면 예상치 못한 지출이 생기는 만큼 투자 위축 등 충격이 의외로 클 수 있다”고 염려했다. 


한편, 중국 언론들은 반독점으로 결론날 경우 3개 업체가 물어야 할 과징금이 최대 8조 6000억 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중국은 2015년 미국 퀄컴에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과징금 60억 위안(약 1조원)을 부과한 이력이 있기 때문에 이 수치는 결코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한국 경제에 있어 반도체는 중요한 산업이다. 지난해 반도체는 전체 수출의 17%를 차지했고, 특히 중국으로의 반도체 수출액은 전체의 39.5%에 달했다. 따라서 국내에서는 ‘인력·기술 유출’, ‘반도체·중국 의존 심화’ 등에 대한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이 적지 않다. 

이나리 기자 eled@hell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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