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 대규모 M&A 잠잠할 뿐, 기술 확보 위한 인수 ‘활발’

2018.10.01 14:30:52

[첨단 헬로티]


오토모티브, IoT, 인공지능 기술 강화 중심으로 인수 진행


반도체 업계는 지난 3년 대규모의 인수합병(M&A)으로 인해 시장의 규모와 매출 순위 등이 재편되며 큰 변화를 맞이했으나, 올해 들어 규모가 대폭 줄어든 추세다. 그러나 규모 면에서 축소됐을 뿐, 신기술 확보를 목표로 반도체 업계의 인수합병은 여전히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금까지 발표된 반도체 업계의 대형 인수합병 10건 중 8건은 과거 3년 동안 이뤄졌다.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의 집계 기준에 따르면 반도체 인수합병은 2015년에 최고 1073억 달러의 반도체 인수 계약이 발표됐고, 2016년은 두 번째로 높은 규모로 총 998억 달러에 도달했다. 2017년에는 총 283억 달러였다. 2018년 상반기에 발표된 인수합병 규모는 약 96억 달러를 기록했다. 



IC인사이츠는 “반도체 인수합병은 거래 규모에 있어서는 정점에 달했을 가능성이 높다. 공급 업체의 국내 기술을 보호하려는 정부의 엄격한 감시, 글로벌 무역 마찰 상승, 대기업 결합의 복잡성, 칩 합병 계약의 달러 가치 상승 등 다양한 요소의 결합이 반도체의 대규모 거래를 저해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 사례였던 퀄컴(Qualcomm)이 440억 규모의 NXP반도체 인수를 지난 7월에 포기하게 된 배경도 중국과 미국의 무역 마찰 이유가 가장 컸다. 퀄컴은 2016년 10월 NXP 인수를 선언한 이후 9개 관련국 중 미국, 일본 등 8개 국가로부터 인수를 승인받았지만, 중국 당국의 승인만 받지 못한 상태였다. 최근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갈등이 커지면서 결국 승인 기한을 넘기게 됐다. 이에 따라 퀄컴은 7월 26일에 인수를 취소하고 NXP 측에 20억 달러의 손해 배상금을 지급하게 됐으며, 퀄컴은 주주 보상안으로 최대 300억 달러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퀄컴의 NXP 인수가 실패하기 전에는 업계 최대 규모는 2015년 아바고 테크놀로지스(Avago Technologies)가 브로드컴(Broadcom)을 370억 달러에 인수한 건이었다. 아바고는 인수 후 회사명을 브로드컴 리미티드(Broadcom Limited)로 바꾸고 지속적인 인수합병으로 회사 규모를 키워왔다. 브로드컴은 올해 초 퀄컴에게 1170억 달러에 인수를 제안하며 세계 3위 반도체 기업으로 부상하려 했다. 하지만 2018 년 3월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정부는 중국 기업에 셀룰러 기술이 유출되는 잠재적 손실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인수 금지 명령을 내렸다. 


그 밖에 반도체 업계에서 인수합병 최고 규모 순위는 ▲3위 2016년 소프트뱅크의 Arm 인수(320억 달러) ▲4위 2015년 웨스턴디지털의 샌디스크 인수(190억 달러) ▲5위 2017년 베인캐피털 컨소시엄(한·미·일)의 도시바 메모리 인수(180억 달러) ▲6위 2006년 미국 인베스트먼트 컴퍼니의 프리스케일 인수(176억 달러) ▲7위 2015년 인텔의 알테라 인수(167억 달러) ▲8위2016년 아나로그디바이스의 리니어테크놀로지 인수(148억 달러) ▲9위 2015년 NXP의 프리스케일 인수(118억 달러) 순이다. 이 순위는 이번에 실패한 퀄컴의 NXP 인수도 포함시킨 집계다. 


▲ 표 1. 반도체 시장 인수합병 규모 순위


‘오토모티브, IoT, 인공지능’ 기술 확보 위한 인수 활발 


올해도 반도체 업계의 인수합병은 지속되고 있다. 다른 분야보다 유독 빠르게 트렌드가 변화하는 IT 업계에서 기업들은 신기술 개발 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방법으로 인수합병을 선택하고 있다. 


• 오토모티브

2018년 진행된 반도체 업계의 여러 인수건 중에서도 지난 9월 일본의 반도체 기업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가 미국 인테그레이티드 디바이스 테크놀로지(IDT)를 인수한다는 발표는 큰 이슈가 됐다. 르네사스는 IDT를 7330억 엔 (약 60억 달러, 7조4398억 원)에 인수하며, 이는 일본 반도체 기업 인수합병 사상 최대 규모다. 


1980년 설립된 IDT는 IoT 핵심 기술인 통신용 아날로그 반도체와 센서를 설계, 개발하는 업체다. 공장을 보유하지 않는 팹리스(Fabless)기업으로 르네사스사가 중시하는 매출액 총이익률이 높은 회사다. 미국 나스닥 상장업체인 IDT 시가총액은 48억8000만 달러(약 5조4534억 원) 규모로, 르네사스(1조4000억 엔)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인수가 완료되면 나스닥에서 상장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르네사스테크놀로지는 2010년 미쓰비시전기와 히타치제작소의 반도체 사업부문과 NEC에서 분사한 NEC일렉트로닉스가 합병해 만들어졌다. 설립 당시 매출 기준 세계 6위 반도체 제조사였지만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주력이었던 이바라키현 나카공장이 큰 손실을 입으면서 산업용 로봇이나 자동차에 사용하는 반도체를 제때 공급하지 못해 경영난에 처했다. 2013년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와 도요타자동차 등의 출자를 받고,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절감과 반도체 수요증가로 2015년에 흑자로 전환했다. 


르네사스는 통신용 반도체에 강한 IDT 반도체와 자사 제품을 조합해 자동차 사업을 보다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르네사스는 2016년 차량용 반도체 개발업체 미국 인터실을 32억 달러(약 3조5760억 원)에 인수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려 쇠퇴하던 일본 반도체 업계가 반도체 설계·개발에 강점이 있는 해외 기업을 잇달아 인수하며 ‘부활’을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9월 4일 NXP는 자동차용 이더넷 서브시스템 기술 공급 업체인 OmniPHY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OmniPHY는 자율주행에 필요한 신속한 데이터 전송을 가능하게 하는 자동차 이더넷 IP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NXP는 자사의 포트폴리오와 자동차 네트워크 부문 역량에 OmniPHY의 첨단 고속 기술을 결합함으로써, 자동차 제조사들에게 우수한 성능의 차세대 데이터 전송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5월 10일 온세미컨덕터는 라이더(LiDAR) 센싱 전문 기업 SensL 테크놀로지스(SensL Technologies, 이하 SensL)을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아일랜드에 본사를 둔 SensL은 SiPM(Silicon Photomultipliers), SPAD (Single Photon Avalanche Diode) 및 자동차, 의료, 산업 및 소비자 시장용 라이더(LiDAR) 센싱 분야의 선도 기업이다. 이번 인수를 통해 온세미컨덕터는 이미징, 레이더, 초음파, LiDAR 기술을 비롯한 포괄적인 포트폴리오를 통해 자율주행 및 ADAS 애플리케이션용 센싱 솔루션 선도기업으로 입지를 굳힌다는 목표다. 2018년 하반기 온세미컨덕터는 지난해 인수한 레이더 자산의 기술이 적용된 샘플을 시장에 출시 할 계획이다.


3월 16일 아나로그디바이스(ADI)는 독일 뮌헨에 소재한 자율주행 자동차 및 산업용 레이더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에 특화된 전문기업 시메오(Symeo)를 인수했다. ADI는 시메오의 혁신적인 신호처리 알고리즘 기술을 접목시켜 자율주행의 각도 정밀도와 각도 분해능에서 더욱 향상된 레이더 플랫폼을 제공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시메오는 ADI의 자율교통수단 및 안전성(ATS) 사업부에 소속되며, 계속해서 독일 뮌헨에 소재할 예정이다. 


▲자료: Symeo의 자율주행 자동차 및 산업용 레이더 플랫폼


• IoT

Arm은 사물인터넷(IoT) 사업 강화를 위해 지난 6월 미국 IoT 회사 스트림 테크놀로지를 인수했고, 연이어 지난 7월에는 미국 데이터 분석 회사 트레져데이터(Treasure Data)를 6억 달러(약 6697억 원)에 인수했다. 디페시 파텔(Dipesh Patel) Arm IoT 서비스 그룹 대표는 “IoT 장치를 원활하게 연결하고 관리하려면 데이터 흐름 또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Arm은 장치에서 데이터에 이르는 기업의 모든 데이터를 관리하는 완전한 솔루션을 공급하기 위해 트레져데이터와 스트림 테크놀로지를 인수했고, 이를 통해 ‘펠리언 IoT 플랫폼’을 강화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미국 인텔은 자사의 프로그래머블 솔루션 그룹(Programmable Solutions Group)을 강화하기 위해 주문형칩(ASIC) 제조업체인 eASIC을 인수했다. eASIC는 지난 1999년 설립된 무설비 반도체 기업으로 미국 리서치회사 CB인사이츠(CB Insights)에 따르면 지금까지의 자금조달액은 1억 5880만 달러에 달한다. 인텔의 이번 인수는 2018년 3분기에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ASIC는 용도마다 성능을 최적화 가능해 특정 기능을 수행하도록 맞춤화된 칩이다. 컴퓨터와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하는 범용 중앙처리장치(CPU)가 주력이지만 사물인터넷(IoT)에 사용되는 디바이스에는 ASIC가 전력 소비를 억제하고, 개발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으로 재평가 받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인텔이 eASIC을 인수한 이유는 4G 및 5G 무선 연결 시장 서 경쟁력을 높이고, 이기종 패키징 기술인 EMIB(Embedded Multi-Die Interconnect Bridge)를 사용하는 새로운 종류의 프로그래머블 칩 개발을 목표로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7월 13일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TMicroelectronics, 이하 ST)는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인 드라우프너 그래픽(Draupner Graphics, 이하 드라우프너) 인수를 발표했다. 드라우프너는 최소한의 리소스 요건과 전력소모만으로 임베디드 GUI(Graphical User Interface)에 탁월한 그래픽과 매끄러운 애니메이션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프레임워크인 TouchGFX의 개발 및 공급업체다. 32비트 마이크로컨트롤러를 기반으로 하는 TouchGFX는 스마트 홈, 빌딩 자동화 시스템, 가전, 웨어러블, 오디오 및 비디오 시스템을 비롯한 모든 기기와 시스템에서 최신 스마트폰 표준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하이-엔드 그래픽을 구현한다. ST는 드라우프너 그래픽스를 인수함으로써 TouchGFX과 자사의 STM32 MCU 로드맵 모두를 가속화해 IoT 관련 모든 기기에서 HMI(Human-Machine Interface)의 수준을 더욱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4월 20일 실리콘랩스(Silicon Labs)는 Z-웨이브(Z-Wave) 기술을 보유한 시그마 디자인스  (Sigma Designs)를 전액 현금으로 2억 4000만 달러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Z-웨이브는 스마트홈을 위한 선도적인 메시 네트워킹 기술이며, 현재 Z-웨이브 얼라이언스에는 전세계 700개 이상의 제조사와 서비스 제공회사가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실리콘랩스는 “스마트홈 제품을 설계, 설치 및 관리하는 데 있어서 가장 핵심은 안전하고 상호운용이 가능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이번 인수를 통해 실리콘랩스는 IoT 커넥티비티 포트폴리오에 Z-웨이브를 추가함으로써 스마트홈 시장을 지원하는 무선 기술들을 위해 통일된 비전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신사업 진출을 위한 인수 


7월 중국의 국영 반도체 기업인 칭화유니는 프랑스 스마트칩 부품 제조 기업 랑셍을 22억 유로(약 3조 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칭화유니는 프랑스와 독일 감독 당국의 승인과 랑셍 노동조합의 동의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프랑스 스마트칩 부품 메이커 랑셍을 인수할 계획이다. 


이처럼 중국의 반도체 기업이 유럽의 반도체 부품회사를 구입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동안 미국과 유럽은 자국의 기술 유출을 염려해 중국 반도체 기업의 관련 기업인수를 반대해왔다. 2016년과 2017년 칭화유니는 대만의 파워테크 등 3개 반도체 회사를 총 26억 달러에 인수하려다 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해 좌절된 적이 있다. 또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를 230억 달러에 사겠다고 접근했지만 역시나 중국에 기술이 넘어가는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로 인해 퇴짜를 맞았었다. 그러나 이번에 칭화유니가 프랑스 스마트칩 부품 메이커 랑셍를 인수에 성공함으로써 중국의 반도체 산업이 한 단계 더 발전하는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브로드컴은 기업용 소프트웨어(SW) 업체 CA테크놀로지스를 189억 달러(21조 2625억 원)에 인수한다고 지난 7월 밝혔다. 올해 퀄컴을 인수하려다가 실패한 브로드컴이 갑자기 소프트웨어 인수를 시도하는 배경에 업계의 관심이 쏠렸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는 CA는 메인프레임 컴퓨터 등 기업의 정보기술(IT) 인프라스트럭처에 사용되는 SW를 개발하고 판매하는 기업이다. 혹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에서 “이번 인수로 브로드컴은 CA 테크놀로지의 소프트웨어 시장과 메인 프레임,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분야를 추가하게 됐다”며 “인프라 소프트웨어 솔루션에 대한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해당 능력을 강화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편, 두 회사의 이사회는 이번 인수를 승인했지만, 미국·유럽연합(EU)·일본 등의 승인을 얻어야 인수가 완료된다.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는 다른 업종이어서 승인할 것이란 예측도 있지만 미 정부 당국이 이번에도 `보안`을 문제 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본 기사에서 언급된 인수건 외에도 2018년 반도체 업계에서는 3년 전보다는 규모면에서 적지만 신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크고 작은 인수가 지속적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나리 기자 eled@hell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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