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제조 ‘99단계의 제언’(72단계~76단계)

2018.10.01 13:58:51

[첨단 헬로티]


초고령화 시대, 정년의 연장과 임금피크제의 도입. 진급은 어려워지고, 청년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는 지금. 저자는 1인 기업, 그중에서도 제조업에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이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돈을 벌수는 있을까? 설사 가능하다 하더라도 혼자서 일한다는 게 익숙하지도 않고, 지금 하는 일은 너무 지겨운데? 게다가 혼자 회사를 하고 있다고 하면 남들이 무시하지는 않을까? 저자는 이런 질문들에 하나하나 답하듯 아흔아홉 개의 조언을 제시한다.<편집자 주>



72. 동정, 감사히 받아라 


1인 기업을 하면서 가장 먼저 버려야 할 것은 자존심이다. 허세는 금물이고, 거품과 기름은 모조리 빼야 한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동창회에 나가서 명함을 건네면 다들 첫마디가 “사장 됐구나? 뭐 하는 회사야?”라는 질문이고, 그다음은 어김없이 “직원은 몇 명이야?”다. 


“직원은 나밖에 없어. 혼자 해”라고 말하는 순간 상대방의 표정에서 괜히 물어봤다는 난감함과 미안함을 캐치할 수 있다. 나는 전혀 불행하지 않은데 상대방은 나를 동정한다. 상대로부터 동정받는 것, 그리 유쾌한 경험은 아니다.


고백하자면 나 역시 회사를 혼자하기 시작한 처음 몇 년은 직원 몇 명이 있는 것처럼 행세했다. 가상의 직원 이메일을 만들어 메일을 서로 전달하고 회신하며 의견 조율 후 응답하는 식의 쇼도 해봤다. 영업 미팅을 하면서도 직원 수를 부풀리고, 혼자하는 것이 들통날까봐 고객이 사무실을 방문하겠다는 요청을 거절하는 데 진땀을 흘린 적도 있다.


근데 시간이 지나면서 한두 고객에게 1인 기업임을 솔직히 이야기하게 되더니 어느덧 이제는 “혼자 일해요!” 하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내가 선하고 정직해서 그런 것이 절대 아니고, 1인 기업임을 말해야 일하는데 훨씬 편하기 때문이다. 


내 상황을 고객이 정확히 알아야 무슨 문제가 생길 때 내가 대처할 운신의 폭이 넓어진다. 이제는 친한 해외 고객에게도 당당히 1인 회사임을 말한다. 사실 그들에게까지 진실을 말할 필요는 없는데 말이다. 지구 반대편에 있으니 회사에 방문할 일이 거의 없는 그들에게 굳이 그런 약점은 말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하지만 상대를 오래도록 함께할 파트너로 생각한다면, 솔직한 것이 여러모로 편하다.


자의든 타의든 정직해진다는 것은 현실적인 불리함도 적지 않다. 일단 영업에 있어 1인 기업이라는 것은 치명적인 핸디캡이다. 고객은 당연히 “당신이 없으면 누가 납품할 건데요? 결국 당신 하나 믿고 거래하라는 건가요?”라는 질문을 할 테니 말이다. 특히 대한민국처럼 실속보다 외형을 따지는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런 특징은 거래 규모가 클수록, 고객의 규모가 클수록 강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회사 외형만 보고 거래하려는 고객만큼이나 정직함과 실속을 보고 거래하려는 고객의 수도 많아지고 있다. 오히려 1인 기업임을 정직하게 고객에게 이야기하고 대응과 납기에 한계가 있음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 그래서 그들의 공감과 동정을 적극적으로 끌어내는 것은 엄청난 힘이 된다.


우리 경제가 장기적인 침체에 진입하면서부터는 다행스럽게도 고정비용이 작은 1인 기업이 오히려 더욱 안정적이고 생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객들도 이해하기 시작했다. 2년 정도만 차질 없이 납품 잘하면 고객은 더 이상 1인 기업임에 토를 달지 않는다. 더구나 해외 바이어들, 특히 선진국일수록 1인 기업이라는 점을 전혀 문제 삼지 않는다. 문제는 오히려 큰 회사인 것처럼 위장하는 경우에 생긴다.


부끄럽고 창피해도 사람들의 동정을 기꺼이 받고 그것에 감사하자. 1년에 몇 번이나 동창회에 나가고, 만나기 싫은 친척들을 몇 번이나 만나겠는가? 부끄러운 것은 순간에 지나지 않는다. 


왜 혼자 하는지도 억지로 설명하지 말라. 무엇 때문에 그들을 설득해야 하는가? 나만 힘 빠진다. 그들의 표정에서 나타났던 난처함이 어느 순간 부러움으로 바뀔 날은 틀림없이 온다. 그때까지 참자.



73. 때로는 커 보여라 


우리가 1인 기업을 하는 이유는 ‘다른 선택이 없으니 어쩔 수 없어서’가 아니라 ‘지금의 경제 환경에 가장 적합한 형태이기 때문’이다. 1인 기업임을 고객에게 솔직히 말해야 하는 이유 역시 ‘정직한 것이 좋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비즈니스에 가장 좋기 때문’이다. 1인 기업의 대표는 당당하고 솔직해야 한다. 그런데 때로는 기회를 잡기 위해 ‘커 보이는’ 융통성을 발휘해야 할 때도 있다.


1인 제조는 다품종 소량 생산에 최적화된 사업 모델이다. 1인 기업은 고정 비용의 비중이 작기 때문에 소량 생산 시 가격 경쟁력이 가장 높다. 반면 물량이 크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변동비용의 비중이 높은 1인 기업의 특성상 공급량이 증가해도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은 물량의 납품에 주력하는 것이 1인 기업에게는 최선의 전략이고, 큰 물량을 수주하면 앞으로 남는 듯해도 뒤로 까지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하지만 납기와 품질을 성실히 지키며 자잘하게 납품하다보면 뜻하지 않은 행운, 즉 오랜 고객으로부터 별도의 경쟁 입찰 없이 대규모 발주 의뢰가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어떤 회사든 꾸준히 납품하다 보면 반드시 이런 기회가 온다). 수의계약이니만큼 적정 이윤도 보장되니 1인 기업으로서는 더할 수 없는 절호의 기회다. 


이런 행운이 찾아올 경우에 대비해 미리 준비하고 있지 않으면 그 기회를 날려버리기 십상이다. 갑자기 많아진 물량을 정해진 기간 내에 납품할 방법을 찾기란 쉽지 않고, 허둥거리다가 결국 포기하기에 이르기 때문이다. 물론 조바심에 무리해서 납품하다가 불량품만 잔뜩 나오게 되는 대참사보다는 차라리 기회를 못 잡는 편이 낫긴 하겠지만, 그렇게 한두 번 놓치다 보면 기회는 영영 사라지고 만다.


‘기회는 준비된 이에게만 온다’는 말이 있다. 정말 그런 이에게만 기회가 찾아온다기보다는, 준비하고 있는 사람만이 자기에게 찾아온 기회를 잘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찾아올 대규모 수주에 대해서는 어떤 준비를 해둬야 할까?


언제든 기회가 오면 ‘즉시 커질 수 있어야’ 한다. 전후방 협력업체를 컨소시엄으로 묶어 하나의 회사처럼 움직일 수 있는 네트워킹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것으로도 생산 역량 면에서 부족하다 싶으면 경쟁업체까지도 끌어 들일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민방위 훈련처럼, 언제든 올인원(All-in-one)이 되는 시뮬레이션 훈련을 정기적으로 해야 한다. 


내 경우에는 1년에 한 번 정도 해외에서 대량 발주 문의를 받는데, 설사 발주 가능성이 낮다는 생각이 들어도 2주 정도는 가상훈련에 들어간다. 실제 납품할 경우를 대비하여 협력회사 및 경쟁업체들과 격일로 미팅을 가지며 일 최대/최소 생산량 산출, 원자재 수급 계획, 결제 일정, 운송 수단 및 물류 분석, 양산 과정에서의 기술적 이슈 등을 꼼꼼히 따진다. 이런 준비를 매번 했음에도 아직 대규모 수주를 한 적은 한 번도 없다. 하지만 언젠가 대량 수주를 하게 되는 날이 오면 이렇게 해온 가상훈련이 큰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믿는다.


또한 어떤 고객이든 공급업체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아무리 솔직한 것이 좋다고 해도 혼자 하는 1인 기업만 달랑 보여주는 것은 성의 있는 자세와 거리가 멀다. 어차피 나중에는 다른 업체들에 대해서도 모두 알게 되기 마련이니, 오히려 이런 기회에 고객이 협력업체까지 함께 방문할 수 있도록 일정을 잡는 것이 좋다. 


한편으로는 협력업체들을 빼앗길까 싶은 마음에 불안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신이 아무리 감추고 숨겨도 상대가 빼앗으려 마음먹으면 어떻게든 빼앗아버릴 수 있다. 그러니 차라리 처음부터 전체 협업 체제를 보여주는 것이 나에 대한 고객의 신뢰 향상을 위해서도 좋다. 물론 모든 고객이 아닌, 정말 핵심 고객에 대해서만 말이다. 


1인 기업임을 속이지는 말되, ‘나’ 혼자는 작아도 나와 함께하는 ‘우리’는 결코 작지 않음을 보여줘라. ‘나’만이 아닌 ‘우리’를 보여주는 것, 그것이 고객뿐 아니라 협력업체까지도 나를 신뢰하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74. 승리는 보급에 있다 


1인 기업으로서 치열한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은 어찌 보면 기적과 같다. 골리앗을 단 하나의 돌멩이로 쓰러뜨린 다윗이나 열두 척의 배로 수백 척의 왜구를 무찌른 충무공의 비범한 전략이 아니면 도저히 승리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혹시 당신에게 그러한 비범한 전략이 없다 해도 결코 실망해선 안 된다. 다행스럽게도 전쟁, 특히 장기전에서의 승리를 좌우하는 것은 신출귀몰한 전술 전략이나 신무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승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인은 전방에서의 결투가 아닌, 후방에서의 보급이다.


보급은 ‘전쟁을 수행하는 군사들에게 지속적으로 식량과 의약품, 유류, 의복, 무기 및 탄약 등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을 뜻한다. 제아무리 날고 기는 군인들이라도 이틀 굶으면 전의를 상실하기 마련이고, 최신 살상 무기로 무장한 탱크와 비행기라도 기름이 없으면 움직일 수 없다. 보급이 막히면 어떠한 전략 전술이나 전쟁 수행 역량도 모두 무용지물이다. 반대로 다소 전략 전술이 부족하지만 안정적인 보급이 유지된다면 장기전에서 얼마든지 승리할 수 있다.


통조림을 전투식량에 처음 도입한 사람이 유럽 정복에 성공한 나폴레옹(Napoleon)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천하를 호령한 칭키스칸(Chingiz Khan)이 이동 중에도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샤브샤브를 만들었다는 사실은 어떤가? 그들이 백전백승한 것은 싸움을 잘해서가 아니라, 보급의 중요성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막의 여우’라 불리던 독일의 에르빈 롬멜(Erwin Romme) 장군은 “상대방의 병력 숫자보다 그들의 보급 상황을 먼저 살펴라”라는 명언을 남겼다. 이 말을 우리에게 적용해보면 이렇게 바꿀 수 있겠다. 경쟁사의 직원 수가 몇 명인지, 매출이 얼마인지, 자본금이 얼마인지, 그 회사 사장이 어떤 차를 타고 누구를 만나 어떤 접대를 하는지에 촉각을 곤두세우지 마라. 중요한 것은 경쟁사의 규모가 아니라 그가 실제 협력업체들과 얼마나 유기적으로 잘 협업하고 있는지, 윈-윈 관계인지 아니면 일방적으로 갑이 착취하는 구조인지, 모든 원부자재나 부품, 외주 생산이 계획에 따라 순조롭게 진행되는지, 결제는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의 여부다.


고객이 보기에는 A급 회사인데 실제 협력업체들로부터는 F 평가를 받는 회사들이 우리나라에는 의외로 많다. 고객 입장에서 보면 발주 전까지는 그토록 완벽한 회사가 없는데, 발주 이후 실제 납품을 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면 도대체 이 회사가 내가 봤던 그 회사인가 싶을 정도로 엉망진창인 면이 눈에 들어온다.


이는 보급에 문제가 있는 전형적 사례다. 즉, 전방인 영업 부서만 화려할 뿐, 원부자재를 조달하고 외주로 제품을 만들며 검수 후 납품하는 후방, 다시 말해 조달은 수준 이하인 것이다. 이런 회사는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이런 회사의 특징 중 하나는 멀쑥한 영업 직원이 참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실상 그들이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협력업체들을 찾아다니며 ‘이달 말에 꼭 결제해줄 테니 이번만은 납기 맞출 수 있도록 부품 좀 공급해달라’며 읍소하는 것이다. 제정신이라면 오래지 않아 회사 떠나게 되어 있다. 


반면 협력업체들에게 업종 최고 수준의 결제를 해준다면, 아니 최소한 나보다 협력업체의 결제를 우선적으로 챙긴다면 그들은 단순히 내 협력업체에 그치지 않고 내 회사의 직원과도 같아진다. 1인 기업이라도 이런 회사가 경쟁업체들과의 전쟁에서 지겠는가? 절대 안 진다. 기억하자. 1인 기업의 승리의 기적은 오로지 보급에 있다. 



75. 버는 것이 아니라 터는 것이다 


돈은 물처럼 흘러 들어와 물처럼 흘러 나간다. 그러니 돈이 들어오는 문은 크게 열고 나가는 문은 어떻게든 막으면 돈을 모을 수 있을 것 같다. 받을 돈은 어떻게든 빨리 다 받고, 줄 돈은 안 주거나 늦게 주는 것이 돈 버는 방법이다.


그래서인지 돈 번 회사들 중 상당수는 한 번 들어온 돈을 좀처럼 내보내는 법이 없다. 협력업체들에게는 어떻게든 가격을 깎거나 심한 경우 트집을 잡아서라도 돈을 덜 주려 하고, 그것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는 “여분 물량을 5%쯤 더 달라” “물류비는 니가 부담해라” 등등 뭐 하나라도 더 받으려 하면서 끝까지 실속을 차린다.


게다가 결제는 어떻게든 늦게 한다. 매월 30일이 결제일인데 마침 토요일이라고 하자. 이런 경우 하루 전인 금요일에 대금을 지불하면 됨에도 꼭 월요일인 익월 2일에 결제하려 하는 회사들이 많다. 이틀만큼의 이자를 더 챙길 수 있다는 얄팍한 생각, 그것이 돈을 버는 길이라 여기는 탓이다. 사실 칼 같이 결제일 지키는 업체를 찾기란 무척 어렵다. 형편이 안 되어서 그러는 것이라면 이해할 수 있지만, 돈을 쌓아놓은 회사도 결제를 며칠 늦게 하는 것이 아예 체질화되어 있다. 그것이 협력업체를 제대로 관리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정말 이래야 돈을 버는 것일까? 일면 맞다. 아무리 크고 수익률 좋은 회사라 해도 자금 관리를 제대로 못 하면 3년을 버티기 어렵다. 앞서 ‘아무리 바빠도 자금 관리는 직접 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던 이유 역시 이것이다. 


나가는 돈은 당연히 최대한 틀어막아야 한다. 하지만 반드시 나가야 할 돈까지 막는 것은 큰 문제다. 나갈 돈을 틀어막고 있으면 들어올 돈도 머지않아 끊어진다. 인공 연못의 물레방아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물레방아를 돌리고 떨어진 물은 물길이 뚫려 있어야 다시 돌아와 물레방아를 돌릴 수 있지 않은가.


고객으로부터 들어오는 돈은 어떻게든 다 받아내고 협력업체에 나가야 할 돈은 어떻게든 틀어막으면 잠시야 돈을 벌지 모르지만, 결국에는 돈이 말라버리고 만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게 돈을 주는 사람은 고객이 아닌 협력업체다. 제품이 없으면 고객이 내게 돈 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협력업체에 인색해지면 내가 고객으로부터 받아야 할 돈 역시 그만큼 인색해진다. 


그래서 돈을 막으면 돈을 벌 수가 없다. 터야만 버는 것이다. 협력 업체에 주어야 할 돈이라면 제대로 줘라. 아르바이트비, 생수비, 택배비, 토너비나 잉크비, 유류비 등 사소하지만 작은 돈 역시 철저히 날짜를 지켜서 지불해라. 임대료나 전기료, 각종 공과금 결제일도 철저히 지켜야 함은 물론이다. 


거래는 물리고 물리는 것이라서 내가 협력업체에게 하루 늦게 돈을 지불하면 내 협력업체는 그의 협력업체에게 이틀 늦게, 그 업체는 또 자신의 협력업체에게 사나흘 늦게 지불하게 된다. 나는 겨우 하루 늦게 지불했을 뿐인데 저 밑의 업체들에 이르러서는 그 파급이 일주일에 이르는 것이다. 이것이 반복되면 나의 거래 사슬엔 피로감과 불신만이 누적되고, 언젠가는 반드시 품질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고객도 잃고 자금도 마르는 결과를 초래한다.


훌륭한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은 나보다 상대방에게 먼저 이익이 돌아가게 하는 사람이다. 상대에게 먼저 이익을 주면 그것이 한 바퀴 돌아 나에게 기회라는 모습으로 찾아온다. 내가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일본 교세라(Kyocera) 주식회사의 이나모리 가즈오(稻盛和夫) 회장이 한 말이다.  


76. 모르면 깎지 마라 


앞장에서는 ‘벌려면 인색해지지 말고 털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는데, 사실 누구나 갑이 되면 을에게 인색해질 수밖에 없다. 100원을 깎으면 100원만큼이 고스란히 내 회사에 이익이 되니 어떻게든 쥐어짜고자 하는 심리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래도 과거 시장이 급성장했던 시기에는 갑과 을 간에 ‘너의 이익이 곧 나의 이익’이라는 윈-윈의 동반 성장 개념이 있었다. 하지만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시장 구조가 고착화된 최근에는‘너의 이익이 늘어난 만큼 내 이익은 줄어든다’는 제로섬(zero-sum) 게임의 양상이 일반화되고 있다. 그렇기에 을을 쥐어짜야 갑이 산다는 ‘갑질 문화’가 더욱 심화된 것이다. 


게다가 1인 기업은 더 이상 고정비를 줄일 수 없는 비용 구조의 특성상, 변동비를 줄이는 데 최우선 순위를 둘 수밖에 없다. 변동비 중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협력회사로부터 공급받는 원부자재, 중간재 및 그들의 외주 비용이다. 따라서 1인 기업에게는 협력업체의 가격을 어떻게든 깎는 것이 최대 목표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다음의 세 가지 조건 중 두 가지 이상에 해당되지 않으면 무리하게 가격을 깎으려 들지 않는 것이 좋다. 하나는 내가 협력업체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그들의 제품에 대해 아는 경우고, 다른 하나는 가격을 깎아도 품질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없는 경우, 즉 어떤 경우에도 제품의 원재료와 공정을 더 싼 것으로 바꿀 수 없는 경우이며, 마지막은 다른 대안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 경우다. 이를 충족하지 못한다면 가급적 협력업체의 가격은 그대로 수용하자. 그 이유 역시 세 가지로 나누어 말할 수 있다. 


첫째, 1인 기업은 구매량이 적으므로 협력업체 입장에서 봤을 때 전혀 매력적인 고객이 아니다. 그런데 가격까지 심하게 깎으려 하면 ‘별 거지 같은 게 다 갑질이네!’하는 생각이 절로 들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다 나 같지는 않다. 나야 10원 벌기 위해 무엇이든 하려 하지만, 20원 남길 바엔 안 하고 만다는 협력업체들이 의외로 많다.


둘째, 1인 기업의 공급 가격은 고객이 구매를 결정하는 데 그리 큰 역할을 하지 않는다. 고객은 가격보다 안정적 품질과 납기에 더 민감하다. 그러니 1인 기업 역시 협력업체를 결정하는 데 있어 가격 요소에 너무 치중할 필요가 없다. 그보다는 그 업체의 품질과 납기가 훨씬 중요하다. 


셋째, 내가 갑이라 해도 현실적인 역학 관계에서는 갑이 아닐 수 있다. 대안이 될 만한 업체가 없거나 제품 개발에 있어 협력업체에의 의존도가 절대적이라면 오히려 내가 을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도 모르고 10원 깎으려 들다가 외려 100원을 손해 볼 수 있다. 전형적 소탐대실이다. 


내게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개당 15원에 납품받던 부품을 12원에 주겠다는 곳이 있어 업체를 갈아탔다. 그런데 이전 업체는 납기를 어긴 적이 없었던 것에 반해, 갈아탄 업체는 하루이틀 납기가 늦는 것이 예사였다. 그러니 나는 나와 계약했던 외주업체에게 제 날짜에 부품을 넘기지 못했고, 부품이 넘어오지 않으니 외주업체도 생산 준비를 하고 있다가 공치는 날이 다반사였다. 나중에 일정 지연에 따른 보상을 외주업체에 해주고 나서 계산해보니 결국 12원짜리 부품을 20원에 납품받은 셈이었다. 이 사업 10년 넘게 해온 나 역시 이렇게 탈탈 털릴 수 있으니, 모르면 정말 깎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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