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헬로티]
프리미엄 기준 전동기 사용 전면시행 두 달 전
돈을 모으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불필요한 소비 줄이기’이다. 에너지 분야도 마찬가지다. 원전 에너지든 화석 에너지든 신재생에너지든 우선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그리고 이 소비를 줄이는 데 꼭 필요한 존재가 프리미엄 전동기다. 한국에너지공단은 최근 한국전기산업진흥회와 ‘프리미엄 전동기 보급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프리미엄 전동기 보급에 앞장섰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전력 소비하는 전동기
전력이 부족하다. 화석연료는 점점 고갈되고 있다. 환경 문제로 원전도 문을 닫고 있다. 대체 에너지로 재생에너지 개발이 이뤄지고 있지만, 물리적, 기술적 잠재력을 보았을 때 한계가 있으리라 예상된다. 전력을 아끼는 운동이 계속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점심시간 모니터 끄기, 실내 적정온도 유지 등의 활동이 모두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이뤄지는 운동이다. 하지만 이러한 활동만으로 에너지 절약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전력 기기에 사용되는 에너지 자체를 줄이면 어떨까? 또, 불필요한 전력 낭비를 줄이면 어떨까? 이 질문의 답은 전동기로 통한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전력을 소비하는 분야가 전동기다. 2017년 국내 전력 소비량 중 전동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54%(30.8조 원, 275TWh)였다. 전력 소비가 많은 전동기를 효율화하면 그만큼 에너지 절약은 가능해진다. 한국전기연구원의 강도현 박사는 “현재 전동기는 전기 100을 입력하면 동력 85가 출력된다. 15에 해당하는 에너지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다”라고 말한 뒤 “전동기를 고효율화하게 되면 전기 94만 입력해도 동력 85를 얻을 수 있다. 15였던 손실을 9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위스는 2010년부터 4년간 노후전동기를 조사했다. 18개 산업군 4,142개 전동기를 조사한 결과 수명이 지난 전동기를 사용하는 비율이 56%였다. 2배 이상 큰 용량 전동기를 사용하는 비율이 28%였고, 78%가 가변속도(팬, 펌프, 압축기, 냉동기) 부하 상태였다. 스위스는 전동기 산업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총 399MWh를 절약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 오는 10월부터 프리미엄 기준 전동기 사용이 전면 시행된다.
에너지공단과 전기산업진흥회, 프리미엄 보급 위해 업무협약 체결
정부는 전력을 아낄 수 있는 프리미엄 전동기 보급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오는 10월부터 프리미엄 기준 전동기 사용이 전면 시행된다. 각 업체에서는 프리미엄 전동기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문제가 있다. 프리미엄 전동기에 대한 정확한 기준을 모르는 곳이 많고,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를 유혹하는 불량품도 많다. 전동기협의회 김재학 회장은 “효율 미달 불합격 제품이 시장에서 저가로 유통되고 있다”면서 “규정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저렴한 제품을 찾는 게 당연하다. 따라서 효율 기준 합격품은 시장에서 죽는 현상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불합격 제품은 품질등급이 낮은 원재료를 사용하므로 낮은 판매가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이익을 본다. 하지만 준법 제조업체는 높은 품질등급의 원재료를 사용해도 정당한 판가를 받지 못해 손실을 보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실제로 준법 제조업체 중 존립의 위기에 처한 기업도 많다. 그렇게 되면 결국 우리나라 전동기 산업 생태계가 위기에 처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 한국에너지공단과 한국전기산업진흥회는 프리미엄 전동기 보급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출처 : 한국에너지공단>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한국에너지공단과 한국전기산업진흥회가 나섰다. 두 기관은 지난 7월 9일 ‘프리미엄 전동기 보급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을 통해 두 기관은 프리미엄 전동기 보급 확산 및 저효율 전동기 고효율화 지원정책 수립과 이행, 프리미엄 전동기 확산센터 운영, 전동기 산업실태 및 사후관리 조사 등을 위해 상호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 특히, 프리미엄 기준 전면시행(’18.10월)에 따라 제도 초기 업계의 기준준수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고, 업계 애로·건의사항 및 불량 전동기 상시 신고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양 기관 내에 ‘프리미엄 전동기 확산센터’를 설치·운영하기로 했다.
한국에너지공단 한영로 사업진흥이사는 “국내 전력소비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전동기에 대한 효율기준 강화를 통해 정부의 수요관리 강화 정책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전기산업진흥회 장세창 회장은 “전동기 업계의 애로 및 건의사항을 전달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됨에 따라 업계 의견이 정부 정책 수립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