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릴 수 있다는 희망을 안고 철마가 말했다. “전기는 어디 있나요?”

2018.06.01 13:07:18

남북 경제협력의 신호탄, 전기


정말이지 팔을 뻗으니 닿았다. 엎어져서 코 닿을 거리라는 옛말은 진짜였다. 남과 북은 가까웠고, 한반도는 하나였다. 4월 27일, 오전 9시 29분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판문점 사이에 그어진 군사분계선 위에서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맞잡은 손으로 역사를 썼다. 통일이 멀지 않았다고 외치는 사람도,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믿기지 않는다는 사람도, 화를 내던 사람도 모두 역사가 됐다. 남북 교류 페이지도 다시 펼쳐졌다. 남북 경제협력을 주제로 한 이 페이지 상단부에는 전력이란 단어가 적혀 있었다.


  <사진 = 김동원 기자>

 

북한에서 내려온 평양냉면, 철마에게 희망을 안기다


판문점에 비둘기가 둥지를 틀었다. 남북 정상은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북한에서 내려온 평양냉면은 남북정상회담을 지켜보던 이들의 긴장을 풀어주었다. 



올해 내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을 이루자는 이야기가 오고 갔다. 한반도에 평화를 향한 기대감이 꿈틀댔다. 기대감은 남북 경제협력으로 이어졌다. 남북 경제협력 소식은 장밋빛 전망을 불러일으켰다. 육로로 전기와 가스를 들여오고, 유럽행 기차를 서울에서 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한국도로공사와 코레일은 이미 행동에 나섰다. 한국도로공사는 남북도로 연결사업을 위한 테스크포스를 신설했다. 코레일은 남북 철도 연결을 전담하는 ‘남북대륙사업처’를 새로 만들었다.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은 대북 철도 제1노선인 동해선의 예비타당성 평가 면제를 국토부에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달리고 싶다던 철마의 마음에 불이 지펴졌다.


철마는 연식이 오래됐다. 달리고 싶은 발걸음을 멈춘 지 65년째다. 그동안 달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진 날이 많았고, 그만큼 실망한 날도 많았다. 철마는 침착했다. 다시 달릴 수 있는 가능성을 점쳤다. 문제가 있었다. 북한에 전기가 부족했다. 철마가 달리기 위해선 전기가 필요하다. 북한에 다리를 놓거나 철로를 낼 때도 전기가 필요하다. 오랜 기간 북한을 바라봤던 철마는 북한에 전기가 많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철마의 마음에 지펴진 희망의 불씨가 사그라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좁혀지지 않는 남과 북의 전력설비 격차


남한과 북한의 전력설비 격차는 크다. 14배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북한의 주요통계지표 - 에너지 및 전력 분야 분석’에 나온 결과다. 이 자료에 의하면, 2016년 북한의 발전설비 총 용량(모든 발전소를 1시간 동안 완전히 가동할 때 전력 생산능력의 합)은 7,661MW였다. 같은 기간 남한의 발전설비용량은 10만 5,866MW다. 2016년 조사결과는 1965년 남한과 북한 간 전력 생산능력 비교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대 수준 격차다. 류재선 한국전기공사협회장이 “남북 교류가 활성화되려면 제일 먼저 필요한 게 전기다”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북한도 노력은 하고 있다. 북한은 2013년 ‘재생에네르기법’을 신설했다. 2044년까지 500만kW 신재생 전력 생산을 이루겠다는 의도였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태양광 발전이 전체 전력의 0.1% 미만에 머물렀다. 철마가 다시 달릴 수 있는 전력량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그렇다면, 철마는 다시 달릴 수 있을까? 물론, 달릴 수 있다. 달리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손을 잡았다. 달리기 위해서 남북 경제협력이 재개되고 있다. 철마가 다시 달리는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다. 철마를 다시 달리게끔 노력하는 이들도 많다.


                            <사진 = 김동원 기자>

 

개성공단이 살면 전력도 살아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만남 이후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존재가 있다. 평양냉면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가까운’ 북한에서 가져온 평양냉면은 한국에서 많은 인기를 얻었다. 그만큼 감당해야 할 무게도 늘었다. 무값이 오른 이유도, 심지어 감자 가격에 오른 이유도 평양냉면 탓이었다. 


정상회담의 수혜자, 평양냉면을 먹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인터넷에 ‘평양냉면’을 검색해야 한다. 육수를 사러 가거나 맛집을 향해 차에 시동을 거는 일은 그다음이다. 먼저 평양냉면을 검색해야 한다. 그래야 조리법을 볼 수 있고, 주변 맛집을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철도가 다시 달리기 위해서는 개성공단을 봐야 한다.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한국전력공사는 2004년부터 2016년 2월 개성공단 가동 중단 이전까지 개성공단에 전력을 공급해왔다. 2015년 기준으로 한전이 124개 입주 기업에 공급한 전력은 연간 1억 9,100만KWh다.


    <사진 = 김동원 기자>

 

북한 전력 공급 급한 불, 신재생에너지로 끈다


개성공단은 전력을 공급하는 전초 기지다. 개성공단에 공급하는 전력만으로 철마가 북한 전역에 달리기는 어렵다. 그래서 필요한 게 발전소다. 5월 8일, 한국동서발전은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위원에게 ‘발전분야 대북 협력사업안’을 제출했다. 여기에는 북한에 단기적으로 태양광과 풍력 발전소를, 장기적으로 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방안이 담겨있었다.

 

동서발전은 태양광과 풍력의 사업준비 기간이 3년 정도로 화력발전(6~8년)보다 짧아 당장 급한 북한의 전력난 해소에 도움이 되리라 판단했다. 23MW 규모의 풍력발전소를 건설하면 북한 주민 7만 5천 명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동서발전은 북한의 오래된 화력발전소를 보수하자는 의견도 제시했다. 현재 북한에 있는 화력발전소는 총 9기다. 그중 8기가 30년 이상 됐다. 설비이용률은 2013년 기준 31.6%로 저조하다. 북한 화력발전소를 보수하면, 발전소를 새로 건설하는 시간과 예산을 절약할 수 있다. 


북한에 태양광과 풍력발전소를 짓고, 기존 화력발전소를 보수해 북한 전력공급에 급한 불을 끄게 되면. 다음은 여러 계획을 검토할 수 있다. 동서발전은 남북 접경지역인 연천이나 비무장지대에 ‘평화발전소’를 짓는 방안을 검토했다. 평화발전소는 북한의 산업시설 전력 공급용이다. 동서발전은 액화천연가스(LNG)와 액화석유가스(LPG)를 연료로 사용하는 500MW급 복합화력발전으로 구상했다. 이 발전소는 평양 인구 260만 명의 2배 인구가 쓸 수 있는 전력을 공급할 전망이다.


북한 전력 공급 중간 단계, 북한에 발전소 짓기


북한에 발전소를 지을 수도 있다. 북한 지역에 유리한 석탄화력발전소를 짓게 되면, 장기적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동서발전은 건설 후보지로 개성공단과 해주공업단지에 인접한 해주, 원산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지구 인근에 있는 원산, 광공업과 수산업 등이 발달한 김책을 보았다. 300MW급 2기 또는 500MW급 2기를 건설해 북한 발전소 설비용량의 8%에 해당하는 전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수명이 남은 오래된 발전소 설비를 북한으로 이전하는 방안도 있다. 활용도가 낮아진 울산 1복합발전을 북으로 옮기고 그 자리에 신규복합발전소를 대신 짓자는 의견이다. 동서발전은 발전소의 적절한 유지관리를 위해 국내 교육시설에서 북한 엔지니어를 교육하고 기술을 전수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동북아시아 초대형 에너지 사업,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축 가능하다


정부에서 구상하는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축도 북한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이다. 동북아 슈퍼그리드는 러시아와 몽골에서 풍부한 에너지 자원을 활용해 전력을 생산하고, 이를 한국과 중국, 일본 등에 공급하는 초대형 신재생에너지 전력망 연결사업이다.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축에는 북한이 걸림돌이었다. 사업을 진척하기 위해서는 북한에 대규모 송전 설비를 설치해야 하지만, 당시는 북한에서 내려온 평양냉면을 먹기 전이었다. 북한이 우호적이지 않았다. 북한을 피해 전력망을 구축하기는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평양냉면이 북한에서 내려오면서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축 사업이 현실로 다가왔다. 동북아 슈퍼그리드가 구축되면 송전로가 지나가는 북한도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면서 통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서독과 동독으로 나뉘어있던 독일은 1990년 하나가 됐다. 둘이 하나가 되기까지는 오랜 과정이 필요했다. 그중 하나가 경제 사회 통합 과정이었다. 화폐를 통합했고, 경제공동체 형성을 위한 협상 기구인 ‘공동전문 위원회’를 구상했다. 이 과정은 한반도에도 필요하다. 북한 전력망 구축은 경제협력의 신호탄과 같다. 이제 철마가 달려야 한다. 달리겠다는 희망을 안고 살아가기에는 65년이라는 시간이 너무나 길었다. 


   <사진 = 김동원 기자>

김동원 기자 eled@hell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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