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헬로티]
국제로봇연맹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16년에만 294,000대가 공급됐으며, 이후 해마다 사상 최대의 산업용 로봇이 공급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5년 대비 8% 증가했고, 전기·전자산업, 자동차산업이 성장을 주도했다. 그러나 국내 생산은 5% 감소하고 수입은 32% 늘었다. 수입액 또한 국내 생산액보다 2.5배 많았으며, 수입 단가는 수출 단가보다 5배 정도 비싸게 로봇을 수입하고 있었다. 우리나라가 세계 로봇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로봇제조 경쟁력을 더욱 높이는 방향으로 R&D를 추진해야 한다. 글로벌 로봇산업 현황과 한국 로봇 R&D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지난 3월28일 열린 ‘로보틱스 컨퍼런스 2018’에서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김경훈 PD가 발표한 강연 내용을 정리했다. [편집자 주]
▲ 세계 로봇 시장
최근 AI(인공지능)와 융합으로 로봇이 사람과 공존하는 사회로 진화하고 있으며, 많은 국가는 AI 로봇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로봇을 크게 산업용 로봇, 전문 서비스로봇, 개인 서비스로봇으로 구분하여 세계 로봇 시장을 살펴보면, 우선 전체 규모는 22조 원 정도 된다. 그중 산업용 로봇이 3분의 2(64%)를 차지한다.
매출 증가율은 상당히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여기서 특이한 점은 2016년 경우, 전문 서비스로봇이 가장 많이 성장했다는 점이다. 전체 성장률이 2%인 것에 비해 전문 서비스로봇은 무려 24%나 성장했다. 그만큼 값싸지고 우리 주변에 로봇을 볼 기회가 더 많이 생긴 것이다.
전 세계 로봇 수요의 30%는 중국…공급 수량은 한국이 2번째 큰 시장
국제로봇연맹(IFR)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6년에만 294,000대가 공급됐으며, 이후 해마다 사상 최대의 산업용 로봇이 공급되고 있다. 그 주된 이유는 중국 때문이다. 전 세계 로봇 수요의 30%를 차지하는 중국은 자동화가 안 된 나라로, 현재 많은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공급 수량을 보면 한국도 중국에 이어 2번째 큰 시장이다. 금액으로는 5위 정도 한다. 2016년 기준 산업용 로봇만 본다면 한국은 2015년 대비 8% 증가했고, 전기·전자산업, 자동차산업이 성장을 주도했다. 그러나 국내 생산은 5% 감소하고 수입은 32% 늘었다. 수입액 또한 국내 생산액보다 2.5배 많았으며, 수입 단가는 수출 단가보다 5배 정도 비싸게 로봇을 수입하고 있었다. 그리고 국내에서 판매되는 로봇의 64%가 직교좌표형이였으며, 이는 세계 시장 수요의 47%를 차지한다.
사실 산업용 로봇은 수직다관절 로봇, 직교좌표 로봇, 수평다관절 로봇 등 다양한 형태가 있으며 로봇들에 엔드 이펙터가 어떤 것이 달리냐에 따라 적용 사례가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수직다관절 로봇은 완성차 조립에 주로 활용된다. 중대형 수직다관절 로봇들이 차체를 핸들링하고 용접도 한다. 조금 더 아래로 내려가면 자동차부품 모듈을 위한 로봇들도 많이 적용된다. 모듈이 작아지면 소형 다관절 로봇들이 이 작업을 수행한다.
직교좌표 로봇 또한 우리가 주로 많이 사용하는 로봇이다. 국제로봇연맹에서 직교좌표 로봇은 X, Y, Z의 3축 이상이 되어야 로봇 1대로 인정한다. 이것은 간단한 형태의 로봇이기 때문에 제어가 쉽다. 수평다관절 로봇 역시 전기·전자산업에 대표적으로 들어가는 로봇으로, 작은 제품을 빠르게 픽 앤 플레이스 하는 작업을 한다.
그 외에 한국은 LCD, 반도체가 대표 산업이기 때문에 관련 이송 로봇의 수요가 많아 생산을 많이 하고 있으며, 병렬 로봇 또한 식품산업에서 많이 적용되고 있다.
▲ 완성차 조립에 주로 활용되는 관절로봇
최근 새로운 트렌드로는 휀스 없이 사람과 로봇이 함께 작업할 수 있는 협동로봇이 나왔다. 덴마크의 유니버설 로봇이 거의 이 분야 시장을 개척했다. 원래 이런 형태의 로봇이 없었던 건 아닌데, 유니버설 로봇이 휀스 없이도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강조하며 협동로봇을 새로운 개념의 로봇으로 적극 소개했다.
세계 각국의 로봇 R&D 정책
세계 각국은 로봇 R&D 투자와 정책을 앞다퉈 추진 중이다. 미국은 제조업 부흥 목적의 ‘첨단제조 파트너십’ 일환으로 국가 로봇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투자 규모는 한국보다 오히려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집계하기에 따라서 조금은 달라질 수도 있지만, 미국은 주로 기초연구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도 범정부 차원에서 ‘로봇 신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유럽 또한 범국가적인 로봇 연구 프로그램인 ‘SPARC’를 발표하고 EU 프레임워크 프로그램 중 고령자 보조를 위한 로봇사업 5개를 진행 중이다. 중국 역시 ‘중국제조 2025’를 통해서 로봇 정책을 펼치고 있다.
특히, 미국은 2011년부터 ‘Intelligent Co-Robot’을 언급하며 로봇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 것인지 방향 제시를 잘하고 있었다. 미국 로봇 제조사를 보면, 지금은 없어졌지만 유니메이션이 최초 산업용 로봇을 만들어 GM에 처음으로 적용했다. 그 뒤 전 세계 자동차 회사들이 잇달아 로봇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최근엔 리씽크 로보틱스, 헤비 로보틱스, 아이로봇, 보스톤 다이내믹스 회사들이 유명하고 의료용 로봇 분야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유럽은 로보틱스에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ABB, 쿠카 등 전통적인 강자들이 있으며, 유니버설 로봇이 계속 성장 중이다.
일본은 2013년에 로봇혁명 실현위원회를 가동해서, 산업용 로봇기술을 서비스 분야로 확대하여 2020년까지 로봇 시장을 2배로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2020년에 세계 로봇을 모두 모아 기술 경쟁을 벌이는 로봇올림픽 개최 실행계획도 발표했다. R&D 사업으로는 재난대응 로봇, 간병 로봇, 노후 인프라 점검 및 관리를 위한 로봇 개발에 힘쓰고 있다.
중국 또한 로봇에 대한 투자를 아낌없이 하고 있다. 중국의 수직다관절 로봇 제조사들은 10개사가 넘는다. 지금까지 기술 수준에서 한국이 중국보다 앞서 있지만, 언제 중국이 따라잡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한국의 로봇 정책은 2008년에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을 만들어서 로봇 전략에 대한 기본 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고 보급 촉진작업도 하고 있다. 내용을 보면, 1차 기본 계획(2009~2013년)은 선진국과 로봇 기술 격차를 빨리 줄이자는 것, 2차 기본 계획(2014~2018년)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서 로봇 R&D 종합 역량을 키우고 개방형 로봇산업 생태계 조성 등을 담고 있다. 추진 결과, 1차 기본 계획 이후 생산 2.6배, 수출 7.7배, 고용 2.7배 증가했으며, 선도국과의 기술격차도 지속적으로 단축됐다.
로봇 밀도는 한국이 압도적 1위
전 세계 로봇 밀도는 한국이 압도적으로 1위를 하고 있다. 2008년에 2위였던 한국은 2011년부터 일본을 추월하고 가파르게 성장했다. 전 세계 로봇 밀도는 평균 74밖에 되지 않는다. 중국은 68로 여전히 평균 이하 국가이다. 지역이 넓고 노동인구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 특이한 사실은 독일이 일본을 처음으로 추월했다는 점이다. 이는 독일이 인더스트리4.0을 진행하면서 제조업 자동화 바람이 더욱 거셌음을 보여준다.
그러면 한국은 왜 로봇 밀도가 높은 것일까. 어떤 공정에 로봇을 많이 활용하는지 분석된 자료를 살펴보면, 첫 번째가 핸들링이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핸들링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다. 두 번째가 웰딩이다. 웰딩은 자동차 공장과 전자산업에서 독보적이다. 그리고 자동차와 전자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수출 품목이다. 특히, 전자제품은 자동차와는 달리 조립 대상물이 작아 직교좌표 로봇을 많이 활용하고 있으며, 전자산업의 주요 경쟁국은 한국보다 인건비가 저렴하기 때문에 로봇의 수요가 매우 높다.
한국의 로봇 제조사를 보면, 전통적으로 현대로보틱스가 있고, 로보스타가 중소기업 중에서 상당히 선전하며 성장하고 있다. 이 회사가 매우 값싸게 직교좌표 로봇을 국내 기업에 공급했기 때문에 국내 전자산업이 성장할 수 있었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예전에는 일본에서 직교좌표 로봇을 수입했는데, 지금은 국내에서 전부 조달하고 있다. 티이에스는 진공상태 웨이퍼/ FPD 이송로봇을 생산하고 있으며, 최근 협동로봇 시장은 두산로보틱스, 한화테크윈 등 대기업과 뉴로메카, SBB테크 등 중소기업들이 진출하고 있다.
한국은 협동로봇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 이유는 수직다관절 로봇은 기존 제조사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진입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니버설 로봇이 협동로봇을 앞세워 시장을 만들었다. 협동로봇은 새로운 형태의 로봇으로 한국은 이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
국가별 산업용 로봇 특징을 보자.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에서 2017년 실시한 앙케트 조사 자료를 보면 로봇 기술 수준은 일본이 1위이고 미국, EU, 한국, 중국 순으로 그 뒤를 이었다. 국제로봇연맹이 발표한 2016년 통계데이터의 설치 수량에서는 중국이 87,000대로 가장 많고 한국은 41,373대로 2위를 나타냈다. 그런데 설치 산업별 비중(자동차/전기전자/기타)에서는 미국이 자동차 분야에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었으며, 일본과 독일은 자동차와 기타 산업이 비슷했다. 중국은 자동차보다 기타 산업 분야에 로봇 적용을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은 유일하게 전기전자 분야에 45%로 가장 많이 로봇을 활용하고 있으며, 기타 산업 분야에는 19% 밖에 안 됐다. 따라서 로봇 보급이 확산되면 우리나라 기타 산업에 로봇 적용의 기회가 더욱 많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설치 형태별 비중(수직다관절/직교좌표/기타)은 수직다관절 로봇의 경우 독일 79%, 미국 71%, 일본 57%인 데 비해 한국은 27% 밖에 안 된다. 반면 직교좌표 로봇 비중은 한국이 64%로 다른 나라보다 월등히 많았다. 한국 제조 경쟁력이 주로 전기전자 산업에 있으며, 이로 인해 직교좌표 로봇의 수요가 매우 높다.
또한, 로봇 생산액은 한국이 일본(5조297억)의 12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그런데 조금 놀라운 점은 중국이 44,000대 수직다관절 로봇 수요 중 11,000대인 약 25%를 중국 내에서 생산, 공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품질 문제로 자동차 생산라인까지는 아직 중국산 로봇이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로봇 R&D, 미해결 난제에 도전해야
그러면 한국의 로봇 R&D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 제조 경쟁력을 더욱 높이는 방향으로 R&D를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내 100여 명의 산학연 로봇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 지난 2017년 ‘대한민국 로봇산업 기술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스마트 대한민국을 실현하겠다는 취지에서였다. 내용을 보면, 로봇 선도 프로젝트 추진, 혁신 역량 강화와 신시장 창출, 자율주행 인식 제고 등을 담고 있다.
그중 제조용 로봇의 도전 목표로는 첫째, 실시간 조립상태 판단에 의한 정교한 조립기술, 둘째, 조립 작업을 위한 특화 그리핑/그리퍼 기술, 셋째, 임의형상부품/유연케이블의 3차원 빈피킹 기술, 넷째, 근접배치가 가능한 제조로봇을 위한 원천적 안전기술, 다섯째, 신속한 설치와 재배치가 가능한 인간로봇 협동 기술 개발을 내세웠다. 단기 및 중장기적으로는 자동차 및 IT/전자 제품 생산에 적용되는 제조로봇을 조립자동화에 본격 투입하는 한편, 로봇 단독으로 안전기준을 충족해 나갈 계획이다.
지금까지 정부의 로봇 R&D는 추격형이 많았다. 문제는 그런 방법으로는 세계 시장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앞으로 로봇 시장은 점점 더 커질 것이며, 우리나라 로봇 기술을 적용해서 글로벌 시장에 내다 팔 수 있으려면 지금껏 없던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미해결 난제에 도전해야 한다. 앞서 말한 조립이나 유해 물체 핸들링을 해야 한다. 또 스마트공장 고도화를 위해서 로봇 솔루션을 적용해서 다품종 소량생산의 작업 유연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