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뿌리산업, ‘3D 업종’ 낙인에서 벗어나야

2018.01.02 10:26:06

산업부, 제2차 뿌리산업 진흥 기본계획 발표


주조, 금형, 소성가공, 용접, 표면처리, 열처리. 이 6대 뿌리산업은 한국 산업의 주춧돌이다. 한국의 자동차, 기계, 조선, 전자업이 세계에서 인정받는 수준으로 올라온 것도 뿌리산업 덕분이다. 


한국은행의 ‘2014년 산업연관표’에 따르면 뿌리산업의 생산유발액(전방)은 50.4억원(2014년 기준)으로 전 산업 가운데 가장 높다. 수출 기여도도 높다. 뿌리기업의 직접 수출은 매출액의 9.3%에 불과하지만 자동차, 조선, IT 등 대기업의 주요 수출제품에 대한 기술 비중이 높다. 생산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자동차 1대 생산 시 뿌리기술 관련 부품은 전체의 90%에 이른다. 


지금 이 같은 주춧돌 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열악한 작업 환경, 영세한 업체, 생산 대비 낮은 부가가치 등의 문제점에 놓여 있는 것이다. 오랜 기간의 성장 정체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정부도 문제점을 파악하고 지난 2013년부터 뿌리산업을 회복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최근에도 ‘제2차 뿌리산업 진흥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뿌리산업 재도약을 위한 방안들을 마련하였다. 


이번 호에는 한국 뿌리산업의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5년 계획에 대해 살펴본다. 



뿌리산업 현황 - 생산액 규모, 제조업의 8.9% 수준


뿌리산업은 주조, 금형, 소성가공, 용접, 표면처리, 열처리 등 제조 공정기술을 활용하는 업종을 말한다. 이 산업에서 쓰이는 기술들은 자동차, 조선, IT 제조 과정에서 ‘공정기술’로 이용되어 최종 제품의 성능 및 신뢰성을 결정하는 주력제조업 품질경쟁력의 핵심이다. 


오늘날 자율주행차, 로봇, 바이오, 드론 등의 신산업이 부상하면서 여기에도 뿌리기술이 필수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 뿌리기업은 2015년 기준 총 2만6,398개로 제조업 41만3,849개의 6.4% 수준이다. 뿌리산업 생산액은 약 127.7조원으로 제조업 1,429조원의 8.9%를 차지한다. 매출은 70%가 자동차, 기계, 가전, 조선, 플랜트 등 5대 업종에서 발생한다. 


기업 규모를 보면, 10인 미만 소공인 기업이 65.5%를 차지하나, 기업 수의 7.9%에 해당하는 50인 이상 기업이 뿌리산업 전체의 70.3%를 생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종사자 수는 50만4,387명으로 제조업 404만2,960명의 12.5% 수준이며 업종별로는 용접이 가장 많은 인원을 고용하고 있다.


수출액은 2015년 기준 123억 달러로 표면처리, 금형, 소성가공, 용접이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 금액 가운데 자동차, 휴대폰에 납품하는 뿌리제품 수출액이 전체의 약 70%를 차지한다. 수출액 증가율을 보면, 2012년 106억 달러 이후 증가하고는 있으나 최근 정체기에 있다. 



▲ 종사자 규모별 뿌리기업 현황(2015년)


뿌리산업 업종별 특성


1) 주조

주조는 열악한 작업 환경과 1.1%라는 높은 산재율(뿌리산업 평균 0.6%)로 3D산업의 대표 업종에 속한다. 원재료비 비중이 69.3%로 51.4%인 뿌리산업 평균보다 높아 부가가치율(16.6%)이 낮다. 


인력도 부족한 업종에 속한다. 뿌리산업 평균 인력부족율은 2.0%이지만 주조는 2.7%이며, 50대 이상 종사자 비중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2) 금형

금형은 제품을 대량생산하기 위해 제작하는 것으로, 금형 제작 자체는 다품종 단품생산이며 다른 업종에 비해 금형 설계기술에 대한 중요성 크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이유로 고부가가치이고 수출 비중이 높은 편이며 대졸 이상 종사자와 연구 인력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임금 수준 또한 다른 뿌리업종에 비해 높다. 


3) 소성가공

소성가공은 원재료비 비중이 70.3%로 51.4%인 뿌리산업 평균보다 높고 부가가치율 13.8% 수준에 그치는 업종이다. 뿌리산업 평균 부가가치율은 34.4%다. 50대 이상 종사자 비중도 32.6%로 가장 높다. 


소성가공은 전형적인 장치산업으로 기업 연수가 가장 긴 업종이며, 물류비 절감을 위해 주로 수요지 인근에 위치하는 것이 특징이다. 소성가공만 하는 업체도 있지만 금형 수요가 많기 때문에 금형 제작을 겸업하는 업체들이 다수다.


4) 용접

용접은 기자재·부자재 제조업체 및 시공업체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보통이다. 여기에는 용접을 통해 부품 및 제품을 제조하는 산업으로 주력산업 등을 포함한다. 용접 분야는 용접기술과 시공분야가 다양한 관계로 기술인력 비중이 높은 편이다. 다만, 시공업체가 포함되어 있어 생산액, 종사자 수 등이 과다 집계되므로 정확한 수치를 파악하기 어렵다. 


5) 표면처리

환경문제로 인해 공동폐수 처리시설과 같은 집적화 필요성이 있어 초기부터 산단 입주율이 높은 업종이다. 공정이 단순하여 노무인력과 외국인 비중이 높고 임금은 낮게 형성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6) 열처리

열처리는 고부가가치율이 42.4%로 높은 편이며, 임금도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되어 있다. 열처리는 예열시간 절감을 위해 24시간 장비를 가동하므로 매출액 대비 에너지 비용이 높고 근로시간이 긴 것이 특징이다.


▲ 뿌리업종별 주요지표 현황(2015) 


▲ 뿌리업종별 인력 비중 및 임금 현황


뿌리산업의 문제점 - 주력산업과 동반 정체 중


뿌리산업은 높은 주력산업 의존도로 인해 최근 수요산업과 동반 정체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 성장 둔화 등으로 주력산업의 생산 및 수출 증가율이 과거 대비 감소하고 있다. 뿌리산업 역시 2011년 이후 증가세가 둔화하다 최근 감소하고 있다. 뿌리기업의 주력산업 의존률은 74%다. 


문제는 인력 부족이다. 청년층이 뿌리산업에 취업을 기피하면서 타 산업 대비 기능 및 기술인력이 가장 부족한 산업으로 전락했다. 단순노무 형태의 외국인 고용자 수가 많아지는 것도 이 같은 상황이 원인이다. 


열악한 작업 환경도 큰 문제다. 사실상 3D 업종이라는 낙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의 핵심이기도 하다. 하지만 앞서 업종 특성에서 알 수 있듯 작업 공정에서 먼지, 악취, 소음 등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는 단순히 작업장 문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민원으로까지 이어진다. 


이 문제는 자동화, 환경시설, 폐수처리 시설 등의 인프라가 갖춰진 산단으로 입주하면 해결되지만 업종에 따라 산단 입주 제한하는 사례들이 있어 이 역시 쉽게 해결되지 못하는 부분이다. 한 예로 A지자체는 피혁, 염색, 도금업에 대해 지정한 별도구역 외 산업시설 구역 입주를 불허했다.


정부, 뿌리산업 고도화 나서


주춧돌이 흔들리면 집이 위태로워진다. 뿌리산업의 흔들림은 모든 산업에 영향을 미친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가 최근 ‘제2차 뿌리산업 진흥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구체적인 계획안을 내놓은 것은 기꺼이 반길 만 한 일이다. 뿌리산업 고도화는 미래 기술 육성, 4차 산업혁명으로의 도약만큼이나 국가 산업 발전에 핵심이 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2차 기본계획은 기존 뿌리산업의 구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정부는 이번 기본계획을 1) 고부가가치화 2) 공정 혁신 3) 선순환 일자리 환경 조성으로 구분하여 ‘지속 가능한 뿌리산업’을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1) 고부가가치화

먼저 핵심 뿌리기술을 전기차, 로봇, 바이오 등 최신 수요산업 트렌드에 맞도록 개정하여, 기술 경쟁력을 높이고 고부가가치화를 촉진한다는 계획이다. 


핵심 뿌리기술은 주력·신산업 기술수요 대응형, 다수 업종과 기업이 활용 가능한 공통기반 기술형, 틈새시장 공략형으로 분류하여 도출하고, 핵심기술의 뿌리기업 유입을 촉진하기 위해 뿌리기술전문기업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대상으로만 산업부 뿌리 R&D를 지원할 예정이다. 


또 뿌리산업 특화단지를 21개에서 30개로 확대하고 시설지원 범위도 기존 ‘환경개선’ 수준에서 ‘제품개발 및 생산을 위한 공동인프라 지원’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2) 공정 혁신

기본 계획은 공정 혁신을 위해 작업환경 개선, 스마트화, 에너지 효율화 등을 추진하며, 이를 통해 작업 현장을 자동화시킨다는 계획이다.


먼저 작업 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뿌리기업의 자동화 설비 리스 계약에 대한 자본재공제조합의 보증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유해 공정의 아웃소싱을 통해 기업의 작업 환경을 개선한다. 


스마트화를 위해 정부는 2022년까지 뿌리기업 대상 스마트공장을 2,000개 구축하고, 42개 뿌리 공정의 데이터수집 표준모델을 보급한다. 또 뿌리기술-3D 프린팅 기술 융합 뿌리공정 개발, 뿌리기술지원센터 등에 구축된 3D 프린터의 활용도 제고로 납기단축, 비용절감을 유도한다.

 

에너지 효율화를 위해서는 열처리, 주조, 표면처리 중심의 에너지 다소비 공정을 대상으로 에너지를 진단하고 매뉴얼을 마련하도록 돕는다. 여기서 나온 진단 결과를 토대로 설 지원 및 매뉴얼 마련, 진단결과를 토대로 설비를 효율화 시킨다. 


3) 선순환 일자리 환경 조성

선순환 일자리 환경 조성의 주요 목표는 잠재적 일자리를 실재적 일자리로 바꾸는 것으로, 기본 계획에서는 연령대별 차별화 전략을 주요 추진 항목으로 정하고 있다. 


청년층에 대해서는 ‘일하기 좋은 뿌리기업’을 중심으로 채용설명회, 매칭버스 행사를 개최하고, 뿌리산업 전문대학원을 통한 전문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또 최근 40~50대의 뿌리산업 유입 증가를 감안하여 직업능력교육, 취업 매칭, 사후 관리까지 포함한 ‘중장년 뿌리산업 취업패키지’를 추진한다. 

조상록 기자 mandt@hell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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