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보고서 통해 3가지 주요 트렌드 밝혀
최근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낮은 전력 소비, 특화 반도체의 부상, 빠른 완제품 출시 지원이라는 3가지 테마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사물인터넷과 무관치 않다. LG경제연구원 전승우 책임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사물인터넷(IoT) 시대의 반도체 시장 새판짜기 경쟁 시작되고 있다’라는 보고서의 내용을 토대로, 시스템반도체의 새로운 트렌드를 정리했다.
낮은 전력 소비: 저전력성은 비단 모바일 기기만이 아니라 IT 산업 전반의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가전은 물론이고 서버 시스템 등 대부분의 기기에서는 전력 사용을 최대한 절감하는 것이 중요한 강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런 흐름으로 시스템반도체에서도 저전력성을 구현하기 위한 기술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저전력 반도체는 IoT 시대에서도 더욱 강조될 것이다. 스마트 워치나 스마트 글래스 등 웨어러블 기기를 비롯해 감시 카메라나 전등 등 IoT가 적용되는 상당수 기기들은 외부로부터의 전력 공급 없이 오직 배터리에 의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무선으로 전력을 전송하는 기술도 단기간에 폭넓게 상용화되기 쉽지 않으므로 주어진 전력을 최대한 오래 사용하기 위한 반도체 기술 개발은 학계 및 산업계의 주요 이슈로 자리잡고 있다.
IoT 통신 기술은 저전력성이 강조되는 대표적인 분야다. 여전히 LTE나 Wi-Fi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전력 소모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에 큰 주목을 받지 못하였던 블루투스나 지그비 등의 기술도 재조명되고 있다. 또한 NFC나 Z-웨이브 등 새로운 통신 기술도 IoT에 적합한 저전력 특성을 강조하며 새롭게 진입하고 있다.
블루투스는 속도는 물론 전력 소모를 줄일 수 있는 4세대 기술 표준화를 마련하면서 현재 중요한 통신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4세대 블루투스 기술 표준 중 저전력에 초점을 맞춘 BLE는 전력 사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IoT에 적합한 기술로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그비 역시 BLE와 더불어 저전력의 강점을 내세워 다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저전력이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면서 조명이나 가전 기기 등을 제어하기 위한 용도로 적용되는 추세다.
저전력 반도체 개발 경쟁은 향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은 전력 소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는 마이크로 프로세서 쿼크(Quark)와 이를 이용한 초소형 컴퓨터 플랫폼을 출시하는 등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ARM도 IoT에 적합한 저전력 마이크로 프로세서 설계에 집중하는 동시에, 웨이트리스(Weightless) 등 새로운 저전력 통신 기술을 내세워 모바일 시장에서의 우위를 고수하려는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 그림 1. IoT 통신 기술 표준 비교 (자료: Mckinsey)
특화 반도체의 부상: 모바일 시대로 접어들면서 특정 목적을 위한 특화 반도체의 수요가 점진적으로 증가했다. 스마트폰에서 멀티미디어와 게임 등 여러 서비스가 탑재되자 기존의 통신 모뎀 프로세서로는 이들 기능까지 지원하기 어려웠다. 따라서 모바일 AP라는 새로운 부품이 등장해 운영체제 등 각종 고사양 소프트웨어를 구동하는 핵심 부품으로 자리잡게 됐다.
특화 반도체가 새로운 추세는 아니다. ASIC과 ASSP 등 맞춤형 반도체가 반도체 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래픽 및 음성, 통신용 신호 처리 프로세서도 활발히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완제품의 성능을 완벽하게 지원할 수 있는 특화반도체는 IoT 시대에서 더욱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기능은 물론 형태와 디자인도 각기 다른 IoT 기기들이 출시되면서 비슷한 기기라도 차별화된 성능을 구현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영상 및 음성, 냄새, 촉각 등 정보의 유형이 다양해지면서 특정 정보를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반도체의 필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따라서 각종 고성능을 갖춘 특화 반도체가 IoT의 핵심 부품으로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머신러닝 등 인공지능 기술 역시 특화 반도체의 수요를 더욱 증가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머신러닝의 고도화는 처리하는 정보의 양 및 질적 수준에 비례한다는 점에서, IoT 시대의 빅 데이터를 기반으로 진화된 인공지능이 일상 생활과 제조 현장 등 다양한 서비스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같은 인공지능 기술은 구현 특성 상 기존 범용 반도체로는 처리가 어렵기 때문에 이를 위한 GPGPU와 같은 특수 기술 및 음성과 패턴 인식을 위한 센서 및 프로세서 반도체 등의 수요가 크게 늘 수 있다.
많은 IT 기업들은 머신러닝이 IoT의 핵심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판단하고 이를 위한 반도체 연구 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인텔은 머신러닝 반도체 기술을 보유한 벤처기업 너바나 시스템 등 다수 기업을 인수하고 최근에는 머신러닝 전용 프로세서 3세대 제온파이(Xeon Phi)을 발표했다.
또한 엔비디아도 강점인 그래픽 반도체 기술을 기반으로 컴퓨팅 플랫폼 젯슨 TX1과 드라이브 PX2, 모바일 프로세서 파커 등 머신러닝 반도체를 출시하면서 시장 선점에 주력하고 있다. 머신러닝 기술 개발 프로젝트 제로스(Zeroth)를 추진하는 퀄컴은 스냅드래곤 프로세서의 머신러닝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SDK)를 공개했으며, 구글도 자체 개발한 프로세서 TPU가 머신러닝 시대를 이끌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 표 1. IT 기업들의 머신러닝 관련 반도체 추진 현황
한편으로 프로그래머블 반도체(FPGA) 등 기존 반도체와 다른 특성을 지닌 반도체도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시스템반도체가 완제품의 특화된 기능을 빠르고 간편하게 지원해야 할 필요성이 증가하면서 FPGA 역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FPGA 기술이 발전하면서 FPGA의 적용 범위 역시 데이터 센터, 자동차, 가전 등 여러 분야로 확대되는 추세다. FPGA 기술력을 가진 알테라(Altera)를 인수한 인텔은 IoT 기기 내 FPGA 적용 확대를 주요 전략으로 천명하였으며,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FPGA를 서버 시스템에 적용해 자사의 검색 엔진 빙(Bing)의 성능을 두 배 이상 개선할 수 있었다.
▲ 그림 2. FPGA 반도체 시장 전망 (자료: 마켓앤마켓)
빠른 완제품 출시 지원: 신속한 완제품 출시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시스템반도체 비즈니스 역시 새로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적기에 선보이기 위해 시스템반도체를 편리하게 탑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반도체 기업들의 핵심 역량으로 부각되고 있다. 많은 시스템반도체 기업들이 센서와 프로세서 및 메모리 등 여러 종류의 반도체를 집적해 하나의 모듈로 판매하고 있으며, 완제품 기업들은 이를 토대로 시장의 기호에 맞는 제품을 손쉽게 만들 수 있게 됐다.
부피가 작은 모바일 기기가 부상하면서 반도체 시장의 주류적 특징으로 등장했다. 스마트폰의 핵심 부품으로 자리잡은 모바일 AP는 마이크로 프로세서는 물론이고 그래픽 프로세서와 LTE 및 Wi-Fi, 블루투스 등 무선 통신, DRAM과 플래쉬 메모리 등 여러 종류의 반도체를 포함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모바일 AP는 개별 부품 구매보다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빠른 완제품 제작도 가능하기 때문에 주로 중저가 스마트폰에 사용됐지만, 스마트폰 내 점유 공간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얇고 가벼운 특성을 강조하는 프리미엄 제품에도 적용되고 있다.
이러한 기류는 다수의 컴퓨팅 모듈이 오픈소스 하드웨어로 등장하면서 더욱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설계도와 구동 소프트웨어가 모두 공개되어 있는 오픈소스 하드웨어를 통하여 누구나 저렴한 가격으로 완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2005년에 등장한 오픈소스 하드웨어 모듈 아두이노나 2012년 출시된 라즈베리 파이 등은 각종 시스템반도체가 집적돼 있기 때문에 그 자체가 완성된 컴퓨터라 볼 수 있다.
이들 제품들은 여러 기능 구현 및 소프트웨어 탑재가 쉽기 때문에 다양한 IoT 아이디어를 실험해 볼 수 있다. 따라서 창의적인 기기의 개발에 관심이 많은 개인은 물론 대기업까지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신속한 제품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많은 시스템반도체 기업들은 고수준 컴퓨팅 모듈의 출시 뿐만 아니라 핵심 소프트웨어와 솔루션 등 다각적 서비스의 제공에도 나서고 있다.
많은 기업들은 연구 개발은 물론 기업 인수 등 역량 강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게다가 IoT 시대에는 기발한 상상력을 갖춘 제품을 선보이는 벤처기업들의 비중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제조 노하우가 부족한 이들 기업들이 완제품을 기획하고 출시할 수 있도록 적시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시스템반도체 기업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정리: 김진희 기자 (eled@hell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