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공장 특별 좌담회 2] 공장 스마트화를 넘어 고도화까지 추진
김유활 : 스마트공장의 성공적 확산을 위해서는 제조업 스마트화 수준을 객관적으로 진단, 평가하여 맞춤형 스마트공장 구축 방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는데요, 현재 표준 인증 모델이 개발되어 있는지요.
박진우 : 인증 모델은 현재 추진 중입니다. 한국형 표준 인증 모델이 나왔을 때만 해도 전 세계 어디에서도 스마트공장 표준 인증에 대해 얘기하는 나라는 없었는데, 이게 스마트공장이다, 아니다 하는 정도를 인증해 주면 일단 기업 경쟁력은 있다고 생각해요. 추진단의 인증 방식은 스마트공장 성숙도에 따라 1~5점으로 평가하고 있어요.
기초 단계는 1점 정도 되고, 2점이 되려면 일단 공장이 커넥티드가 되어야 합니다. 3점은 중간 단계이고, 4점은 지멘스 암베르크 공장처럼 디지털 기술을 적용한 최적화된 공장이어야 하죠. 5점은 아직 세상에 없는 수준입니다. 독일에서 2035년까지 하겠다고 하는 수준 정도를 5점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는 2와 4점 사이에 있는 제조기업을 스마트로 보고, 앞으로 2점 이상의 수준으로 끌어 올릴 계획입니다.
김유활 : 스마트공장 수혜기업의 관리까지 해주는 건가요?
박진우 : 정부가 그동안 중소기업에 지원한 사업들은 많았어요. 중소기업에 지원하는 예산만 연간 5조원에서 10조원이에요. 그런데 중소기업이나 제조업체에서는 정부에서 해준 게 뭐가 있느냐고 말하죠. 그것에서 경험을 얻었어요. 특히 ICT 적용 부분은 지속적인 보완이 필요합니다.
스마트공장 추진사업을 해오면서 저희는 한 번으로 끝내지 않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합니다. 스마트공장을 도입했던 수혜기업들이 한 단계 더 고도화하기를 원한다면 성과 여부에 따라 한 번 더 지원을 해줄 수도 있어요. 또한, 혜택 받은 기업만 지원받는 일이 없도록 공평하게 해나가야겠죠. 추진단은 스마트공장 사업을 통해 수혜기업뿐만 아니라 공급기업,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기업, 벤더들까지 다 포함해서 발전하도록 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스마트공장을 도입하면서 스마트폰을 통한 고객사 현장에서 주문정보 직접 입력 방식과 주문 접수 즉시 납기 약속하는 지능형 생산계획 시스템, 그리고 로트 추적과 연계한 일목요연한 생산실적관리 시스템 등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 결과 무조건 주문을 기다리던 방식에서 수주 즉시 계획 수립이 가능해졌으며 … 불량률은 줄이고 품질은 높일 수 있었어요. 스마트공장은 그것을 강제 아닌 강제적으로 만들어 놓았죠."
중소기업, 지속 투자하기엔 녹록지 않다
김유활 : 스마트공장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자체적으로 설비 추가, 시스템 업그레이드 등 추가 투자도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실은 어떤가요?
이상일 : 스마트공장이 왜 좋은가 하면 대기업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내 회사에서 내 마음대로 계획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는 거예요.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스마트화 안에서 저희와 같은 중소기업이 클 수 있는 발판이 되겠죠. 회사를 경영하면서 중소기업 사장들이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게 인건비입니다.
외국인 근로자의 임금도 계속 올라가고 있죠. 그러면 무엇으로 절약해야 할까요. 스마트공장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원한다고 공장을 다 바꿀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내 소유의 공장도 있겠지만, 건물을 임대해서 공장을 운영하는 중소기업들도 상당히 많아요. 많은 투자를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죠.
기술 확보가 우선… 공급·수요산업 테스트베드 필요
김유활 : 스마트공장이 되면 기술 종속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스마트공장 핵심 기술의 국산화 현실은 어떤가요? 그리고 어떤 기술부터 연구개발해야 한다고 보는지요.
조용주 : 울산과학기술원과 생기원이 만들어본 테스트베드 버전 0.1의 경우를 보면 설비, IoT, 센서, PLC, 제어까지 대부분 기술은 일본, 독일, 미국산 제품이었고, 우리나라 기술은 경광등밖에 없었어요. 저희가 구미에 만드는 모터 라인도 대부분 밑단의 기술들, 즉 디바이스, IoT, 센서들은 외국에서 도입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지금 제가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부분들이긴 한데요, MES 관련해서 말씀드리면 실제 글로벌 제조 기업들은 MES를 같이 개발하고 있죠. 예를 들면 SAP라는 회사는 ERP를 만들지만 MES도 산업별로 다양하게 개발하고 있습니다. 다쏘시스템도 CAD, CAE, PDM, PLM 솔루션 포함해서 MES를 비즈니스 하기 위해 아프리소라는 MES기업을 인수했어요.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들을 우리는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는데, 특히 SAP이 MES를 한다는 것은 회사의 모든 정보를 그들이 가지겠다는 전략이죠. 플랜트 경우도 국내 플랜트사에서 채용하고 있는 MES 시스템들은 거의 아스펜텍사의 표준 시스템들을 사용하고 있어요.
이와 관련해 MES 프로덕트 서베이 CGI가 작년 9월 15번째 발표한 결과를 보면, SAP, 지멘스, ABB 등 많은 기업이 산업별로 글로벌 프로덕트를 만들고 있지만, 국내는 LG CNS, 삼성 SDS, 에이시에스 3개사뿐입니다. LG CNS와 삼성 SDS 제품마저도 반도체 라인에 특화된 솔루션이므로 중소 제조산업을 위한 국내 솔루션 기술은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따라서 국내에는 MES로 비즈니스를 하는 많은 기업이 있지만, 기존의 내재된 기술들을 MES에 담는 게 저희 공정기술이고 생산기술이기 때문에 그것들을 좀 더 패키징화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러면 어떤 기술부터 개발해야 할까요. 아직은 답이 없지만, 구미에 만들고 있는 모터 라인과 같은 테스트베드에서 전략을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연구원뿐만 아니라 학교에 계시는 분들은 기존 기술을 통합하는 것은 연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어쨌든 저희는 샵플로에 있는 설비를 만들고 IoT와 센서를 붙이고 수직적 통합을 하면서 ERP까지 통합할 거거든요. 그런 과정에서 IoT든 센서든 서로 간 인터페이스를 할 때 상호 운용성에 대한 부분도 저희가 고려해볼 수도 있는 거고, 이렇게 전체 집을 한번 지어보면 우리에게 경쟁력 있는 부분들이 충분히 있을 것 같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저희가 2009년에 독일의 DFKI를 처음 갔을 때 DFKI에서 공급기술을 가진 독일 기업들과 함께 스마트공장 초기 모델인 샴푸공장을 만들고 있었어요. 그 후 두 번째 모델인 명함첩을 만드는 공장에서는 설비 6개를 붙이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을 묶어서 생산라인을 만들었는데, 처음으로 시스코와 같은 미국 통신회사가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최근엔 43개 공급기업이 모여서 또 다른 일을 준비하고 있음을 DFKI 홈페이지를 통해 볼 수 있어요. 많은 기업들이 참여하고 필요한 기술로 원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 저는 ‘축적의 시간’에서 말하고 있는 엔지니어링 기술이라고 봅니다. 그것이 되면 자연스럽게 공장을 설계하는 기술이 확보되는데 제품을 설계하는 콘셉트나 디자인설계에서도 자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되죠.
김유활 : 전 세계적으로 성장하는 스마트공장 시장을 겨냥해서라도 관련 공급기업과 수요기업의 육성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이건 어떻게 해야 될까요.
조용주 : 공급기업의 경우 육성 방법은 테스트베드 밖에 없지 않나 생각됩니다. 구미에 만들고 있는 테스트베드는 기획 단계부터 참여기업을 포함시키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그 플랫폼은 오픈할 거니까요. 참여기업이 들어오면 참여기업이 가진 기술은 공개할 수 없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하는 테스베드는 모두 용역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테스트베드는 다양한 산업의 모델을 만들어서 거기에 적용된 기술에 대한 트랙 레코드를 한 달이든 두 달이든 돌려보는 거죠. 그러면 공급기업들과 함께 R&D할 수 있는 부분들이 충분히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지금 미래부 사업의 컨소시엄에 들어가 있는 케이티엘이라는 회사가 있는데 저희는 미래 비즈니스 모델을 그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국가 표준 인증이 아니지만, 기술을 들고 오면 트랙 레코드를 만들어 주는 일을 공인된 기관에서 해주자는 거죠. 그것이 저희 그림입니다. 그런 일들은 앞으로 산업부와 연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테스트베드를 만들면서 느꼈던 또 하나는 기술의 융합입니다. 기업체에서 어느 한 기술을 개발해 왔을 때, 이 기술과 저 기술을 융합해서 또 다른 제품을 만든다면 글로벌 진출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것이 공급기업의 나아갈 방향이라고 봅니다.
수요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일단 스마트공장 추진단에서 하는 사업이 성공적이어야 합니다. 많은 우수 사례가 나와야 더 많은 기업이 참여하겠죠. 그리고 봉제공장 스마트화를 위한 모델 팩토리처럼 우리가 함께 고민을 하면 산업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모델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베트남의 경우 한 공장에 5000명 이상의 작업자와 설비가 있는데 그것을 다 해결할 수 있는 공장을 만들 순 없지만, 그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애로 기술을 해결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를 짧게라도 만들어서 80%만이라도 해결한다면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보거든요.
그러한 개념에서 구미에 또 만들고 있는데, 잘 만들어 놓으면 ROI에 확신을 못 가질 때 공정은 어떻게 바뀌고 전체 시스템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부분들에 대해서 믿음을 줄 수 있다고 봅니다. 지금은 봉제산업 테스트베드 모델 하나를 만들고 있지만, 앞으로는 더 다양한 산업의 테스트베드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앞서 인력,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저는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봐요. 베트남에는 정말 역량이 있는 기업들이 많은데 제품 디자인 등 창의적인 일은 글로벌 메이커들이 다 하고 있다는 거죠.
결론적으로 공급기업만 키운다거나 수요기업도 OEM하는 기업만 키워서는 안 되고 동시 다발적으로 다 같이 추진해야 한다고 봅니다.
"재미를 주면 사장들의 인식이 바뀝니다. 추진단에서는 스마트공장 구축사업을 참조 모델 4단계로 해서 추진하고 있어요. 기초 단계, 중간 1단계와 2단계, 고도화 단계인데, 기초단계에서는 문턱을 낮추어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참여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둡니다. … 일단 구축해 놓으면 그중 30~40%는 한 단계 더 고도화하자는 요구를 해요. 스마트공장 도입은 이제 희망의 단비 정도 내렸다고 봅니다."
글로벌 개방형 IIoT 스마트 공장 플랫폼사업 첫 진입
김유활 : 전자부품연구원에서도 최근 IoT 이용한 스마트공장 플랫폼 개발을 위해 미국, 독일과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의 의미와 이 기술을 적용했을 때의 기대 효과는 무엇인지요.
송병훈 : 국내 IoT 수준은 플랫폼과 디바이스 경우 세계적인 수준에 와 있다고 봅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IoT 표준에 OneM2M이라는 표준이 있어요. 그 표준을 전자부품연구원에서 빠르게 시스템을 구현하고 표준화하는 데 참여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얻은 타이틀이 IoT 표준을 구현한 세계 최초의 사례가 됐죠. 한국 주도로 하나의 얼라이언스가 만들어졌고, 그 얼라이언스를 통해 현재 공식적으로 260개 기업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상당한 규모죠. 해외 역시 그와 같은 평가들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것을 근간으로 해서 기존 컨슈머 마켓용 IoT 기술팀들이 산업용 IoT 분야로도 접근하기 시작했죠.
지난해 7월, 사실은 이미 2014년부터 진행해 온 일이지만, 독일 프라운호퍼연구소와 미국 SMLC(스마트제조 리더십 연합사), 한국 전자부품연구원의 3국간 주요 연구기관들이 모여 산업용 IoT 스마트공장 플랫폼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그게 저희는 상당히 의미 있는 연구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운영기술에 대한 자동화 기술은 독일이나 미국이 우리보다 상당히 앞서 있습니다. ‘자동화의 꽃’이라고 불리는 PLC는 60년대 독일 등 유럽에서 이미 사용하고 있었거든요. 때문에 자동화 분야는 지금 우리가 독일, 미국을 쫓아간다는 것은 상당한 어려움이 있죠. 하지만 자동화에 새로운 IT 기술을 도입하면 양상은 달라집니다.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가 되는 거죠. 저희는 이런 새로운 작업들을 빠르게 진행해 왔고, 지금은 하나의 그랜드 컨소시엄 형태가 만들어졌어요.
한국, 독일, 미국, 3국간의 스마트공장 공동연구사업은 독일에는 DFKI 중심으로 지멘스 등 30여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으며, 미국은 NIST를 중심으로 구성된 스마트제조 솔루션 리더십 연합사, 그리고 한국은 전자부품연구원을 비롯해 통신사 위주의 기업체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가 글로벌 개방형 IIoT 스마트공장 플랫폼 사업에 첫 진입을 했다는 점이 저희 나름의 성과였다고 볼 수 있죠.
그리고 이것과는 별개로 공급사 연합에 대해 잠깐 말씀드리자면, 이 부분은 산업부에서도 공개적으로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현재 스마트 매뉴팩처링 팀 코리아(SMTK)라는 공식적이 사이트도 만들어진 상태입니다. 스마트공장 추진단과 제조산업협회 공동 주관으로 만든 이 모임은 현재 20개 정도 기업이 참여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 늘어나 200개 기업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산업부에서 별도의 정식 출범식을 가질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공급사 연합인 스마트 매뉴팩처링 팀 코리아를 통해서 우리나라 공급산업이 더욱 강건해지고 R&D에서 나온 주요 기술들을 공급기업들이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산업부 정책 중의 하나인 ‘데모 스마트공장(Demo Smart-factory)’이 구축될 예정입니다. 공급기업들은 데모 스마트공장으로 제품의 성능과 호환성을 검증하고 체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김유활 : 스마트화가 되면 IT 보안과 데이터 관리가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기업의 경우 정보 노출 우려는 더욱 커질 텐데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송병훈 : 굉장히 중요한 문제인데요, 기업의 스마트화가 자칫하면 데이터 접근이 쉬워지고 그로 인해서 기업 정보가 노출될 수 있다는 거죠. 예전에는 어떤 기업의 공장 정보를 알기 위해서는 공장에 직접 가지 않으면 불가능했지만, 최근에는 클라우드 기반 기술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공장 정보를 손쉽게 알 수 있죠. 따라서 보안이 이슈가 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독일의 경우 이미 몇 년 전부터 데이터 정보의 범죄적 유출에 대한 법적 제재를 위해 입법 논의를 하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게 없죠. 우리는 지금 클라우드 컴퓨팅 산업 진흥법으로 클라우드 도입을 진흥하자는 말들은 하고 있는데 데이터들에 대한 부분은 아직 덜 고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보안에 대한 부분은 앞으로 점점 더 이슈화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기에 대한 표준화도 일부 진행되고 있죠.
그런데 한 가지 사실은 보안에 대한 우려보다 공장의 혁신이나 개선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과거에도 스마트공장을 얘기할 때 가장 많이 듣게 되는데, 첫째는 일자리를 없애는 정책이 아니냐, 둘째는 데이터 등 공장에 대한 정보들을 외부에서 아무나 볼 수 있는 것 아니냐, 두 가지가 항상 반대 지점에서 꼭 나오는 얘기였죠.
그 두 가지 질문에 대한 해답은 이미 IT 기술에 다 있습니다. 완벽한 수준의 보안을 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을 한 단계 더 둬야 하는 레이어적인 게 필요로 하는데, 아직은 그것들이 들어가 있지 않은 시스템들이 많다 보니 그런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클라우드 경우는 근본적으로 시스템에서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해결 방안은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정말 중요한 건 중소기업 사장들의 의식 수준인 것 같아요. 스마트공장을 우리가 아무리 얘기해 봐야 사장이나 공장을 운영하는 분들이 이해하지 못하면 한계점이 거기서 다 나오기 때문이죠.
▲ 송병훈 단장은 “기업의 스마트화가 자칫하면 데이터 접근이 쉬워지고 그로 인해서 기업 정보가
유출될 수도 있지만 훨씬 더 중요한 것은 공장의 혁신과 개선”이라고 말했다.
혁신의 해법은 ‘사람’
김유활 : 스마트공장은 단순히 장밋빛 전망만 가득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과거 ERP(전사자원관리) 보급 등 유사사업 실패 사례를 비추어볼 때 정책적 연속성 등에 대한 우려도 있기 때문이죠. 정부의 스마트공장 추진 전략과 정책이 실질적으로 현장에 안착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요.
박진우 : 과거 실패했던 사례부터 공부해야 해요. 제가 2002년쯤에 정부에서 하던 MES사업, ERP사업을 지켜봤어요. 왜 실패했는지를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하나는 IT투자는 한 번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과거 2000년대에 투자했던 사업들이 지금은 거의 80~90%가 사라졌어요. 개선 방법의 하나는 IT 유지비를 계속 지원해줘야 해요.
두 번째는 인재를 키워야 합니다. 그동안 열심히 투자했는데 왜 못 쓰고 있느냐를 봤더니 직원들이 나가고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 없어서였죠. 이번 스마트공장을 구축해보니 평균 생산성이 30% 올라갔어요. 생산성이 올라가면 이익을 나눠야하고 인재를 양성해야 합니다. 우리나라가 70년대 제철, 자동차, 조선을 한다고 했을 때 전 세계가 다 비웃었어요.
그러나 지금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죠. 이 회사들은 사람에 대한 투자를 했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중소기업도 생산성이 올라가면 투자를 해야 하고, 투자를 잘하면 히든 챔피언 기업들이 많이 나올 것으로 봅니다. 그게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표준화 로드맵은 2016년부터 2025년까지 장기적인 플랜으로 진행될 계획입니다. 특히, 올해부터 시작되는 스마트공장 R&D, 그리고 기반 구축 관련된 사업들과 보급 확산 쪽에도 적용될 예정입니다. 또한, 기존 모델은 4단계인 기초 단계, 중간 1과 2단계, 고도화 단계였지만, 이번 표준화 로드맵은 그중에 빠져 있던 부분들, 예를 들어 고도화에 대한 많은 부분을 보완했다는 점이 진일보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원금 확대와 인력 재교육 및 양성 프로그램 필요
김유활 : 처음엔 스마트공장 대상기업이었다가 수혜기업으로 참여하였고, 이제는 결실을 거둬들이는 기업으로 성장하였습니다. 정부의 초기 마중물의 지원도 있었지만 자체 노력이 더 주효하지 않았나 생각을 해봅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앞으로 정부의 지원 및 정책에 어떤 내용들이 포함됐으면 좋을지 말씀해주십시오.
이상일 : 사실 뿌리기업에는 일할 사람이 없거든요. 우리보다 더 열악한 공장들이 많습니다. 그런 공장들이 스마트해져야 해요. 왜냐 하면 현대, 삼성 등 대기업 1차 벤더들의 연 매출은 1조원이 넘고, 2차 벤더는 1천억원 대가 넘어요. 이 회사들은 자금이 없어서 스마트공장을 못하진 않습니다.
그러나 그 밑으로 내려가 보면 4차, 5차 벤더들은 10명이 안 되는 직원에 연 매출 역시 50억원도 채 되지 않아요. 또 우리 같은 소규모 회사들은 주 5일 근무를 생각할 수도 없어요. 저희만 해도 한 달 특근 비용으로 들어가는 인건비만 1천만원 이상 됩니다. 그렇다 보니 매출은 없어도 인건비는 계속 올라가게 되죠.
중소업체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스마트공장을 도입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잘 알지만, 비용 부담으로 아직 시작도 못 하는 업체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런 측면 때문에 중소기업에 지원 규모를 더 늘려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국내 중소기업의 스마트공장에 대한 기초적 이해 수준과 ICT 인프라 도입 현실을 고려할 때 공장 시스템 전체를 한 번에 바꾸기보다는 스마트공장 코디네이터를 활용한 단계적 도입 방안 마련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김명섭 : 몇 가지 추가하면, 미국은 산업 IoT, 독일은 인더스트리 4.0, 일본은 로봇 기반으로 산업을 육성하는 데 우리나라는 국가 중심으로 꾸준히 해온 게 없어요.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어떤 정책 테마를 줬을 때 끝까지 밀고 나가는 뚝심과 철학이 필요하다고 봐요. 기업도 마찬가지 돈이 되면 하고 안 되면 버리는 데 문제가 있어요.
그리고 서비스 형태도 이제는 퀵 프로세스를 활용한 높은 수준의 프로덕션 밸류 체제로 바꿀 때가 왔다고 봅니다. 또한, 스마트공장 보급 확산에 따른 제조공장 인력의 개념 변화에 대응하여 기존 인력의 재교육과 스마트공장 신규 인력 양성 프로그램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 김명섭 전문위원은 “스마트공장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끝까지 정책을 밀고 나가는
뚝심과 철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유활 : 스마트공장은 이제 첫걸음을 내디뎠습니다. 제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라도 스마트공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것 같습니다. 제조업 혁신 3.0 전략에 따라 추진되는 스마트공장이 초대형 국가사업인 만큼 성공적인 결과가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바쁘신데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리 : 임근난 기자 (fa@hell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