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ICT융합 시대1] 스마트폰 등장 이전 금융서비스 ICT 활용
[금융ICT융합 시대2] 스마트폰 등장 이후의 글로벌 결제시스템 경쟁
[금융ICT융합 시대3] 국내 핀테크 사업 현황과 시사점
이번 글에서는 미국의 아마존과 구글, 애플, 중국의 알리바바, 한국의 삼성 등 글로벌 IT 기업들이 총성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는 핀테크 산업, 특히 그 중에서도 모바일 결제시장의 현황과 발전방향에 대해 알아본다.
전통적인 금융산업은 오프라인 서비스로 존재하면서도 지난 십수년 간 ICT 기술을 적용하면서 지속적인 발전을 해오고 있다. 처음엔 서비스에 제품을 통합하는 비즈니스모델로 현금자동지급기(ATM)가 등장하였다.
1979년 11월 조흥은행(현 신한은행)이 국내 최초로 ATM을 도입한 이후 80년대 초반까지 ATM은 급속도로 확장됐으며 돈을 찾기 위해 느린 은행 창구에서 긴 줄을 설 필요가 없게 되었다.
초기엔 전산상 과부하로 ATM 이용시간도 제한하는 등 이용에 제한이 있었으나 전산 용량이 증설되고 고객의 니즈가 ATM에 쏠리는 것을 확인한 은행들이 창구업무량을 경감시키기 위해 ATM을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유선인터넷 시대가 되면서 온라인뱅킹이, 모바일 시대가 되면서 모바일뱅킹이 자리를 잡게 된다. 이를 통해 금융서비스의 혁신이 이루어졌다.
최근 들어서는 이처럼 단순히 ICT를 금융서비스에 활용하는 단계를 넘어서는 모습이 감지된다. 새로이 등장한 용어인 핀테크(FinTech)가 이를 대변한다.
이는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이다. 언뜻 보아서는 금융기술이라 이해될지 모르나 실제로는 금융과 모바일 간 융합임을 알 수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모바일 디바이스가 대중화되고 LTE (Long term evolution) 기반의 무선네트워크 혁명이 시작하면서 이 디바이스들을 통해 결제하는 모바일 결제(Mobile Payment) 서비스가 우리 생활에 지급결제 행위의 변화를 가져오는 부문 중 하나가 되었다.
한편, 핀테크의 시작이 이처럼 결제시스템 개선이기 때문인지 아직은 ‘핀테크’가 단순히 모바일 결제수단으로만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물리적인 카드를 긁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를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게다가 NFC 기술 기반의 결제시스템이 구축되면서 스마트폰과 실제 결제 행위가 통합되는 양상도 이에 포함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NFC 태그를 따로 달고 태킹을 해야 한다는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불편함을 해결하지 못하여 기술 및 서비스 개발이 정체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NFC 없이 편안한 결제 서비스 개발을 시도하게 됐으며 이는 핀테크가 재부상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그러나 모바일 결제는 핀테크의 시작일 뿐이다. 핀테크는 이외에도 점차 송금, 자산관리, 크라우드 펀딩 등 금융과 ICT가 융합된 산업을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인터넷이 등장한 이후 온라인-오프라인간 산업 융합이 지속적으로 이뤄져 왔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핀테크가 다시 주목 받는 이유는 보수성 강한 금융과 개방성 기반 ICT산업 간의 본격적인 융합, 즉 경계 파괴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즉, 핀테크로 인해 장기간 정체되어 왔던 금융산업에 근본적 변화가 일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본고에서는 핀테크라는 용어가 부상하기 전, 금융 서비스에 ICT가 도구로서 활용된 상황을 간단히 살펴보고 ICT산업 관점에서 바라보는 핀테크의 비즈니스 가능성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스마트폰 등장 이전, 금융 서비스의 ICT 활용
그림 1. 조흥은행 ATM과 국내 각 은행별 인터넷뱅킹 초기화면
1. 인터넷 금융 거래시스템 중심의 온라인금융 시대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만 해도 은행들은 전표 집계·수표 금액 계산 등의 마감업무를 주판으로 이루어졌다. 은행들이 1970년대 후반부터 일부 ‘온라인’ 시스템을 적용하기 시작하기는 했지만 내부 인트라넷 솔루션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잘 사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통신 속도가 빨라지고 서버 용량이 증설되면서 1990년쯤 ‘종합온라인’ 시대가 본격 도래하게 된다. 종합온라인 시스템은 금융거래 내역들을 은행 자체 온라인 네트워크를 경유해 중앙 시스템에 입력해 놓으면 자동으로 집계해 주기 때문에 주판알을 일일이 굴릴 필요가 없어졌다.
종합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은행들은 전 영업점의 데이터를 신속히 통합할 수 있게 됐다. 이후 은행에서 주판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으며 초고속 인터넷 망이 대중에 보급되면서 ‘PC뱅킹’이 90년대 초중반쯤 확산된다. 영업점 창구가 아닌 PC를 통해 이체나 송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인터넷뱅킹은 공용 인터넷 망을 통해 접속한다는 점에서, 하이텔이나 나우누리 등 폐쇄형 망을 활용하던 PC뱅킹과는 구별된다. 이후 은행들이 ‘차세대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많은 은행들이 인터넷뱅킹을 24시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90년대부터 은행들은 PC뱅킹, 자동응답시스템 등 자동화 시스템을 속속 도입함으로써 고객들은 발품을 크게 아낄 수 있게 됐다. 이후 인터넷이 대중화 되고 PC 통신 시절보다 접속 요금이 저렴해지면서 인터넷뱅킹 시대가 활짝 열렸고 이체나 송금 업무를 위해 은행을 찾는 이들은 점점 줄게 된다.
국내 최초의 인터넷뱅킹은 1999년 7월 신한은행이 도입했고 이듬해 기업은행 등이 ‘차세대 시스템’의 시작으로 도입하는 등 주요 은행권들 가운데 속속 확산됐다.
2. 휴대폰의 보급으로 확대되는 모바일금융 시대
2000년도 초반에 무선인터넷이 가능한 휴대폰이 탄생되고 대중화되면서 모바일금융이라는 새로운 금융 서비스가 등장한다. 은행은 그동안 전통적 고객 응대 방식인 창구 이외에 다양한 온라인 채널을 도입해왔다.
CD/ATM과 텔레뱅킹에 이어 인터넷뱅킹 등 새로운 채널 도입을 통해 은행은 창구의 업무 부담을 분산해 채널의 효율화를 꾀하고 고객에게는 더욱 편한 은행 거래 환경을 제공할 수 있었다.
휴대폰이 제공하는 휴대성과 이동성은 기존의 어떤 온라인 채널보다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사용 환경을 더욱 보장한다. 그래서 모바일뱅킹이 전면 수용된다면 은행으로서는 가장 효율 높은 창구 대체 채널을 확보할 수 있다고 예상하였다.
휴대폰은 PC에 비해 더욱 개인화된 디바이스로서 은행이 개별 고객에 직접 접촉이 가능한 채널 역할도 가능하다. 이는 은행으로 하여금 기존 채널에 비해 능동적인 대고객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을 가능케 하여 단순 은행 거래 이외의 고객별 맞춤 서비스와 CRM 등을 통한 크로스(Cross)/업셀링(Up-Selling) 기회 등을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편, 휴대폰 도입 당시 이동통신 사업자들도 폭발적인 휴대폰 가입자 덕분에 현금흐름이 상당히 좋은 상태여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고민하던 시기였다. 그래서 거의 모든 통신사업자들이 은행과 손잡고 모바일금융 서비스를 출시하게 되었고 이로 인한 새로운 수익창출을 기대하게 되었다.
하지만 모바일금융을 위해 지불해야 하는 월 단위의 유료 서비스와 불편한 이용자인터페이스(UI), 홍보 부족 등의 이유로 상당히 제한적인 고객들만 유치하게 되었다.
2001년 4개 시중 은행들과의 제휴로 출시된 SKT의 휴대폰 송금이체 서비스인 네모(NeMo; Net Money의 약자)는 가입 회원의 10% 정도만 이용할 정도로 극히 부진한 이용 실적을 보여주었다.
결국 은행권에는 모바일금융 무용론이 퍼졌고 대형은행들을 중심으로 더 이상 서비스를 하지 않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모바일금융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으려는 고객들에게는 LCD 크기나 단말기 숫자 키패드만으로 거래를 진행해야 하는 불편함 등이 가장 큰 미이용 이유로 나타났으며 거래정보와 보안 유출에 대한 불안감, 거래에 수반되는 통신 이용요금에 대한 부담감도 주요 요인으로 드러났다.
특히 충전 한도가 1회 50만원, 결제한도는 20만원이라 소액결제 중심으로 주로 젊은이들에게 이용되는 수준이었다.
모바일 서비스 확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은행권의 반격이 시작된다. 2002년에 LG텔레콤과 제휴한 국민은행(KB)이 뱅크온(BankON)이라는 모바일금융 서비스를 준비하게 된다.
이는 통신회사와 은행이 통합된 조직을 구축하여 벨류체인을 확보하고 ICT융합 금융서비스를 설계한 국내 첫 번째 은행권 중심 사례이다.
휴대폰 단말기에 국내 최초로 뱅킹을 위한 금융 전용 스마트칩이 내장되어 정보 저장 기능을 활용하는 고객들은 국민은행에 등록된 각 개인의 모든 계좌정보를 스마트칩에 입력 받아 거래 시마다 일일이 계좌정보를 입력할 필요 없이 키패드 조작만으로 복잡한 거래를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기존의 텍스트 기반 모바일금융 서비스가 아닌, 보다 접근성이 쉬운 UI의 적용으로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발하였던 것이다. 조작이 간단해지니 데이터 이용비용도 절감되어 많은 호응을 얻은 바 있다.
또한 24시간 은행 업무가 가능하다는 뜻인 뱅크온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는 대중들에게 휴대폰이 금융거래에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여전히 제한적인 기능(거래조회 및 이체)에 국한되어 더 이상 고객들의 이용률은 올라가지 못했다.
2004년 당시의 통신진영과 은행진영 간 모바일뱅킹 경쟁판도는 아래 그림 2와 같다.
그림 2. 모바일뱅킹 경쟁 판도(2004년)
송민정 교수 한세대학교 미디어영상학부 신문방송학과
정리 : 김혜숙 기자 (atided@hell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