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ICT 업계 동향을 한 단어로 압축하자면 ‘Zero’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가격과 노력이 줄어들고, 연속성과 공유 경제가 중요시될 전망이다. 이에 관해 애틀러스 리서치앤컨설팅의 정근호 팀장이 발표한 내용을 정리했다.
2014년에 부상하기 시작해 2015년 ICT 시장에서 더욱 주목받을 키워드는 바로 ‘Zere’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다시 Zero Cost, Zero Effort, Zero Friction, Zero Ownership 등 네 가지 영역으로 분류된다.
1. Zero Cost
Zero Cost가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분야는 바로 클라우드 서비스다. 클라우드 서비스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클라우드 스토리지의 경우 이전까지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성이었다. 시스템 다운을 최소화하는 것이 업체들의 주 관심사였다. 그러나 최근 경쟁 양상이 바뀌고 있다.
일반적인 클라우드 서비스 모델은 무료로 제공하되, 거기에 추가 요금을 지불하고 추가 용량을 구입하는 프리미엄 모델 전략을 취하고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의 기본이 되는 스토리지 장비의 가격 또한 급속히 하락하고 있다(그림 1).
▲ 그림 1. 스토리지 장비의 가격 하락
때문에 업체들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추세다. 구글 드라이브, 아이클라우드, 원드라이브, 아마존, 드롭박스 등의 해외 업체와 다음, SKT, KT, 유플러스 등의 국내 업체가 모두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단순히 무료 스토리지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무료 무제한 스토리지’로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무료 스토리지 제공이 확대되면서 클라우드 서비스 수익원 또한 변화하고 있다. 이전처럼 스토리지 자체에 대한 과금으로 수익을 양산하는 것이 아니라, 유료 부가 서비스를 통한 간접 수익화 방식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전까지 스토리지가 하나의 독립적인 서비스였다면 이제는 타 서비스의 인프라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 기업들의 사례를 보면, 아마존이 2014년 11월 프라임 회원을 대상으로 무제한 사진 저장을 허용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원드라이브는 2014년 10월 Office 365 이용 고객에게 무제한 공간을 제공하기 시작했으며, 구글은 구글 앱스를 이용하는 기업 고객과 교육 단체에게 무제한 용량을 제공하고, 안드로이드 유저에게 일정 크기 이하의 사진 대상 무제한 용량을 제공한다. 또한 중소 스토리지 업체 box 또한 월 15달러의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무제한 용량을 제공한다. 현재까지는 대부분이 기업용 서비스이기 때문에 보안 등의 부가 서비스를 이용할 시, 클라우드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Zero Cost의 또 다른 요인은 이통사 측면에서 ‘Zero-Rating’이라고 불리는 무선데이터 무과금이다. Zero-Rating은 이통사 자체 서비스 또는 제휴업체 서비스에 대해 데이터 이용료를 무료화하는 것이다. SKT, KT가 제공하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할 때 데이터 과금이 안 되는 것이 그 예이다. SKT는 또한 GS shop과 제휴해, GS shop 앱을 이용할 때 역시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한다.
물론 국내 이용자의 경우 무제한 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무제한 데이터 서비스 역시 일정 한도가 넘어가면 데이터 처리 속도가 급격히 떨어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한도를 넘겨도 속도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서비스는 이통사에게는 락인효과(Lock-in Effect)를, 이용자에게는 통신비 절감의 효과를, 제휴업체에게는 마케팅 효과를 가져다준다.
그렇다고 해서 Zero-Rating이 반드시 이통사에 의해 주도되는 것만은 아니다. 페이스북은 ‘Facebook Zero’ 프로그램으로 저개발 국가의 피처폰 이용자에게 무료로 페이스북 접속을 지원한다. 페이스북은 복수의 국가에서 50여개의 이통사와 제휴를 맺고 있다. 구글은 ‘Google Free Zone’ 프로그램으로 인도, 나이지리아 등에서 지메일, 구글 플러스 등의 무료 접속을 지원한다. 위키피디아 역시 ‘Wikipedia Zero’ 프로그램을 통해 위키피디아 무료 접속을 지원하며 현재 인도, 대만, 사우디아라비아, 파키스탄 등의 국가로 확대하고 있다.
Zero-Rating은 또한 휴대전화를 넘어 IoT 단말로 확대되고 있다. 가장 많이 이용되는 분야는 자동차라고 할 수 있다. 테슬라는 주력 모델인 ‘Model S’ 구매자에게 4년간 무료로 3G 접속을 지원한다. 물론 과도한 데이터 이용을 방지하기 위해 음악 스트리밍은 허용하지만 동영상 스트리밍 이용은 불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테슬라는 각 나라 당 한 개의 이통사와 제휴를 맺고 있다.
그러나 Zero-Rating 분야는 어쩔수 없이 망중립성 논란을 동반한다. 특정 사업자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그 혜택을 받지 못하는 자금력이 부족한 후발 사업자들이 망중립성 논란을 제기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아직까지 전 세계적으로 Zero-Rating의 망중립성에 대한 결론은 도출된 것이 없다. 그러나 최근, 칠레와 노르웨이가 Zero-Rating을 불공정 경쟁 행위로 보고 규제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Zero-Rating에 관한 논쟁은 무선을 넘어 유선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그림 2). QoS 적용, 데이터 한도 설정, 콘텐츠 대용량화 등의 요인으로 유선에서의 Zero-Rating 도입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 그림 2. 유선에서의 Zero-Rating 논쟁
2. Zero Effort
Zero Effort Commerce는 이베이가 도입한 개념으로 이용자가 별다른 노력 없이 편하게 구매 서비스를 진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그림 3). 즉, 상품 추천, 가격 비교, 결제, 배송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고객의 노력을 최소화 및 자동화하는 것이다.
Zero Effort Commerce는 O2O, 맥락 인식, 빅데이터 등을 통해 흥미를 유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상품 파악을 위해서는 이미지 인식, 증강현실 등의 기술이 동원된다. 실제 구매 단계에서는 모바일 결제가 주로 사용될 것이다. 이러한 전 과정은 스마트폰으로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웨어러블 기기, IoT 단말 등에 의해 이루어질 것이다.
▲ 그림 3. Zero Effort Commerce
최근 이러한 개념이 ICT 서비스 쪽으로 확대되면서, 생활 밀착형 오프라인 서비스들이 다수 등장하고 있다.
생활 밀착형 오프라인 서비스는 생활의 편의성과 윤택함을 강조하는 서비스로, 직접 할 수도 있지만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들을 대신 담당해 주는 서비스다.
포장과 접수 단계를 전부 대행해 주는 소포 픽업 서비스인 ‘Shyp’, 집 청소 인력 파견 서비스 ‘Homejoy’, 발레파킹 서비스 ‘Zirx’, 배달 중개 서비스 ‘배달의 민족’, 전자제품 중고거래 대행 서비스 ‘셸잇’, 명함 정리 대행 서비스 ‘리멤버’ 등이 생활 밀착형 오프라인 서비스의 사례이다.
3. Zero Friction
멀티 디바이스 시대를 맞아 N스크린 서비스의 중요성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네트워크와 단말, 서비스를 넘나드는 연속성이 중요해진 것이다. 즉, 여러 개의 단말을 이용해 끊김 없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몇 년 전 N스크린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하드웨어 중심의 시각이 지배적이었다(그림 4). 휴대전화로 보던 영상을 집에 오면 TV를 통해 이어 보고, 다시 PC로 이어 보는 등 여러 단말을 이어 쓴다는 개념의 연속성이었다.
▲ 그림 4. N스크린 하드웨어 중심 시각
그러나 최근의 N스크린은 서비스 중심 시각으로 변화하고 있다(그림 5). 즉, 동일한 서비스를 각 단말에 최적화된 기능과 UI로 동일한 시간대에 동시에 이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구글 크롬캐스트의 경우, 시청은 TV로 하지만 조작은 스마트폰으로 하는 등, 동일한 서비스를 이용하지만 각 단말에 맞는 기능과 UI로 서비스 간 연속성을 제공한다.
▲ 그림 5. N스크린 서비스 중심 시각
애플은 ‘Continuity’를 통해 아이폰, 아이패드, 맥 등의 단말에서 이메일, 전화 등의 서비스를 연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용자의 현 위치와 환경에 가장 적합한 단말을 그때그때 선택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삼성도 이와 유사한 서비스 ‘Flow’를 발표했다. 구글 또한 안드로이드 단말을 서로 연결하는 서비스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IoT 시대를 맞아 서비스 연속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BMW의 스마트키는 차의 정보를 파악할 수 있고, 시동도 걸 수 있는 단말이다. LG전자의 홈챗은 메신저를 통해 가전제품을 제어하는 서비스다.
현재는 이용자가 직접 단말을 조작해야 하는 단계를 넘어서고 있다. 미국의 IFTTT(If This Then That)는 ‘이것이라면 저것을 해라’라는 뜻으로, ‘사진을 찍으면 페이스북에 업로드해라’와 같은 일종의 프로토콜을 설정하는 것이다(그림 6). 최근 이를 스마트폰을 넘어 IoT 단말로 연결하려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 그림 6. IFTTT(If This Then That)
4. Zero Ownership
Zero Ownership은 소유권이 없다는 뜻으로, 말 그대로 소유에서 접속으로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입 후 소유하던 서비스 양상이 접속을 통해 이용하는 것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를 가장 잘 보여 주는 서비스가 미디어 스트리밍 서비스다(그림 7).
▲ 그림 7. 미디어 스트리밍 서비스
이 같은 변화는 유무선 브로드밴드의 일상 재화에 의해 촉진되고 있으며, 이용자는 제품 각각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접속 후 여러 가지를 선택해서 즐길 수 있으므로 선택의 위험성(Risk of Selection)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이용자와는 달리 서비스 사업자에게는 애로 사항이 존재한다. 미디어 스트리밍 서비스는 대부분 월정액 무제한 모델로 제공되고 있는데, 이러한 모델에는 리스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그림 8). 이용률이 증가할수록 콘텐츠 라이선스 비용이 급격히 증가해, 매출이 늘어도 적자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스트리밍에 대한 기준도 라이선스 비용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 된다.
▲ 그림 8. 월정액 무제한 모델의 리스크
Zero Ownership과 관련, 또 다른 중요한 키워드는 공유 경제다. 공유 경제란 물건, 공간, 서비스를 소유하지 않고 대여하거나 나눠 쓰는 경제 활동을 뜻한다. 공유 경제는 사업자의 공유 상품 소유 여부에 따라 중개 모델과 대여 모델로 구분된다(그림 9).
▲ 그림 9. 공유 경제 모델
5. 가족
2015년 ICT 업계를 전망할 수 있는 마지막 키워드는 ‘가족의 재발견’이다. 가족형 서비스가 크게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통사들의 서비스는 처음에 가족을 대상으로 제공되기 시작했으나, 휴대전화 단말 보급의 증가로 점차 개인화되기 시작했다. 즉, 집에서 시작해 집을 해체하는 과정을 겪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다시 이를 엮는 서비스가 주목을 받고 있다.
첫째는 가정을 중심으로 가족 구성원을 모두 연결하는 서비스다. 원격 제어 서비스, 디지털 액자 서비스 등이 공간을 제어하는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다음은 상시 연결 서비스로 항상 가족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나, 같이 있던 자녀가 없어질 시 알려 주는 서비스 등이 속한다. 마지막은 타겟층으로 가족을 겨냥해 혜택과 서비스가 공유되는 것이다. 이러한 가족형 서비스는 이통사들의 주도 하에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정리 이솔이 기자(npnted@hell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