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우수한 ICT 환경을 토대로 성공 사례 창출해야
사물인터넷은 사람 중심의 인터넷과 달리, 사물(Things)이 인터넷에 연결되어 자율적으로 정보를 주고받고
지능적으로 판단하여 실행한다. 여기서는 미래 사회의 핵심 기술이 될 것으로 예측되는 사물인터넷 관련
제품과 서비스를 고부가가치화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고, 유망 산업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살펴본다.
그림 1. 인터넷 발전 방향 (출처 : Bosch)
WWW를 통해 인터넷이 확산되고 개인과 기업이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새로운 비즈니스가 만들어지고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이 바뀌었듯, 사물인터넷(IoT : Internet of Things)은 또 다른 근본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우선, 우리가 일상적으로 보던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된다고 하는 것은 단순히 네트워크를 통한 원격 제어, 상태 모니터링 등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물 자체가 지능화되어 이전에 할 수 없었던 새로운 기능을 실행하게 되고, 자율성이 높아져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단계가 이전보다 올라간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인터넷에서 발생하는 정보에 사람이 있었다면, 미래의 인터넷 정보는 대부분 사물로부터 만들어질 것이다. 인터넷의 과거, 현재, 미래를 정리해 보면 그림 1과 같다.
사물인터넷의 대표적인 사례는 2014년 초, 구글이 인수해 화제가 된 Nest社의 온도조절기이다(그림 2). 미국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온도조절기에 학습 기능을 탑재하고 네트워크로 연결하여, 사람이 개입하지 않아도 스스로 판단하여 온도를 조절함으로써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고 에너지 소비를 저감하는 제품이다.
물론 개별 사물에 네트워크와 지능을 부여할 경우 가격 상승의 요인이 되지만, 장점이 더 크고 가치 창출이 가능하므로 전망이 밝다고 할 수 있다. 사물인터넷을 가능케 하는 기술적 및 환경적 요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저가의 마이크로컨트롤러와 센서
•IPv6를 통해 개별 사물의 인터넷 주소 확보
•이동통신이나 WiFi를 통해 인터넷 접속 보편화
•기술 공급 기업들의 새로운 분야에 대한 투자 의지
•정부 주도의 대규모 스마트 시티 사업(중국 등)
다양한 산업에서 사물인터넷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사물의 수가 많은 분야와 지능적 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큰 산업에서 먼저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표 1, 표 2는 IP 주소를 가진 사물인터넷의 수와 시장 규모이다.
국내에서는 정부 주도 하의 ‘사물인터넷(IoT) 기본 계획’을 통해 인프라 구축과 서비스 창출을 유도하고 있다. 여기서는 전체 산업 중 사물인터넷 분야에서 유망한 몇몇 산업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살펴보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기술적 요구사항에 대해서도 정리해 본다. 우선 자동차, 가전, 에너지, 헬스 케어, 유통 산업 등의 비즈니스 모델과 국내외 산업 환경에 대해 기술한다.
그림 2. Nest社의 Thermostat 제품 사진과 네트워크 연결 구조 (출처 : Nest)
전체 산업군 중 몇 개의 산업을 선별한 기준은 사물의 숫자가 크고, 새로운 서비스가 나왔을 때 파급효과가 큰 산업을 중심으로 했다. 산업에 있어서 공통적인 사항은 제조과정에서 생산성을 높이는 부분과, 제품이 소비자에게 판매된 이후 지능화된 서비스를 이룰 수 있는 부분이다. 여기서는 생산성 혁신보다는 제품이나 서비스 자체를 고부가가치화하는 방향에 대해 살펴본다.
최근 자동차 산업은 커넥티드 카나 스마트 카 등과 같이, 운전자의 안전과 오락 기능에 대해 연구 및 개발되고 있다. 대표적인 법규가 유럽의 ‘eCall’ 이다. 이것은 사고가 발생하면 자동차에 설치된 사고 감지 센서에 의해 자동으로 혹은 탑승자가 수동 버튼을 조작하여 사고 발생 위치가 포함된 사고 정보 데이터를 사고 접수 센터로 전송하고, 사고자와 센터 운영자 사이에 음성 채널이 연결되어 사고 상황을 판단하며 인명 피해 및 2차 사고를 예방하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한다. 사고접수센터 전화번호는 유럽 단일 긴급 전화망인 112를 사용한다.
2013년 6월, 유럽의회는 유럽연합 국가 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신차 및 경차를 대상으로 2015년 10월까지 ‘차량 내 eCall 장치(IVS : In-Vehicle eCall System)’ 장착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두 가지 법안을 채택했다. 최근에는 차량용 내비게이션에 이동통신을 연결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시도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 현대자동차의 블루링크 서비스를 예로 들 수 있다. 유지보수, 안전, 길 안내 등 기존에는 오프라인으로밖에 제공할 수 없었던 여러 가지 기능을 온라인으로 실시간 처리할 수 있는 것이다.
그 밖에 차량과 스마트 기기들을 연결하여 편의와 오락을 제공하는 제품들이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 차량에서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려는 운전자의 욕구는 지속적으로 커질 것이며, 그러한 니즈에 대한 대응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안전 및 플릿 매니지먼트(Fleet Management)와 관련해서는 Vehicle-to-vehicle과 Vehicle-to-roadside 통신이 탑재될 것이다.
가전 및 IT 기기의 경우, 가장 많은 사물의 수를 지닌 산업 분야이므로 잠재력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인터넷에 연결되는 가전의 수는 아직 많지 않지만, 스마트 TV를 필두로 가정 내 가전들을 서로 연결하고 이를 외부의 제조사 혹은 3rd Party 서비스 제공자에게 제공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이는 유지·보수 측면뿐만 아니라 사용자가 기기를 사용하는 패턴에 대한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확보하여 빅데이터 분석을 실시함으로써 서비스 업그레이드와 제품 설계 단계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 이점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미래의 가전 및 단말 시장은 하드웨어 제품이 아닌 서비스 구매로 개인 맞춤화되고, 제조사 외의 서비스 제공자가 공급하는 신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스마트플러그 기능이 내장된 가전기기와 아마존의 킨들(Kindle)을 들 수 있다. 스마트플러그 기능을 원격으로 자동 혹은 수동 동작시키려면 네트워크 연결이 필수적이며, 피크 전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개별 가전까지 요구되고 있다. 아마존의 킨들은 e-book 단말기로, 유통사에서 통신료를 부담하며 구매자는 전 세계 어디서나 네트워크로 연결, 도서를 구매하고 읽을 수 있다.
에너지 분야의 경우도 사물인터넷을 적용하는 데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에너지 생산, 저장, 소비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 있는 관련 기기의 수는 천문학적이며, 물리적으로 국가 전체에 퍼져 있을 뿐만 아니라 에너지 관리에 대한 요구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표 1. IP 주소를 가진 사물인터넷의 수 (단위 : 십억 개)
표 2. IP 주소를 가진 사물인터넷 시장 규모 (단위 : 십억 달러)
스마트그리드로 대표되는 전력 산업 지능화는 개별 가정의 전력량계가 양방향으로 통신하며 실시간 요금제를 반영하여 수요 관리 및 원격 검침을 수행한다. 추가적으로 에너지 저장 장치(ESS), 전기자동차(EV), 신재생 에너지 확대는 전력망의 복잡도를 증가시켜 수동적인, 그리고 사람에 의한 조정을 어렵게 한다. 따라서 전력량계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효율적인 에너지 관리를 위해서는 기기들이 보다 지능화되고 국지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단 능력이 높아져야 한다. 국내의 경우도 에너지 정책의 큰 흐름이 공급 위주에서 수요 관리 위주로 변화되었다. 따라서 xEMS(에너지 관리 시스템)를 포함한 소비 주체별 에너지 관리와 피크 에너지를 절감하는 수요 반응이 필요하다. 올해 전기사업자법이 개정됨에 따라 국내에서도 지능형 DR 수요관리사업자가 나타날 수 있게 되었다. 이를 시스템적으로 뒷받침해 줄 수 있는 기술이 바로 사물인터넷이다.
헬스 케어 분야 역시 사물인터넷 산업이 발전하는 데 유망한 분야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미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많은 선진국들과 우리나라는, 성인병 등 각종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의 연속적인 신체 신호를 확보하기 위해 웨어러블 기기 및 가전 개발에 힘써 왔다. 대표적인 예로 홈 케어 서비스를 들 수 있다.
이전에는 고령 환자가 진료를 받으려면 병원을 직접 방문하여 의사와 만나야 했지만, 홈 케어 서비스를 활용하면 환자는 가정에서 주기적으로 생체신호를 측정, 병원에 보냄으로써 직접 방문의 횟수를 줄일 수 있다. 만약 일정 경계치 이상의 이상 신호가 감지되면 환자의 주치의에게 바로 연락되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이는 환자의 상태를 상시 모니터링할 수 있어 보다 세밀한 데이터에 기초한 진료가 이루어지게 된다. 또한 간병인이 있다면 도착 시간, 활동 내용 및 결과에 대해 보고할 수 있다.
그림 3. 스마트 홈에 연결된 에너지 기기들 (출처: SmartSynch)
이 밖에도 나이키와 애플의 사례에 나타난 바와 같이, 활동량에 관해 끊임없는 데이터를 확보하려는 노력은 이미 많은 기업들이 수행하고 있다. 나아가 수면, 식사, 스트레스 등 개인의 건강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많은 요인들을 기록하고 분석하는 서비스에 대한 기기 개발 및 서비스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유통·물류 분야에서는 RFID를 기반으로 한 IoO(Internet of Objects)에 대한 기술 도입과 응용이 활발하게 이루어져 왔다. 이는 생산에서부터 창고, 배송, 판매에 이르는 이력 추적과 품질 관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다. 아마존의 ‘키바’ 시스템과 무인 비행 로봇인 ‘드론’을 이용한 창고 관리 및 배달은 물류 분야의 미래 모습이라고도 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 사물은 PoS다. 우리가 마트에서 계산하거나 ATM기에서 입출금하고, 지하철이나 극장의 티켓 판매 기계에서 구매할 때 사용하는 기계들이다. 업계에서는 네트워크화된 이 기계들을 원격으로 모니터링하여 금융거래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하고 있다.
이와 같이 다양한 산업 분야별 서비스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뒷받침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미 사물인터넷을 구성하는 많은 기반 기술들이 개발되었지만, 대규모의 사물을 인터넷으로 연결하고 데이터를 확보하여 분석하는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기술적 난제들이 있다.
특히 사물인터넷을 활성화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요인은, 단순한 정보 공유가 아닌 공유된 정보에 기반을 두고 새로운 서비스를 생성하는 것이다. 이전에 없던 새로운 유형의 서비스가 활성화되려면 새로 창출되는 가치를 어떻게 분배할 것이며, 미비하지만 정보를 제공하는 개인에게 어떤 혜택을 주어 참여를 유도할 것인가 하는 부분도 고려되어야 한다.
우리는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시스코,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과 같은 새로운 비즈니스 유형의 기업이 크게 성공하는 것을 보았고, 인터넷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사라져가는 기업들도 지켜보았다. 사물인터넷 역시 향후 10년 내에 산업계 전반의 지도를 바꿀 만큼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사물인터넷 환경에서 기업의 경쟁력은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는 것이며, 지금은 국내의 우수한 ICT 환경을 토대로 하루빨리 성공 사례를 만드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상학 센터장, 전자부품연구원 IoT융합연구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