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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에니아이 이용권 최고사업책임자 “에니아니, 로봇 혁명으로 ‘맛의 균일화’ 시대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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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글로벌 외식 산업은 심각한 인력난, 높은 인건비, 비효율적인 생산성이라는 복합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다. 특히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이끄는 젊은 세대를 일컫는 이른바 ‘MZ세대’를 중심으로 육체 노동을 기피하는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지난 2020년 팬데믹 이후 더욱 가속화되는 추세다.

 

식당 주방은 뜨거운 열기와 습기, 반복적인 업무 등으로 인해 기피 직업군으로 분류된 지 오래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며 주방 내 노동 가능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미국 또한 막대한 인구에도 불구하고 외식업 인력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 배경은 글로벌 외식업계에 새로운 필수 전략으로 ‘로봇 기반 주방 자동화’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실제로 우리나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이전 국내 외식업계에서 주방 로봇 활용은 서빙 로봇에 국한되거나 아예 전무한 실정이었다. 이때 서빙 로봇은 약 1만여 대가 현장에서 활동했다고 추산된다.

 

반면 당시 주방용 협동로봇(Collaborative Robot 이하 코봇)이 일부 존재했으나, 국내 식당의 협소한 주방 공간에는 적합하지 않아 도입이 어려웠다. 그리고 투자 대비 효과(ROI) 또한 불확실했다. 이 과정에서 외식 업체 약 3000여 곳이 조리 로봇 도입에 긍정적인 것으로 조사됐으나, 앞선 한계와 맞물려 실제 도입을 미비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다. 글로벌 주방 자동화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는 전 세계 식음료(F&B) 로봇 시장이 지난 2022년 약 24억 달러(약 3조 3000억 원) 규모에서, 오는 2032년에는 약 97억 달러(약 13조 40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연평균 성장률(CAGR) 15.6%에 달하는 수치로, 글로벌 외식업계가 직면한 문제 해결을 위해 로봇 자동화 기술 도입에 얼마나 적극적인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특히 단순 반복적이면서도 고온 환경에 노출되는 튀김, 그릴 조리 등 조리 공정을 중심으로 로봇 도입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러한 주방 로봇은 인건비 절감, 음식 맛·품질 균일화, 위생 강화 등 다방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상 미국은 현재 이 양상을 주도하는 대표 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주요 패스트푸드 체인들은 이미 패티 굽기, 음료 제조 등 특정 작업에 로봇을 시범 도입하고 있다.

 

이를 통해 효율성 향상과 인력난 해소 방안을 모색하고 있고, 이는 전 세계적인 트렌드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방 판도 뒤집기에 나선 ‘에니아이’, 로봇 조리 자동화 시대 도전장

 

이렇게 전 세계적인 주방 자동화 흐름 속에서, 국내 스타트업 에니아이(Aniai)가 햄버거 조리 로봇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주력 모델 ‘알파 그릴(Alpha Grill)’을 통해 외식 시장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에니아이는 미국 뉴욕에 본사를, 성수동에 한국 사무실를 두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특히 햄버거 조리 완전 자동화가 자사 비전이다. 전 세계 외식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로봇 기반 자동화 조리 솔루션을 지속 강화하는 중이다.

 

이용권 에니아이 최고사업책임자(CBO)는 “젊은 세대들이 힘든 일을 기피하는 현상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외식 시장은 고령화 시대의 인력 공백을 채워줄 무언가가 절실했고, 그중 햄버거를 선택한 것은 단가 대비 많은 노동력이 들어가기 때문”이라며 주방 자동화 시장에 뛰어든 계기에 대해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햄버거는 제품 하나를 만드는 데 대형 매장 기준 7~8명의 인력이 필요할 정도로 극도의 노동집약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과정은 로봇 도입에 최적화돼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통상적으로 햄버거 조리는 뜨거운 공정과 차가운 음식 세션으로 명확히 분업화돼 있어, 역할 분담이 확실하다는 점이 로봇 자동화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패티만 굽는 과정과 같은 반복적인 작업은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처럼 자동화돼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글로벌 햄버거 프랜차이즈 M사나 버거 업계에서 강조하는 조리 표준인 ‘5분에 1개 생산’을 로봇이 단축시켜, 빠른 시간 안에 균일한 햄버거를 공급하는 것이 에니아이의 핵심 목표다.

 

에니아이는 햄버거 로봇 개발을 통해, 샐러드를 포함한 다른 서양 음식 조리으로의 확장이 용이하다고 보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한식 자동화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다. 다만, 한식은 서양식에 비해 온도·시간 등 일반적인 조리 요소뿐 아니라, ‘손맛’과 복잡한 재료가 얽혀 있어 자동화에 상당한 시간과 기술 발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로봇이 사람보다 나을까?’…편견에 던지는 에니아이의 승부수

 

초기 조리 로봇 시장의 가장 큰 걸림돌은 ‘과연 로봇이 만든 음식이 사람이 만든 것을 따라갈 수 있을까?’ 라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에니아이 고객사들 역시 처음에는 물음표를 던졌다. 이용권 CBO는 “실제 테스트를 통해 이들의 편견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며 “사람은 감으로 조리하지만, 우리 로봇은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조리 온도·시간·압력·품질 등을 균일하게 지켜낼 수 있다”고 단언했다.

 

이러한 로봇의 정밀함은 특히 대기업 프랜차이즈에서 빛을 발한다. 에니아이는 패티 관련 정확한 매뉴얼을 구축한 대규모 현장에 주목했다. 작업자는 매뉴얼을 정확하게 지키고 구현하기 어렵지만, 기계는 표준화된 생산을 통해 언제나 균일한 품질을 보장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에니아이는 앞선 편견을 깨기 위해 적극적인 영업 전략을 펼친다. 항상 똑같은 맛을 구현하는 기술력을 직접 보여주며 테스트를 유도하는데, 이 과정에서 알파 그릴이 조리사의 요리법을 얼마나 구현하는지를 핵심 요소로 검증한다.

 

실제로 유명 셰프들의 요리 대결 프로그램에 출연한 햄버거 셰프를 비롯해, 현직 요리사들이 에니아이의 기술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사무실을 찾는다. 이들은 새로운 아이템에 대한 도전 정신으로 방문하며, 이러한 방문은 에니아이의 전략이 주효했음을 보여준다.

 

에니아이의 기술력은 실제 고객사 평가에서도 드러난다. 한 특정 고객사는 검증 과정을 경험한 후, 자신들이 조리한 것과 기계가 구운 것의 패티 굽기 차이를 구별하지 못하겠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이용권 CBO는 “셰프들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확장하고 맛에 대한 역량을 그대로 구현할 수 있는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조리 로봇 도입의 긍정적인 효과를 피력했다. 그러면서 “캡슐 커피 머신이 균일한 맛의 커피를 제공하는 것처럼, 프랜차이즈에서도 균일한 메뉴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에니아이가 바라보는 조리 분야 청사진”이라고 덧붙였다.

 

‘알파 그릴’ 개발 철학은 ‘현장 중심’…외식업계 진정한 파트너로

 

에니아이는 제품 개발 초기부터 철저하게 고객 기반 중심의 접근 방식을 택했다. 이 근간에는 엔지니어 관점이 아닌,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철학이 작용한다. 이를 반영해 국내 다양한 햄버거 프랜차이즈와 긴밀하게 소통하며 현장의 인사이트와 피드백을 얻은 것에 집중했다.

 

특히 패티 조리 후 고객사 관계자들을 초대해, 로봇이 만든 패티를 직접 맛보게 하는 등 현장 중심의 검증 과정을 거쳐 알파 그릴이 탄생했다. 이러한 알파 그릴은 제한된 공간에서도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설계됐다.

 

로봇 팔(Robot Arm)이 넓은 공간을 움직이며 비효율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기존 코봇 방식과 달리, 일반 조리 현장에서 활용되는 그릴 안에 로봇 스패출라(Spatula)가 활동하도록 했다. 스패출라는 주걱처럼 납작하고 넓적해, 패티를 뒤집거나 옮기는 데 사용하는 조리 도구다.

 

안전과 위생 또한 ‘알파 그릴’ 설계 과정에서 최우선 과제였다. 에니아이는 이 과정에서 보안 장치와 효율적인 열 관리 시스템 탑재 및 고도화에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 상판 최대 250°, 하판 220°로 설계된 그릴 온도 구조는 조리 속도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패티 조리 시 맛을 최적화한다.

 

또한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국제 안전 인증 ‘UL(Underwriters Laboratories Inc.)’, 미국 식품 위생 표준 'National Sanitation Foundation / American National Standards Institute((NSF/ANSI)'의 기준을 만족하는 'Electrical Testing Laboratories(ETL)' 등을 획득했다. 이로서 글로벌 수준의 안전과 위생 기준을 충족했다.

 

에니아이는 각 고객사에서 도출된 의견을 바탕으로, 클라우드 기반 ‘손질 관리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해당 기술은 패티 익힘 정도를 데이터로 분석하는 기술로, 매장별 품질 기준을 유지하는 데 주력한다.

 

 

미국 시장 겨냥한 ‘조리 완전 자동화’ 로드맵과 상생 전략

 

이용권 CBO는 미국 시장 진출에 대해 에니아이에게 거대한 기회라고 정의했다. 그는 한국에 7000여 개의 햄버거 매장이 있다면, 미국에는 8만 개의 햄버거 생태계가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 매장은 한국에 비해 규모가 훨씬 크고, 이 가운데 퀵서비스 레스토랑 주방에는 7~8명의 인력이 기본으로 요구돼 조리 자동화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다”고 진단했다. 에니아이는 ‘로봇이 사람을 대체한다’는 거부감보다, ‘로봇은 사람을 보조하는 장비’로 인식하는 경향에 타깃 포인트를 잡았다.

 

현재 에니아이는 미국 상위 5개 버거 브랜드 중 두 곳에서 기술 검증을 진행 중이다. 또한 대량 생산을 위한 자체 공장을 인천광역시에 구축해, 연간 최대 3000대까지 생산 가능한 인프라로 글로벌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미국 업체와의 협업은 대부분 ‘이노베이션 센터(Innovation Center)’에서 철저한 테스트와 평가를 거쳐 도입 여부가 결정된다.

 

이 밖에 알파 그릴은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딜레마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간제·단기 근무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고, 구하더라도 숙련도를 갖추려면 6개월 이상이 소요되는 등에 대한 이슈 해결에 주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이 CBO는 자사 로봇 도입은 맛·공정 일관성 확보, 작업자 근무 환경 개선, 작업자 업무 만족도 향상 및 이탈률 감소 등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역설했다. 고객사의 주요 개선점으로 지적되는 ‘패티를 그릴에 자동으로 올려주는 기능’은 향후 완전 자동화 솔루션에 포함될 예정이다.

 

에니아이는 시장 목소리를 기반으로, 로봇 개발·고도화를 지속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햄버거 조리 공정의 모든 부분을 자동화하는 ‘완전 조리 자동화’ 솔루션을 2~3년 내 출시할 방침이다. 이처럼 에니아이 알파 그릴 시리즈는 ‘햄버거 조리 자동화’의 차원을 넘어, 햄버거 조리 과정 전체를 자동화하는 ‘알파 키친(Alpha Kitchen)’을 비전으로 한다. 이 솔루션이 도입된 현장 내 작업자는 재료 보충, 청소, 매장 관리만 담당하게 될 전망이다.

 

이용권 CBO는 “로봇이 아직 일자리를 뺏는다는 시선이 존재하지만, 이는 기피 직업군에 대한 부분이며, 결국 업계의 현실을 보여주고 검증되면 그들의 레시피를 로봇에 입힐 수 있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한편, 에니아이는 매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미국 레스토랑 협회 전시회(National Restaurant Association Show) 등 글로벌 외식 산업 박람회에 적극 참여하며 잠재 고객을 만나고 있다.

 

국내에서는 정부의 ‘스마트 스토어 지원 사업’ 등에 적극 참여해, 소상공인들의 로봇 도입 부담을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현재 알파 그릴 제품은 월 구독 형태의 구독 형식의 ‘서비스형 로봇(RaaS)’과 판매형 두 가지로 제공된다. 이는 작업자·로봇 협업 생태계 구축의 대표적 사례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오토메이션월드 최재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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