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봇 굴기 나선 중국, 산업용 점유율 50% 돌파
휴머노이드 로봇 집중 투자…글로벌 기술패권 겨눈다
중국 정부가 로봇과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첨단 기술 산업 육성을 위해 약 1조 위안(한화 약 1,000조 원)에 달하는 초대형 국가지원 벤처펀드를 조성한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해당 펀드를 향후 20년간 장기적으로 운용할 계획이며, 지방정부 및 민간 부문과의 공동 참여를 전제로 하고 있다.
이번 정책은 중국이 제조업 기반의 기술 중심 경제로 탈바꿈하려는 전략적 흐름 속에서 로봇 산업을 국가 경쟁력의 핵심 축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반영한다. 국제로봇연맹(IFR)의 다카유키 이토 회장은 “중국은 2021년 말 발표된 국가 로봇 전략 이후 제조 경쟁력을 체계적으로 강화하며 세계적인 수준의 산업 성장을 달성했다”며, “로봇 산업의 급성장은 유례없는 속도”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중국의 산업용 로봇 설치 대수는 지난 10년간 전 세계 시장 점유율 20% 수준에서 절반 이상으로 급등했다. 자국 내 로봇 제조사들의 점유율 역시 빠르게 늘고 있다. 2020년 기준 30%였던 중국 내 산업용 로봇 설치 비중은 2023년 47%로 확대됐으며, 특히 전자산업 분야에서는 2023년 전 세계 로봇의 약 3분의 2가 중국에 설치됐고, 이 중 54%를 중국 로봇 기업이 공급했다. 금속 및 기계 산업에서는 자국 로봇 기업의 점유율이 85%에 달했다.
중국은 기존의 로봇 기술을 AI, 스마트 제조, 첨단 부품 등 신기술과 결합하는 융합 전략도 본격화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있으며, 이를 미래 핵심 전략기술로 설정하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이번 국가지원 벤처펀드도 이러한 산업 확장 전략과 맞물린다.
독일기계설비제조업연합회(VDMA) 로봇자동화 부문 의장 디트마 레이 박사는 “중국은 거대한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 빠르게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미국은 벤처투자를 통해 기술 혁신을 선도하고 있고, 유럽은 연구단계에서 벗어나 상용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펀드는 중국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3차 회의에서 논의된 ‘로봇 산업 발전을 위한 제14차 5개년 계획’과 ‘2035 비전 전략’에 포함된 주요 정책 과제로, 중국식 기술 굴기를 상징하는 대표적 프로젝트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오토메이션월드 임담대 기자 |